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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문화의 기수 워드프로세서 시대가 온다

일반인들이 개인용컴퓨터를 사용하는 목적의 60%가 워드프로세서의 사용에 있다고 하는 통계가 말해주듯이 타자기 대신 워드프로세서의 사용률이 늘고 있다. 과연 워드프로세서는 어떤 것이며 우리에게 어떤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인가?

사실 우리 한국인들의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워드프로세서란 것이 정확하게 어떤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것이 타자기와 같은 기능을 한다는 것과 신기술의 화신으로 여겨지는 컴퓨터와 관련된 것이라는 정도가 컴퓨터에 문외한인 사람들의 생각일 것이다. 사회 전반에 걸쳐 타자기 문화가 성숙된 후에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되는 과정에서 워드프로세서가 등장한 서양의 경우에 비한다면 일부 사람들이나마 워드프로세서를 활용하게 된 우리의 상황도 꽤 빠른 발전이라 볼 수 있겠다. 그러나 보다 많은 사람들이 새롭게 도래하는 이 워드프로세서 문화를 잘 수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타자기는 워드프로세서의 어머니
 

워드프로세서란 영어로 WORD PROCESSOR라고 부르는 소프트웨어(컴퓨터를 조정하여 어떤 일을 처리하는 프로그램)의 한 종류이다. 약자를 만들기 좋아하는 일본인들은 어느새 ‘와프로’라는 조어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을 굳이 우리말로 번역한다면 ‘단어처리기’라는 듣기에 좀 어색한 말이 된다. 이 단어 처리기란 뜻은 무엇인가?
 

인류의 발전 과정에서 인쇄술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는 것도 누구나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인류는 거의 모든 지식들을 종이에 담아 후세에 전했으며 방대한 양의 지식들은 인쇄술의 발달로 인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이런 인쇄술을 직접 이용하기가 매우 어려웠기 때문에 오랜 세월 동안 연필과 같은 필기구가 애용되어 왔다. 그러다가 타자기와 복사기가 발명되어 필기구에 있어서도 큰 변화의 시대가 다가왔다. 복잡하고 비싼 인쇄시설을 이용하지 않고서도 개인적인 ‘출판’사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워드프로세서는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개인용 컴퓨터가 타자기의 역할을 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제작되었다. 즉 워드프로세서의 모체는 타자기였으며 처음에는 완벽하게 타자기를 흉내낼 수 있는 것이 목표였다.
 

현재 대부분의 사무실에서는 타자기를 사용하여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손으로 쓰는 것보다 편리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시간과 노력의 절약을 얻기 위해서일 것이다. 빠른 시간내에 보기 좋게 글씨를 쓸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자기란 기계의 도움으로 깨끗한 글씨의 서류를 보다 더 빨리 작성할 수 있다.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된다. 개인용 컴퓨터를 이용한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하면 기계식으로 글씨를 치는 타자기보다 훨씬 힘이 절약되며, 사람이 입력한 내용이 별도의 기억장치에 저장될 수 있기 때문에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제공한다. 특히 중요한 점은 저장된 정보가 매우 쉽게 다양한 형태로 변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컴퓨터를 이용하여 얻은 특성인데 이점에 대해서는 차차 설명하기로 하자.

 

워드프로세서를 쓰면 무엇이 좋은가?
 

H씨는 20년 가까이 글을 쓰는 일로 생계를 꾸려 왔다. 그런데 몇해 전부터 신통치 않았던 손목이 말썽을 일으켜서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할 목적으로 개인용 컴퓨터를 구입해야 했다. 처음에는 전자식 타자기로 바꿀 것을 생각해 보았으나 워드프로세서가 타자기보다 훨씬 편리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경제적인 부담을 무릅쓰게 된 것이다. 그런데 H씨는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한지 얼마 안되어 워드프로세서 예찬론자가 되어 버렸다.
 

우선 모니터 화면에 나타난 글의 양은 원고지에 쓸수 있는 분량보다 훨씬 많아서 자꾸 원고지를 뒤적거려야 하는 수고를 덜어줄 뿐 아니라 글의 맥락을 파악하기가 수월하다는 것이 H씨가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는 워드프로세서 예찬론의 서두였다. 또 그가 항상 지겹게 여기던 글의 수정이 날아갈듯 쉬워져 한결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H씨의 감탄사는 워드프로세서가 제공하는 정보의 보관성에 이르면 그 절정에 달하게 되는데 그의 기억력의 한계를 워드프로세서가 극복시켜 준다는 이야기다.
 

H씨의 경험은 워드프로세서를 처음 사용해본 기억을 잊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공감을 할만한 것이다. 워드프로세서를 이용하면 얻게 되는 가장 큰 장점은 정보의 저장성이다. 한번 워드프로세서로 저장시킨 내용이라면 언제라도 꺼내서 볼 수 있고 그대로 다시 사용하거나 변형시켜서 사용할 수도 있다. 한 개인이 저장시킬 수 있는 정보의 양에는 한계가 있지만 여러 사람이 만든 정보가 모일 수 있도록 한다면 그 파급 효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다. 예를 들어 성경의 모든 내용을 워드프로세서로 입력시켜 놓았다면 교회의 설교 준비자는 설교문을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하면서 필요한 성경구절을 입력하고 않고 저장한 것에서 읽어 올 수가 있는 것이다. 성경과 같이 일정하여 변하지 않는 내용이 아니라 자주 변하는 통계자료와 같은 내용을 워드프로세서로 읽을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러한 장점은 워드프로세서만의 장점이 아니라 컴퓨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장점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영어사전 또는 백과사전의 내용을 디스크(컴퓨터가 정보를 저장하는데 사용하는 기록매체)에 담아 판매하고 있다. 벌써 몇년 전의 이야기이지만 미국의 한 국민학교에서 ‘나폴레옹이 어떤 사람인지 조사해오라’는 숙제를 학생들에게 내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한 학생이 워드프로세서와 백과사전 디스크를 이용하여 나폴레옹에 대한 자세한 자료를 제출했다. 그 학생은 당연히 A학점을 받았는데 나중에 이러한 사실이 밝혀져 교육방법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다고 한다.
 

정보의 저장성이 워드프로세서를 가치있게 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기는 하지만 워드프로세서가 제공하는 대표적인 기능은 편집기능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워드프로세서의 장점은 이 편집기능인데 사용자가 글을 쓰는 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모든 뒷처리를 해준다. 그러므로 워드프로세서에 대하여 알려면 워드프로세서가 일반적으로 어떤 편집기능들을 제공할 수 있는가부터 알아야 할 것이다.

 

커서의 활용이 기본
 

앞에서도 이야기하였듯이 워드프로세서의 모체는 타자기였다. 그러므로 가장 기본적인 기능들은 타자기가 제공하는 기능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즉 타자기와 비슷한 구조로 된 문자입력장치-키보드(keyboard)를 이용하여 문자를 입력하면 컴퓨터의 모니터 화면에 그 문자가 표시되는 것이다. 그런데 타자기와 다른 점은 커서(cursor)라고 부르는 깜빡이는 문자이다. 이 커서를 나타내는 문자로는 일반적으로 밑줄이 많이 사용된다. 커서는 워드프로세서가 제공하는 편집기능의 촛점이다. 사용자가 키보드로 친 문자는 커서가 있는 곳에 나타난다.

또 모니터 화면에 있는 문자를 지우려면 우선 커서를 그 문자에 갖다 놓아야 한다. 이처럼 워드프로세서의 커서는 연필심과도 같이 문자를 입력하거나 지우거나 변경하는 위치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커서가 워드프로세서의 촛점이므로 이 커서의 움직임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커서를 움직이는 명령이 다양할수록 좋은 워드프로세서다’라고 까지 말할 수 있다. (그림1)은 워드프로세서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커서 이동기능을 보인 것이다. 이것을 자세히 살펴보면 사람은 이런 기능을 스스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림 1) 커서의 이동기능


관용스런 워드프로세서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저지른다. 모짜르트는 한번에 음표 하나 틀리지 않는 작곡을 하였고 ‘이백’은 술 한 모금에 명시를 줄줄 토해냈다고 하지만 우리들은 간단한 편지, 서류 하나를 쓸 때도 잘못을 저지른다. 그래서 타자기 옆에는 항상 화이트라고 부르는 하얀 물감이나 딱딱한 고무가 대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워드프로세서는 펜으로 쓰는 것보다, 타자기로 치는 것보다 더 사람의 실수를 용서해 준다. 편지에 받는 사람의 이름을 잘못썼다면 커서를 이름에 갖다 놓고 올바른 이름을 써넣으면 된다. 필요없는 내용이 들어 갔다면 언제든지 삭제할 수 있고, 잊었거나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항이 발견되었다면 어떤 위치이건 그곳에 삽입시키면 된다. 길게 작성한 논문의 전개 순서를 바꾸는 것도 쉬운 일이며 수십번 사용된 ‘테스트’란 말을 모두 또는 일부분에서만 ‘실험’으로 치환하는 것은 워드프로세서의 기본 기능 중의 하나이다.
 

물론 이런 기능들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러한 기능들이 있음으로해서 사용자가 자질구레한 일에서 해방되고 또 두려움없이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함으로써 얻는 이러한 편리함은 우리들의 습관을 바꾸고 나아가서는 우리들의 생각이나 생활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기본적인 편집기능
 

미국의 ‘지미 카터’ 대통령은 인권외교를 강행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워드프로세서를 이용하여 회고록을 작성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와 같이 미국에서도 워드프로세서가 실용화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더우기 국내의 경우에는 워드프로세서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지만 좋은 워드프로세서라고 부를만한 제품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워드프로세서를 구입하거나 평가할 입장에 처하면 매우 당황스럽게 된다.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가? 이런 상황에 처할 경우를 위해서라도 워드프로세서의 기본적인 편집 기능을 알아두는 것이 좋겠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워드프로세서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커서를 마음대로 이동할수 있는 기능이다. 그러나 이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하기 전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기능들이 많기 때문에 간단한 일람표만으로는 그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그러므로 여기에서는 편집기능의 용어와 그것이 의미하는 기능을 살펴 보기로 하자.

 

■ 블럭 처리 기능

블럭(BLOCK)이란 하나 이상의 글자들로 구성된 덩어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블럭은 이미 작성된 문서를 수정할 때 매우 편리하게 사용된다. (그림2)와 같이 사용자가 지정한 블럭은 다른 곳으로 이동되거나 삭제될 수 있다. 또한 반복되는 내용을 블럭으로 지정하고 블럭복사기능을 이용하면 능률적이다. 보통 블럭은 다른 글자들과 구분하기 쉽게 다른 색으로 표시하거나(컬러 모니터 사용시) 더 밝게 표시한다.

 

(그림 2)블럭 처리 기능

(그림 3) 워드프로세서의 화면 커서 이동의 여러가지 기능목록을 보인 예


■ 삽입과 삭제

우리가 펜으로 글을 쓸 때는 글자의 삽입과 삭제란 작업이 머릿속에서만 이루어지고 종이 위에서는 화살표나 X표가 그것을 대신했다. 그러나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하면 컴퓨터의 모니터에 당신이 상상한 작업이 그대로 나타난다. 당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표현은 X표로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라지며 나중에 삽입시킨 문구는 빈칸 사이에 비집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자리를 정확하게 차지하게 된다. 이러한 삽입과 삭제기능은 자주 사용되기 때문에 글자, 단어, 행, 블럭과 같은 단위로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 검색과 치환

검색과 치환은 펜으로 글을 쓸 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기능으로서 워드프로세서를 빛나게 해주는 기능중의 하나이다. 가령 긴 보고서를 작성하고 나서 검토해보니 5월이 4월로 잘못되어 있었다. 이런 경우 타자기로 보고서를 작성하였다면 긴 보고서를 뒤적이며 4월을 모두 찾아 표시한 다음 다시 타자하면서 5월로 고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워드프로세서에서는 키를 몇번만 눌러서 ‘4월’이란 단어를 찾아 모두 ‘5월’로 고치도록 할 수 있고 혹은 일부의 ‘4월’만 골라 ‘5월’로 치환할 수도 있다.

 

■ 서식기능

서식기능이란 사용자가 입력한 글자들을 일정한 규칙에 의해서 정돈시킨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한 행은 몇 자의 글자들로 구성될 것인가? 한 페이지는 몇 행까지 표시할 것인가? 등과 같은 규칙에 의해서 최종적으로 만들어질 문서의 형태를 보다 멋지게 만드는 것이 이 기능의 목적이다. 따라서 이 서식기능의 종류는 매우 많고 다양하다. 대표적인 서식기능으로는 삽입과 삭제가 일어나도 행의 폭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정열(align)기능, 페이지의 상단과 하단에 일정한 단어나 페이지 번호를 표시해주는 기능, 프린터를 조정하여 글자체를 바꾸거나 변형시키는 기능 등이다.

 

워드프로세서는 미완성 작품
 

연필이 처음 발명되었을 때는 지금과 같이 나무에 흑연심을 박아 넣은 형태는 아니었고 목탄과 같은 형태를 하고 있어서 사용하기가 매우 불편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우개와 같은 부가적인 사용품도 없었을 것이다. 최근에는 샤프가 발명되어 연필을 대체해가고 있지만 아직은 부족한 점도 많다. 워드프로세서도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얼마 안되는 제품으로서 아직은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때때로 펜과 종이가 그리워질 때가 많다. 펜으로 쓸 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던 화학공식이나 미적분 기호가 워드프로세서에서 입력이 되지 않을 때, 그림을 마음대로 그릴 수 없을 때, 애써 입력했던 글이 정전으로 순식간에 날라가 버렸을 때, 모니터 화면을 들여다 보느라고 눈이 피곤할 때는 왜 비싼 기계에 시간을 들여가면서 워드프로세서 사용법을 배웠는지 후회할 때도 있다.
 

연필에서 샤프가 바로 나올 수 없었듯이 이러한 문제점들이 해결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하지 않고 기다려야 할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여러분도 곧 직장에서 학교에서 워드프로세서를 보게 될 것이고 사용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여러분들도 워드프로세서의 편리함과 불편함을 모두 겪게 될 것이고 좋은 샤프심을 찾듯이 좋은 워드프로세서를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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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김연성 컴퓨터전문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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