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업무 영역의 최고책임자 자리에 창의성 바람이 일고 있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운영책임자(COO),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등에 이어 ‘최고창의성책임자’(CCO: Chief Creative Officer)의 시대가 열렸기 때문. 월트디즈니가 인수한 애니메이션 기업 픽사의 존 라세터 부사장을 필두로 시작된 CCO의 영역은 이제 제조업계까지 확장되고 있다. 노키아의 ‘히트 제조기’로 불리는 일요 노이보 부사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도 제조업계의 이름난 CCO다. 일본 닛산자동차가 4월 1일자로 나카무라 시로 수석 부사장을 CCO로 임명했다. 이제 기업 경쟁력의 뿌리가 창의성에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어른들은 흔히 나이가 들면서 ‘머리가 굳는다’는 말을 한다. 사고가 유연하지 않고 기존 사고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창의적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더더욱 찾기 힘들다. 왜 그럴까. 학교교육과정 속에 단골로 등장한 창의성 이론대로라면 우리도 이제 어느 정도 창의적이어야 할 텐데 말이다.
‘상상력은 지식보다 중요하다’고 한 아인슈타인을 창의적 과학자로 부르면서 자신을 창의적이라고 표현하는데 주저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 있다. 바싹 말라버린 스펀지가 물을 머금어 말랑말랑해지듯 수 십 년간 경직됐던 사고의 틀이 부서지면서 새롭게 조립되는 느낌을 찾을 수 있는 곳이다. ‘보통 것과 매우 다르다’란 뜻을 갖는 ‘별난’ 이름을 갖고 있는 별난 물건 박물관. 2005년 1월 문을 열어 지금까지 다녀간 관람객이 17만 명을 넘으면서 입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도대체 그곳에 가면 무엇이 그리도 별나단 말인가.
‘별박’ 즐기는 법
박물관에 즐비한 대형 전시물과 부피감 있는 쇼케이스에 익숙한 사람들이 별난 박물관에 들어서면 조금 낙담할 수도 있다. 어찌 보면 어린이 방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장난감나라 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망은 잠시뿐, 곧 두 눈을 휘둥그레 돌리며 “이것 좀 봐~” “와! 이거 왜 이렇게 돼?”하며 한순간에 전시물에 빠져들게 된다. 그럼 이제 별난 박물관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노하우를 소개한다.
① 실컷 가지고 놀아보자!
전시관에는 300점 남짓한 별난 물건들이 있다. 90% 이상은 직접 만질 수 있는 것들이다. 이곳에선 수업시간에 질문하라면 다들 고개를 숙이는 학생처럼 얌전을 떨 필요가 없다. 주저하지 말고 바로 전시물을 손에 들고 만져보라. 팔짱을 끼고 그냥 전시물을 바라보며 “응~”하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
② 엉뚱하게 생각하자!
비 오는 날이면 우산과 가방을 챙기느라 번거로운 사람들을 위해 손잡이를 어깨에 거는 우산이 있다. 무언가 잘라먹고 싶을 때 수저 밖에 없다면 어떻게 할까. 전시장에는 이처럼 엉뚱한 사고로 탄생한 물건들이 많다. 하지만 전시물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말자. 우리 생각도 덧붙여보자. “나 같으면 가방을 메고, 손잡이를 허리 부분에 감쌀텐데…”
③ 즐거운 고민 “왜?”와 “어떻게?”
어린이는 “왜”를 입에 달고 다닌다. 이때 힘들어도 꾹 참고 설명을 해준 부모나 선생님이 있었던 행운아는 ‘왜’를 넘어서 ‘어떻게’의 세계로 진입할 수 있다. 사실 ‘왜’에 바로 대답할 수 있는 과학자는 그리 많지 않다. 과학자들은 ‘어떻게’의 세상에 살고 있을 뿐이다. 이제 별난 물건을 보고 ‘왜’라고 묻지 말고 “어떻게 이렇게 될까?”라고 물어보자.
별난 물건 박물관 베스트
일석 삼조 가위
김이나 파를 길게 조각내야 할 때 ‘언제 이걸 다 자를까?’하며 한숨이 나온다. 이럴 때 바로 ‘한 번에 세 조각내는’ 일석삼조의 가위를 집어 들면 된다.
춤추는 물방울
손바닥에 물을 묻히고 손잡이를 문지르면 청동대야에서 물방울이 튀어 오른다. 손으로 문지르는 진동이 대야의 고유진동수와 일치하면서 공명이 일어나 물에 에너지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와인 잔 둘레를 물뭍은 손으로 문지르면 와인잔 표면에 포도주 방울이 튀는 것도 같은 현상이다.
공은 어디로 가나?
레일 형태의 길을 만들어 공이 굴러가도록 만든 기계 장치다. 미국의 제프리 자크만이 만든 과학과 예술의 합작품이다. 만져보지 못해도 즐거운 전시품이다. 이 작품을 보고 나만의 공굴리기 작품을 그려보는 것은 어떨까.
균형잡는 삐에로
삐에로가 양쪽에 무거운 공을 단 긴 막대를 들고 있다. 균형은 커녕 들고 있기도 어려워 보이는데 넘어지지 않는다. 도대체 막대를 들고 있는 삐에로의 무게 중심은 어디에 있을까? 이리저리 움직여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기침하는 재떨이와 말하는 변기
담뱃재를 터는 순간 ‘콜록콜록’ 기침소리가 나는 재떨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무심코 나오는데 뒤에서 ‘손 씻어’하고 호통을 치는 변기가 있다면 어떨까. 이것은 금연에 실패하는 아버지와 손 씻는 것을 늘 깜박하는 아이들을 위한 전시물이다.
천둥소리 제조기
원통을 잡고 흔들거나 뚫린 입구를 손바닥으로 치면 한여름 ‘우르르 쾅’하는 천둥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바로 원통에 매달린 용수철의 진동이 원통의 고유진동수와 공명을 일으켜 크게 들리기 때문이다.
손잡이 장화
장화는 비올 때 움푹 파인 웅덩이를 지날 때 좋다. 하지만 장화를 신고 벗는 것은 귀찮은 일이다. 하지만 ‘손잡이 장화’는 옆에 달린 손잡이를 잡고 발을 넣어 두 손으로 쑥 당기기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