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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초부터 공상과학소설이나 영화 등에서 흔히 나오던 얘기들이 신문, 잡지, TV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얘기들은 우울하고 두터운 내용을 담고 있다. 지구의 기온이 몇십년안에 어떤 사람은 3℉가, 어떤 이는 9℉가량 높아질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고 양극(極)의 얼음이 녹아 세계의 큰 도시와 방글라데시 태평양과 인도양의 수천개의 섬이 물아래 잠길 것이라는 견해도 자주 매스미디어에 보도되었다. 지구의 환경파괴 얘기는 여기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 오존층이 엷어져서 사람들이 모두 안경을 쓰고 햇볕을 쬐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시기가 닥쳐오고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영향력있는 대중매체들의 환경파괴와 이에 따른 생존조건의 악화에 대한 보도는 소수과학자들의 걱정거리에 불과했던 문제를 무수한 일반 시민의 걱정거리로 만들었다.

핵전쟁의 참화에 관한 얘기는 지난 40여년간 줄곧 반복되었다. 그러나 핵전쟁의 직접피해만 강조되었지 그것이 환경파괴에 어떻게 기여하고 환경파괴는 어떤 과정으로 인류를 포함한 모든 생명체들을 서서히 죽게 만드는지에 관한 설득력있는 시나리오는 드문 편이었다. 80년대는 핵전쟁과 환경과의 유직적 관련에 관한 얘기도 과학적 근거를 갖고 일반 시민의 의식 속에 파고든 10년이었다.

새로운 재난

80년대가 환경파괴의 우려에 시민과 정치가들이 참여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아직 걱정하고 토론하는 단계에 머물고 획기적인 행동이 취해지지는 않고 있지만 90년대에는 보다 적극적인 조치들이 취해질 것으로 보인다.

80년대에 등장한 새로운 걱정, 새로운 재앙은 온실효과와 오존감소이다. 이 두가지도 물론 일부학자들이 수십년 전에 예고했던 것이지만 80년대 들어 온실효과의 실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오존감소가 관측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많은 과학자와 연구소들이 이 두가지의 재난이 가져올 전지구적 영향에 대해 무서운 얘기들을 하고 있다.

온실효과는 이산화탄소, 메탄 그리고 인간활동에 의해 생기는 여러가지 가스가 대기중에 쏟아 넣어짐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여러가지 가스는 밤에 지표면에서 발산하는 열파를 차단, 지표면을 덮게 한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50년대이내 지구기온이 화씨 3도에서 9도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오존감소도 역시 인간활동의 결과에서 생겨나는 가스, 특히 염화불화탄소 때문에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오존층이 엷어지면 유해한 자외선이 뚫고 들어와 피부암을 발생시키고 매생물의 죽음을 가져오며 기타 거의 모든 생명체의 정상적인 생장·발육을 저해한다. 1985년에는 충격적인 관찰 즉 남극의 오존이 50%나 감소한 것이 확인되었다. 엄청난 양인데 계절적인 요인까지 겹친 것이다. 그후 곧 학자들은 전지구적으로 1979년에서 1986년 사이에 오존이 3~5% 줄어든 것을 확인하였다. 현재 보수적인 견해로 21세기 중반까지는 오존이 추가로 3% 더 감소할 것이라 한다. 급진파 의견은 이보다 10배 즉 30%나 감소할 것이라는 것이다.

80년대를 통틀어 환경문제는 예컨대 산성비, 독성폐기물, 방사능쓰레기, 핵발전소의 폭발, 대양에의 기름 유출 등에서 보는 것처럼 국지적인 관심거리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다. 아직 어떤 사고나 위험도 즉각적으로 전 지구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어느 한 지역의 재난은 시간을 두고 전 지구에 영향을 주기 마련이며 그 위험의 정도가 어느만큼 될 것인지는 아무도 계량해 낼 수 없다.
 

남극의 오존구멍
 

환경문제 해결은 왜 어려운가

80년대 들어 환경파괴의 정도와 범위가 유례없이 심각해졋지만 그 심각성에 견줄만한 대응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시민의 호응, 정치가의 결단 등 복잡한 사회적 요인이 얽혀있는 데다 순수 과학적인 측면에서도 대상의 막연성 때문에 문제해결에의 길을 어렵게 만든다.

남극의 오존감소에 대한 충격적인 보고가 영국의 과학자들에 의해 나왔을 때 미국의 NASA는 처음 이를 부인했다. 컴퓨터분석으로 그런 잘못된 결론을 얻은 것이다. 88년에는 기온이 측정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고 일부지역에 극심한 가뭄이 있었지만 온실효과에 대해 의심쩍어하는 학자들이 상당수 있다. 적어도 앞으로 5~10년이 지나야 온실효과에 의한 것인지 분명하게 판명될 것이라는 견해를 이들은 갖고 있다. 과학계 자체 사정이 이러니 정치가나 행정가들은 더욱 미온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물론 있지도 않은 유령과 전쟁을 하는 우행을 저질러서도 안된다. 한두가지 현상이나 증거로 일반적인 결론을 도출해내는 것은 매우 위험한 짓이다. 반대로 머뭇거리고 의심쩍어하다가 위험스런 적이 자기진영에 잠입해 파멸적인 행위를 하도록 해서도 안된다.

미국 국립환경연구소의 '스테픈 슈나이더'박사는 과학자의 딜레머를 이같이 말한다.

"과학자는 과학적 조사와 연구의 방법에 있어 윤리적인 규제를 받는다. 진리를 말한다는 것은 극히 어렵다. 그래서 상당한 확신이 생겨도 '그러나' '만약'등의 제한적 용어를 자주 쓰게 된다. 한편 과학자도 한사람의 인간으로 세상이 보다 좋아지기를 바라며 잠재적이고 의심쩍어 보이는 위험에 대해 경고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충분한 근거없이 단정하거나 사실을 단순화시키는 잘못을 범한다. 다시 말해 과학자는 이중의 구속을 받고 있는 것이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잡아 말하고 행동해야겠지만 그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에 속한다."

과학자가 당하는 이러한 어려움은 결국 인간의 행동이 초래한 결과에 대해 인간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뜻한다. 하물며 대책을 제대로 세울 수 있을까? 브라질의 삼림파괴는 좋은 예의 하나이다. 아마존 밀림의 파손은 이 나라의 채무와 관련되어 있지만 채권자의 이익을 위해 귀중한 산소의 공급원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 전세계는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의 세계는 이론과 실험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환경문제에는 이 과학적 방법이 동원될 수 없다.

이산화탄소가 수십배 늘어나고 오존의 50%감소하고 지구기온이 몇도 올라갔을 때의 결과를 실험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 실험실은 바로 우리 인류와 모든 생명체가 사는 유일한 장소인 지구의 땅과 바다이다. 어떤 결과가 생길지 기다리고만 있는다면 이는 완전한 바보짓인 것이다. 물론 약간의 실험은 가능하다. 오존이 감소된 상태의 온실에서의 식물생육 등을 살필 수는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실험결과는 어떤 시사는 줄 수 있더라도 매우 불완전한 것이다. 지구의 생태계는 극히 미묘하고 복잡한 상관관계로 엮어져 있기 때문에 인공적인 실험실과는 매우 다른 것이다.

하지만 과학자는 보다 정확하고 보다 명료하며 보다 알기 쉬운 언어로 우리가 겪게 될 재난을 예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불확실한 것을 보다 확실한 것으로 만들도록 조사·연구를 깊히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이같은 결과로 나온 예측들이 어딘가에 헛점이 있을지라도 일단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인류는 어떤 대가를 치뤄도 회복할 수 없는 재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온실효과로 전지구에 가뭄과 홍수의 기상이변이 잦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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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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