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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탐지기에서 DNA식별법까지 현대의 과학수사

DNA 지문은 혈액 정액 머리카락 등의 세포속에 있기 때문에 아주 적은 양이라도 분석이 가능하다.

유전자지문으로 무죄확인

"Dawn Ashworth 라는 15세 소녀가 영국 동부 마을에서 강간당한 후 목이 졸린 시체로 발견되었다. 경찰은 며칠 지나지 않아 17세의 소년을 살해혐의로 체포, 구속했다. 그러나 3개월 뒤 이 소년은 무죄임이 증명되어 석방되었다.

경찰에서는 어떻게 이 소년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었는가? 그것은 현장에서 나온 유전자 지문(DNA finger-print)대조에 의해서 가능했다."
이것은 금년 1월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에 실렸던 기사의 일부분이다. 이 기사를 보면 유전자지문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나온다. 생물학에서나 볼 수 있었던 DNA가 범죄수사에 이용되기에 이른 것이다.

오늘날은 변화하는 사회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범죄의 내용과 유형이 질적으로 변하고 있다. 완전 범죄에 가까울 만큼의 치밀함, 발달된 기기를 이용한 감쪽같은 문서위조 등 과거의 수사방법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사건들이 도처에서 속출한다.

이에 따라 수사에도 발달된 과학장비 및 분석법의 도입에 따른 과학화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수사의 과학화는 사건을 빨리 해결할 수 있다는 측면뿐만 아니라 그릇된 용의자 단정으로 빚게 되는 인권침해를 최소화한다면 면에서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실제 우리 사회에 있어 경찰이 비과학적인 심증수사로 용의자를 가려내어 그 심증을 굳히기 위해 고문을 동반, 물의를 빚었던 예가 적지 않았다. 최근에 있었던 서울대생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도 그 대표적인 실례라 하겠다.

범죄수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범인을 객관적으로 증명해줄 수 있는 증거에 대한 감정이다. 형법에 나타난 증거재판주의는 객관적이고 엄정한 증거없이는 범인으로 판정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법의학의 세계

일반적으로 과학수사는 범인 및 범죄사실을 확증하고 재판에 유익한 증거를 수집하는 모든 것을 이른다고 할 수 있다. 이에는 가장 기본이 되는 것으로 법의학을 들 수 있고, 이밖에 지문감정 필적감정 성문수사 거짓말탐지기시험 등이 포함된다.

먼저 법의학이란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는 치료의학과는 달리 인간의 권리를 존중하는 의학으로 사회질서유지와 인권옹호에 이바지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다.

모든 변사체의 검시를 통해 사인을 밝히고, 범죄현장에 있는 개인식별증거물로 혈흔 치흔 지문 모발 침 정액 등에 대한 감정을 하는 것이 법의학분야이다.

검시는 시체의 외표검사만으로 사인을 추정하는 검안과 직접 사체내부를 조사하는 부검으로 나누는데 이러한 검시를 통해 사망의 종류 사인 사후경과시간 치사방법 사용흉기나 독물 등을 규명함으로써 범죄에 대한 강력한 증거를 제공하게 된다.

사망시간은 시반(屍斑, 사체 피부에 나타나는 혈액에 의한 얼룩점)의 진행 정도나 시체가 굳어지는 시체경직(屍剛)체온의 냉각 부패의 진행 등을 통해 추정하게 된다. 시반의 경우 사후 30분~1시간부터 점으로 나타나기 시작해 시간 경과와 더불어 점점 커져서 4~5시간이 지나면 큰 반점을 형성하게 된다.

시체에 나타난 상처를 보면 그것이 둔기(돌 망치 삽 각목 주먹 등)에 의한 것인지 예기(칼 송곳 도끼 등)나 총기에 의한 것인지는 물론 흉기의 작용방향 각도 가격횟수 피해 당시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습관(왼손잡이)등을 알아낼 수 있는데 이러한 조사에서는 전문적인 기술이 요구된다.

개인식별 증거물에 대한 법의학적 감정의 대표적인 것으로, 혈흔과 치흔에 대한 감정, 모발과 체액에 대한 감정이 있다.

혈흔과 치흔은 범인을 추적하는데 있어 중요한 단서를 부여해주는 증거물. 혈흔은 범죄현장에서 피해자 혹은 가해자의 피가 주위의 물체에 부착, 응고된 것을 말한다. 범행현장에서 혈흔을 채취한 후 우선 진짜 피자국인지를 구별하고 사람의 혈흔인가, 동물의 혈흔인가를 가려낸 다음 A·B·O·AB형으로 분류한다.

혈액형이 판정되면 이것이 피해자의 것인지 용의자의 것인지를 알아낸다. 이때 혈액형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범인으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 혈액은 이외에도 그 모양으로 범행당시의 상황을 추정할 수 있다. 혈흔이 원형이고 주위에 돌기가 있으면 이 피는 피해자나 가해자의 몸에서 60cm이상의 높이에서 직각으로 떨어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혈액내 염색체로 성별 판별도 가능하다. 치흔 역시 범인 추적에 빼놓을수없는 증거물이다. 치열이 사람마다 달라 피해자의 몸에서 치흔이 정확하게 감정이 되면 지문과 같이 결정적인 단서가 될수 있기 때문이다.

지문수사가 강화되자 범행현장에서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해 범인들이 주의를 기울이므로 모발이나 타액 뇨 정액 증거물로서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연적으로 모발이 빠지는데 성인이라면 보통 하루에 15~20개가 빠진다고 한다. 모발은 정신이 극도로 긴장하면 빠지는 숫자가 늘기 때문에 범행현장에는 심리적으로 긴장된 범인의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머리카락으로 남녀를 구별하고 혈액형을 판별하여 머리를 깎은 후 어느 정도의 시간이 경과했는가 등을 알 수 있다. 또한 모발은 개인적으로 구조가 틀리기 때문에 용의자를 가려낼 수 있다.

강간사건에서 발견되는 정액과 정자등도 범인추적에 유효한 단서가 된다. 정액속에는 모발·타액처럼 그 속에 혈액형물질이 들어 있기 때문에 용의자 색출이 용이하다.

법의학에서 다루는 이같은 내용으로 범죄현장의 초동수사과정에서 그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문자동식별시스템
 

지문을 수집, 분류, 보관하고 감정하는 치안본부 감식과


개인식별에 가장 널리 쓰였던 것이 지문,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주민등록신고제로 개인의 모든 지문이 기록보존되어 있어 범죄현장에 남겨진 지문감정으로 사체의 식별은 물론 범인추적이 아주 용이하다.

그러나 이런 수사망을 뚫기 위해 범인은 거의 현장에 지문을 남기지 않는다. 남더라도 희미하거나 증거로서의 가치가 희박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과학수사장비중에서도 제일 발달한 것이 지문감정에 사용되는 기기이다.

최근 등장한 '지문자동식별시스팀'이라는 지문감정기는 컴퓨터를 이용하여 현장에 남은 희미한 지문을 완전한 상태로 복원, 기록된 지문과 대조하여 범인 색출을 가능하도록 한다. 즉, 현장에서 얻은 지문을 지문주사기(走査器)라는 장치로 3초내에 독파, 지문에 대한 골과 이랑의 특성을 수치화해 컴퓨터에 입력하면 내부 프로그램으로 이 특징을 조합하여 지문을 원형에 가깝게 복원할 수 있다. 그러면 입력되어 있는 다른 지문과 대조, 범인의 지문을 색출하게 된다.

지문감정법 다음으로 실용화된 것이 필적감정법이다. 유괴사건에 나오는 협박편지나 문서위조사건에 유효한 수사방법인 필적감정은 문자에 나타나는 개인적인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글자를 드럼스캐너라 불리는 농도측정기에 부착, 글자 형태와 필압 등을 측정해 컴퓨터로 수치화한다.

컴퓨터 모니터상에 나타나는 글자는 스캐너에 의해 일정 농도 이상의 부분만이 판독되어 나타난 것이므로 글자의 시작점, 끝점, 곡선의 특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한편 수치화된 데이타는 기록되어 있는 글자와 비교, 범인의 것인지를 판명하게 된다. 그런데 글자를 교묘히 흉내내어 쓸 경우 형태비교로 범인색출은 불가능하다. 이에 부가되는 것이 필압측정이다.

필압측정은 글자선의 농도를 16단계로 나누어 글자에 나타나는 압력을 수치화해서 특성을 비교하는 방법이다. 모방하여 쓴 글자는 어떤 부분에서는 필압이 부자연스럽기 때문에 모방여부판단이 가능하다. 컴퓨터의 발전으로 글자판독은 정확하고 쉬워졌으며, 최근 레이저광선을 이용하여 연필외에 볼펜이나 만년필 등의 경우도 필압측정이 가능해졌다.

많은 이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독극물 협박사건수사에 등장,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성문(聲紋)수사도 과학수사의 좋은 예. 지문이 사람마다 같지 않고 변하지 않듯이 목소리도 변성기 이후에는 개인의 독특한 특징을 나타내어 타인과 구별이 가능하다. 이렇게 목소리로 범인을 가려내는 것이 성문수사이다.

목소리는 음파로 구성되며 이 음파는 사람마다 독특한 해당 주파수의 에너지만큼 특수용지를 태워 지문처럼 판독할 수 있는 목소리의 무늬를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만든 성문은 음성분석기를 통해 분석해 모음부분의 주파수, 음성기관의 공명시간, 발음지속시간, 자음의 주파수 분포 등의 특성을 구성요소별로 파악하여 범인에 관한 정보를 수집한다.

미국 일본 등에서는 성문수사가 고도로 발달돼 범인의 목소리만으로 나이 키 출신지방 치아의 특징 등을 가려낼 뿐만 아니라 전과자의 성문을 지문처럼 필름으로 보관해 중요한 수사자료로 활용하고 있으면 복수용의자중 진범을 찾아내는 확률은 1백%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84년에 '디지틀 소니그라프 7800'이 도입돼, 성문수사를 실시하고 있으나 우리말 음성분석에 관한 기초자료 등의 부족으로 본격적인 성문수사시대로 접어드는 데는 시간이 걸릴 듯 하다.

거짓말탐지기는 믿을 수 있나
 

거짓말탐지기의 사용장면


흔히 과학수사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거짓말탐지기를 생각한다.

거짓말탐지기(ploygraph)는 검사자의 질문에 대해 피검사자가 대답할 때 혈압, 호흡, 발간도가 어떻게 변하는가를 보는 것이다. 이 기계작동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서 작성이다. 질문에는 범죄와 직접 관련한 직접질문과 범죄를 캐기 위한 조절된 질문으로 양분된다. 예를 들면 직접 질문은 "당신은 11월에 발생한 A은행 무장강도에 가담했는가?" 와 같은 것이고, 반면에 "지난 20년간 물건을 훔친 적이 있는가?" 라는 것 등이 조절된 질문이다.

피검사자는 직접질문에 대한 반응은 약하나 조절된 질문에는 "아니오"라는 답을 내기까지 반응도가 높게 나타난다. 두 질문에 대한 반응의 차이가 클 때 피검사자는 범인이 된다. 거짓말탐지기의 정확도는 87.2~96.2%로 보는가 하면 64~71%로 보는 이들도 있는데 이는 거짓말탐지기의 반응이 질문서 작성의 과학성에 크게 의존하고 피검사자의 심리적 불안과 죄의식을 구별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경우 박상은양살인사건 용의자에 대한 거짓말탐지기상의 증거를 법원에서 받아들이지 않은 예가 있었다.

개인식별로 앞으로 유용하게 쓰일 판별법은 앞에서 나온 DNA 지문식별법, 유전자의 특성은 손가락의 지문처럼 각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유전자지문이라 불린다. DNA지문은 범인을 찾는 실마리가 되는 혈액 정액 미라카락 등의 세포속에 있기 때문에 아주 적은 양이라도 분석이 가능하므로 쉽게 활용할 수 있다.

DNA지문은 특히 강간사건을 해결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강간사건수사는 정액만으로 강간범을 찾아내는 것이어서 큰 어려움이 따랐다. 그러나 DNA지문은 혈액이나 정액으로나 똑같이 나오므로 피해자의 몸이나 옷에서 채취한 혈액 혹은 정액만 있으면 그의 DNA지문을 밝혀낼 수 있고, 용의자의 혈액이나 정액을 이용해 밝힌 DNA지문과 비교해 강간범을 족집게처럼 잡아낼 수 있는 것이다.

DNA지문의 검사결과는 방사선 필름에 슈퍼마킷에서 계산하기 위해 사용되는 상품포장지의 막대기호(바코드)처럼 나타나며, 검사절차는 혈액이나 정액의 흔적을 찾아 용해시킨 뒤 DNA를 작은 조각으로 부숴 전기영동법으로 재배열 시키는 순서로 되어 있다. 이 DNA지문식별법은 2주간의 검사기일만 단축되면 그 정확성으로 범죄수사에서 각광받을 전망이다.

이밖에도 교통사고 도주차량을 도로에 떨어진 페인트조각을 조사, 차종 및 차량번호를 알아낸다든지 총기의 라이플 마크를 이용, 사건에 사용된 총기의 주인을 밝히는 방법 등은 현대과학수사의 주요한 예들이다.
 

각종총기의 형식 구조 성능 발사흔을 감정하는 총기감정실


국내 과학수사의 현주소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경찰의 무분별한 심증수사 등이 물의를 빚어 경찰수사 과정에서 일어나는 인권유린을 지탄하고 엄격한 인권보호에 바탕을 둔 과학수사에의 요구가 높아지고있다. 현재 국내 과학수사의 실태는 어떠한가를 알아본다.

사건이 일어날 경우 제일 먼저 출동하는 곳은 관할파출소나 경찰서다. 현장에서 변사체가 발견될 경우 국내에서는 검사의 책임하에 검시가 이루어진다. 한편 현장에서 채취된 증거물들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치안본부의 감식계, 전산처리연구소 등으로 보내져 감정을 받게 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치안본부 감식과가 국내 과학수사의 첨병인 셈이다.

55년 설립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전국의 수사기관이나 병원으로부터 의뢰되는 각종 범죄증거물의 감정 및 범죄수사에 관한 과학적 연구를 주임무로 한다. 연구소는 법의학과와 이화학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역할은 다음과 같다. 법의학과에서는 의학적 지식을 법률문제 해결에 적용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데 각종 변사체를 검안, 부검하여 사인을 규명해내고 자살·타살을 감별하여 범죄현장에 유류된 각종 증거물을 감정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대체로 부검검사 조직검사 혈청검사 범죄심리연구 형사사진 등의 업무를 감당하며, 특히 혈청검사실에서는 피 머리털 침 정액 인체분비물 및 배설물 등을 검사대상으로 하여 일선수사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범죄심리학실에서는 범죄의 현상과 형태 및 원인조사연구와 공술심리를 실험·연구하여 방범효과도 동시에 노리며 더구나 사회적 관심으로 집중되고 있는 청소년비행문제 해결의 역할도 감단하고 있다.

한편, 이화학과에서는 물리 화학을 응용, 법률문제를 해경하는 업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주로 범죄사건에 따르는 각종 증거물인 부정의약품 부정음식물, 마약 환각에 체내독물의 분석과 각종 음료 어포류 등을 정밀분석하는 외에 총기인 총포류와 폭발물을 검사한다. 위조·변조문서감정 등도 이화학과의 주요업무.

치안본부 감식과는 1910년 조선총독부 지문계를 전신으로 하는 국내과학수사의 모태가 되는 곳이다. 3천4백10만 장의 지문을 비롯 방대한 수사자료를 컴퓨터에 입력, 이들 자료를 토대로 전과 및 신원조회, 몽타주작성 등 각종 범죄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곳이 감식과이다.
신원이 안밝혀진채 변사체로 발견되는 인구는 1년에 2천5백명에 이르는데 이들에 대한 신원을 밝히는 일이 감식과의 주요한 업무이다. 보관된 지문 대조로 시체의 신원을 확인하는 외에도 주민증위조, 운전면허증위조도 밝혀낸다. 또한 최신장비를 이용해, 화재시의 소사자 신원확인도 하고 있다. 84년 현재, 지문자료를 활용해 연간 4천여만건을 처리하고 있다.

이외에도 육군과학수사연구소, 부산법의감정위원회가 있어 국내 범죄수사를 막후에서 지원하고 있다.

한편, 행정을 담당하는 치안본부에서는 국내수사의 과학화를 서두르고 있는데 이는 점점 늘어나는 범죄숫자와 대형화·치밀해가는 현상에 대한 대책이라고 여겨진다.

78년 거짓말탐지기를 처음 2대 도입한 이래 현재는 대검 중앙수사부에 3대, 부산·대구·광주·대전·춘천지점에 1대씩 모두 8대를 설치, 용의자심문을 과학화한 것을 비롯해 85년에는 치안본부에 레이저지문검출기를 새로 도입했다. 1억원의 예산을 들여 도입한 레이저지문검출기는 구리기화물을 활용해 인체에서 분비된 아미노산이나 리보플라신 등과 같은 형광물질의 분비물들을 반사하도록 해 지문을 채취, 즉석 폴라로이도 사진을 현상하듯 2분만에 지문을 채취할 수 있는 기기.

이밖에 우리가 쓰고있는 과학수사장비로는 80년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레이저광선을 이용해 범인의 지문을 먼곳까지보내는 레이저지문전송기와 이불 융단등을 밟았을 때 그곳에 남아있는 정전기를 통해 범인의 족적을 채취하는 정전기 족흔채취기가 있다.

이런 식별장치외에도 범인의 현장체포를 강화하기 위해 KDT 480 장치 및 컴퓨터에 대한 대범죄지령시스템이 도입되기도 하였다.

KDT 480장치는 일선형사들과 경찰본부의 범죄자료 터미널을 무선으로 연결, 범인여부를 수초내에 확인할수 있는 수사장비. 84년 가을부터 실용화되고 있는 이 장치는 경찰차에 부착되어 있어 타자기 자판과 같은 키보드를 두드리면 알고자 하는 사람의 신상명세서 운전면허 등이 CRT화면에 응답되는 것으로 원격범의 검거에 용이한 장치이다.

우리나라 과학수사의 문제점

이렇듯 국내에서도 값비싼 외국 장비를 구입하고 컴퓨터화를 진행시키며 과학수사의 다각적인 활용을 모색하도 있으나 몇가지 문제점을 안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방면의 전문가인 문국진교수(고려대의대·법의학)의 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과학수사의 제도적 보장의 결여이다. 검시의 경우 외국에서는 검시관계 전문의를 두어 검시의 객관성을 보장하고 있다. 즉, 유럽의 경우 검시관계직책이 검찰제도내에 있어 각 대학의 법의학교수와 함께 검시를 전문으로 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주에서 임명한 법의 전문의사가 이를 맡게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검사가 검시책임을 맡고 있어 검사의 임의적인 판단하에 일반의사에게 의뢰, 검시가 이루어지고 있다. 어떤 경우는 사건현장에 출동한 사법 경찰관에게 그 임무가 이관되기도 하여 초동수사에 있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고 이로 인해 객관적인 신빙성도 문제가 되는 것이다.

둘째는 과학수사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의 문제이다. 과학수사는 재판의 증거가 되는 증거물에 대한 엄격하고 객관적인 감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수사를 담당하는 요원의 양성, 지속적인 경제적 지원 등이 어느곳보다도 더욱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조령모개식의 정책으로 수사담당자들에 대한 체계적 훈련이나 지위보장 등의 배려는 없어 왔다. 더구나 행정담당자가 바뀜에 따라 변화되어온 정책은 과학수사발달을 저해하고 있다.

세째는 과학수사연구소의 중립화의 문제이다. 현재 내무부에 소속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연구와 감정업무를 맡고 있는데 외국의 경우 과학수사에 대한 연구와 감정업무를 분리하고 있다. 일본의 예를 보면 경찰과학수사연구소는 연구업무에만 종사하고 일반 감정은 경시청 과학수사연구소에서 하고 있다.

우리는 연구원이 연구와 감정을 동시에 맡고 있어 새로운 연구결과의 부진은 물론 물론 감정결과를 연구한 개인에게 맡김으로 해서 그 결과에 대해 부당한 책임까지도 져야 할 형편이다.

네째 과학수사를 담당할 인적 자원의 부족이다. 실제 1년에 1만여건 이상을 처리하는 과학수사연구소의 인원은 약 1백여명에 불과, 과다한 업무량으로 인해 분석결과의 신빙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한편, 첨단과학수사장비를 다루는 사람들 역시 전문적 교육을 받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국내에 8대가 도입되어 이용되고 있는 거짓말탐지기의 경우도 질문자의 전문성이 고도로 요구되는 기기이다. 조절된 질문의 작성과 거짓말 탐지기로 조사받는 용의자의 심리적 상태 등에 관한 과학적 지식이 없는 일선담당자가 맡고 있어, 그 기기의 결과에 대한 정확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한편, 도입된 장비의 활용도 문제인데, '디지틀 소니그라프'의 경우 지역별 연령층별 학력 직업 등 각계층의 우리말 음성분석에 대한 기초자료가 없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는 과학수사연구를 전담할 수 있는 전문연구원양성기관의 설립이 시급하다 하겠다. 외국에서는 '법과학'이 대학이나 대학원에 독립적인 학과로 개설되어 있어 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의과대학내 법의학이 있을 뿐 급증하는 과학수사업무의 인적인 수급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는 실정.

아뭏든 국내의 과학수사는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그 장비면에서 양적 질적 조건들을 갖추어나가고 있고 또한 내용면에서도 점점 발달해나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특히 범인체포를 위한 개인식별법은 선진국 수준에 이르고 수사에 일상화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첨단의 과학수사장비가 갖추어진다고 해도 인권 보호에 입각한 수사정신이 없다면 과학수사의 참뜻은 제대로 구현될 수 없다는 게 공통된 견해들인 것 같다.

1987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박진희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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