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사용자 그룹의 기본정신은 ‘도움을 주는 사람은 그만큼 컴퓨터에 대해서 더 배우게 된다’ 는 신념이다.
얼마전의 일이었다. 조그마한 사업을 경영하고 계시는 먼 친척뻘인 Y씨로부터 전화가 걸려온적이 있다. 내용인즉, Y씨가 경영하고 있는 사업의 규모가 점차 확대됨에 따라 직원들도 대폭 보강했고 사무실도 이전 확장했다고 한다. 이러한 사업의 발전에 비해 판매, 재고, 급여 등의 모든 제반 관리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하자니 전체적으로 효율이 저하되고 부정확한 경우도 발생되어 업무의 한계를 느끼게 되었단다. 그리하여 보다 능률적이고 정확하게 관리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컴퓨터의 도입을 구상했는데, 믹상 구입하고자하니 컴퓨터에 대한 기초 지식이 전혀 없는 터라 필요한 용도에 대해 가격, 성능 및 크기 등이 알맞은 컴퓨터가 어떤 것인지 전혀 알길이 없다고 하여 필자에게 도움을 청하고자 연락한 것이다.
PC사용자들의 모임 절실
위의 예에서와 같이 우리 주위에는 중소 기업체를 경영하고 계신 분을 비롯하여 컴퓨터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싶어하는 학생 또는 일반인, 회사 업무에 종사하는 사무원들이 컴퓨터를 꼭 사용해야만 할 절실한 요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컴퓨터를 구입하고자 할 때, 컴퓨터에 대한 무지와 두려움 때문에 어떠한 기종을 선택하여 어떻게 배우고, 어떤 방법으로 사용해야 할 지를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컴퓨터의 구입을 망설일 때가 매우 많다. 또 컴퓨터를 구입하고 나서도 필요한 용도에 알맞는 소프트웨어가 어떤 것인지, 아니면 그러한 것들이 있는지조차 모르기 때문에 결코 싸지 않은 가격을 들이고 구입한 컴퓨터를 그냥 창고에 버려둔 채 종전과 같은 비능률적인 업무 처리로 각자의 노력과 정성을 허비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된다.
요즈음 16비트 업무용 PC의 국내 보급과 더불어 PC의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필자에게는 많은 분들이 위의 예에서 본바와 같이 컴퓨터의 구입 의사를 문의하는 경우 외에도, 컴퓨터를 사용하다 겪는 당혹한 심정을 토로하는 사람도 있고, 컴퓨터의 사용 중 여러가지 문제에 부딪혀서 이의 해결 방법을 알려달라고 호소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이때마다 느끼는 생각은, 사용자 상호간에 정보나 자료 교환 뿐만아니라 상호 교류 및 친선 도모를 위한 사용자 모임과 같은 서클이 보다 많이, 보다 넓고 활발하게 전개되어 친근감 있고 손쉽게 컴퓨터를 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이루어 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적지 않으며, 좀 더 알기 쉽고 보편적인 정보 전달 매체들이 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게 된다.
실제로 이러한 정보 전달 매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국내에는 컴퓨터 관련 전문지들이 많이 나와있는 실정이다. 대형 컴퓨터에서부터 중형, 소형, 개인용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를 다루고 있으나 그 내용이 비교적 쉽지 않기 때문에 컴퓨터의 초보자들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다년간의 컴퓨터 업무 종사자들에게 더욱 적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독자와의 대화 형식을 통한 빈번한 교류에 제한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반해 몇몇 월간지들은 내용도 매우 쉽고 다양할뿐아니라, 남녀 노소를 가리지 않고 넓은 독자층을 상대로한 컴퓨터의 기초 지식을 전달해 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문지나 월간지들에 비해 사용자 상호간의 정보 교환이나 자연스러운 교류를 주선하는 모임이 매우 드물기 때문에 사용자들의 편익에 바로 직결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가 용이하지 않으며, 비슷한 업무나 경우에 처한 사용자들끼리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인 컴퓨터 활용 경험과 방법을 주고 받을 기회가 적어, 여러 사용자들이 거의 비슷한 시행 착오들을 자주 겪게 된다. 그러므로 개인용 컴퓨터의 사용이 널리 보편화되는 추세에 따라 사용자들의 권익을 적극 옹호해 주는 동시에, 각 사용자들의 문제 해결 경험과 앞으로 발생될 어려움에 대해 자주 의견을 교환할 뿐만 아니라 사용자 상호간의 프로그램이나 자료들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사용자 모임의 장이 더욱 많이 생겨나서 활성화 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매우 절실하게 된다.
동호인 클럽은 존재하나···
국내의 기업이나 학교에서는 이러한 컴퓨터 사용자 모임이 비교적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주로 특정 기업이나 계층사이의 동호인 클럽 성격을 띠고 있어서 각계 각층을 망라한 사용자들의 이익을 대변해 주거나 상호 자료 및 정보를 교환하기가 매우 어려운 형편이다.
또 아주 초보적인 지식이나 시장 동향 및 상품 정보로부터 고도의 기술 지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것들을 다루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동호인 클럽은 상호 관심의 대상이 어느 정도 일치하고 있고, 회원들의 지식 수준도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별다른 운영상의 문제점이나 어려움이 없으며, 나름대로의 의의가 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간혹 몇군데에서 주관하는 있는 컴퓨터 사용자 클럽은 비교적 수준 높은 문제들을 다루고 있기도 하며, 상당히 보편적이면서도 각계 각층의 사용자들이 필요로하는 것을 대상으로하여 보다 구체적이고 밀도있게 취급하기도 한다. 그러나 컴퓨터 사용자들의 폭이 매우 광범위하고 관심의 대상도 가지각색이므로 이들을 모두 충족시켜 주어야하는 필요성이 있으나, 실제로 이 모든 욕구의 공통 분모만이라도 만족시켜주는 사용자 모임은 그리 흔하지가 않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미국을 위시한 유럽 일본 등의 나라에서는 일찍부터 컴퓨터의 역사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여러가지 형태의 컴퓨터 사용자 모임이 형성되었다. 미국에서는 컴퓨터 중간 공급자(Distributor 또는 Dealer)를 중심으로 PC가 보급되기 때문에, 이들을 매개체로 하여 간접적인 사용자 클럽이 이루어졌으며 이와같은 중간 공급자가 홍보 활동 및 판매 촉진 활동의 방편으로 여러가지의 최신 상품이나 정보와 함께 기술적인 자료를 공급함으로써 사용자에게 최대한의 봉사 활동을 하며 기술 지원도 더불어 제공하였다. 또한 사용자들 사이에 정보 및 기술의 교류를 원활히 할 수 있는 연결 통로를 제시해 주었을 뿐만아니라 사용자에게 다양한 제품의 종류를 비롯하여 구입 요령, 사용 방법 등을 알려 주었다.
이외에도 각종 전문 잡지들의 지원 활동에 힘입어 사용자들은 상호 교류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모임은 대부분이 각 공급자들의 이익을 바탕으로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순수한 사용자들의 모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반면에 대학생들이나 직장인들을 주축으로한 사용자 모임들이 매우 많이 있는 상태이나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PC보다는 소형, 중형 컴퓨터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왜냐하면 미국의 경우, PC는 누구나 쉽고 부담없이 활용할 줄 아는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에는 미국의 경우와는 달리 PC사용자 모임이 비교적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일본의 ASCII와 같은 회사는 가정용 컴퓨터의 보급에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각종 전문 잡지를 발간하고 이와 더불어 매우 공정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컴퓨터 사용자 모임을 주선하고 있다.
이미 씨앗은 뿌려졌다
이제부터는 국내의 컴퓨터 사용자 모임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언급해 보자. 현재 국내의 컴퓨터 사용자 모임은 크게 네가지로 분류할 수가 있다.
첫째로는 PC의 생산 업체에서 주관하는 것으로서 각사의 컴퓨터 사용자들을 적극 지원, 봉사하기 위해 자료 및 최신의 정보를 제공하는 월간지를 발행하고, 비록 각사의 제품에 국한될지라도 제품 구입시에 여러가지 특전을 부여하고 있다. 이의 예로서 금성사의 ‘컴퓨터 패밀리, ’대우전자의 ‘대우 컴퓨터 뉴스 ,’삼성전자의 ‘SPC NEWS’, 삼보 컴퓨터의 ‘삼보 컴퓨터’ 등이 있어서 이러한 회사의 컴퓨터를 구입한 사용자들은 대부분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다.
두번째로는 비영리를 목적으로 한 모임으로서, 각사가 운영하는 사용자 클럽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컴퓨터 사용자의 권익을 옹호하며 각종 자료 및 정보를 공유하고, 다양한 기술 지식을 보급하는 동시에 최신의 제품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이들은 비교적 객관적이고 공정한 자세로 여러 제품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사용자들이 보다 정확하고 신뢰성 있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게다가 기초 지식 및 정보를 비롯하여 매우 고도의 기술 지식을 제공함으로써 다양한 계층의 사용자들에게 필요한 요구를 적절히 충족시켜 준다. 또 정기적인 수련회, 기술 강습회 등을 개최하여 컴퓨터에 대한 각종 기술 정보를 제공해 줄뿐만아니라, 월간지를 발행하여 최신의 기술 동향, 상품 정보 및 기초 지식이나 기술 정보, 자료 등을 알려주기도 한다. 또 컴퓨터를 가지고 있지 않아도 컴퓨터를 접할 기회가 많은 사용자나, 컴퓨터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 또는 컴퓨터를 구입하고자 하여 기초 지식을 습득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나름대로의 객관적인 지침을 제공하고 기술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이의 예로는 한국 데이타 통신 주식회사에서 설립하고자하는 PC 사용자 모임과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의 ‘PC 클럽’이 있다.
세번째로는 서로 목적이 유사한 컴퓨터 사용자들 사이에 자치적으로 구성된 동호인 클럽이 있다. 이러한 모임은 관심의 대상이 같고 상호 수준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자연 발생적으로 모여진 형태로서 보다 자발적이며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으며, 어느 정도의 컴퓨터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회원들의 분류가 극히 제한적이고 규모도 작은 실정이다. 그러나 이 모임의 특징은 비교적 작은 규모라 할지라도 매우 적극적이고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으며, 정기적인 정보 교환 및 교류의 수단으로써 전시회 등을 개최하고 있다. 이의 예로는 전국 대학 컴퓨터 서클 연합회로서 ‘UNICOSA’가 있고, 금성전선의 컴퓨터 동호인 모임인 ‘CHIPS’ 등이 있다.
네번째로는 각급 중고등 학교나 기관에서 내부적인 특별 활동의 일환으로 전개하거나 필수 과정으로 설정하여 구성된 컴퓨터 연구 모임이 있다. 이는 주로 교육적인 특성을 지니며 활동의 진전여하에 따라 초보적인 단계 뿐만아니라 매우 우수한 모임을 형성하고 있기도 한다.
사용자의 보호가 최우선의 과제
앞서 살펴본 컴퓨터 사용자 모임중에서 비교적 자발적이면서도 객관적이며 광범위한 사용자층을 대상으로 하는PC 사용자 모임은 두번째와 세번째에 해당하는 사용자 모임이라고 할수 있다.
한국 데이타 통신 주식회사나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주관하고 있는 PC 사용자 모임(이하 PC 클럽이라고 한다)은 비영리적인 단체로서 국내에 컴퓨터 마인드를 확산시켜 컴퓨터 사용 인구의 저변을 확대하고, 컴퓨터 사용자들에게는 더욱 풍부하고 신속하며 객관적인 정보와 자료를 전달해 주는 동시에 사용자 상호간에 교류를 원활히 할 수 있는 방법을 터놓고 있다. 실제로 사용자들의 프로그램이나 자료에 대해 공동의 데이타뱅크를 설치 운영함으로써 컴퓨터 네트워크(LAN)나 상호 기록 매체를 통해 이들과 접촉하거나 자료를 공급받음으로써 다른 회원들의 컴퓨터 활용 방법 및 용도, 프로그램 기술 등을 교환할 수가 있다. 또 수시로 서신이나 전화문의를 통해 컴퓨터 사용중에 제기된 문제나 컴퓨터에 관련되어 궁금한 모든 제반 사항을 해결할 수가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컴퓨터나 주변기기의 고장을 수리하는 데에 필요한 여러가지의 기술적인 자문 및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게다가 회원들에 대해서, 컴퓨터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각종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제품들을 각 생산업체와 긴밀한 협조하에 저렴한 가격으로 할인 판매하며 우편을 통한 판매도 실시하고 있으므로 전국 각지의 사용자에게 최대한의 혜택을 베풀어서 사용자로 하여금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기도 한다.
이와같은 활동외에도 각 PC 클럽들은 매년 정기 수련회 및 기술 강습회를 개최하여 초보자에게는 기초 지식을, 일정한 수준에 도달한 사용자나 프로그래머들에게는 고도의 기술 지식을 제공하고 있다.
한편 전국 대학 컴퓨터 서클 연합회등과 같이 사용자들 사이에 자치적으로 구성, 운영되고 있는 컴퓨터 동호인 클럽은 재정적인 면이나 규모로 볼때 그다지 크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구성 회원들의 적극적이고 열렬한 성의와 노력으로 인해 활발하게 유지 발전하고 있다. 이와같은 동호인 클럽은 위에서 설명한 PC 클럽들과 우호적이고 긴밀한 유대관계를 가지며 서로 정보 교환도 하면서, 나름대로의 설립 목적에 맞게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매년 후원회들의 지원을 받아 전시회나 기술 교류전을 갖고 있으며, 새로운 기술 정보를 상호 교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동호인 클럽의 가입 자격은 극히 제한적이어서 일반 컴퓨터 사용자들에게는 널리 알려 있지가 않다. 이들은 자체내의 발간물을 통해 회원 상호간에 정보를 공유하며, PC 클럽등의 일반 간행물을 통해 각 회원들의 아이디어나 기술 정보를 일반인들에게 널리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같은 PC 클럽들은 나름대로의 문제로 인해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각 생산업체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뒷받침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폭넓은 혜택을 주지 못하고, 때에 따라서는 각사가 기밀을 내세워 기술적인 정보를 알리기 꺼려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정보나 자료가 매우 한정될 수가 있고 편협적인 소재를 취급할 경우가 많다. 그리고 자치적인 사용자 모임들은 재정적인 뒷받침이 미력하기 때문에 보다 광범위한 연구, 기술 보급활동에 제한을 받는다. 따라서 생산업체들은 사용자를 보호하는 것이 시장의 확대를 조성할 수 있다는 인식하에 보다 적극적이고 무조건적인 지원을 해야할 것이다. 게다가 컴퓨터 보급의 확대와 사용 인구의 저변을 늘리는 것이 컴퓨터 산업의 육성과 함께 국내 전반적인 산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으므로 정부기관에서도 아낌없는 지원을 해야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각 생산업체를 비롯하여 정보 전달 매체, 정부 기관, 각 PC 클럽들이 혼연 일체가 되어 사용자 모임을 적극 지원하고, 혜택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국제적인 컴퓨터화 사회에서 우리나라가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가 있으리라고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