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지구 한바퀴 도는데 3시간 타임머신같은 행성열차

극초음속 비행기(HST)보다 빠른 진공을 이용한 열차가 생긴다

인간은 얼마나 빨리 달릴수 있을까? 1969년 아폴로 10호는 대기권 재돌입시 시속3만9천8백96㎞를 기록하였는데 이것이 인류가 지금까지 체험했던 최고속도였다. 이에 비하면 시속 2만2천5백㎞ 정도는 오히려 느린 것이라고 하겠다.

당신은 타임머신을 탈 수 있다.

하지만 지구상에서 이 정도의 속도를 낼수만 있다면 4천6백㎞ 떨어진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를 겨우 21분에 연결할 수 있고, 샌프란시스코와 극동은 45분만에 연결될 것이다.

이렇게 뉴욕과 LA를 21분만에 연결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극초음속 지하철 즉 행성열차(planet train)이다. 현재 화제를 모으고 있는 극초음속기 HST가 같은거리를 날려면 상승과 하강에 30분을 요하고 순항에 49분을 합쳐 도합 79분이 소요된다.

그러나 행성열차라면 도중에 '댈러스'에 한번 정차하더라도 54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같은 거리를 콩코드급 개량형 초음속기는 92분에 비행하고, 탄도비행미사일은 39분이 걸린다. 하지만 탄도비행이 보다 빨라질 수 있을지 몰라도 그 경우의 중력가속도가 3G(1G=9.81m/sec²)나 되기 때문에 탑승객인 인체의 인내 한계를 넘어버린다는 장벽이 있다.

이 문제 역시 행성열차의 21분간의 직행운행인 경우에도 연속1G의 가속도 밖에 되지않고 한번 정차하는 54분 운행의 경우라면 1/3G라는 가벼운 연속 가속도로 질주하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짐벌시트'라고 하는 특수설계 의자가 장착되어 있어 열차가 출발할 때는 머리가 앞으로 기울어지고 종착점에 가까와지면 다리가 앞으로 기울어지게 되어 아주 가볍게 착지하듯이 출발·정지할 수 있다.

행성열차가 완성되어 이용되는 우주시대의 인류는 북미내륙을 횡단하는 데 1시간도 안걸릴 것이다. 그럴 경우 3시간의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승객들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왕래하는 듯한 기묘한 체험을 일상적으로 맛볼수 있을 것이다. 이런 속도로 주행할 수 있는 시설만 확보된다면 도쿄에서 런던까지가 1시간 16분, 런던에서 뉴욕이 30분, 세계를 한바퀴 도는데 3시간이 채 안걸릴 것이다.

하긴 텔레파시같은 것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다면 3시간이라는 긴시간도 필요없이 그야말로 눈깜짝할 사이에 지구상 뿐만 아니라 달이나 금성까지도 의사(意思)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이 실제 출현하는 때가 오더라도 여전히 인간이나 물제를 물리적으로 이동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에 행성열차 같은 것이 있어야만 한다.
 

지하 1백m를 직선으로 달린다.
 

행성열차 구상의 책임자이자 미국 거대공학협회 대표인 데이비슨 MIT 교수.


이 행성열차의 발명자는 '로버트 살터' 박사이다. 그는 미공군의 엔지니어 책임자로서 재직시 초음속 제트전투기의 설계를 담당하였고 1950년대에는 록히드사에서 마하5이상의 극초음속 항공기의 개발에 도전했었다. 그러나 대기권의 공기라는 벽은 매우 두터워 도저히 극초음속을 실현시킬 수 있는 설계안이 구상되질 않았다. 그후 1960년대에 '랜드코퍼레이션'사로 직장을 옮겨 연구를 계속하던 중에 문득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다. 공기를 없애면 된다. 우주와 같은 진공상태를 지상에 만들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진공상태의 공간을 공학적으로 만들어 낸다는 발상과 개념이 명확해졌다. 다음에 그는 이 개념을 구체화하여 완전히 실현된 경우를 예상하고 일관된 청사진을 작성하였다. 그는 컴퓨터를 사용한 철저한 모의조작실험을 거쳐 구상, 기획, 목표의 확정, 개념설계, 모델실험, 실행조직의 편성, 자재조달, 제조 및 가공, 파급효과 예측, 환경문제 점검, 여론과의 조화, 자금조달 및 비용효과의 분석, 재무계획, 필요한 법률제도의 제정, 행정기구의 개혁 등 모든 요건을 착공 이전에 기획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개념공학(concept engineering)이라고 한다. 이 개념공학에 대해 잠시 언급해 보자. 개념공학이란 명칭을 붙인 사람은 '거대공학'(macro-engineering)의 창시자인 MIT공대의 '프랭크 P.데이비슨' 박사로서 이 분야에 대한 연구는 스터디그룹 방식으로 작년말부터 진행되어 왔다.

이 개념공학은 거대한 개발사업이든 아니면 소규모의 신약(新薬)개발이든 실현목표를 위한 기술응용작업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 개념공학을 거대한 계획적 사업에 적용시킬 경우 그 때 하나의 거대공학 프로젝트가 성립된다. 행성열차는 이런 의미에서 하나의 거대공학 프로젝트이다.

거대공학으로서의 행성열차 프로젝트는 지하1백m 깊이에 일직선의 터널을 파고 그 속에 직경 12m의 진공 튜브를 설치하여 리니어 모터 전동차를 주행시키는께획이다

이 행성열차의 출현에 따른 파급효과는 대단하다. 북미대륙 전역이 하나의 통근권이 되어 종래의 비행기는 시세에 뒤진 수송수단으로 전락, 겨우 지역선 전문의 단거리 수송시스템에 이용되게 되고 오히려 에너지 절약형 철도나 수소연료 및 전기구동 자동차로 구성된 교통망이 행성열차와 연결되는 총체적인 교통시스템이 만들어질 것이다.

한편 이러한 교통시스템의 출현을 예상하여 전체상을 개념으로서 명확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전체상을 거대공학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예컨데 미항공우주국(NASA)의 우주활동에 관한 전체계획을 매크로 프로그램이라고 할 때 아폴로 계획이나 우주왕복선계획 등은 각각 부분적으로 독립된 매크로 프로젝트가 된다.

이런 의미에서 아무리 혁명적인 행성열차 프로젝트라고 하더라도 다음세대의 교통시스템 전체상이라는 매크로 프로그램 속에서는 단지 하나의 매크로 프로젝트에 불과한 것이 된다.

그렇다면 왜 현재의 시점에서 이와 같은 프로그램 및 프로젝트가 진지한 검토대상이 되고 있는 것일까?

시속 5백㎞로 달리는 자기부상 리니어 모터 전동차.


현재의 기술로도 실현시킬 수 있다

미국의회 합동경제위원회가 정리한 84년 통계에 의하면 미국 전역의 도로 및 상하수도 등 사회간접자본 전체에서 금세기 안에 수리 혹은 교체해야 하는 부분의 경비총액이 1조 2천억 달러에 달한다. 주요도로의 약 63%, 교량의 42%, 상수도의 약 60%정도가 설계수명을 넘기 때문에 보수·교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도로 교량 수도를 종래와 마찬가지로 조성하려면 이번 세기 안에 1조2천억 달러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뉴욕과 LA를 연결하는 행성열차의 건설비는 고작 2천억 달러이다.

게다가 이 행성열차 터널 속에는 상하수도가 설치되고 정보혁명의 총아인 광섬유통신케이블 및 물질유통파이프라인과 튜브도 설치될 수 있다.

또한 내륙횡단 간선(幹線)인 행성 열차로부터, 복합기능을 갖춘 물질유통 및 정보통신시스템의 지선(支線)이 전국 각지로 연결되기 때문에 만일 1조2천억 달러가 행성 열차 프로젝트 및 방계프로그램에 투자될 수만 있다면, 이는 단순히 재래식 시스템을 재생산하는 것을 훨씬 넘는 거대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와 같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비용에 대한 정상수익 분석, 투자승수효과의 산업연관분석에 기초한 사업화 가능성은 충분한 것이다. 하지만 경제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는 경제학은 시스템을 총괄적으로 창조하기 위한 '요망성'(desirability)까지 추론해 낼 수가 없다. 따라서 경제적으로 충분히 이해타산이 된다손 치더라도 이 매크로 프로그램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요망성을 포함한 포괄적인 사업화연구가 체계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작업을 가능케하는 것은 오직 개념공학 뿐이다. 즉 개념공학적 설계가 완성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 개념공학 부분의 기술문제에 있어서 현재 확실하게 성취된 것은, 행성열차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리니어 모터 전동차에 대한 연구 주도권이 MIT공대의 '헨리 콤'박사로 부터 일본국철의 자기부상철도(磁気浮上鐵道) 추진본부장의 손으로 넘어온 이래 연구가 더욱 발전하여 세계제1의 속도와 안정성을 과시하는 HLU-001형이 출현했다는 사실이다. 이것을 미국이 지상수송시스템으로서 도입하여 현재 '플로리다'에 상업노선을 건설하려 하고 있다.

또한 지하 1백m에 일직선의 거대한 터널을 파기 위한 일본의 터널굴착기술이 활용될 수 있으며 또한 미국 '로스 알라모스' 연구소가 개발한 원자력이용 자동터널굴착기, MIT거대공학연구회가 개발한 케손공법 등 공사기간을 단축시키는 새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렇게 경제적으로도 필요하고 기술적으로도 가능한 토대가 있기 때문에 행성열차 프로젝트와 방계 프로그램이 지금 진지한 검토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경제적, 기술적 토대 위에서 85년4월24, 25양일간 MIT와 미국 거대공학협회가 공동주최한 '터널기술과 지하수송기술-경제, 정책의 발전예측'이라는 심포지움이 보스톤에서 개최되었다.

MIT의 지상실험은 성공
 

플라스틱 속의 탁구공은 최고 초속 5백46㎞로 음속의 1.7배 정도로 달렸다. 최고 가속도는 1만5천G.


이 심포지움의 하일라이트는 행성열차 발명자인 '로버트 살터'박사의 강연과 MIT운동장에서 있은 모델실험이었다. 살터강연의 골자는 데이비슨 등이 편저한 '거대공학 거시적 창조과학의 방법'에 대한 논평이었다.

그리고 모델실험은 4월25일 저녁무렵, 각국 거대공학 관계자 수십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엔지니어인 '톰 스톡브랜드'에 의해 실시되었다.

MIT운동장 북쪽의 담벽을 따라 안지름 50mm, 전장 3백m의 플라스틱 튜브가 길게 설치되고 튜브 속을 대기압의 1천분의 1의 아진공(亞眞空)상태로 만듬으로써 진공 공간이 길게 설치되었다.

이것이 '살터' 박사가 바랐던 지상의 우주공간이다.

이 튜브의 동쪽 끝에는 1.075mm의 아세테이트 얇은 판으로 만들어진 길이 1.7m의 '총신(銃身)'이 연결되어 있는데 전체적으로 길이 301.7m의 긴 공기층을 상상하면 된다. 말하자면 세계최대의 공기총인 셈이다. 끝 부분에는 헬륨개스가 주입되고 그 속에 바깥지금 38mm의 황색 탁구공이 넣어져 있다.

헬륨개스의 기압이 일정수준에 달하는 순간 구획부인 아세테이트 박판이 파열되면서 탁구공이 1만G의 맹렬한 가속도로 아진공튜브 속으로 발사되어 눈깜짝할 사이에 3백m를 날라 서쪽 끝에 도달했다. 이날의 최고속도는 초속 546m로 음속의 1.7배, 최고가속도는 1만5천G를 기록했다.

이러한 기록은 튜브 양끝과 중앙 등 3개소에 내장된 광전다이오드에 측정기를 접속시켜 얻은 것이다. 바깥쪽에는 스트로보가 점멸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탁구공이 발사됨과 동시에 3개의 스트로보가 거의 동시에 빛을 발하여 탁구공이 초음속으로 운동하고 있음을 목격하게 해주었다.

이 실험 후 튜브로 부터 총신을 떼내어 공중에 탁구공을 발사하는 실험도 했는데 겨우 15m밖에 비행하지 못하였다. 이는 공기의 저항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탁구공을 택하기 전에는 발사(balsa)나무로 된 탄환, 얼음덩어리, 스티로폴공 등으로 실험해보기도 하였지만 모두 아진공튜브에 약간 잔존해 있는 공기의 저항 때문에 3백m를 비행하지 못하였다.

이 실험을 통해 에너지절약형 수송시스템을 실현시키려면 공기저항을 제거하는 것 즉 진공상태를 만드는 것이 매우 유효하다라는 것이 성공적으로 입증되었다.

이와같이 '살터'박사의 개념공학은 극초음속의 실현을 목적으로 출발하여 지하에 아진공 상태의 공간을 만들고 비행기 대신 리니어 모터자동차를 달리게 하는 우주시대적인 구상으로 결실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에너지를 절약하기 때문에 자원을 절약할 뿐만 아니라 배기오염과 소음공해를 수반하지 않고, 더구나 연속1G정도의 점진적은 가속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인간의 심리나 생리에도 지장을 주지 않는다. 또한 인간이 밟지 못하는 깊은 지하공간을 활용하기 때문에 기존 시설 및 권익과의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물론 빠르고 안전한 긴 터널을 뚫기 위한 기술혁신에 요구되고 있지만 이 기술문제 역시 해결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또한 경제적으로 보았을 때도 미국과 같이 사회 간접자본의 교체가 임박한 곳에서는 결코 꿈같은 이야기가 아닌 진지하게 연구해야할 대상이 되기에 충분한 것이다.
그리고 이 행성열차계획은 교통체계의 전면적인 재편성뿐만 아니라 통근권 개념의 혁신, 사회시스템의 혁신도 수반하기 때문에 참다운 매크로 프로그램을 필요로 하는 거대사업이다.(외지에서)

1986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 진로 추천

  • 기계공학
  • 전기공학
  • 컴퓨터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