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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인간은 빈약한 체격에 커다란 두뇌를 가진 ET의 모습일 지도 모른다.

원숭이와 같은 조상에서 진화해온 인류의 미래 모습은 어떻게 생겼을까? 어린애같이 빈약한 체격에 머리만 큰 'ET'의 주인공이 떠오를지 모른다. 그러나 공상과학을 넘어서 인류 진화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선 우선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4백만년 전의 인류 조상

인간의 사촌뻘이라는 영장류의 조상이 인간의 조상으로부터 갈려나간 것은 매우 오래 전의 일이다. 오랑우탄 고릴라 침팬지의 선조가 인간의 조상과 진화의 길을 달리한 것은 대략 각각 1천6백만년 9백50만년 7백만년 전이다.

가장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인류의 최고 조상이 지구상에 출현한 것은 4백만년 전. 이디오피아에서 발견된 '오스트랄로 피테쿠스'의 화석에서 알아낸 인류조상의 가장 큰 특징은 두 발로 섰다는것이다. 체중은 25~30㎏이며 성인 남성은 여성보다 거의 2배나 컸다. 뇌의 크기는 고릴라 정도인데 전체적인 모습도 고릴라의 숫컷과 비슷했다. 팔은 길어 하체에 닿을 정도였으며 손가락이 발달해 오늘날의 침팬지보다 정확한 동작이 가능했다. 또 송곳니가 침팬지보다 작고 약한 것으로 볼 때 이때 이미 공격무기로서 송곳니는 포기하고 도구를 썼던 것으로 보인다.

다음에 주목할 만한 인류의 조상은 1백60만년 전에 등장한 '호모 에렉투스', 비교적 큰 두되(용량 8백㏄)를 가졌고 지구상에 널리 분포했다는 특징을 갖는다.

돌도끼를 만들고 일부는 불을 사용하기도 했던 이들은 1백만년 전에는 아프리카에서 아시에까지 번창했으나 30만년 전에는 두 대륙에서 모두 자취를 감추었다.

인류학자들이 가장 흥미있어 하는 시기는 약 4만5천년 전이다. 이때를 기점으로 네안데르탈인 등 고대적 '호모사피엔스'가 현대적 '호모 사피엔스로'로 바뀐다. 네안데르탈인과 동시대인의 가장 큰 특징은 현대인보다 우락부락하게 생겼다는 것. 골격 근육도 크고 강건했으며 큰 이빨은 동물의 가죽을 씹어 마모되어 있었다. 이렇게 덩지가 컸기 때문에 임신 기간은 현대인 보다 2달이긴 11개월이었으며 출산이 편한 골반 구조를 가졌다.
 

'호모 에렉투스'의 화석


인류 진화의 발자취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다른 생물에 비해 의식적인 삶을 영위하는 인간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인류 진화의 과정과 현재의 생활양식에 비추어 볼 때 인간의 대뇌가 커질 것은 분명하다. 또 육체적 활동의 감소에 따라 근육과 함께 신체는 연약해질 것이다. 또 두뇌의 뼈가 점차 얇아지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으며, 문명생활과 함께 눈은 근시가 되고 이빨은 감소할 것이다.

이빨의 문제는 인류 진화에 종종 등장한 것. 고등 영장류의 이빨은 32개가 보통이다. 그러나 인류의 일부 특히 일본인 등에서는 사랑니가 나지않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오스트랄로 피테쿠스'단계에서는 어금니 중 사랑니가 가장 컸다고 한다. 또 하나의 추세는 이빨 자체의 크기와 함께 위 아래 턱뼈가 작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현대인이 단단한 것을 씹지 않게 되어서 만이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인류가 진화함에 따라 후두의 위치가 점차 내려왔다는 점이다. 후두의 위치는 언어 구사 능력과 직결된다. 깨끗한 음성을 순간적으로 바꾸는 것이 현대인의 큰 특징이라면 후두가 높은 원시인들은 갓난아기처럼 불분명한 발음 밖에 못했다(현대인의 갓난아기도 후두가 높아 젖을 먹으면서 호흡이 가능하다.)

손의 형태가 우리와 큰 차이없는 네안데르탈인이 만든 석기는 대단치는 않지만 제작공정이 몇 단계로나뉘어 있어 원리적으로 빼어나다. 약점은 끝 마무리가 시원치 않다는 점. 어떤 학자는 그 원인이 언어가 발달하지 않아 적절한 조언과 비평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인류의 진화에서 언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결정적으로 벌어지게 한 것이 바로 정보의 전달기관이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언어의 사용은 마치 다른 사람의 두뇌를 빌어오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동물들이 보기에 인간의 가장 우스꽝스런 모습은 두 발로 걷는 것이리라. 사실 걷는 것에 관한 한 직립보행처럼 넌센스도 없다는 의견도 있다. 애초에 네 발로 걷는 동물들은 내장이 등에서 배쪽으로 늘어져 있어 부담이 없는데 비해 직립 인간의 경우는 밑으로 쏠려 내장을 받치는 조직이 강해지지 않으면 안된다. 요통과 치질 등은 이간이 직립에 적응하지 못한 증거이다. 뒤집어 말하면 인간의 생활이 직립에 적합하지 않게 변화했다고 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농경시대만 해도 인간은 쉴 새 없이 허리를 굽혀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립은 인간에게 귀중한 선물을 주었다. 손을 자유롭게 만든 것이다. 인간은 손으로 도구를 만들고 환경에 노동을 가할 수 있게 되었다. 또 땅으로부터 손의 해방은 두뇌의 발달에 기여했다. 손의 감각이 예민해지면서 뇌의 감각부위와 운동부위가 자극되었고, 물건을 만드는 데는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게 되었다. 아울러 직립은 눈의 위치를 높여줘 시계를 넓히는 데 기여했다.
 

진화론이 처음 발표됐을 때 다 윈을 혹평하기 위해 그려진 캐리커쳐


발가락 3개의 미래인류

지금까지 알아본 인류 진화의 방향은 장기적으로 볼 때 미래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인체 부위별로 그 양상을 예측해 보자. 우선 귓바퀴는 더욱 퇴화할 것이다. 이미 인간의 귓바퀴는 크지도 움직이지도 않는다. 자연계의 먹이경쟁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한 인간에게 작은 소리를 되도록 크게 들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얼굴의 표정은 더욱 풍부해질 것이다. 원숭이도 고등한 종류일수록 얼굴에 털이 없는 것은 표정을 보이기 위해서라는 설도 있다. 그러나 털이 없어지는 것이 진화의 방향이라고 해서 미래의 인류가 모두 대머리가 될 것이라는 속단은 금물이다. 인간의 머리털은 동물에 비해 밀도가 높아 쉽사리 대머리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은 원시의 눈을 갖고 태어난다. 그렇지만 문명사회는 문자의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문자를 보지않고는 하루도 살아갈 수가 없다. 게다가 대부분의 일은 눈 앞에서 하는 것들이다. 여기서 미래의 인간이 근시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이 과정은 안경이 '제 2의 눈'이 됨에 따라 가속될 것이다.

손가락이 지금보다 섬세하게 진화될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발가락의 퇴화는 더욱 진척될 것이다. 이때 엄지와 새끼 발가락이 땅을 딪는데 중요하기 때문에 가운데 세 개의 발가락이 하나로 될 확률이 크다.

다리가 길어지는 것은 포유류의 진화방향이다. 따라서 인간의 다리가 길어져 키가 커질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우리몸의 내장 기관은 성능좋은 엔진처럼 호흡으로 흡수한 산소를 최대의 효율로 소비하도록 발달될 것이다. 호흡량의 증가를 위해 횡격막의 활동이 보다 쉬어질것도 예상할 수 있다.

이상의 것은 물론 예측에 불과하다. '불과' 4만5천년 전에 있었던 현생인류의 진화의 마지막 단계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형편에 수 백만년 후에 나타날 진화의 모습을 예측하는 것은 무리일 지 모른다. 게다가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자연선택의 압력을 피하는 문화적 방벽을 갖고 있다. 한정된 범위에서는 인위적 진화가 가능한 것이다.

예컨대 뇌의 크기는 출산시 골반의 크기에 의해 제한되는데 제왕절개의 광범한 보급에 의해 뇌가 멋대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노화연구에 의한 수명 연장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금까지 종의 멸종은 자연환경 보다는 여러 종 사이의 세력관계에 의해 결정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오늘날 인간은 환경의 변화에 육체적 변화가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다. 여기서 진화의 단절 즉 인류 멸망을 예언하는 사람도 있다.

어차피 태양이 거성이 돼 지구가 녹아버리는 50억년 후에는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지 않는 한 인류는 멸망한다. 과거를 돌아보아도 진화의 역사는 멸종의 역사라고 할만큼 많은 생물이 사라져 갔다. 미국의 진화학자 '심프슨'은 "종의 99%는 절멸했다. 인류가 생존하느냐 멸망하느냐는 1:99의 도박이다"라고 단언했다. 과연 인류 진화의 미래는 이처럼 어두울까?
 

인간이 태아. 제왕절개의 보편화는 뇌 크기 대형화를 초래
 

1987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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