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술읽혀요 | 2020 사이언스 바캉스
매년 여름 과학동아가 마련하는 대중 과학강연 행사인 ‘사이언스 바캉스’가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주제로 열렸다. 현재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는 바이러스의 영향으로부터 사이언스 바캉스도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작년까지 수백 명이 참여하는 공개 강연 방식으로 진행됐으나, 올해는 8월 22일 대전 기초과학연구원(IBS) 과학문화센터에서 청중 없이 현장 유튜브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됐다. 덕분에 공간의 제약 없이 더 많은 독자들과 함께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인류는 새로운 표준으로 살 것”
2020 사이언스 바캉스는 양자역학 연구자인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가 특별 사회자로, 송대섭 고려대 약대 교수, 이재담 울산대 의대 교수 등 두 전문가가 패널로 함께 했다.
5월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함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한 송 교수는 최근 화제가 된 러시아 백신 이야기로 청중들의 눈과 귀를 집중시켰다. 송 교수는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등록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Ⅴ’에 대해 “3상 임상시험을 통과하지 않았다”며 “아무리 급해도 안전성을 놓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바이러스 감염병, 그리고 질병 X’라는 제목으로 미니강연도 펼쳤다. 2018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생태계 파괴나 기후변화 등의 이유로 앞으로 미지의 바이러스 감염병 ‘질병 X’가 등장할 것이라 경고했다.
그는 “20세기 수십 년 주기였던 세균, 바이러스 감염병이 21세기 들어 수년 주기로 발생하고 있다”며 8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의 연구를 근거로 들었다. 연구팀은 수백 종의 숙주 동물을 조사해 도시화로 인해 사람과 숙주 동물의 접촉이 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는 인수공통 감염병의 출현 가능성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doi: 10.1038/s41586-020-2562-8
끝으로 송 교수는 “홍역 바이러스는 백신을 한 번만 맞아도 감염을 93% 예방하지만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이처럼 높은 예방률을 얻을 수 없는 바이러스”라며 모임을 줄이고 마스크 쓰기 등 위생 수칙을 일상화하는 삶이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을 예고했다.
“인류는 경험과 지식으로 감염병에 맞서”
의학사 연구의 권위자인 이 교수는 감염병 역사를 되짚어보며 코로나19를 극복할 실마리를 논의했다. 페스트균이 일으키는 흑사병은 1346~1353년 유럽 인구의 30~60%를 사망케 했다. 이 교수는 “흑사병 이후 유럽은 봉건제도가 붕괴했다”며 “감염병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인 피해도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1918년 스페인 독감이 대유행을 일으켰을 때 전 세계적으로 마스크 쓰기 운동이 벌어졌던 역사도 소개했다. 당시 마스크를 쓰자는 포스터가 거리 곳곳에 붙었다. 그는 “과거 사람들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으로 질병에 대응했다”고 말했다.
2020 사이언스 바캉스는 수 분만에 동시접속자 400명을 돌파할 만큼 뜨거운 열기 속에 100분간 진행됐다. 사이언스 바캉스에 올해로 3회째 참여한 김 교수는 “내년에는 과학동아 친구들과 얼굴을 마주보며 이야기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