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택이 도는 어두운 색의 화석 위로 우둘투둘한 비늘 형태의 무늬가 보인다. 마치 악어 가죽처럼 보이는 이 무늬는 2억 8900만 년 전, 고생대 페름기에 만들어진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피부 화석이다. 1월 11일, 로버트 리즈 캐나다 토론토대 미시사가 캠퍼스 생물학과 교수팀이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보고했다. doi: 10.1016/j.cub.2023.12.008
연구팀은 이 피부의 주인공을 초기 육상 양막류의 일종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비늘로 덮인 모습이 악어 등 현생 파충류와 매우 닮아있다”고 설명했다. 고생대 초기, 양서류에서 진화한 양막류는 물속보다 가혹한 육상 환경에 적응해 진화해야 했다. 특히 육상에서는 몸의 수분을 잃기 쉬웠는데, 연구팀은 “단단한 피부가 체내 수분을 보존하기 위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 설명했다.
이번에 보고된 피부 화석은 이전부터 고생대 화석 산지로 알려진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리차드 스퍼 동굴에서 발견됐다. 화석은 고생물의 유해나 흔적이 퇴적물에 묻혀 보존된 것으로, 단단한 뼈를 제외한 부드러운 신체 조직은 쉽게 분해돼 화석으로 남기 힘들다. 그런데 어떻게 부드러운 조직 중 하나인 피부가 화석으로 남았을까.
연구팀은 산소를 차단하기 적합했던 환경을 이유로 들었다. 리차드 스퍼 동굴 내 지층은 공기가 잘 통과하지 않는 점토를 많이 함유하고 있다. 또 지층에 포함된 기름 성분이 산소를 차단한다. 산소가 통하기 어려워지면서 미생물이 서식하기 힘든 환경이 만들어졌고, 피부 조직의 부패가 느려지면서 연약한 피부가 화석으로 남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논문의 주저자로 참여한 에단 무니 토론토대 미시사가 캠퍼스 생물학과 연구원은 보도자료에서 “표피는 척추동물이 육지에서 생존하는 데 필요한 특징”이라며, “가혹한 외부 환경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중요한 장벽이었을 것”이라 밝혔다. 나아가 “초기 피부 연구를 통해 조류의 깃털이나 포유류의 털이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대해서도 힌트를 얻게 될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