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1. 달에 물이 있다면

우주전진기지 건설 가능

 

얼음이 발견된 달의 북극. 얼음은 1년 내내 태양빛이 미치지 않는 분화구 속 그늘에서 발견됐다. 이곳의 온도는 영하 2백℃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침내 달에서 얼음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달의 중력지도도 처음으로 만들었습니다." 3월 5일 NASA의 에임스연구센터는 지난 1월 6일 발사한 루나 프로스펙터의 탐사결과를 처음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발표는 곧바로 NASA의 대변인 더글라스 이스벨을 비롯,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 제트추진연구소의 추인을 받았다.

에임스연구센터가 발표한 두가지 사실은 달기지를 만들기 위한 기본조건을 갖췄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먹을 물 걱정은 안해도 된다. 연료 문제도 해결된다. 그리고 달 전체에 대한 중력지도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우주선이 착륙하고 이륙하는데 안전성도 보장된다. 결국 에임스연구센터의 발표 내용은 달기지 건설을 위한 생존 문제, 비용 문제, 그리고 안전성 문제 등을 한꺼번에 해결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달에 물이 없다고 생각한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중력이 작기 때문에 달에는 대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달표면에 혜성이나 운석에서 떨어진 물이나 얼음이 있다고 하더라도 진공상태인 우주공간으로 날아가버린다. 또 달이 자전하는 동안 거의 모든 지역에 태양빛이 미치기 때문에 물이나 얼음은 1백22℃까지 올라가는 표면온도를 견딜 수가 없다.

그런데 1961년 칼텍에 근무하는 왓슨, 머레이, 브라운 등 3명의 과학자가 달에 얼음 형태의 물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함으로써 달에 대한 상식에 도전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태양의 위치는 달적도로부터 1.6도 이상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극지방 분화구 중에는 태양빛이 전혀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곳의 온도는 영하 2백30℃. 만약 우주공간에서 얼음을 포함하고 있는 혜성이나 운석이 이곳에 떨어진다면 그 얼음은 증발하지 않고 남아 있게 된다. 달에는 대기가 없기 때문에 운석이 지표에 떨어질 확률이 지구보다 크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구의 경우 대기가 있어 어지간한 운석을 태워버린다.

그러나 1969년-1972년 사이에 달에 착륙했던 아폴로 우주선들은 얼음을 발견하지 못했다. 또 가져온 월석을 분석한 결과도 부정적이었다. 그 결과 달에는 절대 물이 존재할 수 없다는 생각이 굳어졌다. 아폴로 우주선들이 착륙한 지점들은 태양빛이 잘 쬐는 적도지역이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칼텍 연구자들의 생각을 확인해 준 것은 1994년 1월 25일 쏘아올린 클레멘타인 위성이었다. 원래 클레멘타인 위성은 미 국방부가 전략방위구상(SDI), 일명 ‘스타워스’ 계획의 일환으로 우주개발에 있어서는 헐값이나 마찬가지인 7천5백만달러를 들여 만든 것이다. 이 위성은 레이더를 시험하기 위해 달 궤도를 돈 다음 소행성 지오그라포스를 탐사할 예정이었다(소행성 탐사는 실패).

1996년 11월 29일자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클레멘타인 위성의 달탐사 결과는 달 남극에 얼음이 있다는 것. 1994년 70여일 동안 달 궤도에 머물면서 레이더로 달표면을 조사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였다. 이 논문은 1972년 아폴로 17호가 달탐사를 마치고 돌아온 후 잠자고 있던 달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클레멘타인 위성은 얼음을 직접 발견한 것이 아니고 칼텍 과학자들의 이론에 따라 얼음이 있을만한 곳을 찾았을 뿐이라는 결정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었다. 이후 클레멘타인의 운영을 맡고 있던 NASA도 달에 얼음이 있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그런데 1998년 3월 루나 프로스펙터가 마침내 달의 남극과 북극에서 얼음을 찾아낸 것이다. 달에서 발견된 얼음은 얼마나 되며, 어떻게 발견한 것일까. 또 그 얼음은 앞으로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까. 달에서 발견된 얼음에 대한 궁금증들을 풀어보기로 하자.
 

전진기지


1.얼음이 얼마나 있나

루나 프로스펙터가 달에서 얼음을 발견한 곳은 남극과 북극의 그늘진 곳들이다. 그런데 남극의 경우 지난번 클레멘타인 위성이 발견한 지역과 일치하는지에 대해서 NASA는 입을 다물고 있다.

극지방에서 발견된 얼음은 달의 표토(regolith)와 섞여 있었으며, 대략 표토의 0.3-1%를 차지하고 있었다. 얼음은 북극의 경우 1만-5만km², 남극의 경우 5천-2만km2에 흩어져 있다. 그 양은 남극과 북극의 것을 모두 합쳤을 때 1천만-3억t 정도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클레멘타인이 달 남극에서 발견했다고 주장했던 얼음의 양은 1억-1백억t.

많은 과학자들은 얼음이 운석이나 혜성이달에 충돌하면서 생겼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달 표면은 대기가 없기 때문에 끊임없이 운석들과 혜성조각들의 폭격을 받고 있다. 이들 중에는 얼음을 포함한 것들이 있을 것이다. 운석이 충돌할 때 얼음은 달 표면에 흩어졌다가 대부분은 태양빛에 의해 기화돼 우주로 날아가지만, 어떤 것들은 추운 분화구 그늘에 숨을 수 있다. 이것이 루나 프로스펙터가 발견한 얼음이라는 것이다.

2.얼음을 값으로 치면

달에 있는 얼음은 얼마의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 NASA의 과학자들은 다시 달탐사를 해야할지를 결정하기 위해 그 값을 따져보았다. 그랬더니 얼음의 값은 약 60조달러(한화로 약 9경원).

현재 1kg의 물질을 우주궤도에 올리려면 2만달러가 든다. 미국은 앞으로 이 비용을 10분의 1인 2천달러 수준으로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해서 달에 있는 물을 지구에서 가져간다고 할 때 드는 비용이 달에서 발견된 얼음값이다. 여기에는 지구궤도에서 달까지 운반하는데 드는 비용도 덧붙였다. 또 달에서 발견된 물은 재사용하지 않는다고 할 때 1천명이 1백년 동안 쓸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달에서 발견된 얼음은 누구 것일까. 1966년 12월 19일 90개 나라가 서명한 UN 외계조약(Outer Space Treaty)에 따르면 그 주인은 발견국가인 미국이 아니라 인류이다. 이 조약에서는 달과 9개의 행성은 모든 인류의 땅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우주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명시하지 않아 지구궤도를 상업적으로 군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막지 못했다. 현재 우주는 지구표면으로부터 1백km 밖을 말한다. 이보다 고도가 낮으면 각 나라의 영공으로 인정한다. 또 북미대공방위사령부(NORAD)에서는 우주선(인공위성)의 궤도시간이 86분보다 짧으면 지구궤도를 이탈한 것으로, 86분보다 크면 지구궤도를 돈다고 보고 있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1979년 달의 평화적 이용을 위해 제정된 달조약(Moon Treaty)에 7개 나라가 서명했는데, 미국과 러시아는 그 안에 끼지 않았다는 점이다.

3.얼음 발견 기술

1994년 클레멘타인 위성이 달에서 얼음을 발견할 때는 스타워스 센서로 개발한 바이스태틱 레이더(송신기와 수신기가 멀리 떨어져 있는 레이더 시스템)가 사용됐다. 이것은 클레멘타인 위성에서 레이더를 발사하고 지구에서 수신하는 방식이다.

달 남극에는 20억년 전 운석충돌로 생긴 지름 2천5백km, 깊이 13km인 분지가 있다. 클레멘타인 위성이 발견한 사실은 이곳의 일부 지역에 온도가 영하 1백73℃ 이상 오르지 않는 곳이 있다는 것이었다. 즉 얼음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태양빛이 미치지 않아 얼음이 있을 만한 추운 곳을 찾아낸 것이다. 그후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으로 다시 이 지역을 조사했지만 달에 얼음이 있다는 확실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데 루나 프로스펙터는 그 방법이 달랐다. 루나 프로스펙터 안에는 5개의 관측장비가 들어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중성자 분광계(Neutron Spectrometer)다. 중성자는 수소원자와 부딪치면 에너지를 잃고 속도가 느려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중성자 분광계는 이런 성질을 이용한 것으로, 우주선(cosmic ray) 속에 들어있는 수많은 중성자들이 달표면에 부딪쳐 반사됐을 때 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찾아낸다. 만약 반사된 중성자의 속도가 느려지는 곳이 있다면 그곳에는 수소가 있고, 이는 결국 물이 있다는 증거가 된다.

루나 프로스펙터는 2개월 동안 달표면을 검색한 결과 북극에서 3.4%의 신호를, 남극에서 2.2%의 신호를 감지했다. 이것은 곧 물(추운 곳이기 때문에 얼음의 형태)이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중성자 분광계는 0.01%의 얼음도 발견할 수 있을 만큼 성능이 우수하며, 땅밑 0.5m 속의 얼음도 발견할 수 있다고 이를 만든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는 자랑한 바 있다. 또 제트추진연구소가 만든 도플러 중력측정장치는 달의 중력지도를 완성해냈다.

4.얼음은 어떻게 이용할 수 있나

“여기 인간이 첫번째 달탐사를 마쳤다”(Here Man completed his first exploration of the Moon). 1972년 12월 14일 75시간의 탐사를 끝내고 지구로 돌아오면서 아폴로 17호가 달에 남긴 깃발의 문구이다. 그후 25년 동안 달에는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못했다. 그런데 루나 프로스펙터가 달에서 얼음을 발견하면서 엄청난 비용 때문에 포기했던 달기지 건설에 대한 논의가 새롭게 불붙고 있다. 얼음은 인간이 다시 오길 바라는 손짓 같았다.

얼음을 녹이면 생명수가 되지만, 이를 전기분해하면 수소와 산소를 얻을 수 있다. 수소는 우주여행을 하는 귀중한 연료가 되고 산소는 인간의 거주를 가능하게 한다. 물론 달에서 전기분해를 하기 위한 에너지를 얻는 것은 지구보다 쉽다. 분화구 가장자리는 늘 강하게 태양빛이 비춰 태양광 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달기지 건설에 찬물을 끼얹는 과학자들의 지적도 있다. 설령 달에 얼음이 있다고 하더라도 극지방에 있기 때문에 이를 인간이 거주하기 좋은 적도지방으로 옮기는데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비단 이 뿐이겠는가. 이를 실현하려면 수만가지 난관에 부딪칠 것이다.

5.달기지 건설 가능성은

달기지 건설은 인류가 오랫동안 간직해온 꿈이다. 달은 지구에서 가까울 뿐 아니라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우주여행을 하는 최적의 전진기지로 손꼽아 왔다. 달 중력이 약하기 때문에 우주선을 발사하는데는 그만큼 에너지가 절감된다.

또 달에는 핵융합 원료인 헬륨3이 매우 풍부하다. 핵융합 발전을 하기 위해선 고진공의 반응로를 만들어야 하는데, 달에는 지구와 달리 대기가 없다. 따라서 달에서 에너지를 얻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달에는 알루미늄, 철, 칼슘, 마그네슘, 크롬과 같은 광물자원이 지구보다 높은 비율로 매장돼 있다. 이 밖에도 니켈, 코발트, 티탄과 같은 미량원소도 발견된다. 이런 광물자원들은 지구에서처럼 농축돼 있는 것이 아니라 모래나 부숴진 암석과 섞여 있기 때문에 단순한 분리장치로도 정제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밖에도 달기지는 순도가 높은 실리콘칩을 만드는 공장부지로, 신소재를 개발하는 연구소로, 우주여행을 준비하는 훈련소로 활용될 수 있다. 물론 달에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기지를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하지만 2003년 지구궤도에 들어설 국제우주정거장 알파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고, 좀더 싼 로켓들을 개발한다면 달기지 건설도 현실화될 것이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8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홍대길 기자

🎓️ 진로 추천

  • 천문학
  • 지구과학
  • 항공·우주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