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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분석 보존의 기술 어디까지 왔나

지난 6월 3~9일간 중앙박물관에서는 '문화재 보존과학사진전'이 프랑스 박물관의 협조로 열렸다. 이 전시회는 문화재 보존에 관한 전통기법과 현대기술의 양상을 엿볼수 있게 했으며 줄리에트 우르스(Juliette Hours)의 친절한 해설도 곁들여졌다. 다음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소개된 '문화재의 과학'을 요약 소개한것.
 

유명한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X선으로 촬영해 보았더니 젊은 여자의 모습이 나타났다면 쉽게 믿을 수 있을까?

 

피카소가 그린 '마리 테레사의 초상'. 오른쪽은 X선 촬영사진으로 피카소가 사용한 재료와 붓터치, 완성때와는 다르게 그려졌던 부분까지 상세하게 알 수 있다.


다시 그려진 최후의 만찬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이 3백년을 지나오면서 그 바탕이 여러번파괴, 재구성된 것이어서 오늘까지 살아있는 것이라고는 원화가 아니라 단지 우리들의 관념일 뿐이라고 한다면 여간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우리가 전시회나 화집을 통해서 보아 온 수세기 혹은 그 이전의 그림과 예술품들은 종종 모두에게 낯익은 얼굴이 아닌 또 다른 모습이나 비밀을 감추고 있는 경우가 있다. 가령 유화 표면의 무수한 균열은 작가의 의도와는 무관했을 것이며, 손상된 부분이 나중에 여러차례 보수되거나 덧 그려진 것 역시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작품성이나 가치를 그대로 전해준다고 볼 수는 없다.
 

인상파 시대 전후만 해도 여러가지 새로운 안료의 '색'들이 발견되면서 그 이전의 그림에 다시 손을 대기도 했다. 또 안료들의 질 때문에 생기는 변색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작가의 생각과 전혀 다른 색감이 연출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따라서 눈에 보이는 것만 가지고 미술품들의 평가와 분류를 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쉽게 믿어지지 않는 앞의 두 그림의 예처럼 시간이나 환경적 조건 때문에 생기는 변화는 때로 흥미로운 일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사실들을 밝혀나가는 것은 미술품 또는 문화재 들의 역사를 밝히고 보존하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밑그림까지 보여주는 적외선 투시
 

고대 로마시대의 청년상. 자외선 분광검사 측정법에 의한 각부분의 화학측정 결과 청동상에 부식성이 강한 아연이 매우 많이 들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재의 진품 여부, 보존 및 복원 등에 관한 과학적 기술은 전통적인 기법에서부터 최신의 기술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18세기 백과사전파들로부터 예술작품 연구에 과학적 방법을 결합시켜 왔고 1차 세계대전 이후 X선에 의한 최초의 기술적인 작품의 해부 시도가 있었다. 그후 빠른 발전을 가져와 X선 투시 이외에도 색상 분석법, 미세 형광분석법, 적외선 분석법, 열형광 분석법 등을 이용한 물리·화학적 방법이 개발되었다.
 

이러한 방법들은 크게 검사와 분석기술로 구분되는데 검사가 주로 미술품들을 관찰 및 투시하여 봄으로써 일반적인 상태를 파악하는 반면 분석은 그림의 일부를 채취하여 샘플연구를 한다든지 하여 화학적 요소 즉 구성성분까지도 알아내게 된다.
 

검사방법중 가장 기본적이고 손쉬운 것은 지면광의 이용이다. 지면광은 그림과 평행이 되는 태양광선이나 조명을 말하며, 특별한 기재가 없이도 그림의 보존상태와 미술가가 사용한 기법, 그림표면의 융기정도는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그러나 좀더 자세하고 구체적인 검사를 하는데는 보통 촬영방법이 쓰이게 된다. 단순한 확대사진만으로도 화가의 화풍을 읽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균열이나 다시 채색된 것도 찾아낼 수가 있다.


그림을 오래 보존하기 위해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방법은 그림 표면에 '바니스'(varnish) 칠을 하는 것인데. 이러한 칠은 아주 미세하고 엷어서 현미경 사진을 이용해야만 관찰이 가능하다.
 

형광 자외선을 쪼일 경우 몇몇 물체로부터 형광을 유발시켜 바니스칠의 상태와 함께 그위에 다시 수정한 사실들을 알아내는 것이 가능하다. 적외선은 좀더 강한 투과력을 가지고 있는데 완성된 작품을 만들기 전의 초안 데생, 지워진 서명 등을 식별해 낸다.
 

검사방법중에서 가장 널리 이용되는 것은 X선이다. X선은 문화재와 미술품의 역사를 가장 잘 밝혀주는 전통적 검사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X선을 이용하면 그림의 바탕 즉 나무나 천의 조직과 균열 상태까지도 상세히 알아볼 수가 있다. 이러한 정보는 파악된 재료의 시대적 차이를 가지고 작품의 진위여부나 제작된 시기의 구분을 가능케 한다. X선모니터 시스팀을 이용하면 부피를 가진 입체물들을 다이나믹하게 연구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고대 중국의 것으로 추정되는 도자기. 눈으로 보아도 깨진 부분을 다시 붙인 것을 알 수 있지만 형광 자외선 촬영에 의해서 그보다 훨씬 더 나쁜 상태였음이 확인됐다.

 

시대추정과 가짜식별도 가능
 

훌륭한 검사법으로 많은 정보를 얻어 냈다고 해도 보다 중요한 것은 구성물질의 층위학적 연구를 통한 면밀한 분석으로 미술품의 시대추정, 진위확인 등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그림의 경우는 아주 작은 크기(1㎟이하)의 샘플을 X선이나 마이크로 형광을 이용한 화학적 시험과 기초성분 분석을 하게 되는데 칠한 횟수, 색채, 두께, 안료의 혼합까지도 알아낼 수 있다. 도자기, 금속류, 조각품 등도 X선의 마이크로형광을 이용하여 그 채취본의 구성재료와 혼합물을 분석할 수가 있다. 도자기등의 시대를 추정하는데는 열광법(熱光法)이 쓰이고 있는데, 그 원리는 점토를 구울 때의 빛처럼 광물질의 처음 가열 때 나오는 빛의 측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방법은 도자기나 조각 등의 구워진 시대 추정은 물론 고대 미술품의 복제, 위조 여부까지 알게 해준다.
 

금속제의 분석에 사용되는 중요한 기술은 아르곤의 플라즈마에서 나오는 자외선의 반사분광을 측정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다른 기술들과 마찬가지로 이미 연대가 밝혀진 작품계열과 비교하면서 각기 다른 시대의 야금술의 특징을 밝혀 낼 있도록 해주며, 고대에 사용되었던 원료들이 어떻게 교환, 이동해 갔는가를 추정할 수 있게 해준다.
 

미술품이나 고대 유물들에 대한 정확한 연구와 함께 진행되야 하는 것이 바로 보존의 문제라 하겠다. 그림의 경우 대부분 바니스를 표면에 칠하는 것으로 보존이 가능하고 발굴된 조각품들의 경우도 손상된 부분등을 '아리갈c'라든지 '글리콜폴리에틸렌'과 같은 합성수지로 복원하기도 한다. 그러나 습기나 대기오염 물질은 유기물의 가수분해를 유발하거나 곰팡이의 독소를 퍼뜨리는 근본적인 원인이 된다. 또 종이는 손쉽게 해충의 피해를 입으며, 여러가지 금속의 합금으로 된 작품은 금속의 저마다 다른 부식성 때문에 골치아픈 문제를 일으킨다.
 

예술작품을 만들고 그것을 감상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예술작품의 진정한 가치와 예술성을 과학적으로 밝혀내고 보존해 나가는 일 또한 현대인의 지혜를 요청하는 중요한 과제임에 틀림없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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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송성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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