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우체국에서 정보센터로

인기있는 기술행정가 오명 체신부차관

"연구란 장래를 위한 막연한 투자가 아니라 단기간에 상당한 이익을 가져다 준다는 것이 나름대로의 신념입니다"

'제3의 물결' '텔레마틱 소사이어티'로 표현되는 정보화 사회의 흐름은 더이상 거스를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시대적 조류로 이해되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흐름을 주도하는 정책관청으로 변신하고 있는 체신부를 5년동안 일선에서 이끌어 온 오명 차관.

연구소나 대학에서 한분야의 연구에 몰두하고 강의를 하고 있는 공학박사가 전문행정인으로 발돋음하게된 것은 개인의 의지라기 보다는 시대적 사명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집무실서 맞닥뜨린 그의 인상은 행정가라기 보다는 온화한 학자라는 것이 더욱 어울릴듯하다.

통신혁명이 주도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정보화사회'라는 말이 일반사람들 사이에서도 자주 사용되고 있읍니다. 오차관님이 생각하시는 정보화사회의 개념은 어떤 것입니까?

"역사적으로 농업사회, 산업혁명 이후의 산업사회를 거쳐 우리는 지금 정보화사회에 살고있다고 볼 수 있읍니다. 정보화사회란 기본적으로 정보의 가치가 이전사회의 물질적 가치와 똑같이 또는 그 이상으로 인정되는 사회라 할 수 있읍니다. 이는 컴퓨터의 정보처리 능력과 통신부분의 눈부신 기술발전이 상호 결합하면서 더욱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볼수 있지요.

좀더 구체적으로 그 모습을 살펴본다면 첫째 상품의 생산보다는 공공 서비스의 비중이 높아지고 직업의 분포에 있어서도 전문직, 기술직, 과학자가 증가한다고 할 수있읍니다. 농경사회에서는 원자재가 중요하고 산업사회에서는 에너지가 중요한데 비해 정보화사회에서는 정보가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한국적 상황에서는 그것이 어떤 형태로 실현될 수 있을까요?

"우리의 상황을 살펴보면 부존자원이 부족하고 투자재원에서 한계가 있으나 인적자원은 상대적으로 풍부하여 국제적으로 비교우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읍니다. 또한 국내시장이 협소하여 해외진출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되지요. 이런 여건 속에서 정보화사회 실현은 중화학공업 위주의 육성책을 탈피하여 기술집약적인 산업 위주의 육성정책을 추진하고, 에너지와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고 부가가치 산업으로서의 정보통신분야를 중점 육성한다면 선진국으로서의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셈입니다. 산업혁명 이후의 공업화사회에서 낙오되어 나라까지 잃었던 점을 돌이켜 볼 때 우리에게 있어서 정보화사회는 '통신혁명'을 통해서 반드시 성취해야할 과제입니다."
얽힌 실타래를 풀어나가듯 논리정연하게 맥을 짚어나가면서 우리에게 이 흐름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분명히 한다.

-행정전산망 사업이 곧 본궤도에 진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의미는 무엇입니까?

"행정전산망의 의미는 한마디로 '행정능률의 향상과 정보산업의 발전'에 있다고 할 수 있읍니다. 정부는 보다 간소하고 능률적인 정부를 실현할 수 있게 되고 보다 신속하고 편리한 대민봉사가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정보산업의 측면에서는 컴퓨터마인드의 확산과 시장조성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미래사회의 두기둥
 

체신부는 정보화사회 주도 부처답게 각종 업무보고를 터미날을 통해 한다.


-모든 사물이 이면성을 가지듯이 행정전산망 사업의 부정적인 측면은 없을까요?

"부정적측면이라 함은 행정전산망 자체의 부정적성격이라기 보다는 그것을 보는 부정적시각 또는 염려라고 봅니다. 행정전산망은 가치중립적인 도구에 불과한 것인데 다만 운용하는 과정에서 국민에게 피해가 있지 않을까 염려하는 의견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모든 문명의 이기에는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있는 법이지요. 이와같은 부정적 측면을 극복하기 위해 사생활 보호, 정보유출방지에 대한 기술적수단과 제도적장치라는 이중자물쇠를 생각할 수 있읍니다. 제도적장치로는 '전산망보급확장과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방지책을 마련해 두었고 기술적으로는 시스템설계과정에서도 각종 암호화, 패스워드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읍니다."

-첨단기술의 기반이 약한 우리나라에서 전국을 네트웍화 하자면 기기의 설치와 운영에 막대한 예산이 들뿐 아니라 컴퓨터와 통신기술이 밑받침돼야 할텐데 어려움은 없을까요? 진행상의 차질은 없는지...

"실현상의 애로점은 역시 재원조달문제와 전체적인 시스템 설계능력, 기관과의 역할 분담 문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기간전상망 사업을 정부가 중심이 되어 추진하는 이유도 부족한 자금과 기술을 효과적으로 집약하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소요되는 자금의 효율적인 조달을 위한 노력의 하나로 지난 5월 한국통신진흥(주)을 설립한 바 있으며 관련기술의 개발을 위해 주전산기의 국산화계획을 추진하고 있읍니다. 진행계획은 당초예정보다 조금 지연될 수 있는 요소가 있읍니다."

-행정전산망과는 별도로 체신부 주도하에 우체국 전산화작업(Post Project)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재 시골 구석구석에 컴퓨터가 들어간 것은 우체국뿐일 것입니다. 첨단의 흐름을 체신부가 앞장서서 전국 방방곡곡에 스며들게 하는 것이지요. 전국에 3천개의 우체국이 있는데 이를 네트웍화 한다면 모든 국민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업무를 우체국에만 가면 손쉽고 값싸게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도시와 농어촌의 격차가 없어질뿐 아니라 영세기업이나 서민대중의 정보이용능력을 뒷받침해줄 수 있지요."

-조금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지요.

"선진국에 가면 원스탑쇼핑(one stop shopping)이라는 것이 있읍니다. 즉 이리저리 뛰어다니지 않고도 우체국에 가서 물품도 주문하고 공과금도 지불하고 문화행사도 알아보고 연극관람권도 예매하는가 하면 주식이나 환매채권도 사고파는 그야말로 만물백화점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행정전산망과는 어떻게 구별됩니까?

"포스트프로젝트는 우리 사회를 효율적인 미래 대응체제로 변화시키는 '2개의 기둥(Two Post)'중 하나라고 보면 됩니다. 또다른 하나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전국의 읍 면 동사무소를 중심으로 한 행정전산망이 되겠지요. 이 두기둥이 제기능을 발휘하게 되면 정보화사회는 성큼 다가선것이 되겠지요. 전자는 주민편의 증진이 주요목적이 되겠고 후자는 행정효율 증대가 주목적이 된다고 볼 수 있읍니다."

우체국전산화작업은 체신부가 주도하여 추진하는 야심찬 계획임이 틀림없다. 행정능률이라는 표현보다는 주민편의가 정보화사회의 개념을 받아들이기에 좀 부드럽지 않겠냐는 것이다.

기술행정가로서의 역할

체신부는 지난 5년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다. 사업부처에서 정책부처로 탈바꿈했고 산하에 많은 기구를 확장했다. 전기통신공사를 비롯 데이타통신, 통신정책연구소, 통신개발, 통신진흥, 정보통신훈련소 등을 설립했다. 또한 업무를 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전기통신기본법, 전기통신사업법, 전산망보급확장과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등을 제정했다. 이러한 양적, 질적 비약에 오명차관의 기술행정가로서의 면모가 유감없이 발휘되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첨단기술행정가가 어떠한 모습으로 실재해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어찌보면 과대할 정도로 비대해진 체신부조직에 한국전산원이라는 새로운 기관이 금명간 설립되리라하는데 이는 어떤 성격을 갖는 기관입니까?

"새로운 조직은 반드시 필요에 의해서 탄생하는 것 아닙니까. 한국전산원은 정부에 대한 정책지원기능과 기술의 표준화, 전산망사업에 대한 기술지원 등의 기능을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6월 중순에 제1차 설립위원회 회의를 가진바 있고 10월까지는 설립을 완료할 계획입니다. 현 과기처 산하의 시스템공학센터와 데이타통신의 행정전산망 사업단이 근간이 될 예정입니다."

-일종의 정부 출연연구소가 되겠군요.

"기술연구소는 아닙니다. 통신정책연구소가 전기통신의 발전과 정보화사회의 진전에 수반되는 사회과학적 측면의 현상과 문제점을 연구 검토하여 통신정책을 자문하는 기관이라면 한국전산원은 전산화 기술을 평가 조정 감리하는 최고의 판정기관이라 할까요. 아뭏든 아직 완전한 의견조정이 되지않아 뭐라 밝히기는 어렵지만 단순한 기술자들의 집합이 아니고 전산화 정책대한을 제시할 수 있는 성격을 부여하게 될 것입니다."

세계10위권의 전자교환기 기술

-우리나라 전자교환기 기술은 상당수준으로 알고 있는데 미국, 유럽, 일본 등과 비교해서 어느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볼 수 있읍니까?

"전자교환기 운용기술은 No.4ESS 시외 전자교환기 등 일부 해외 도입기종의 첨단운용 소프트웨어를 제외하고는 상당한 기술수준에 와있다고 할 수 있읍니다. 세계에서 10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TDX-1의 설치운용은 전전자교환기 설계 및 생산기술에 있어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읍니다. 그러나 아직 자립 초기단계로서 신뢰도 측면과 다양한 유지보수 기능에 있어서 부족한 기술향상에 좀더 박차를 가해야 할 것입니다."

-TDX-1의 개통의 의미에 대해서 자세히 말씀해 주시지요.

"TDX-1은 1천여명의 인원과 2백4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 민간기업과 공동으로 수행한 국내최대의 대형프로젝트였읍니다. 국내기술의 힘으로 ISDN(종합정보통신망)을 구축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 제일 큰 의미겠지요. 이를 기반으로 외국기종을 구매할 때에도 가격견제를 통한 협상능력의 향상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입니다."

TDX-1 교환기개발에 2백40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할 것을 결정할 당시만 해도 '경험이 없해서 만용을 부린다'든가 '조그만 체구에 어디서 그런 배짱이 나오냐'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으나 그 자신은 정확한 계산에 의해 확신을 갖고 결정했다는 이야기다. 일부 전문가들의 판단에 의하면 TDX-1 개발을 통해 이미 1천억 이상의 직간접 이익을 얻었다고 한다. 연구란 장래를 위한 막연한 투자가 아니라 단기간에 상당한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나름대로의 신념을 스스로 보여군 케이스라 하겠다.

통신사업의 민영화를 이룩해야

-그렇게 많은 사업들을 처리하자면 위아래 사람들과의 마찰이 많았을텐데···

"위는 잘 모르겠읍니다. 주위에서 '불도저'라고 부르는데 제가 어디 불도저처럼 생겼읍니까. 그저 소신껏 밀고 나갈뿐이지요. 저는 아랫사람이 어떤 것을 옳다고 주장할 때는 분명히 객관적인 근거가 있다고 봅니다. 그 근거를 분명히 이해하고 옳고 그름을 파악하는 것이 윗사람의 도리라 생각합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는 하지만 체신부에서는 업무보고를 직접하지 않습니다. 직접 상의하지 않아도 되는 업무보고는 다 터미날을 이용해 하지요. 정보화사회의 주도부처를 자척하는 체신부에서 컴퓨터사용을 일상적으로 몸에 익혀야 한다는 생각과 보고시에 여라가지 절차에서 오는 비능률성을 극복하기 위해서지요."

그는 가능한한 많은 업무를 실국장들에게 위임하고 부하직원들의 의견을 존중해주어 부내에서 인기가 높은 상관임을 자처한다. 부내에서뿐만아니라 학계, 업계 등에서도 실제로 인기가 높다. 국내외 대학교와 학회 등 각종 학술단체의 세미니 심포지움에 연사로 초청되면 거절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것은 마음이 약해서라기보다 자신의 갖고 있는 소신을 밝히기 위해서란다.

-내년이면 전국의 전화적체가 완전히 해소되고 1가구1전화시대가 온다는데···

"체신부가 현단계에서 국민들에게 내놓고 자랑할 수 있는 것은 1가구 1전화와 전국토 전화자동화시대의 실현입니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전화가 가설된 것이 1902년 이지만 1980년말까지 2백80만회선밖에 없었읍니다. 그후 연간 1백만회선씩 증설했고 금년에는 1백56만회선을 증설할 예정이니까 86년말을 기준으로 8백80만회선이 됩니다. 우리나라 총가구수가 9백10만이니까 거의 육박한 셈이지요. 전국 3백47개 전화국 중 2백 18개 전화국에서는 오전에 신청을 하면 오후에 가설해주니까 조금 애매한 이야기기는 하지만, 미국도 전화를 신청하면 일주일씩 거리고 유럽의 대부분 국가도 한달이상 걸린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우리나라의 전화가설 서비스는 선진국을 앞질렀다고 볼 수 있지요."

-앞으로 체신부에 계속 몸담고 있다면 어떤일을 우선적으로 할 계획입니까?

"제가 사회활동을 계속하는 한 정보통신분야 이외의 활동영역에 몸담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요. 어디에 있든지 간에 체신부가 해야할 중요한 일은 통신사업을 활성화하는 작업일 것입니다. 당면문제는 VAN(부가가치 통신망)사업의 개방이며 이중 상당부분을 민영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특수한 분단상황에서 통신분야를 민영화한다는 것은 어려움이 많겠지만 시대적 흐름인 만큼 반드시 이룩해야되겠지요. 또하나 시기상 언급하기 곤란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외국에 대한 통신망개방문제가 있는데 이는 쉽사리 결론짓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외국인들에게 분명한 논리를 갖고 대처하지 않으면 심각한 문제에 처할 위기감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폐쇄적이라고 해서 우리에게 이익이 온다고 볼 수도 없읍니다. 슬기롭게 대처하려면 당면한 문제가 아니라도 미리 계획성있게 움직여야겠지요."

통신부문은 물론 반도체 컴퓨터 등 첨단기술개발의 선도 역할을 담당했던 노련한 기술행정가인 그가 이땅에 뿌리내리려한 정보화사회의 숨결은 전국 곳곳에 스며 이제 막 살아 숨쉬는 생명체로서 움트려하고 있다 하겠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86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김두희 기자
  • 사진

    전민조 기자

🎓️ 진로 추천

  • 컴퓨터공학
  • 정보·통신공학
  • 전자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