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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인공 씨앗」이 나온다

미, 콜로라도대학교수 이치원 박사

지난 7월9일 '86국내외 한국인 과학기술자 학술회의가 열리던 건국대학교의 제5발표장. 가득 들어찬 청중이 '식물세포 및 조직배양의 발전'이란 주제발표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발표자는 이치원(李致遠·43)박사. 71년 이래 미국에서 유전공학적인 기법을 사용해 유전육종학과 화훼학(花卉学)의 연구에 매진해 온 이박사로부터 식물조직배양연구의 세계적 추세와 전망에 관해 알아보았다.
 

미, 콜로라도대학교수 이치원 박사


-식물조직배양이란 무엇입니까.
"하나의 학문이라기 보다는 유용한 식물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식물 자체를 유전적으로 개량하는 현대 농업에서 주요한 테크닉의 일종입니다. 사람의 세포 하나를 가지고는 개체를 만들 수 없지만 식물의 경우는 세포의 원형질을 칼루스로 만들고 이것을 배양해 개체로 만드는것이 가능하지요. 또 두 종(種)을 가지고 전에 없는 잡종을 만들 수도 있읍니다."

-구체적인 연구분야를 소개해주시죠.
"크게 5가지로 나눠볼 수 있읍니다. 같은 형질을 갖는 우수한 종을 세포조직을 배양해 대량번식시키는일, 병원균에 오염안된 분열조직을 배양해 병이없는 종자를 만드는 것, 의약품 단백질 기름 살충성분 등 유용한 2차산물을 식물생장을 통하지 않고 세포차원에서 생산하는 기술개발, 유용한 배종질(胚種質)을 저온공학으로 장기보존하는 일, 그리고 유전자 재조합 기술 등을 써 유전형질을 개량하는 일 등이 주요한 연구분야지요."

언뜻 비현실적으로 들릴 만큼 '씨뿌리고 비료주어 거두는' 기존의 농업과는 판이하다. 재미있는 연구사례를 이박사의 경험을 통해 들어보자.

"병, 추위나 더위, 염분에 잘 견디는 종이 개발되고 있는데 흥미로운 것은 살충제를 이겨내는 종의 개발입니다. 미국에서는 콩을 기계농업으로 대량생산하는데, 콩의 세포속에 강력한 제초제를 분해하는 유전자를 집어넣어 큰 효과를 보고 있지요. 또 미국 '아리조나'주에서는 포경(捕鯨)금지에 대응해 고래기름을 대용할 '호호바'(Jojoba)를 개발해 냈고 한참 석유값이 비쌀 때는 석유와 비슷한 성분을 가진 '유포비아'(Euphorbia)에 연구를 집중하기도 했어요. 최근에는 쵸컬릿의 원료인 카카오를 조직배양해 나무를 심지 않고도 카카오 열매를 얻을 수 있게 되어 우주여행에 쓰일 것이라고 합니다."

이박사의 경력을 잠깐 살펴보면, 건국대학교 원예학과를 졸업한 후 77년 미국 '퍼듀'대학에서 식물유전육종학 박사학위를 받고 '아리조나'대학에서 조교수로 화훼학을 연구했으며 현재는 '콜로라도'주립대학의 부교수로 원예작물의 조직배양을 연구하고 있다. 식물조직배양 분야의 발표논문은 60여편.

-이번 학술회의에 참가하면서 느낀 인상과 국내의 연구현황은 어떻습니까.
"상당히 열렬한 반응을 받았고 발표 때는 젊은 연구자가 많아 생동감이 있었지요. 한국의 학계에서도 우수한 논문이 많이 나오고 있읍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고 한다면 산업계의 참여가 미진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산학협동이 더 잘 이뤄져야 하겠지요."

-식물조직배양의 앞으로의 연구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한마디로 세계적인 연구수준은 기초연구가 활발하여 상당한 축적이 이루어졌지만 아직도 실용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읍니다. 앞으로 발전 전망이 밝다는 얘기도 되지요. 시장 규모는 무척 큽니다. 미국만 해도 종자시장은 연간 12억달러에 달하니까요. 게다가 두뇌집약적이라 큰 자본이 안듭니다.

요사이 주목을 끄는 연구는 세포융합으로 만들어낸 우수한 종자에 중합체 물질을 씌워 '인공씨앗'을 만드는 것입니다. 조직 배양기술이 쉬운 일은 아니지요. 유전공학적 작업을 자동차 만드는데 비유한다면 컴퓨터 제작은 자전거 만들기와 같다고나 할까요"

해외의 한국인 과학자들에게는 대답하기가 쉽지 않은 질문이지만 귀국할 의사가 없는지 물어보았다.
"글쎄요. 언젠가는 돌아오게 되겠지요. 그동안 한국학생과 연구자에게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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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조홍섭 기자
  • 사진

    전민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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