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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대학원 교육에 대해 말한다

획기적 전환이 필요한 때

 

한동숭(서울대 대학원 ·수학)
 

대학원은 일반인에게 학문의 전당이며 최고지성인의 배출지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실은 학문탐구에 대한 불타는 열정보다는 자신의 장래에 대한 번민에 시달리고, 지식인적 소양을 기르기보다는 편협한 전문성에 기초하여 업적위주로 흐르고 있다는 느낌이다. 응용과학부문은 산학협의에 의해 기업가의 이윤추구에 대학원이 철저히 이용 당하고 있다고 본다. 기업가는 공공의 이용물인 대학설비를 무상으로 독점할 수 있기때문에 대학연구비의 절반 이상을 대학에 투여하지만, 대학원생들은 학위나 학점에 얽매여 자신의 노동을 무상으로 주게 된다.

한편 기초과학부문은 연구비 지원이 거의 안되는 형편에서 일부 부유한 사람의 자제만이 학문연구에 전념하게 되고, 그의 대부분은 외국유학의 길을 택하여 한국에서 기초연구가 뿌리를 내릴 기반은 전무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로 재정적인 문제를 들 수 있다. 현재 대학원생들은 집안이 부유한 소수를 제외하곤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등록금에서부터 시작하여 서적구입비 복사비 생활비 등을 지원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때문에 대학원생들은 장래문제 집안문제 현실문제 등의 번민에 쌓여 좋은 연구결과보다는 초조함에 앞서고 있다. 이것이 외국유학을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유능한 전문연구자의 육성에 있어서, 부유한 소수만이 이길을 걷게 되고 대다수의 흥미와 능력을 지닌 자들은 엄두도 못내는 기회의 불공평성이 과학발전의 저해를 가져온다.

두번째로 진로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장학금이나 연구비는 학생시절에만 해당된다. 졸업 또는 수료를 할 경우에 장래에 대한 문제는 어느 누구도 확답을 주고 있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졸실업자가 양산된 상태에서 자금난에 의해 교수충원이 되지않고 학생수만 늘이는 상황이다. 연구소는 연구인력의 활용보다는 기술도입이나 기술복제에만 신경을 쓴다. 좀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대학원을 졸업한 고급인력은 자신의 전문성을 살릴자리가 없다. 이는 재정적 문제와 더불어 연구의욕을 떨어뜨리고 무력감에 빠뜨리는 큰 문제이다.

세번째로는 교육제도상의 비민주성을 들 수 있다. 실제로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들과 행정담당자간의 관계 그리고 교수와 학생간의 관계가 행정편의주의 또는 가부장적인 권위주의로서 묶여 있는 상태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또한 중요한 것으로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의 분리 운영을 들 수 있다. 이 분리는 연구의 단절을 유발하고, 석사논문제출 박사입학시험 등 또다른 부담만 준다. 외국의 경우에 거의 대부분의 대학이 석·박사과정을 통합 운영하고 있다. 전술한 여러가지문제는 행정적 편의만을 위해 일괄적으로 처리하기보다는 각 분야별로 융통성있게 처리되는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네번째로는 연구를 위한 제반설비의 문제이다. 이 부분은 우리나라의 후진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기초과학이나 응용과학에 있어서 모두 10년전보다는 실험장치및 기계들이 많이 갖추어졌고 도서관의 서적구입도 많이 개선되었으나 아직도 선진국의 시설및 수준에는 크게 뒤져 있다. 현대의 과학기술연구는 연구활동보다 정보의 수집여부가 성공을 결정한다고 볼 수 있을 만큼 최신의 정보수집및 그간의 연구업적에 대한 체계적 분류와 구비가 매우 중요하다. 이는 특히 첨단과학기술분야에서 더욱 중요하다. 교수를 초빙하거나 교환교수제를 이용하여 극복할 수도 있지만 이 문제는 외국과의 교류에만 의존하면 안된다. 각 전공별로 한국실정에 맞는 연구들이 진행되면서 자신의 기반을 형성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며, 외국의 것은 철저하게 소화흡수하는 방안이 연구원 각자와 정책입안자들에 이해 마련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학문의 의미 즉 각 전공의 사회속의 과학기술속의 의미가 각 연구자에게 명확히 인식되어져야 한다. 물론 이는 대학원 진학을 결저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져야 하지만 학문적 전통의 미흡으로 인해 거의 대다수가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거나 막연하게 생각하고 결정한다. 그러나 대학원생활은 흥미나 개인적인 막연한 의미에서 연구생활을 하기는 힘들다. 이러한 의식으로는 탈락해 버리거나 직장의 의미로 그냥 지내는 수동적인 연구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대학과정에서든 대학원과정에서든 한국의 사회성과 역사성에 입각한 자신의 학문관을 정확히 설정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과학 철학이나 과학사등이 그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또한 교수들 역시 이에 대하여 설득력있는 논리를 마련하여야 하고 현재의 학문동향 및 방향성 등을 밀도있게 제시해 주어야 할 것이다.

1986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한동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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