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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파동인 동시에 입자

왜 모든 물질은 파동인 동시에 입자라는 이중성을 갖는 것일까. 양자역학의 이론체계는 이러한 자연의 표면적 모순을 설명해준다.


이 세상에는 많은 파동현상이 있다.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 돌이 떨어진 수면을 중심으로 동그랗게 파동이 퍼져 나간다. 이러한 것은 누구나 흔히 보는 현상이다. 두개의 돌을 동시에 던지면 그 각각의 돌이 떨어진 곳을 중심으로 파동이 동그랗게 퍼져 나가다가 이들이 서로 부딪친다. 마치 해변에서 밀려오는 파도가 서로 부딪치듯이 파동(횡파일 경우)은 강한 곳과 약한 곳 즉 산과 골이 있다. 두 파동의 산과 산이 합치면 그 파동은 진폭이 두 배가 되며 또한 크기가 같은 두 파동의 산과 골이 합치면 파동은 서로 상쇄되어 없어진다. 이러한 현상을 우리들이 간섭현상이라고 한다. 파동은 또한 회절현상(廻折現象)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면 볼펜 뚜껑 같은데 작은 바늘 구멍을 뚫고 들여다 보면 회절무늬를 볼 수 있다.

 

광전효과가 일으킨 파문
 

19세기에 이르러서 빛은 사실상 파동이라고 알려져 있다. 왜냐 하면 빛은 파동의 특성인 간섭무늬와 회절무늬를 만들고 있었다.지난번에 이야기한 복사 역시 전자파이며 빛처럼 파동인 것이다. 사실상 20세기 전까지만 해도 파동과 입자를 구별하는 데 하나의 원리로서 간섭과 회절현상을 내세웠다. 간섭이나 회절을 일으킬 수 있으면 파동이라 했고, 입자는 절대로 그런 현상을 일으키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즉 간섭과 회절은 파동의 상표인 셈이었다. 그런데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이런생각을 바꾸어야만하는 일들이 생겼다. 독일의 물리학자 '레나드' 교수가 소위 '광전효과(光電效果)'라는 현상을 발견한 것이 그 계기였다. 광전효과라 함은 금속판에 빛을 쪼일 때 전자가 튀어 나오는 현상으로서 '레나드'박사에 의하여 정밀한 실험이 이루어졌다.
 

1902년에 발표된 '레나드'의 실험결과에 의하면 나오는 전자의 운동에너지 즉 전자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힘있게 나오는가는 쪼인 빛의 강도가 아니라 그 빛의 파장에만 관계된다는 것이다.
 

빛의 색깔 즉 진동수가 일정한 크기 이상일 때만 전자가 튀어나온다. 예를 들면 진동수가 큰 파란 빛일 때는 전자가 나오지만 붉은 빛(파랑보다는 진동수가 더 적다)일 때는 전자가 나오지 않는다. 아무리 강한 혹은 많은 붉은 색깔의 빛을 쪼여도 전자가 나오지 않지만 약한 혹은 적은양의 파랑 빛을 쪼이면 전자가 나온다는 것을 알았다. 즉 광전효과가 일어나는 것은 질(質)에 관계되지 양(量)에 관계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빛이 파동이라는 뜻에서 볼 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빛은 파동인가 입자인가
 

먼저 광전효과가 왜 일어나는지 빛이 파동이란 입장에서 살펴보자. 금속 속에는 많은 자유전자가 돌아다니고 있다. 이 전자가 금속표면을 넘어서 나오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밖에서 빛이 들어가 이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면 그 에너지를 받은 전자는 표면을 넘어서 나올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파동의 에너지는 그 진폭 즉 산과 골(물의 파동을 연상하면 된다)의 차이가 얼마나 큰가에 달려있지 그 진동수 즉 파동이 얼마나 빨리 진동하는가에는 관계없다. 물위에 떠 있는 작은 종이배를 잠시 상상해 보자. 물의 파고 즉 진폭이 크면 종이배 역시 많이 흔들리고 따라서 많은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밖에서 들어오는 빛을 물의 파동이라고 생각하고 전자를 종이배로 상상할 때 빛의 강도는 진폭이 크면 클수록 강하므로 강한 빛이 들어오면 전자는 많은 에너지를 공급받게 된다. 따라서 빛이 파동이라면 전자가 받는 에너지는 빛의 강도 즉 양에만 관계되지 빛의 진동수(색깔) 즉 질에는 관계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런데 '레나드'의 실험결과는 이와 정반대로, 나오는 전자 하나의 에너지는 질에만 관계되고 빛의 양에는 관계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만약에 빛이 파동이 아니고 알맹이로 된 빛의 입자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자.
 

플랑크의 실험에 의하면 복사에너지 즉 빛은 띄엄 띄엄한 에너지의 뭉치처럼 해석하여야 하므로 빛이 입자로 되어 있다는 상상을 할 수는 있다. 따라서 정말 빛이 빛의 알맹이로 되어 있으면(앞으로 빛의 알맹이를 광자(光子 : Photon)라고 부르기로 한다) 광전효과는 어떻게 일어날 수 있을까?
 

광자의 에너지는 그 진동수에 따라 결정된다는(플랑크가 제창한 에너지 = hν 여기서 h는 플랑크 상수이며 ν는 진동수임) 플랑크의 가설을 받아들일 때 에너지의 뭉치인 광자가 전자와 부딪치면 마치 당구공이 충돌할 때처럼 전자가 튕겨나가게 된다. 이것이 빛의 입자론에 의한 광전효과를 원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되겠다.
 

파동과는 달리 빛의 강도는 얼마나 많은 광자가 들어오는가에 달려 있고 하나하나의 광자의 에너지는 그 빛의 색깔 즉 진동수에만 의존한다. 따라서 파랑색 빛은 진동수가 크므로 전자를 금속의 표면 밖으로 튕겨낼 충분한 에너지를 갖지만 붉은색 빛은 진동수가 작아서 즉 에너지가 작아서 전자를 튕겨내기에는 부족하다. 따라서 파랑색 빛은 광전효과를 일으키지 못하는 것이 잘 설명된다.
 

파랑색 빛을 강하게 쪼이면 나오는 전자의 에너지는 같으나 다만 더 많는 숫자의 전자가 나온다는 것도 빛의 입자설과 일치한다. 왜냐하면 더 많은 빛의 입자가 들어오면 더 많은 전자와 충돌하여 더 많은 전자를 튕겨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광전효과가 아닌 다른 현상에서는 빛은 여전히 간섭현상과 회절현상을 일으키는 파동인 것이 엄연한 사실인 것이다.

 

자연의 모순을 이해하는 방법
 

빛은 도대체 입자인가 파동인가? 어떤 때는 파동처럼 행동하고 어떤 때는 입자처럼 행동하고 있다. 빛의 이러한 성질을 극적으로 표현할 때 빛은 월, 수 , 금에는 파동이고 화, 목, 토에는 입자라고 어떤 물리학자가 말한 적도 있다.
 

파동이라고 이해되고 알려진 빛이 입자의 성질을 갖는다면 역으로 입자로 알려진 전자는 파동의 성질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사실상 프랑스의 물리학자 '드 브로이' (De Broglie)는 모든 입자가 파동의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이 입자의 파동적 측면을 '물질파'라고 일컬었다.
 

입자의 질량에 속도를 곱한 양을 운동량이라고 하는데 입자의 운동량 P와 물질파의 파장 λ와는 $P=h/λ$라는 관계가 성립된다고 '드 브로이' 는 주장하였다(여기서 h는 플랑크의 상수임). '드 브로이'의 주장이 맞다면 전자 역시 파동현상을 일으켜야 하고 따라서 파동에 특유한 회절무늬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미국의 물리학자 '데이비슨'(Davison)과 '저머'(Germer)는 알미늄 박막을 통해 나오는 전자의 회절무늬를 보게 된다. 빛의 일종인 X선 회절과 비교할 때 빛과 전도가 얼마나 닮은 현상을 일으키고 있는지 독자들은 공감할줄 믿는다.
 

어떻게 된일일까? 모든 물질은 입자인 동시에 또한 파동이라는 이중성(二重性)을 갖고 행동하는 것이다. 이중성의 표면적 모순은 1926년에 이르러 여러 사람들의 노력에 의하여 하나의 모순없는 '양자역학'이라는 이론체계로서 이해 되나 그 설명을 필자 대신 저 유명한 '화인만' 교수(미국 캘리포니아 공대 교수이며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이고 어려운 이론을 쉽게 이야기하기로 유명하다)의 강연을 인용하기로 한다.
 

"경험하지 못한 세상일을 이해하려면 지극히 조심스러운 관찰과 추리를 통하여 추측해 나가야 한다. 공상과학 소설처럼 실제로 일어나고 있지 않은 일들을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 일들을 이해 하려는 것이다. 빛과 전자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만약 전자가 입자처럼 행동한다고 해도 틀리는 말이 되겠고, 파동처럼 행동한다 해도 역시 틀리는 말이 되겠다. 구태여 표현한다면 '양자역학적'으로 행동한다고 할 수밖에 없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빛이나 전자같은 행동을 하며 둘 다 괴상한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이해하려면 뛰어난 상상력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이들은 여러분이 알고 있는 어떤 것과도 달리 상상 이외의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이해하기 어려울 줄 믿는다. 그러나 어려움은 주로 심리적 갈등이며 '어떻게 그럴수가' 라는 반박에 뿌리를 두고 있다. 양자역학을 완전히 이해하려고 애쓰지 말고 편안한 자세로 그냥 들어주기 바란다. 여러분이 자연의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자연이 얼마나 근사한지를 보게 된다. 거듭 이야기 하겠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라고 묻지 말아야 한다. 왜냐면 아무도 왜 그런지 물어본다 해도 점점 더 모르기 때문이다"

1986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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