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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년의 연륜을 거치며 이제 1조eV의 에너지 빔을 만드는 거대 가속기가 등장했다. 물질과 우주의 수수께끼를 풀 열쇠인 가속기는 첨단산업의 발전에도 필수적이다.

지구를 덮혀주는 태양을 비롯해 우주에는 수많은 천체가 빛나고 있다. 땅위에는 또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생물들이 살아간다. 이처럼 거의 무한해 보이는 여러 가지 물질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무엇일까.

인간이 ‘그리스’ 시대부터 가져온 ‘이 세계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라는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자연과학이 발달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20세기에 들어와 자연과학은 놀라운 발전을 거듭해 물질의 구조에 대한 신비가 속속 밝혀지게 되었다. 여기에 큰 역할을 한 것이 입자가속기이다.

가속기의 역사

1896년 초에 프랑스의 ‘베크렐’은 우라늄 광석으로부터 방사선이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이어서 영국의 ‘라더포드’ 그룹은 방사성 원소가 붕괴할 때 나오는 수백만eV(1eV는 전자 한개를 1V의 전압으로 가속시킬 때의 에너지)의 에너지를 가진 α입자를 질소원자에 충돌시키면 산소와 수소가 발생된다는 핵변환을 발견하였고, 이와같은 핵변환이 다른 원자에서도 나타남을 관찰하였다. 이는 고대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꿈꾸어 왔던 연금술이 실현된 셈이었다.

‘라더포드’는 1928년 학술회의에서 α입자보다 큰 에너지를 가진 입자의 필요성을 역설하였고 이에 따라 30년에는 ‘콕크로프트월튼’이 전하입자를 가속할 수 있는 직류고전압장치를 발명하였다. 이 장치는 재료의 전기 절연성의 한계 때문에 2백만내지 3백만V가 최대 가속전압으로서 거대한 가속기들의 전단가속기로 쓰이고 있고, 현재도 낮은 가속에너지 영역에서는 이온주입기를 비롯하여 산업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또한 같은 때에 미국의 ‘로렌스’와 ‘리빙스턴’이 사이클로트론(Cyclotron)을 발명하였다. 이것은 양성자를 비롯하여 가벼운 중이온 가속에 사용된다. 1941년에 ‘커스트’는 방위각을 따라 변하는 장(Azimuthally varing field)의 원리를 도입한 개량 사이클로트론의 개발로 한층 효율을 높여 오늘날에 이르고 있고, 초전도 와이어의 발달로 초전도 자석이 상용화하는 추세에 따라 이것을 채용하는 사이클로트론들은 늘고 있다.

웬만한 대학에는 있어야 할 반데그라프 가속기

1933년경에는 ‘반데그라프’에 의하여 정전압가속기가 탄생되었다. 이것은 전자를 비롯하여 모든 입자 즉 양성자로부터 중이온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이든 가속할 수 있는 것으로서 ‘허브’ 등의 기여로 현대적인 모습으로 발전하였다. 반데그라프 가속기는 가속전압을 높히기 위한 ${SF}_{6}$개스 가압형, 직렬형(Tandem)등으로 변신되면서 핵물리실험의 총아로 대두되어 중진국의 웬만한 대학이라면 5~10MeV의 정전압가속기를 갖추고 있는 실정이다.

1931년 미국의 ‘슬론’과 ‘로렌스’는 교류형의 고주파 전장을 사용하여 전하입자를 가속할 수 있는 방법을 탄생시켰는데, 이 아이디어는 입자를 직선으로 가속하는 선형가속기와 원형가속기로 나뉘어 진다. 그러나 이것이 실용화 된 것은 높은 출력과 높은 주파수의 전자파를 발생시키는 발진관인 클라이스트론(Klystron)이 탄생된 후이며 1946년에 ‘알바레츠’가 양성자 선형가속기를, 1948년에 ‘긴즈톤’ 등이 전자 선형가속기를 개발하였다. 큰 것들은 길이가 2백여m에 달한다.

가속기는 정밀도에서 1천분의 1mm를 다투는 장치이므로 길이가 수백m가 되면 장치로서의 성립이 어렵다. 따라서 운동하고 있는 전하입자를 자장을 이용하여 거의 원형궤도로 돌리면서 가속시키는 방법이 발달하게 되었다. 1940년 초에는 패러데이법칙을 이용한 전자가속기로서 베타트론이 나왔고 한편 소련의 ‘벡슬러’와 미국의 ‘맥밀란’이 1945년에 하전입자빔의 원궤도 회전주기와 고주파 가속전장의 주기위상을 맞추어 입자를 가속하는 싱크로트론의 가속원리를 발표하였다. 이어서 1946년 ‘봄’ 등이 전자 싱크로트론을, 1950년 ‘리빙스턴’이 양성자 싱크로트론을 개발하였다.

싱크로사이클로트론과 현재로서는 양성자를 최고에너지로 가속할 수 있는 교번구배 싱크로트론(Alternating gradient synchrotron)이 1952년에 ‘쿠랑’ 등에 의하여 탄생되었다. 이런 유형의 가속기로서 유럽의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에 걸쳐 있는 CERN(유럽 공동원자핵연구소)에 직경 2.4km의 가속기가 ‘레겐스트라이프’의 설계로 시작되어 1976년에 완성을 보았고 미국의 브룩헤븐 국립연구소에서는 ‘블리엣’의 설계로 5백GeV급이 1972년에 완성되었다.

첨단산업에 유용한 싱크로트론

(그림 1) 입자가속 기술의 향상도(리빙스턴 도표)


이들 원형가속기들은 자장속에서 빔이 굽을 때마다 전자파를 발사하여 이 전자파를 싱크로트론궤도복사(Synchrotron orbital radiation)라 부른다. 이 전자파 즉 빛의 파장은 입자의 가속에너지에 따라 장파장으로부터 X-선 영역에 걸쳐 방출되고 가속입자수 즉 빔전류의 크기에 따라 빛의 강도가 증가하는 특성으로 인해 첨단산업에 많은 활용도가 예상되어 미국을 비롯한 유럽, 일본, 대만, 중동, 인도 등 모든 중진국 이상의 나라들이 싱크로트론 복사장치를 짓고 있거나 설계하고 있다.

가속기는 핵물리나 소립자 연구에 필수적인 장비이다. 따라서 해가 갈수록 가속기의 빔에너지는 증가추세를 보여왔다. (그림 1)은 ‘리빙스턴 도표’라고 불리우는 것으로서 이런 양상을 잘 보여준다. 예컨대 양성자 선형가속기의 경우 아이디어가 1930년대 초기에 나와서 빔가속에너지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증가하나 싱크로트론같은 새로운 방법보다는 둔화되면서 70년대 초반에 8백MeV 정도로 끝을 맺고 에너지 증대를 위해 다른 방법으로 전환됨을 볼 수 있다.

요즘에 들어와 고출력레이저의 발달로 레이저 빛을 이용한 가속기 원리들이 논문으로 발표되고 있고 이 아이디어가 소규모로 실험되고 있다. 이것이 성공하면 재래의 가속기들의 길이를 수십 내지 수백분의 일로 줄일 수가 있어 가속기혁명이 예고되고 있다. 그러나 레이저장치가 커져야 하는 단점이 뒤따르게 된다. 이것과는 반대과정으로서 가속기로 전자를 가속시켜 요철형의 자장속을 통과시키면서 레이저를 발생시키는 자유전자 레이저의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근래에 이르러서는 빔을 가속할 수 있는 방법들이 다양해지고 인간의 지식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입자를 각각의 가속에너지 영역별로 경제적으로 가속할 수 있는 가속기들을 조합하여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양성자를 가속할 경우 콕크로프트─월튼가속기→선형가속기→싱크로트론→빔 저장링 등으로 구성되고 있고 정전압가속기도 사이클로트론과 조합되어 높은 에너지 빔을 생산하고 있다.

원리와 구조

(그림 2) 직류가속기의 원리도


(그림 2)와 같이 두 평행판 전극사이에 전하량이 +q쿨롱인 입자가 놓여있다고 하자. 이때 두 전극간에 전압 V를 걸어주면 전극사이에 전장이 생기고 이 입자는 전장에 의하여 가속력을 받아 양극에서 음극쪽으로 이동한다. 이렇게 전기를 띤 입자, 즉 하전입자를 가속시키는 힘을 전기력이라 하고, 모든 가속기에서는 이 힘을 이용하여 하전입자를 가속시킨다.
 

(그림 3) 콕크로프트-월튼형 가속기의 원리도

 


하전입자를 전기장에서 가속
 

(그림 4) 직렬형 반데그라프 가속기 원리도


앞의 그림에서 하전입자가 양극에서 출발 하였다면, 이 입자는 qV 전자볼트(eV)의 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얻게 된다. 이것이 바로 직류가속기의 원리이다. 직류 가속기에서는 양극에 양전하를 갖는 입자, 즉 양이온을 만들어내는 이온원을 장치하고 음극에 실험용 표적을 설치한 다음 이 사이에 내부가 진공상태인 가속관을 설치하여 전원공급기로 전압을 걸어주면, 이온원으로 부터 출발한 이온은 가속관을 따라서 가속되어 표적에 충돌한다.

전압을 높게 걸어주면 고 에너지의 이온빔을 얻을 수 있겠으나, 재래식 고전압 변압기와 전압증배회로를 사용한 콕크로프트─월튼형 가속기로는 최대 도달전압이 약 2~3천만 볼트를 얻을 수 있어 가속 이온빔의 에너지는 중이온인 경우 수백 MeV정도까지 가능하다(그림 4).
보다 더 높은 에너지를 얻는데 적절한 방법으로는 가속전압을 직류 대신 교류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 원리를 채택하는 가속기로는 원형가속기와 선형가속기가 있다.


교류를 사용하는 가속기
 

(그림 5) 선형 가속기의 원리도


(그림 2)에서 직류전원 대신에 고주파 교류 전원을 연결하면 이온은 처음에 양극에서 음극쪽으로 이동하다 어느순간 교류전원의 극성이 바뀌면 다시 반대방향으로 이동할 것이다. 따라서 연속적인 가속은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그림 5)에서와 같이 원통형 도체 전극을 배열하고 교대로 전극들을 연결하고 여기에 고주파 교류를 걸어주면 어떻게 될까. 이온원이 첫번째 전극보다 양의 전위에 있을때 양이온은 이온원으로부터 첫번째 전극으로 가속되어 들어간다. 다음 순간 교류의 극성이 바뀌었을 때 이온은 도체 전극내에 있으므로 반대 방향으로 형성된 전장의 영향을 받지않게 되고, 등속운동을 하면서 전극 끝 부분에 도달되어 다시 전극사이에 형성되어 있는 가속전장에 의하여 2번째 전극으로 가속된다.

이와같이 가속입자가 전극사이에 도달하였을 때 교류가 가속전장을 형성하도록 한다면 연속적인 가속이 가능하다. 이것이 선형가속기의 원리이다. 교류형 가속기를 설계할 때는 가속입자의 위치와 교류 전장의 위상을 맞추어 주는 위상정합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

선형가속기에서 한 전극사이를 통과할때 얻는 에너지가 qV라면 n번째 전극을 통과한 후 이온이 얻은 에너지는 nqV 전자볼트가 된다. 따라서 전극의 갯수를 늘릴수록 높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상정합 문제 때문에 전극의 길이는 이온의 운동속도에 비례하여 길어지므로 높은 에너지의 가속기일수록 후단부의 전극들의 길이는 점점 길어진다. 이러한 문제로 양성자 선형가속기의 경우 보통 가속에너지는 수백 MeV로 제한된다.

선형가속기에서 장치의 길이를 줄이는 방법에는 자장을 사용하여 입자의 궤적을 나선형 또는 원형으로 만드는 것이 있다. 이 원리를 적용한 것이 원형가속기이다. 이온의 운동방향에 수직으로 자장을 걸어주면 이온은 운동방향과 직각방향의 힘, 즉 로렌쯔힘을 받으므로 자장내에서 원운동을 하게된다.


초보적 원형가속기 사이클로트론
 

(그림 6) 사이클로트론의 원리도


사이클로트론은 초보적인 원형가속기로서 구조는 (그림 6)과 같이 원통형 전자석의 자극사이에 진공함이 있고 그 내부에 속이 비어있는 D자 모양의 전극 1쌍과, 그 중심부에는 이온원이 위치한다. D전극에 고주파 교류를 걸어주면 이온원에서 출발한 이온은 전극사이를 통과할 때마다 에너지를 얻게되고, 자극사이에 자장이 일정하다면 이온의 회전반경은 에너지에 비례하여 증가하므로 이온은 나선형을 그리면서 운동하여 전자석 외부에 도달, 방출된다. 이때 위상정합 관계는 이온의 질량이 일정하다면 궤적에 관계없이 반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일정하므로 고주파의 주파수를 일정하게 유지만 시켜주면 맞게 된다.

그러나 이온의 속도가 증가할수록 상대론적으로 질량도 증가하게 되고 이에따라 이온의 원운동 주기도 점점 길어지므로 고주파의 가속위상과 맞지 않게 되어 가속력을 점점 상실하게 된다. 이 효과로 인하여 양성자 사이클로트론에서의 가속 에너지는 20~30MeV 정도로 제한된다.
위상을 맞추는 방법으로는 가속하면서 질량 증가에 따른 만큼 전원 주파수를 점점 작게 변조하여 이온의 운동 주기에 맞도록 하는 장치를 싱크로 사이클로트론이라고 하고, 이와 반대로 주파수는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자장을 외부측으로 갈수록 증가시켜 질량증가에 따른 이온의 주기를 빠르게 보상하도록 고안된 장치를 분할집속형 사이클로트론이라고 한다. 이러한 방법으로는 양성자를 수백 MeV까지 가속이 가능하다.

무제한 가속 가능한 싱크로트론
 

(그림 7) 싱크로트론의 원리도


싱크로트론은 위상안정원리를 기초로하여 설계된 장치로서, 가속입자의 궤적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가속입자의 에너지 증가에 맞추어 주파수와 전자석의 자장을 증가시키도록 고안된 장치이다. 구조는 사이클로트론류의 단일 원통형 전자석 대신에, (그림 7)에서와 같이 일정한 원주, 즉 링을 따라 휨용 2극 전자석을 분할하여 설치하고, 그 사이에 가속빔 집속을 위한 4극 전자석을 설치하며 궤도 1~2개소에 가속부분을 만들어준 형태이다. 이 가속기는 원리적으로 가속 에너지를 제한없이 높일 수 있는 장치로서 에너지가 크면 클수록 링의 직경이 증가한다.
 

빔 저장링(그림 8)은 싱크로트론과 같은 구조이나 자장과 주파수를 일정하게 하고 다른 싱크로트론 등의 가속기로서 가속된 이온빔을 받아 보관, 저장함으로써 이온빔 전류를 증가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충돌빔형 가속기는 싱크로트론이나 저장링을 사용하여 두 입자빔을 반대방향으로 가속하여 링의 3~4군데에서 빔을 교차시켜 이온빔간에 정면충돌을 일으켜 상대론적인 충돌 반응에너지를 높이기 위한 가속기이다.

 

(그림 8) 테바트론의 가속기 구성도


이용분야와 필요성

중세사회가 왕, 귀족, 농노로 분명히 나뉘어지듯이 우주의 모든 물질도 계층 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큰 것으로는 은하계(직경 ${10}^{21}$m), 태양계(직경 60억km) 등이 있는가 하면 생물, 분자, 원자, 원자핵 등 작은 물질들이 층을 이룬다. 원자핵은 다시 양성자와 중성자로 나뉘고 이것은 다시 쿼크(반경 ${10}^{-18}$m)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다면 쿼크는 무엇으로 이루어질까. 이처럼 물질의 궁극을 엿보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관찰장치가 필요하다.

 

수십조 분의 1cm 크기의 소립자

전자현미경은 수천 전자볼트의 에너지를 가진 전자를 물체에 쏘아 수백만 분의 1cm정도의 크기인 분자구조를 알아낸다. 그러나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작은 구성요소인 수십조 분의 1cm 크기의 소립자 연구를 위해서는 수십억 내지 수십 조 전자볼트의 에너지를 가진 입자가 요구된다.

높은 에너지의 양성자를 표적에 입사시키면 강한 상호작용에 의해 입사 양성자에너지의 물질화가 이루어진다. 여기서 수명이 ${10}^{-7}$~${10}^{-16}$초인 각종 소립자가 생성되며, 이들을 액체수소 거품상자 등으로 측정하게 된다. 또한 양성자─반양성자(Antiproton) 충돌반응에 의한 중간자의 공명현상연구도 소립자연구의 중요한 분야이다.

또 무거운 이온을 가속시켜 우라늄보다 무거운 초중(超重)원소를 만들어내거나 고온, 고밀도의 원자핵에 대한 극한상태 연구는 중성자별(Neutron Star)의 물리나 쿼크 집합체로서의 원자핵의 물리를 규명함에 있어 중요한 열쇠를 제공해 주는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VLSI제조에서 핵폐기물 처리까지

이러한 원자핵 또는 소립자물리와 같은 기초연구외에도 가속기는 원자물리, 고체물리, 생물학, 의학, 농학, 재료과학, 우주과학, 반도체공학, 지질학 및 고고학 등 이용 분야가 다양하다. 예를 들면 초대규모집적회로(VLSI) 제조에서의 이온주입 및 미세가공, 금속·세라믹·고분자 등의 표면개선, 초전도금속 합성, 원자로 및 핵융합 재료개발, 암치료 및 의료진단,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 환경오염 분석, 열핵융합반응에서의 이용, 고준위 방사성페기물 처분 및 우주기기개발 등 실로 이용분야가 지대하다.

가속기 기술은 전기, 전자, 기계, 토목, 정보처리, 저온물리, 진공 및 재료과학 등 그 시대의 거의 모든 첨단기술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가속기 기술은 그 나라의 과학기술 수준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가속기 건설에 따르는 파급효과를 고려 할 때 가속기 자체의 필요성 못지 않게 가속기의 자력개발 필요성 또한 크다 하겠다.
 

 

거대 가속기

상상할 수도 없이 작은 소립자를 통해 우리는 거대한 우주의 비밀을 밝히고 있다. 거대가속기는 입자를 광속에 가깝게 가속시켜 정면충돌시킴으로써 1천조℃ 이상의 초고온 상태를 만든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약1백50억년 전 우주의 대폭발 직후의 상태를 실험적으로 재현시킬 수 있는 것이다. 소립자 연구가 물질과 우주의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라는 것은 현대우주론이 거대가속기의 실험데이타에 기초한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노벨상의 산실

가속 에너지가 수 GeV(10억eV) 이상의 거대가속기는 보통 저, 중, 고 에너지 가속기들이 차례로 연결된 가속기군으로 형성된다. 양성자를 가속하는 대표적인 거대가속기로는 미국 일리노이주 국립 페르미 가속기 연구소(FNAL)에 있는 ‘테바트론’을 들 수 있다. 이 가속기는 주 싱크로트론의 직경이 약 2km이며 전자석은 모두 초전도 전 자석을 사용하여 종래보다 2배 이상 강한 자장을 얻도록 설계되었다. 1983년도에 가속빔의 에너지가 1TeV(1조eV)에 도달하였으며 금년도에 양자─반양자 충돌빔 가속기로 개조되어 충돌 반응에너지를 2TeV로 증가시켜 운전하고 있다. (그림 8)은 테바트론의 주링과 입사기의 개략도이다.

그 다음에 들 수 있는 양성자 가속기는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CERN의 ‘SPS’양자─반양자 충돌빔형 가속기로서 W와Z입자를 발견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까지 우주의 힘의 근원은 중력, 전자기력, 약력 그리고 강력의 4가지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몇몇 학자들에 의하여 전자기력과 약력이 같은 힘을 근원으로 한다는 통합이론이 제시 되었다. 이 가설을 증명하자면 약력의 전달 입자인 W입자와 Z입자를 실험적으로 찾아내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W와 Z 입자의 에너지는 각각 80,90GeV인데, 1970년대 후반 대형가속기들은 모두 정지표적을 사용하므로 가속빔의 에너지는 3백~4백GeV에 도달하였어도 실제 충돌반응에 효과적으로 이용되는 에너지는 30GeV이하였으므로 입자의 발견이 곤란하였다.

1976년 CERN의 ‘루비아’와 ‘반데미어’는 충돌빔형 가속기의 원리를 고안해내어 기존의 2백70GeV의 SPS를 개조하여 양자─반양자 충돌빔형 가속기로 만들어 충돌반응 에너지를 22.5GeV에서 5백40GeV로 증가시켰다. 이것을 가지고 1983년 W와 Z입자를 발견하게 되었고 다음해에 그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페르미 연구소의 테바트론은 정지형 표적을 사용하여 1977년 기저 쿼크와 반 기저쿼크의 결합 입자로 알려진 입실론 입자를 발견한 장치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후 정지형 표적을 고수하고 빔에너지만을 증가시키는 연구에만 주력하여 에너지는 1TeV까지 올렸으나 충돌반응에너지 측면에서 CERN보다 떨어지게 되었다.

대형 전자가속기로는 미국 스탠퍼드 선형가속기센터(SLAC)의 길이 3.2km, 30GeV의 ‘2마일 가속기’를 들 수 있다. 이 가속기를 써서 1974년 J/Φ 입자와 1976년 타우렙톤을 발견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대표적 전자─양전자 충돌빔형 장치로는 서독 함브르크 독일 전자 싱크로트론연구소(DESY)의 ‘PETRA’를 들 수 있다. 이 장치는 19GeV의 전자와 양전자를 가속하여 충돌시킴으로써 38GeV의 충돌반응 에너지를 얻었으며 강력의 매개입자인 글루온을 발견한 바 있다.

직경 34Km의 SSC

미국은 고에너지 물리분야에서 유럽에 뒤지는 것을 극복하고 물질의 궁극적 요소규명과 우주 생성의 근원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하여 초대형 가속기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이 가속기는 ‘SSC’(초─초전도 충돌기)로 명명 되었는데, 형태는 20TeV양성자·양성자 충돌빔형 가속기로서 충돌반응에너지를 40TeV로 설계하고 있다. 이 장치의 원주길이는 5테슬라의 초전도 전자석을 사용하는 경우 1백5km나 되고, 직경은 약 34km(서울 시청을 중심으로 의정부와 안양을 지름으로 하는 원주)이며, 건설비도 약 30억달러로 잡고 있다. 이 가속기는 1995년에 가동을 목표로하여 현재 건설을 추진중에 있다.

우리나라의 가속기 개발 현황

우리나라에서 가속기를 자력으로 건설하기는 서울대 물리학과에서 1959년에 완공한 빔에너지가 1MeV인 사이클로트론이 처음이다. 이것은 그후 보조금의 지원 중단으로 폐쇄되었으나 그 가속기를 통하여 양성된 당시의 대학원생들이 국내외 대학과 연구소에 현역으로 재직하고 있다. 또한 같은 시기에 연세대 물리과에서 콕크로프트─월튼 가속기를 건설하였으나 투자 빈곤으로 대형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그후 서울대 원자핵 공학과에서 양성자를 2MeV까지 가속할 수 있는 정전압가속기를 1978년부터 설계, 제작하여 금년에는 총 길이 12m에 3개 층에 걸쳐 설치를 완료하였다. 현재 가동중인 이 가속기는 핵물리실험을 비롯한 여러분야에서의 이용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국제적인 규모의 실험을 하자면 최소한 가속빔의 에너지가 12MeV 이상은 되어야 하지만 이러한 가속기 건설에는 약 1천5백만 달러 정도가 소요된다.

산업고도화에 필수

도입된 것으로는 의료용으로 원자력병원에 50MeV 양성자 가속용 사이클로트론이 가동되고 있고 서울대 부속병원에 12MeV 전자 선형가속기와 연세대 병원에 18MeV등이 암치료용으로 쓰이고 있다. 그외 소형 정전압가속기들이 몇개 대학에 분산되어 있고 비파괴검사용 X-선 발생장치로 도입되어 있다.

산업의 고도화는 이와같은 선진 시설을 필요로 한다. 우리나라도 소재개발, 반도체 소자인 초대규모집적회로의 제작 및 검사의 단계까지 가려면 각종 가속기는 필수적이므로 이에 대한 준비는 시급하다고 하겠다.

가속기란 핵이나 소립자를 연구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핵물리학 분야 학자들 대부분이 가속기를 사용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가속기 자체의 연구자는 드문 형편이어서 자력건설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재외 한국인 가속기 전문가로는 미국의 알곤 국립연구소의 조양래박사(현재 6GeV 양전자 싱크로트론가속기 건설계획 책임자로 87년 10월부터 건조개시)와 초전도 자석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인 김석홍박사 그리고 버클리로렌스 연구소의 가속기 설계분야에 김광제박사, 발진기분야에 해군 수상 무기 센터의 남궁원박사와 엄한섭박사 등이 현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서울대 공대의 자체개발 가속기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가속기 그룹이 제작한 반데그라프 가속기는 자력으로 제작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이 직렬형 가속기는 선형가속기나 원형가속기 등 다른 기종의 가속기에 비하여 가속된 이온빔의 에너지 분산이 매우 작고, 에너지 변동이 용이하며, 각종 이온빔을 모두 얻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이제까지 핵물리 연구용으로 필수적인 장치로 되어왔으며, 원자로 설계나 핵융합로 설계에 요구되는 핵자료들은 대부분 이 형의 가속기로 얻는다.

건조된 가속기는 직경 1.6m, 높이 5m의 압력용기내에 1백50만 볼트의 정전압 발생장치가 설치되어 있고, 압력용기 윗부분의 음이온원(源)부와 밑부분의 질량분석용 전자석과 표적부로 이루어져 있다.

이 가속기로는 양성자는 3MeV, He 이온은 4.5MeV 그리고 5MeV 이상의 질소, 산소, 염소이온 등 여러 종류의 중이온을 가속할 수 있으므로 기본적인 핵물리, 핵공학 실험뿐만 아니라 고속 중성자 생성, PIXE등 극미량 원소분석 분야에도 이용되는 다목적용이다.

이 그룹은 가속기를 건조하면서 이온광학기술, 고진공기술, 고전압 절연 및 정전압 발생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함으로써 직렬형 가속기 제작기술 확립은 물론 거대가속기의 전단가속기 제작 기술을 확보하였다는데 자력건설의 의의를 두고 있다.

1986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정기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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