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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다 영재야." 이 말은 사실이다. 무한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가능성을 최대로 실현시킬 수도 사장시킬 수도 있는 영재교육이 중요한 첫 발을 내딛고 있다. 영재교육진흥법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예정이다. 과연 이 법은 청소년들의 영재성이 뿌리내릴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을까.


영재 교육
 

"수학 시간에 나만의 방법으로 문제를 푼다는 것은 큰 즐거움이예요"하며 수줍게 말하는 박재영(동성중학교 1학년)학생. 5살부터 지금까지 사설영재교육기관인 김연구소를 다니고 있는 김군은 자신이 영재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어려운 문제를 풀었을 때 성취감 을 느낀다는 말에서 미래에 뭔가 중요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해본다.

과학사에 있어 1666년과 1905년은 고전물리학과 현대물리학의 기적을 이룬 해로 불린다. 이 기적을 이룬 이는 다름 아닌 24세의 뉴턴과 26세의 아인슈타인. 이 둘은 우리가 과학 분야 에서 주저하지 않고 영재라고 일컫는 사람들이다. 뉴턴은 이 시기에 자신의 이론에 대한 기 본 개념 대부분을 수식화하는데 성공했고, 아인슈타인은 우주에 대한 기존의 이해를 변화시 킨 광전효과와 브라운 운동, 그리고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했다. 우리의 과학교육이 뉴턴이 나 아인슈타인 같은 영재만을 위한 것은 아니더라도 그렇게 될 수있는 가능성은 열어둬야 한다.

"어렸을 때는 다 영재야"라는 말이 있다. 부모가 매일 새록새록 보이는 아이들의 행동을 신기해하는 것을 지적한 말이다. 맞는 말이다. 어린 아동들의 가능성은 그야말로 무한하다. 아 인슈타인이 가장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던 유년시절의 감명은 4, 5세 되던 시절에 아버지가 보여 준 자침의 움직임이었다고 한다. 자침이 어떤 신비한 인력에 의해 항상 일정한 방향만 을 가리킨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 미래의 아인슈타인을 만드는 작은 씨앗이 된 것이 다. 일상적인 자석을 가지고 신기해하는 어린 소년이 세기의 과학자가 되리라고 그 누가 예 측할 수 있었을까.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1970년대부터 영재교육에 관심을 둔데 반해 우리나라는 1970년대부 터 모든 아동을 똑같이 취급하는 획일적인 평준화교육을 실시해왔다. 그 결과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창의성, 사고력의 하향 평준화만을 낳았다. 현재의 교육은 더 이상 국가의 미래 와 개인의 장래를 책임질 수 없다는 상황에 직면했다. 어렸을 때 누구나 영재로 인정받는 아동들이 진정한 영재로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그 첫 프로그램이 올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영재교육진흥법(안)과 9월부터 운영되고 있는 전국 의 9개 대학에 만들어진 과학영재교육센터다.

영재 선발의 딜레마

영재란 무엇일까. 사람들은 흔히 '매우 똑똑한 사람'이라는 표현을 쓴다. 전문가들은 '남들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 '성적이 상위 2-3% 내에 들면서 사고의 융통성, 자발성, 학습 이해력이 우수한 사람' '창의적인 업적을 남길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사람'을 영재라고 한다. 영재교육진흥법안에 따르면 영재는 '잠재능력이나 재능이 뛰어나 특별한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는 자'를 말한다. 이처럼 영재에게서 중요한 것은 가능성이다. 과거 영재는 심리적 구성요소(렌줄리의 세 고리 모델에 의한 요소로 지적 능력, 창의성, 과제집착력을 의미)가 다른 사람들이라고 생각됐다. 하지만 현재는 영재가 보통 사람들과 심리적 구성요소가 다른 것이 아니라 수준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영재는 어떻게 판별될 수 있을까. 보통 사람들 속에서 영재를 구분해내는 그 무엇 이 있을까. 한마디로 특정한 도구는 없다. 현재로서 영재는 교사의 추천, 표준화 검사(지능, 적성, 인성검사), 수업이나 행동 관찰로 판별된다. 이에 대해 조석희박사(한국교육개발원 영 재교육연구부)는 "많은 사람들이 영재를 판별해내는 도구에 관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확하게 영재를 가려 뽑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라고 지적하면서 이와 관련된 미국과 국내의 사회적 분위기가 다름을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우수한 아동이 영재판별 기준들에 의해 탈락되는 것을 우려하고, 우리나라는 영 재가 아닌 아동이 영재로 인정되면 어쩌나 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의 차이는 가능성 있는 영재들의 폭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다. 즉 우리나라와 같은 분위기에서는 진 정한 영재를 구별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지나치게 들이고, 그 결과 가능성 있는 아동들의 폭을 확 줄여버린다는 것이다. 조석희 박사는 "아동들의 심리적인 요인들은 계속 변하기 때 문에 한 순간에 영재를 구별해내는 것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가르치면서 아동들의 가능성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특정 분야의 영재를 파악하는데 필요한 도구 와 프로그램이 제대로 개발돼 있지 않은 것은 여전히 문제로 지적된다.

능력개발 시기가 중요

'영재'하면 사람들은 당연히 어린 아동들을 떠올린다. 그도 그럴 것이 영재로서 그 잠재력을 발휘하려면 능력을 개발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적절한 시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소광섭교 수(서울대 물리교육과)는 이에 대해 "영재로 태어나도 지적인 충분한 자극이 없다면 그 능 력이 사장되므로 보다 어린 시기에 그 능력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영재 판별은 대상자의 나이가 어릴수록 타고난 능력에 초점을 맞추지만, 나이가 들면 특별 히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분야가 나타나게 된다. 최근의 경향은 영재의 판별과 교육은 점차 특수 재능에 중점을 두게 된다. 예를 들어 과학에 그 능력을 우수하게 나타낸 경우는 과학 영재라고 해 과학 분야에서 필요한 능력을 집중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근래 들어 특정 학문 분야의 영재들 중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이 과학 영재다. 과학영 재교육연구센터가 운영되고 국제 과학올림피아드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는 소식이 전해 지면서 과학영재에 대한 관심이 모아진 것이다. 사실 영재교육을 공식적으로 시작한 것도 1983년 경기과학고등학교를 설립하면서부터다. 그래서 영재교육기관하면 많은 사람들은 과 학고등학교(이하 '과학고')를 떠올린다. 최근 비교내신제 폐지라는 시련에 부딪혀 그 존폐가 논란이 되고 있지만 과학고에는 과학에 적성이 있는 학생들이 모여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 렵다.

심화와 속진의 조화

현재 전국의 15개 시도에 설립된 과학고는 진정한 과학영재교육의 몫을 담당하고 있는가. 과학고 교육과정은 국어 같은 보통교과와 수학, 과학, 컴퓨터를 포함한 전문교과가 1:1의 비율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일반 고등학교 학생들보다 수학과 과학을 더 깊이 있게 배운다. 여기서 배우는 학습의 형태는 크게 속진학습과 심화학습으로 나뉜다.

현재의 과학고 상황에서는 심화학습보다 속진학습의 형태가 지배적이다. 이것에 대해 정병 훈교수(청주교대 과학교육과)는 "속진학습은 학생들이 과제에 대해 흥미를 쉽게 잃어버릴 수 있으므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반면 소광섭교수는 "기존 이론을 빠른 시간 내에 이 해하는 것도 과학을 공부하는데 있어서는 매우 중요하다"며 "독창적인 문제해결력이 아무것 도 없는 것에서 얻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풍부한 자료와 다양한 상황에서 경험할 수 있는 심 화학습과 더불어 속진 학습도 매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물리나 수학의 경우 20대 초 반까지 기존 이론의 대부분을 이해하지 않고는 새로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 게 될 가능성이 높다" 고 덧붙였다. 이는 전년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스티븐 추교수(스 탠포드대 물리학과)가 과학에 관련된 문제를 해결할 때 기초가 되는 물리나 수학은 30대 이 후에 공부하기 어려우므로 보다 젊었을 때 물리와 수학을 공부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입시로부터 해방 외치는 과학영재들

실제로 과학고에서는 1-2학년 동안 전 교과의 교육과정을 마친다. 2년간의 과정을 마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입학하는 학생도 있지만, 나머지 1년 동안 대학 입시를 위해 반 복학습을 하는 경우도 많다. 과학과 관련된 보다 풍부하고 깊이 있는 경험을 기대한 설립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이것이 과학고 운영에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된 입시 문제다.

수년간 과학고에서 학생들을 지도한 장병기교수(춘천교대 과학교육과)는 "과학고가 영재교육 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다 못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대학입시"라며 "과학고 학생들을 위한 특별 전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학부모들이 과학고를 서울대에 들어가기 위한 중간다리로 인식하는 것도 과학고가 입시기관화되는데 큰 몫을 했다. 이와 관련해 정 대영(서울과학고)교사는 과학고가 입시위주의 교육기관이라는 비난은 지나치다며, 어차피 대 학입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공부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근래 비교내신제 철폐에 따른 과학고 학생들의 자퇴 움직임은 입시가 이들에게 얼마나 큰 문제가 된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과학고 내부의 분위기다. 비교내신제가 존재할 때는 그래도 1, 2학년에서는 학생들의 특별활동이 활발했고, 친구들과 교사들 간에 집중적인 탐구활동이 이뤄졌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1, 2학년 학생들이 내신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 다양한 특별활동에 대한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으며 이러한 여파는 총체적인 탐구학습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낳았다고 한다. 최근 발표된 학생들의 과학고 정원을 3백 50명(전체 정원의 22.4%)가량 줄이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정원을 2백여명(전체 정원의 35%) 이상 늘린다는 것도 과학고 학생들의 입시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을 파악된다.

또 상위 교육기관인 대학에도 과학영재교육의 책임이 있다. 과학고에서 배운 내용을 대학 에서 또 배우게 됨으로써 흥미가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대구 과학고를 졸업한 박 종흠(서울대 컴퓨터 공학과)군은 "대학 수업이 새로운 것을 알게되고 도전적인 문제를 해결 하는 기회를 주지 않아 전공에 대한 흥미가 생각했던 것보다 반감됐다"며 "전공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의 과목을 수강하고 싶은데 그러한 선택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안타까움을 표현 했다. 과학고에서 과학 분야의 잠재력을 키운 학생들이 다음 단계의 연구세계로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막고 있는 대학의 꽉막힌 교육과정. 이것이 과학영재교육은 열매를 맺지 못하는죽은 나무와도 같다는 비판의 근거다.

새로운 전초기지 과학영재교육센터

과학고 외에 영재교육기관은 어떤 것이 있을까. 사설기관으로는 김연구소, CBS영재교육학 술원, 한국영재연구원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만 30개월이 지난 아동부터 영재교육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6세 미만의 아동은 웩슬러 지능검사를 하고 초등학교 1학년부터는 창의성 검사와 문제해결력검사 그리고 부모 면담을 통해 영재를 선별한다. 대개 사고력, 언어, 사회, 과학, 수학을 지도하고 있다. 특히 수준별로 다양한 과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김연구 소는 1988년에 처음 지도한 학생에서부터 현재 학생들의 학습 기록을 포트폴리오로 만들어 그들에 대한 종단 연구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듯 과학영재교육 기관에는 과학고와 사설기관밖에 없었다. 따라서 체계적이고 연계적인 과학영재교육이 불가능했다. 이런 상황에서 9개 대학에 설치된 과학영재 교육연구센터에 거는 기대는 자못 크다.

물론 과학영재교육센터를 운영할 대학이 영재교육에 관한 전문성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고, 충분한 기초 연구도 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지만, 여기에 거는 기대는 자못 크다. 따라서 각 센터는 1회성 사업의 수행이 아니라 과학영재교육에 필요한 교육과정, 학습 평가 방법, 교사 교육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기반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지속적인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플라스틱과 고려청자

영재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창의적 문제해결력이다. 이것은 한마디로 주어진 이론으로부터 독창적인 문제를 만들어 해결해내는 능력이다. 그러나 창의적 문제해 결력은 'A이면 B이다'와 같은 방법으로 키워진다고 말할 수 없다. 이는 단순한 것이 아니다. 창의적 문제해결의 마지막 결과물이 어떤 것인지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특정 산출물을 예상해 훈련하고 준비하며 테스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조석희박사는 창의적인 문제해결력을 얻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지식과 기능 뿐만 아니라 특 정 영역의 지식과 기능이 적극적인 동기와 어우러져 비판적 사고와 확산적 사고과정을 거쳐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학습 과제는 지적 호기심과 도전감을 불러 일으켜야 하고, 암기가 아닌 이해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 학습 과정은 철저히 학생을 중심으로 한 확산적, 비판적 사고를 요구하는 탐구과정이어야 하며, 같은 동료 학생들에게 상호 자극을 주어 상승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병기교수는 과학고 학생들이 수업시간 외에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친구들과 토론하면서 자기 보다 우수한 학생들의 사고 전개과정을 배우고 자극받는 것이 선생님이 가르치는 많은 지식보다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렇듯 영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1회용 플라스틱 그릇과 같은 존재가 아니라 모든 잠재적 조건들이 어우러져 찬란한 빛을 발하며 그 존재 가치를 드높이는 고려청자와 같은 것이다.

소수 위한 교육 아니다

지금 전국 15곳의 과학고에서는 비교내신제 폐지로 인한 불리한 내신 성적 때문에 30% 가 넘는 2학년 학생이 자퇴해 검정고시의 길을 택하고 있다. 과학을 공부하며 미래의 과학 한국을 설계하던 설립 초기와는 상반된 분위기다. 처음에는 과학고 학생들이 대학입시에 연 연해 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과학고의 모든 학생들이 무시험 전형의 과기대로 진학한 것도 아니다. 학생들은 자유스럽게 과기대나 그외 대학으로 진학했다. 그러나 과학고 가 늘어나 과학고 졸업생이 증가한 91년 이후 과기대로 진학하려는 학생이 많아져 학생들에 게 대학 입시는 거대한 압력으로 작용한다. 이런 상황이 누적되면서 정부가 추진한 대표적 영재교육 프로그램인 과학고는 대학입시와 맞물린 비교내신제 폐지로 쓰디쓴 패배를 맛보았다.

여기서 오늘의 영재교육진흥법 통과가 영재교육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는 의 문이다. 하지만 그 동안은 영재교육에 대한 법제적 기반이 없어 영재를 판별하거나 영재교 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영재교육을 담당할 교사를 양성하는 체제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법은 영재교육의 씨앗이 뿌려진 것에 불과하다. 이 법을 주도적으로 입안한 이상희 의원은 "과거에는 영재를 1만명 중의 1명 정도로 생각했으나 오 늘날은 1백명 중 30명 이상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영재교육이 아주 뛰어난 소수를 위한 것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노벨상을 타는 사람 만이 영재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써 자연 현상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사 람도 영재라는 것이 이상희 의원의 주장이다. 자기만의 독특한 능력을 계발한 사람이 영재 라는 이야기다. 전문화되고 세분화되는 미래 사회에서 필요한 전문인은 개인의 영재성을 개 발할 때만 가능하다. "현재의 IMF 상황은 입시 위주, 평준화 교육으로 일관해온 우리 교육 이 세계의 두뇌생산성 경쟁에서 밀린 결과다.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교육 인데 그것이 바로 개인의 잠재된 능력을 최대한 개발하도록 하는 영재교육이다" 이 의원의 말처럼 영재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부터 교정해야 할 때다.

교사가 주춧돌 돼야

영재교육을 두고 일부 사람들은 "왜 공부 잘하는 학생들만 더 좋은 교육을 받아야 하는가" 라는 의문을 제시한다. 하지만 그들은 중요한 점을 간과하고 있다. 영재교육이 더 좋은 교육이 아니라는 것과 일반교육을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보충 지도를 하듯이 일반교육에 만족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도 지적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또 다른 지도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영재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길러지는 것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사다. 학생의 영재성을 발견해내는 발견자로서, 지적 호기심을 유발하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조력자로서, 교사는 영재교육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게 하는 기본적인 힘이다. "중학교 2학년 때 과학 선생님이셨던 박정근 선 생님이 질문에 잘 대답해주시고 격려해주셔서 과학을 좋아하게 됐다." 1998년 국제물리올림 피아드에서 금상을 받은 손형빈(경기 과학고2) 학생의 말을 곱씹어 볼 때다.

'영재교육 진흥법'이 통과되면 ?

1998년 6월 3당(국민회의, 자유민주연합, 한나라)이 영재교육진흥법(이하 '법')을 통과시키기로 합으함으로써 제도적인 틀 속에서 영재교육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법이 통과된다고 당장 영재교육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법에 따른 시행령이 마련되는 2000년 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영재교육이 실시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학교에서는 무슨 일들이 벌어질까.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학교에 설치될 영재학급. 이를 구성하려면 우선 영재들을 뽑아야 한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성적과 지능지수 외에 자체적인 판별도구가 없다. 그렇다고 표준화된 도구가 있어서 갖다가 쓸 수 있는 형편도 아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영재아들을 판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르치면서 학생들을 관찰해 그 능력을 파악하는 것이 라고만 말한다.

그러다면 중요한 것은 교사의 추천. 하지만 학부모들이 이것을 얼마나 신뢰하는가가 문제다. 또 영재학급에 들어가기 위해 또다른 과외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학교에 예전과 같은 우열반이 만들어 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따라서 객관적인 영재아 판별 도구와 학부모들의 영재교육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즉 영재교육은 공부를 잘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특수한 분야에 잠재력이 뛰어난 학생들이 자기 수준에 맞는 내용과 방법으로 교육을 받고, 다양한 수준에서 평가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와 관련해 영재교육을 담당할 교사와 연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영재교육을 담당할 교사와 연구원 양성이 이뤄질 전망이다.

과학영재교육연구센터는 어떤 곳인가?

과학재단은 지난 7월 4일 과학영재교육센터 설치 사업계획서를 낸 전국의 33개 대학 중에서 서울대, 한국과학기술원 등 9곳을 사업수행기관으로 선정했다. 센터는 각 지역의 교육청으로 부터 우수한 중학생들을 추천받아(일부는 초등학생 선발) 센터 나름의 평가 방법을 통해 일 정수의 학생들을 선발했다. 여기서 선발된 학생들은 9월부터 내년 2월까지 운영되는 프로그 램(예를 들어 수학, 과학, 정보 등)에 참여하고 있다. 각 지역별로 지정된 9개의 영재과학교 육센터는 경남대(경남), 경북대(대구, 경북), 서울대(서울), 아주대(경기), 인천대(인천), 전남 대(광주, 전남), 전북대(전주, 전북), 청주교육대(청주, 충북), 한국과학기술원(대전, 충남). 이 중 특징적인 3개 센터의 운영과 프로그램을 간단히 소개한다.

탐구과제 중심의 서울대

서울지역 3백50여개 중학교 2학년 학생 중 학교장 추천을 받은 1천1백31명의 학생들 중 1백 68명이 창의력 검사와 학력시험, 그리고 면접과 서류전형을 거쳐 최종적으로 선발됐다. 이들 은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의 전공을 택해 지정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공통특강 등을 수강하고 있다. 9월부터 99년 2월까지 학기 중에는 매주 토요일 오후 3시간씩, 방학중 에는 7-10일간의 집중적인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다양한 분야의 교수진과 개방적인 실험 여건을 자랑하는 서울대 과학영재교육센터의 특징적 인 프로그램은 무엇보다 한 학기 동안 계속되는 프로젝트 중심의 물리 탐구활동이다. 문화 재를 통한 과학탐구, 자기장이 식물에 미치는 영향, 소음, 모기장에서의 회절현상, 전자레인 지 안의 물리현상 탐구는 학생들이 1학기 동안 꾸준히 문제를 해결해야할 탐구 과제다. 주 중에는 실험을 하고, 주말에는 문제를 제기하고 토론하는 활동을 통해 창의적인 문제해결력을 키우고 있다.

초등학생 위주의 청주교육대

청주교육대는 1997년 하반기부터 '신나는 토요일'이라는 초등학생 대상의 영재학교를 운영해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과학영재교육센터 운영에 자신감을 표명하고 있다. 과학영재교육의 주 대상이 초등학생이라는 점이 다른 대학과의 차이다. 공교육 체계의 1단계인 초등학교에 서부터 과학영재교육을 시작해야 영재교육에서 중요한 영재의 조기 발굴과 연속성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이 청주교육대 정병훈 교수의 설명이다. 충북대학교가 중등영재교육을 담당하는 컨소시엄 형태로 선정됐기 때문에 초등과 중등학생의 영재교육을 연계적으로 실시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학교에서 추천 받은 충북지역 3-5학년의 우수한 초등학생들을 과학, 수학 분야의 선다형 지필 검사와 초등학생들을 과학, 수학 분야의 선다형 지필 검사와 논술 지필 검사, 창의력, 논리적 사고력 검사, 실기 및 고급과제 해결능력 평가를 통해 과학 47명, 수학 43명을 선발 10월 17일 입학식을 가졌다. 교육일정은 크게 학기 중에 하는 주말교육(매주 토요일 2시간)과 방학중의 집중교육, 그리고 과학캠프로 잡혀있다.
과학반(이휘소, 이태규반), 수학반(최석정, 경선징반)으로 운영되는데 심화학습과 속진학습을 병행한다.

원격교육의 선두 KAIST

수학, 과학, 정보 부분으로 운영되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과학영재교육연구센터의 가장 큰 특징은 원격교육을 실시한다는 점이다. 수학의 경우 학기 중에는 대전과 충남 지역의 중학교에 있는 수학반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각 학교에서 수준 높은 수학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99년 1월에는 2회의 평가를 통해 선발된 상위 10%의 학생들을 위해 강연형식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원격영재교육은 대전, 충남지역에서 과학영재 교육연구센터 사업의 정보부분에서 추천 받은 2백명의 학생과 전국의 시도 교육청으로부터 추천받은 1천4백여명의 영재, 그리고 '컴퓨터 창의성 대회'에 입상한 3백여명을 포함한 2천1백80명의 학생들이 참여하게 된다. 그리고 99년 1월중에는 인터넷을 통한 원격영재교육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집중교육 형식의 겨울캠프도 개최할 예정이다.

중학교 2,3학년인 36명의 학생들이 참여하는 과학 프로그램은 물리와 화학으로 나눠진다. 기본 개념을 충실하게 다지고 실제 실험과 컴퓨터를 이용한 모의실험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강의 2시간, 실험 2시간씩 격주로 운영되며 프로그램은 예측-관찰-설명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설 영재교육기관 소개

종단연구의 메카 김연구소

1984년 최초로 한국 영재아를 직접 교육한 정연태 교수와 연구했던 창립 연구원들이 모인 곳이다. 10여년간 영재아를 지도한 경험이 있는 김연구소의 가장 큰 특징은 영재아들이 어떤 특성을 지녔으며 이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계속 추적하는 종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만3세에서 중학교 3학년까지의 학생이 김연구소의 영재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유아교육, 심리학, 국문학, 수학, 과학을 전공한 교사들이 각 영역에 맞는 교육프로그램(지능 개발을 위한 사고력 프로그램, 창의성 개발을 위한 프로그램, 문재해결력과 과제집착력을 기르기 위한 프로그램, 과학 및 수학 심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특히 과학프로그램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근래에는 영재아를 위한 프로그램의 개발 노하우를 적용한 '사이언스 월드'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것은 일반 아동들이 완구를 가지고 탐구하는 활동이다.

김연구소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학부모나 교사로부터 추천받아 간단한 영재아 특성 검사와 프로그램과 관련한 기초적인 평가를 받는다. 이후 결과에 따라 수학 여부가 결정된다. 여기에 부모와의 면담은 필수다. 또 매월 1회 이상 학생들이 참여한 교육 프로그램에 관해 부모들과 논의하고 상담하는 시간이 주어진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1팀의 최대 인원은 6명으로 주 1회 2시간 운영된다.(서울 서초구 서초동 02-521-1375)

대중성 확보한 영재교육학술원

기독교 방송문화센터에서 운영하는 영재교육학술원은 만 3세에서 중학교 3학년까지의 학생들 중 부모나 학교 교사들로부터 영재성이 있다고 판단되어진 학생들을 추천받아 지능검사와 창의성 검사를 통해 프로그램 참가 여부를 결정한다.

프로그램은 창의적 문제해결 프로그램, 스스로 해결해 보는 개인연구 프로그램, 고급사고과정 습득 프로그램으로 나누어져 있다. 각 프로그램이 진행된 후에는 그 때까지 학습한 내용 중에서 아동이 관심있어하는 주제에 대해 보고서를 쓰거나 작품을 만들도록 해 자율적인 탐구자세를 더욱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프로그램은 주제에 따라 3-6개월 과정으로 이뤄지는데, 주1회 2시간씩 교육 받는다. 각 프로그램은 국내외의 영재교육 자료를 토대로 자문교수의 지도를 받아 개발한 것이다.

서초구 양재동의 강남문화센터(02-579-4088), 목동 기독교 방송내의 목동센터(02-650-7535), 대전 분원(042-485-1117)에서 교육이 이뤄진다.
 

1998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장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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