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경기도 이천에 종합전자공장을 준공함으로써 국내의 재벌급 기업들이 전자산업에 총출동,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서기 2천년에 7백20억달러의 생산과 4백40억달러 수출로 전자산업입국을 꿈꾸는 우리의 현주소와 기술수준을 알아본다.
전자산업에 춘추전국시대가 열리고 있다. 현대그룹이 지난 10월10일 경기도 이천에 종합전자공장을 준공함으로써 전자산업에는 기존의 럭키금성그룹 삼성그룹 대우그룹 등과 함께 국내4대 재벌이 모두 발벗고 나선 형국이 됐다. 이밖에도 전자산업에는 한국화약 동부 효성 선경 롯데 두산 코오롱 태광산업 등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들이 대거참여,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다.
이처럼 재벌급 기업들이 앞다투어 전자산업에 뛰어들거나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이유는 전자산업이 미래의 산업으로 전망이 밝은 데다가 여타의 산업도 대부분 전자기술도입의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 한마디로 전자기술 없이는 앞으로의 산업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전자산업이 중요시됨에 따라 정부차원에서도 장기적인 대책을 세우는 등 육성책에 부심하고 있다. 최근 작성된 '전자산업의 중장기전망'에 따르면 국내전자산업은 오는 91년까지 연평균 17.6%늘어나고 수출은 18.7%가 성장할 것으로 돼있다.
이같은 신장세를 유지한다면 국내전자 산업은 오는 2000년에 7백20억달러의 생산과 4백40억달러의 수출로 세계전자산업의 7%를 차지, 미국 일본 서독 영국 프랑스와 함께 세계적인 전자산업국으로 발돋움하게 된다는 것이다.
전자산업분야의 기술개발전망을 보면 91년까지 중형컴퓨터와 32비트 웍스테이션, 컬러프린터, 중ㆍ대용량 전자교환기, 비디오텍스, 고해상TV, 4메가D램 등이 개발되고 2000년까지는 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한 전문가시스템, 다국어고속번역시스템 등이 실현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전자산업이 계획대로 순조롭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막대한 투자가 선행돼야 하는데, 현재 추산되고 있는 규모는 2000년까지 무려 42조원. 86년도 세출예산규모가 13조8천여억원인 것에 비추어 보면 지속적인 거액의 투자가 전자산업진흥의 1차적인 관건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자산업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분야로 꼽히는 게 반도체다.세계시장신장률이 컴퓨터가 연평균 15%, 가전제품 12% 정도인데 비해 반도체는 18%씩 수요가 증가, 90년에는 세계시장 규모가 약 6백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승용차의 경우 현재 2.4%에서 90년에는 8.1%에 해당하는 반도체가 소요되고 VTR은 10%에서 16%, 퍼스널컴퓨터는 21.5%에서 32%로 늘어날 뿐 아니라 통신기기 의료기등 대부분의 공산품에 반도체소비가 늘어나는 추세다. "반도체를 지배하는 자가 곧 세계산업을 지배한다"는 말이 나올만큼 반도체는 전자산업의 핵으로 평가 되고 있다. 고집적화 고속화 고성능화를 실현하기 위한 반도체 산업의 세계기술동향은 실리콘소자를 중심으로 한 VLSI(초대규모집적회로) 기술과 실리콘소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개발로 대별된다.
우리나라의 VLSI 회로 설계 기술은 그동안 외국의 기술에 의존, 자체기술이 미비한 상태인데 91년까지는 주문형VLSI 설계기술 및 32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 설계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오는 90년대에 실용화될 차세대컴퓨터에 사용될 64비트 고속다중처리프로세서 설계기술이 가능케 된다는 것이다.
반도체 이외에도 전자산업의 분야는 방대하다. 컴퓨터만 해도 91년경에는 단일품목으로 연간수출 30억달러를 달성, 반도체와 함께 최고의 수출품목이 될 전망이며 VTR 자기테이프 등도 91년에 10억달러수출을 달성할만큼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도 정보ㆍ통신기기, 뉴미디어, 사무자동화, 영상음향기기 등 가전제품, 광전자, 전자부품 및 전자재료, 공장자동화, 전자응용기기 등등이 도약을 꿈꾸는 전자 산업분야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탈기술시대로
전자산업은 그 기술혁신이 매우 빠른속도로 이루어지는 특성으로 인해 기존제품의 수명이 짧아지고, 그 대신 신상품도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기술개발에 뒤처진다면 치열한 국제 경쟁대열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게 된다.
세계의 전자산업기술의 추세를 살펴보면 우선 종래의 아날로그방식에서 디지탈 방식으로 이행하고 있는게 커다란 흐름이다. 아날로그방식은 시스템에 있어서 모든양을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정보로 표현하거나 측정하는 것인데 반해 디지탈방식은 연속적으로 존재하는 양을 유한개 (有限個)의 자리수(0과 1)로 바꾸어 표현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전화의 음성은 아날로그신호로 받는데, 이를 디지탈신호로 바꾼다면 정보(음성)를 보다 깨끗하게 고속으로 송수신할 수 있을뿐 아니라 저장과 검색이 용이하게 된다.
이미 디지탈TV가 개발됐으며, 최근 가광받는 '바늘없는 오디오' CDP(Compact Disk Player)도 디지탈방식을 채택한 대표적인 음향기기이다. 디지탈방식이 개발됨에 따라 다양한 전자기기들간에 공통성과 일체성이 이루어지고 있고, 전산업 및 생활분야의 시스템화를 촉진시키고 있다.
메카트로닉스(Mechatronics)의 급진전도 주목할만한 전자기술추세. 기계기술과 전자기술의 결합을 의미하는 메카트로닉스 추세는 전자기기의 소형화와 기능다양화를 촉진시키는 동시에 기계장치에 전자기기를 내장시켜 기계기능을 향상시키는 등 사회 전부문을 자동화시키고 있다. 로보트라든가 FA(공장자동화) OA(사무자동화) HA(가정의 자동화)가 모두 메카트로닉스의 산물인 셈이다.
다음으로는 정보화사회의 출현을 들 수 있다. 컴퓨터기술과 통신기술이 복합됨에 따라 각종 정보의 유통 및 처리 이용이 고도화되고 사회 전부문이 시스템화될 전망이다.
이밖에도 첨단의 전자산업발전 추세로 마이크로 프로세서의 응용 확대, 소프트웨어의 중요성 증대, 신소자의 개발 등이 손꼽히고 있다.
한마디로 세계의 전자산업은 눈부신 속도로 발전과 변모를 거듭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같은 추세에 맞서 기업의 사활을 걸고 전자산업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우리의 기술수준은 어디쯤 와있는 것일까. 전자산업의 중요한 분야이자, 우리의 생활과 긴밀한 관계가 있는 가전(家電)제품들을 통해 우리의 위치를 살펴보고 바람직한 방향을 가늠해본다.
기술ㆍ품질은 선진국 수준 특정부문 설계ㆍ부품은 뒤져
전자산업의 기술수준을 민감하게 느끼게 하는 가전제품은 품목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제품의 품질수준만큼은 세계수준과 큰 차가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VTR과 전자레인지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반면, 오디오 등이 비교적 열세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평가는 해외시장 점유율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일례로 미국의 가전제품 전문지인 '어플라이언스'(Appliance) 9월호가 밝힌 85년도 미국시장에서 판매된 가전제품의 기업별 점유율을 보면, 전자레인지는 삼성전자가 11%를 점유해 3위에 올라있고 금성사가 7%로 7위인 것으로 돼있다.
또 흑백TV는 지난해 판매된 3백75만여 대중 삼성전자가 13%로 1위, 금성사가 5%로 5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 있으며, 칼라TV는 삼성전자가 8위, 금성사가 9위에 랭크돼 있다. 또 서독의 시장조사기관인 GFK사가 최근 조사한 바에 의하면 서독TV시장에서 금성사제품이 점유율1위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점유율과 기술수준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품질수준을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반면에 어플라이언스지가 보도한 46개 품목중 우리나라 제품이 랭킹에 든 것은 위에 언급한 3가지뿐으로 수출품이 편중현상을 보이고 있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칼라TV
칼라TV는 지난 70년이래 국내전자산업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는데 85년도 전체 전자공업생산액의 12.5%, 가전제품생산액의 37.7%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칼라TV를 생산하고 있는 업체는 6개사로 총생산능력은 연간 6백20만대규모. 85년 한해에 금성사가 1백83만1천대(수출 1백38만7천대, 내수 42만3천대)를 생산한 것을 선두로 삼성전자 대우전자 한국전자 아남전기 태광산업 등이 모두 4백52만7천대를 생산했다.
칼라TV의 기술평가수준은 크게 보통의 칼라TV와 뉴미디어대응형TV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일반 칼라TV는 생산기술이나 품질수준에서 선진국과 별 차이가 없으나 특정 부분의 설계나 부품기술면에서 다소 뒤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설계관련기술에서는 브라운관처리기술 아날로그신호처리기술 편향기술 등은 선진국에 못지 않은데 디지탈 신호처리기술에서 뒤떨어지고 있다.
부품제조기술에서는 선진국이 TV용 LSI(고밀도집적회로), 칩 컴포넌트, 평면브라운관 등을 개발완료하고 양산단계에 들어간 반면, 우리는 LSI의 개발에 착수한 단계이며 평면브라운관 등 부품의 수입, 조립단계에 머물고 있다.
특히 부품의 자체생산이 중요시되고 있는데 칼라TV의 경우 85년말 기준 국산화율은 평균 90~95%(내수용 보급형기준)이나 자재구입가격기준으로는 82%. 브라운관 편향코일 튜너 저항 PCB(회로기판)캐비넷 CRT소켓류 접속기류 크리스탈 반도체 등의 부품이 국산화됐으나 필요한 반도체중 30~40%를 수입해서 쓰는 실정이다.
이밖에도 제품의 디자인이 선진국에 비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고 관련산업의 수준이 떨어져 도금사출(鍍金射出), 프레스기술 등 표면처리기술이 뒤떨어지고 치수의 정확도 등이 부족한 것으로 지적된다.
최근의 TV에는 뉴미디어시대에 대응하는 첨단기능이 부가되고 있다. 따라서 어느 나라에서 이같은 추세에 부응하는 TV를 먼저 개발해내느냐를 통해 그 기술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점에서 보면 우리는 선진국에서 이미 실용화되고 있는 첨단 TV들을 이제 막 개발에 성공은 하고 있으나 양산단계에 들어가지는 못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과학기술처자료에 의하면 선진국(주로일본)에서 1984년 개발된 음성다중칼라TV와 액정TV가 한국에서는 85년에 개발돼 1년의 격차를 보이고 있고, 고해상도TV와 3DTV는 선진국이 83년인데 비해 3년늦은 86년, 인공위성수신TV는 선진국이 84년인데 비해 우리는 금년에야 개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탈TV의 경우는 거의 차이가 없어 1984년에 모두 개발됐다.
우리나라에서 칼라TV가 개발된 때가 1973년으로 일본의 57년보다 16년이나 늦었던 것에 비하면 최근에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선진국을 쫓아가고 있는 셈이다. 금성사 중앙연구소 특허관리실의 이성수씨는 "우리나라의 TV 기술이 일정수준에 올라있고 기술축적도 어느 정도 돼 있으므로 선진국의 신개발기술도 1,2년이면 쫓아갈 수 있다"면서 "일본TV제품과 비교해볼 때 기본기능의 차이는 없으나 기능의 실용화 혹은 다기능화 등에서 약간 처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VTR
VTR은 제품의 특성상 고도의 생산관리기술과 미크론 이하 단위의 정밀도를 필요로 하는 제품이다. 따라서 아주 높은 수준의 부품가공기술이 확보되지 않으면 독자적인 개발ㆍ생산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또한 VTR은 단위체적당 소요되는 부품의 수가 많고(칼라TV가2백50개 이하인데 비해 VTR은 2천개 이상), 또VTR부품은 다른 기기에도 대부분 응용될 수 있는 것이 많으므로 VTR기술이 확립되면 관련산업전반에 걸쳐 대폭적인 기술력과 품질수준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기술집약적이면서 소요부품이 많고 제조공정이 복잡한 까닭에 VTR은 고용효과도 높다. VTR생산업체조사에 따르면 VTR 1백만대 생산시의 고용인원이 약 3천명으로 같은 조건하에서 칼라TV보다 1.6배, 흑백TV보다 2.9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VTR의 보급은 미국 서유럽 등 주시장도 아직 10%를 넘는 수준에 불과, 제품수요가 꾸준히 늘것으로 보여 유망한 수출품목으로 꼽히고 있다. 85년의 경우 세계 시장규모는 2천8백만대로 일본이 전체의 90%를 점유하고 있고, 국내의 VTR메이커인 금성 삼성 대우 등 가전3사도 1백40만대를 생산, 이중 1백17만대를 수출해 세계시장에서 4%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VTR은 방식에 따라 VHS,β-max,V2000으로 나뉘는데 최근 VHS방식이 급격히 확대돼 전체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VHS방식이 확산되자 β-max를 개발, 시판해오던 일본의 소니가 열세만회를 위해 85년에 8㎜VTR을 개발, VTR시장이 일대 혼전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VTR산업은 일본이 원천기술의 해외이전을 꺼리고 소요부품의 판매를 기피하는 등의 이유로 생산초기(79년 삼성전자)에 큰 애로를 겪었다. 82년 대한전선이 소니와 특허사용계약을 체결한 데이어 같은해 VHS 생산업체인 일본의 JVC로부터 특허사용권을 들여오게 됨에 따라 비로소 활기를 띠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VTR기술은 아직까지는 거치용의 보급형 제품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단계이긴 하나,일본측의 기술이전 기피로 인해 자체적인 제품개발노력을 기울인 까닭에 이 분야에 있어서는 생산기술면에서상당한 수준에 와있다. 제품의 성능면에서도 일본제품과 거의 대등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제품의 개발속도를 놓고 보면 일반제품의 경우 일본과의 격차는 1년정도라는 것.
그러나 다기능의 고급형VTR에 있어서는 보급형 비해 상대적으로 수준이 떨어진다. 즉, 녹화ㆍ재생의 단순기능은 대등하나 일주일치 프로그램의 녹화를 예약하는 기능이라든가 리모콘기능 등에서는 뒤지는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 VTR산업의 문제점으로는 첫째, 전자산업에 관한 기술기반이 확립되지 못했고, 둘째 일본의 기술이전기피에 따른 체계적인 기술습득이 불가능했던 점, 세째 금형 사출 절삭가공 표면처리 등 주변기술의 취약으로 인해 제품의 경쟁력이 저하되고, 정밀가공부품을 수입에 의존함으로써 제품개발이 늦어지고 독자적인 개발이 어려운 점 등을 들 수 있다. 85년말의 국산화율은 65%로 모터류 반도체류 스위치류등을 수입하고 있는 형편.
한편, 최근에 삼성전자에서 TV카메라 일체형4㎜ VTR을 개발, 세계 최소ㆍ최경량VTR을 선보였다. 무게 1.15㎏으로 기존의 최소형VTR인 8㎜VTR의 63%에 불과하고 크기가 담배갑 4개정도인이 4㎜ VTR은 소형ㆍ경량화, 휴대형화, 시스템화 등 VTR의 기술개발추세에 부합, 세계 VTR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삼성전자측은 기대하고 있다.
VHS, β-max, 8㎜ 등으로 혼전중인 VTR시장에서 우리나라의 4㎜ VTR이 과연 얼마나 보급될는지는 아직 미지수이나, 국내의 VTR기술이 선진국수준으로 육박해 들어가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오디오
우리나라의 오디오 기술은 전반적으로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한 효과적인 기술도입 및 축적을 중시하지 않은 결과로 지적된다. 오디오의 역사가 외국에 비해 매우 짧은 반면, 성장속도는 빨라서 기술을 소화ㆍ개량하고 축적할 여유가 없었던것. 여기다가 기술도입에 소극적으로 대처, 신제품개발능력이 약한 편이다.
기술개발수준을 일본과 비교해보면CDP(Compact Disk Player)의 경우, 일반가정용이 일본에서 77년에 개발됐으나 우리나라는 83년에야 개발됐고, 포터블용과 자동차용이 일본은 83년인데 우리는 85년으로 나타나 결국 CDP기술은 6~2년의 시간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스피커 시스템은 약 5년, 뮤직센터는 7~2년, 컴포넌트제품개발은 9년 정도의 갭을 면치못하고 있는 실정.
상공부 조사에 의하면 국산오디오(CDP) 완제품의 품질은 기능면이 선진국의 60% 수준이고 안정성은 선진국제품이나 국산품이 모두 UL규격에 적합한 것으로 평가됐다. 성능면에서는 잡음의 정도를 나타내는 S/N비가 모두 96dB수준이고 THD(Total Harmony Distortion, 음이 찌그러지는 정도)는 선진국이 0.002%인데 반해 국산은 2배인 0.004%.
국산오디오는 흔히 외제에 비해 음질이 떨어진다는 평을 듣고 있는데 이는 관련부품의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스피커의 성능이 가장 크게 차이가 나고, 카세트데크라든가 수동조작파트의 신뢰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대우전자 디자인실의 유한정부장은 "국내 오디오 제조기술에는 문제가 없으나 부품에 문제가 있다. 우리의 경우 오디오 시장이 작아서 선도상품을 개발못하는 실정이며, 일본에서 새로운 기종이 나와야만 기존의 부품을 도입하는 식이다. 따라서 늘뒤처져가고 있는 셈인데, 칼라TV나 전자레인지 등에 비해 오디오제품의 규모ㆍ가격이 대형이므로 따라잡기가 어렵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오디오 역시 TV와 마찬가지로 디지탈 오디오시대를 맞고 있다. 최근들어 일명 '바늘없는 전축' 또는 '꿈의 오디오'라 해서 픽업 대신 레이저광을 이용, 고음질을 즐길수 있는 CDP가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현재 실용화되어 있는 디지탈 오디오기기의 대표적인 예다.
CDP의 경우 현재 일본이 가장 큰 수출국이자 양산국가로 작년 한해에만 4백만대를 생산,그중 90만대를 미국, 유럽 등지로 수출했다. 국내에서는 83년 10월 금성사가 소니와 기술제휴를 첫 생산한 이래 대우전자 삼성전자가 참여했고, 현재는 동원전자 태광산업 등 오디오전문업체가 가세해 모두 7개사가 초기시장형성에 주력하고 있다.
□전자레인지
전자레인지는 종래의 불이나 전열 또는 개스를 직접 사용하지 않고 높은 주파수의 전자파 즉, 극초고주파(마이크로웨이브라고도 함)를 바로 음식물에 침투시켜 요리하는 특수조리기구. 이때 극초고주파를 발생시키는 장치가 마그네트론이다.
전자레인지의 핵심기술인 이 마그네트론을 경제적으로 안전하게 생산하는 노하우를 70년대말까지 일본으로부터 도입해왔으나 80년대 들어와 삼성전자가 마그네트론공장을 건설했고, 금성사도 뒤를 이어 크게 비약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85%의 국산화율을 보이고 있으나 주요부품인 반도체류를 수입하고 있고, 특수유리도 마찬가지.
이 전자레인지는 다른 가전제품에 비해 수출전망이 유리한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보급률을 보면 미국 일본 등이 35~40%, 서유럽 10%, 우리나라 4%(84년) 정도여서 라이프사이클로 보아 미ㆍ일이 성장단계라면 우리는 도입단계를 넘어 성장단계로 넘어가는 위치에 있다. 그만큼 성장의 여지가 크다는 얘기다. 전자레인지는 수출비중도 커 가전분야수출의 55.8%를 차지하는 유망업종이다.
선진국과의 성능ㆍ품질비교를 참고하면 성능은 선진국의 90%수준, 품질은 80%수준으로 보고 있다. 컨트롤시스템 기구메카니즘 소비전력은 거의 대등하나, 디자인에서 크게 떨어지고(70% 수준), 가열분포는 86% 대 79%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공부).
□냉장고
품질수준부터 살펴보면 세계유명브랜드와 1백 대 90 수준으로 종합평가될 정도다. 성능면에서 냉각속도는 외제 55분, 국산 60분, 냉각력은 똑같이 섭씨 영하 28도, 제빙속도는 외제 1백20분 국산 1백30분, 소비전력 외제 23~27Kwh 국산 25~30Kwh로 비교된다.
품질면에서는 소음이 외제의 31dB보다 약간 높은 35dB이고, 외제는 금형기술이 우수한데 반해 국산은 금형기술의 미흡으로 외관이 떨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국산냉장고는 세계수준에 상당히 접근하고 있다고 보겠는데 국산화율도 95%에 달해 여타 전자제품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아직까지도 국산화가 안되고 있는 부품은 열감지기, 단열용 우레탄 소재, 냉동유 등 주요특수부품과 원자재들이다.
우레탄소재는 국내기술 부족으로 당분간 국내조달은 어려울 전망이고, 냉동유는 연간수요가 9억~10억원 정도이나 경제성이 없어 생산이 가능한 정유회사측에서 생산을 기피하고 있다.
냉장고기술중 시급히 개발해야 될 분야의 하나가 IC제어기술이다. 집적회로와 열감지기를 이용, 냉장고내부의 온도를 자동조절하는 이 기술은 선진국기술을 단순도입하고 있는 실정이다.이는 카스톰IC(주문형IC)기술에서 우리나라가 전반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이다.
가전산업위주에서 산업용으로 전환해야
지금까지 가전산업제품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전자산업을 살펴보았는데, 이를 통해 제기되는 몇가지 문제점과 앞으로의 발전방향을 요약해보자.
첫째, 우리나라의 가전제품은 기본적인 기술에 있어서는 세계수준에 거의 도달해 있으나 중요한 부품들의 수입의존으로 말미암아 대등한 수준까지 오르지를 못하고 있다. 전자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이 단축됨에 따라 신제품이 속출하고 또 부품개발도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부품국산화가 가장 중요한 분야임을 알 수 있다.
부품국산화를 위해서는 신속한 해외시장정보입수, 금형 기초소재 등 중소부품업체의 기술진흥이 필요하며, 국내시장협소로 생산코스트가 외제보다 높아지는 부품에 대한 대책 등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조립위주의 생산구조로 생산기반이 취약하고 독자적인 기술개발기반이 취약하므로 구조적인 체질개선이 요구된다.
세째, 세계시장에서의 수요비중이나 성장률 부가가치창출면에서 산업용전자기기의 비중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으므로 가정용 위주의 전자산업을 산업용쪽으로 전환해야 한다. 가전산업의 경우는 보급률이 높은 TV 냉장고 등보다는 VTR 전자레인지 오디오 등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네째, 전자선업 전체에서 고른 발전을 해야 한다. 특히 반도체분야에 재벌기업들이 대거참여, 과거 중화학중복과열투자가 재현될 우려마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