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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최후를 장식하는 가장 격렬하고 화려한 현상이 초신성 폭발이다.

칠레의 '캄파니스' 천문대에서 대 마젤란 성운을 관측하던 캐나다 터론토대학의 천문학자가 '아이언 셀턴'은 크게 낙심했다. 사진감광판에 희고 큰 반점이 찍혀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치 조작의 실수가 없음을 확인하고난 그의 손끝은 흥분으로 가볍게 떨렸다. "초신성일지 모른다." 이 소식은 급속히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3백83년만의 대사건 초신성'1987A'
 

초신성이 등장하는 순간^아마추어 천문가들의 단골 목표인 대마젤란 성운에서 초신성 「1987A」가 나타났다. 초신성 폭발 몇 시간 전(위)과 2월 25일(아래). 두 촬영 모두 노출시간은 20분.


지난 2월24일 새벽, '케플러'의 발견이래 3백83년만에 나타난 초신성 '1987A'는 전세계 천문학계와 물리학계를 흥분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우리나라에서는 관측이 불가능하지만 남반구에 위치한 모든 천문대의 망원경은 이 희대의 장관을 관측하기 위해 풀 가동중이다. 아울러 물리학자들은 초신성에서 방출되는 신비의 소립자 '뉴트리노'를 밝혀내느라 여념이 없다.
 

이처럼 과학자들이 초신성의 출현을 '금세기 최대의 천문학 사건'으로 평가 하는데 인색하지 않은 이유는, 그것이 단지 몇 평생동안에 운좋게 만날 수 있는 우주쇼라는데 있는 것만은 아니다. 초신성 출현의 보다 중요한 의미는 '우주의 모든 물질이 과연 어디서 왔는가' '생명체의 기원은 무엇인가' '우주가 영원히 팽창할 것인가'등 현대 과학이 안고 있는 가장 큰 수수께끼를 풀 단서를 제공해 줄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초신성의 출현은 옛 중국인이나 중세시대 유럽 천문학자들이 생각한 것처럼 새로운 별이 탄생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랜 세월의 일생을 마치는 별(항성)이 최후를 장식하는 가장 격렬하고 화려한 현상이다.

 

케플러에 앞서 한국인이 발견
 

게성운^1054년 폭발이 관측된 초신성 폭발의 잔해이다.


초신성을 가장 일찍 관측하고 기록에 남긴 것은 중국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이미 기원전 1300년 무렵 갑골문자에 초신성에 관한 정보를 남겨 놓았으며, 한(漢)왕조도 기원전 185년에 초신성을 관측하고 기록했다는 증거가 있다. 그밖에도 1006년, 1054년, 1181년에도 초신성을 관측했음을 알 수 있는데, 1006년의 초신성은 '반달 만큼이나 밝았다'고 한다.
 

인류 역사상 관측기록이 남아있는 초신성은 금년의 '1978A'를 포함해 단지 7개에 불과하다.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1054년의 초신성으로 우리나라와 중국 그리고 일본의 문헌에 기록되어 있다. 당시 중국의 송(宋)왕조가 '진주처럼 빛나는 노란 별'이라고 묘사한 이 초신성은 현재 작고 어두운 천체(NPO 0532)로 변해버려 볼 수가 없지만, 폭발로 인한 뜨거운 가스는 아직도 우주공간을 향해 맹렬히 내뿜어지고 있다. 겨울밤 남쪽 하늘에서 볼 수 있는 황소자리의 게성운은 바로 이 초신성이 폭발한 잔해이다.
 

우리나라 중국 등은 초신성 뿐 아니라 신성과 혜성까지도 모조리 기록했음에 비해 유럽은 무관심한 상태였다. 유럽에서 최초로 초신성을 관측한 사람은 덴마크의 천문학자 '티모 브라헤'였다. 그는 1572년부터 1년이상 동안 새로 나타난 큰 별이 어두워져 안보일 때까지 자세히 관측해 기록에 남겼다. 이 초신성 폭발은 '카시오페아'자리에서 일어났다.
 

'1987A'가 관측되기 전의 마지막 초신성을 발견한 행운은 위대한 천문학자 '케플러'에게 돌아갔다. 1604년, 그러니까 망원경이 발명되기 4년 전의 일이다. 한편 이 초신성은 케플러에 앞서 한국인이 발견했다는 견해도 있다. '조선왕조실록' 및 '천문전고'(天文典故)에는 '모양은 태백성과 같고 빛은 누르고 붉은' 새로운 별이 나타났다가 점차 작아졌다는 기록이 있다는 것이다.
 

초신성의 발견 연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그것은 단지 폭발한 별에서 나온 빛이 오랜 시간 여행해 지구에 도달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사실 '1987A'가 폭발을 일으킨 것은 17만년 전, 다시 말해 인간이 비로소 현대인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을 때의 일이다. 우리는 초신성을 통해 17만년 전이란 까마득한 과거를 보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 그때 초신성에는 어떤일이 일어났을까?

 

초신성의 두가지 형태


앞 장에서 알아보았듯이 별의 일생을 통해 2개의 힘이 균형을 이룸으로써 안정된 형태를 유지하게 된다. 그 하나는 별 자체의 중력으로서 별을 찌부러뜨리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다른 힘은 별의 중심부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으로 생기는 열이 만들어내며 바깥 방향으로 작용한다.
 

별이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려면 어느 정도 이상의 질량을 가져야 한다. 이 값을 '찬드라세커'질량이라 하는데, 별의 질량이 태양 질량의 1.4배 정도 이상이 되면 백색왜성의 상태를 넘어 계속 수축한다. 중력붕괴가 극한에 달할 때 단번에 파국적인 폭발로 이어진다.
 

초신성은 얼마나 큰 질량의 별이 폭발하는가에 따라 대체로 두 가지로 나뉜다. Ⅰ형의 초신성은 작은 질량의 별이 폭발하는 경우로, 항성과 쌍동이 별을 이룬 백색왜성에서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즉 강한 중력을 갖는 백색왜성이 상대편 별로부터 물질을 빼앗아 새로운 핵 반응을 일으키게 되고, 찬드라세커 질량을 넘어서는 순간 폭발을 일으키는 것이다. 폭발이 일어난 처음 몇 주일 동안 밝기는 급속히 증가해 이윽고 태양의 수십억개 밝기에 도달한다. 그후 반년 정도 지나면 서서히 어두워져 간다.
 

Ⅱ형 초신성은 태양 질량의 8배 또는 그 이상의 무게를 갖는 별의 최후 모습이다. 무거운 별의 내부 온도는 가벼운 별에 비해 훨씬 높고, 그 때문에 여러단계의 핵융합 반응이 차례로 일어나 양파처럼 무거운 원소가 켜를 이루게 된다. 마지막 단계에서 중심핵은 철로 이루어지는데, 이때의 온도는 수소폭탄이 폭발할 때의 중심온도보다 1천배 높고, 압력은 지구의 가장 깊은 바다속보다 1조배나 크다.
 

철의 원자핵은 안정성이 커 핵융합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중심핵은 계속 수축해 압력이 상승하게 되는데 온도는 상상할 수 없는 80억℃에 달하게 된다. 이 상태가 되면 안정한 철의 원자핵도 붕괴된다. 즉 전자와 양성자가 소립자 반응을 일으켜 합쳐져 중성자와 뉴트리노로 된다.
 

별의 중심핵이 반경 10km 정도까지 압축되면 붕괴는 갑자기 정지한다. 그 결과 바깥쪽을 향한 강력한 충격파가 발생한다. 매초 3만km 이상의 속도로 표면으로 향하는 충격파와 뉴트리노가 중력붕괴에 의해 해방된 막대한 중력에너지를 별의 바깥층에 전달한다. 그리하여 별의 외부가 날아가는 대폭발이 일어나는 것이다. Ⅰ형 폭발에서 백색왜성이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리는데 반해 Ⅱ형의 경우는 백색왜성 보다도 10억배나 밀도가 높은 중성자성이 생긴다. Ⅱ형 초신성 폭발의 잔해인 게성운의 중성자성은 이렇게 생긴 것이다. 또한 카시오페아A도 Ⅱ형 초신성이라고 생각되지만 그 잔해는 블랙홀이라고 추측되고 있다.

 

비밀의 문을 여는 열쇠
 

폭발한 별의 바깥층은 맹렬한 기세로 성간공간으로 확산된다. 그 속도는 매초 1천km에서 8천km에 달한다고 계산되고 있다. 방출 가스량도 태양 질량의 0.1~10배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다. 초신성의 잔해에 대한 연구는 최근 관측 장치의 발달로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78년부터 2년간 미국의 '아인슈타인' 위성은 고분해능의 X선 검출 장치를 싣고 우주에서 X선을 내는 천체를 관측했다. 그 결과 게성운을 비롯한 여러초신성의 잔해의 실태가 밝혀졌다. 예컨대 Ⅰ형 초신성은 속이 빈 공모양의 잔해를 남기는데 여기서 열의 방사에 의한 X선을 내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 Ⅱ형 초신성은 싱크로트론 방사에 의한 X선을 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초신성 폭발은 우주의 태초에 일어났던 대폭발에 버금가는 격렬한 사건이다. 단 하나의 별이 폭발하여 수십억개의 별이 모인 은하 전체보다도 밝게 빛나며, 태양이 수십억년 동안 방출한 빛을 수개월 동안에 내뿜는다는 사실이 그 장대함을 말해준다.
 

만일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이 초신성 폭발을 일으킨다면 그것은 태양처럼 빛나게 될 것이다. 또 빛이 30년 걸리는 거리에 있는(천문학적 거리 개념으로 바로 지척) 별이 초신성이 된다고 해도 그 밝기는 보름달의 1천배 정도가 된다고 한다.
 

초신성의 등장은 이처럼 거대한 현상인 만큼 우주의 신비를 풀 절호의 열쇠를 간직하고 있기도 하다. 아직 '1987A'가 전해준 우주의 메시지가 충분히 해명되지는 않았지만, 머지않아 우주는 그 깊은 비밀의 문을 우리가 엿볼 수 있도록 허락해 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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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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