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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의 지름이 30㎞에 높이가 3㎞나 되는 거대한 화산체의 일부만이 바다 위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 울릉도이다.
 

동도(오른쪽)와 서도(왼쪽) 및 부속바위들로 이루어진 독도의 전경


망망한 동해바다 한가운데 우뚝 솟아 오른 화산섬(火山島) 울릉도와 독도. 깎아세운듯 기립해 있는 해안절벽과 바다를 수놓은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는 곳이다. 울릉도와 독도는 화산폭발의 결과로 생긴 섬으로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 지질학적으로 중요시된다. 뿐만 아니라 독특한 해양성기후와 생태계도 흥미로운 연구대상이다.

해발 9백 84m의 성인봉을 중심으로 미륵산(9백 1m) 관모봉(5백 64m) 초봉(6백 8m) 송곳산(6백 6m) 등이 산재하고 있는 울릉도는 섬 전체가 거의 경사지형으로만 돼있어 평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울릉도의 유일한 평지는 북부의 나리분지(羅里盆地)다. 화산의 분화구가 함몰해 생긴 칼데라(Caldera)로 약 1백 50 정보에 달하는 분지인데, 겨울에는 3m까지 눈이 쌓이기도 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눈이 많은 지역이다.

이곳에는 울릉도 개척시기(약 1백년전)의 투막집이 남아 있어 당시의 주거생활을 짐작케 한다. 육지에서 귀틀집 혹은 너와집으로 불리는 이 투막집은 초가는 아니지만 벽에 진흙을 두툼하게 발랐고, 지붕에는 넓적한 나무기와가 촘촘히 이어져 있다.

방은 지름 20~30㎝, 길이 3m가량의 통나무를 정방형으로 차곡차곡 쌓아올려 만들었는데, 통나무 사이의 벌어진 틈은 진흙에 억새풀을 섞어 막았다.

전혀 못을 사용하지 않고 통나무와 나무껍질 등으로만 만든 이 투막집은 바람과 눈이 많은 섬지방의 기후에 견딜 수 있도록 견고하게 지어졌는데,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것이 특색이다. 또 나리분지에는 '발구'라고 하는 겨울철의 운반기구가 남아 있어 독특한 생활양식을 엿보게 한다.

나리분지를 제외하고는 섬 전체가 평균 25도 이상의 경사를 이루고 있어 육지부의 교통이 극히 불편하다. 따라서 골짜기를 끼고 형성된 주거지역은 해상으로 주로 연결되고 있다. 울릉도의 해상일주코스는 중요한 교통수단일 뿐 아니라 독특한 해안지형을 관찰할 수 있는 관광루트인 셈이다.
 

나리분지
 

절경을 이루는 바닷가의 기암괴석들

울릉도의 중심지이자 여객선이 닿는 도동항을 출발해 섬주위를 한바퀴 돌면 바다 위로 솟아오른 많은 기암괴석들과 작은 섬들을 목격한 수 있다.

저동항의 입구에 높이 서있는 촛대암, 갈매기들의 서식처인 북저암, 섬(울릉도)에 딸린 또하나의 섬인 대섬(竹島). 거대한 바위기둥 3개가 솟구쳐오른 삼선암, 코끼리가 물을 먹는 형상의 공암 등등이 그것이다.

이중에서도 특히 조금 떨어진 바다 한 가운데 외롭게 떠있는 대섬이 주목된다.

저동에서 4㎞ 남짓 해상에 위치한 대섬은 높이 약 70여m의 수직절벽 위에 나무와 풀이 자라고 초원이 펼쳐져 있다. 독도(0.18㎢)와 비슷한 크기의 이 섬은 절벽사이로 난 길을 통해 오르내릴 수 있는데, 현재 3가구 7명이 살고 있다. 대나무가 많고 지하수가 없는 특징을 지닌 대섬에서는 더덕 감자 옥수수 수박 등이 재배되며, 한우도 기르고 있다.

대섬에 사는 주민들은 빗물을 받아서 식수와 사료로 쓰고 있고, 소 대신 사람이 끄는 쟁기가 아직도 남아 있는 등 현대문명에서 찾아보기 힘든 생활상을 보여준다.

울릉도의 해안은 거의가 암벽으로 되어 있어서 배와 사람의 접근을 어렵게 하고 있다. 가파른 절벽의 해면부근은 바닷물의 침식작용으로 생긴 해식동굴이 도처에 뚫려 있고, 그 아래로 미역 등 해초가 잔뜩 붙어 있다. 또 암벽에는 키가 낮은 향나무가 자생하고 있는 곳이 2군데나 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게 이채롭다.

거대한 화산체의 신비

이처럼 울릉도는 한반도의 어느 지역과도 닮지 않은 독특한 지형으로 된 섬이다. 그러나 이 섬의 진면목은 바다 속에 잠긴 거대한 화산체의 비밀을 들춰보아야만 깨닫게 된다. 도대체 울릉도란 섬은 어떻게해서 생겨난 것일까.

울릉도의 평면상 모양은 단축 10㎞, 장축 12㎞의 5각형과 유사하고, 그 면적은 75.6㎢이다. 그러나 바다밑에 잠긴 부분까지 포함한 화산체 전부의 크기는 밑바닥의 큰 지름이 약 30㎞에다 높이가 3㎞나 된다. 밑바닥에서 2㎞ 높이까지는 완만하게 솟은 아스피테(Aspite)형 화산이다. 이는 방패모양과 같다 하여 순상(楯狀) 화산으로도 불리는데 하와이형의 화산이 이에 속한다.

이 화산체의 기저부 면적은 약 1천3백㎢로 해면위 울릉도 면적의 20배에 달한다. 따라서 높이 3㎞의 화산체중 윗부분 1㎞(성인봉 9백 84m)만이 바다위에모습을 드러낸채 나머지는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바다속에 잠겨 있는 셈이다. 부피비율로 따지면 27분의 1만이 물위에 솟아있는 것.

해수면에서 수심 1천5백m까지 사이에는 30여개의 기생화산들이 산재해 있는데, 지금 해면 위로 보이고 있는 기암들이나 대섬 같은 것들도 이같은 기생화산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울릉도가 이처럼 다른 섬들과는 달리 거대한 몸체를 바다밑에 숨기고 있는 것은 동해가 깊은 바다라는 사실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서해와 남해의 수심이 1~2백m에 불과해 거의 육지부와 다를 바 없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과거 빙하기에 해면의 수위가 낮아져 한반도가 중국대륙 및 일본과 접속됐을 때 동해에는 커다란 호수가 생겼었다는 학설과도 앞뒤가 맞는 얘기다.

울릉도(독도포함)는 한반도내의 제주도 백두산 추가령지구대에 분출하는 알칼리화산암류와 함께 제4기(紀)에 속하는 화산도이다. 울릉도에서 발견되는 암석의 산출상태와 암질(岩質)의 특징에 의해 구분된 화산암층은 크게 5단계의 화산활동기가 있었음을 암시해주고 있다.

다섯차례의 화산활동중 오늘날의 울릉도의 골격을 만든 것이 제4기 화산활동이다. 다량의 조면암질과 포노라이트질 용암을 분출했고, 알봉분화구에서의 다량의 용암분출로 칼데라가 만들어졌던 때이다.

마지막 5기의 화산활동은 칼데라 서쪽의 알봉분화구에서 다량의 조면암질 부석이 분출됐다. 이 부석은 비중이 작고 부서지기 쉬운데 5기의 화산활동 결과로 울릉도의 전지역에 걸쳐 최상부에 얇게 덮여있다.

울릉도의 화산활동이 어떤 작용으로 인해 발생한 것인지에 관해서는 아직 확실치않다. 다만 일본의 화산활동을 설명해주는 판구조론(plate tectonics)보다는 핫 스포트(hot spot)로 된 게 아닌가 보고 있다. 이것은 지각 아래의 맨틀에서 부분적으로 용융점이 만들어져 화산폭발이 생겨났다는 이론인데, 아프리카의 화산이 여기에 속한다.

아뭏든 화산이 폭발하면서 땅속 깊은 곳으로부터 용암이 분출, 원추형을 이루면서 솟아오른 게 울릉도이다. 따라서 이때 나온 용암을 분석해보면 그 나이와 성분을 알 수 있다.

울릉도는 조면암류(粗面岩類)를 비롯하여 현무암과 포노라이트 등의 용암류와 그들의 집괴암 및 응회암으로 구성돼있다. 지금까지 나온 몇몇 연구결과에 의하면 가장 오래된 암석이 2백70만년(해안가의 현무암질 집괴암에 포함된 알칼리감람석 현무암편) 전의 것이고, 가장 최근의 것으로는 성인봉 부근에서 보이는 9천3백년 된것이다. 이로 미루어 울릉도의 마지막 화산 활동시기는 9천년 전쯤이 아닌가 보여진다.

울릉도에 급경사의 암벽이 많은 것은 조면암이 많기 때문이다. 점성도가 큰 조면암류가 용암으로 분출되면 쉽게 굳어지므로 급경사가 되는 것이다. 마치 밀가루반죽이 묽으면 널리 퍼지지만, 되면 그 반대인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나 오늘날의 울릉도 모습은 풍화작용 침식작용 등으로 많이 깎여 나가는 등 원형이 달라져 있다.

눈과 바람의 고장

독특한 지형 못지 않게 기후조건도 특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제주도와 함께 해양성기후의 특징을 나타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다. 가장 추운1월의 평균기온이 섭씨 0도7분으로 제주(5.2도)보다는 추우나 서울(영하 3.5도)에 비해서는 훨씬 따뜻하다. 여름철은 8월 평균기온이 23.7도로 대관령을 제외하곤 가장 낮다. 따라서 여름철 피서지로 알맞은 곳.

울릉도의 기상관측기록중 가장 더웠을 때가 34도5분(51년 8월13일)에 불과하고, 최저기온이 영하 13도6분(81년2월26일)이었던 것만 보아도 해양성기후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

강수량은 전국평균치와 비슷한 1천3백67.4㎜이나 겨울철 강수량이 여름보다 많은 특징을 보여준다. 즉, 1월달 강수량이 1백 52.6㎜로 7월(1백43.3㎜)보다 많으며 다른 지역의 1월강수량(서울 20.6㎜)보다도 월등히 많다. 이는 한마디로 겨울에 눈이 엄청나게 내린다는 뜻이 된다.

이곳 주민들의 얘기로는 겨울에 눈이 일단 내렸다 하면 하루에 60~70㎝씩 며칠간을 계속해서 내린다는 것이다. 하루동안에 쌓인 최고기록은 1m 50.9㎝(55년1월20일)나 되고, 62년 1월31일에는 며칠간 쌓인 눈이 무려 2m93.6㎝에 달한 기록도 있다. 이같은 기록은 측후소가 있는 도동의 것이고, 눈이 가장 많이 오는 나리분지일대는 더욱 적설량이 클 것으로 추측된다.

이처럼 울릉도에 눈이 많이 내리는 것은 대륙으로부터의 찬공기가 이곳에 이르러 따뜻하고 습한 수증기를 공급받기 때문이며, 특히 성인봉에 부딪치는 바람에 나리분지일대가 다설지역이 된다. 3월 중순경까지도 도로위에 눈이 쌓여 통행이 불편한 곳이 울릉도다.

망망대해상에 떠있는 섬인 까닭에 기압배치가 조금만 변화해도 바람이분다. 쾌청일은 연간 47일에 불과한 반면, 예경보(豫警報)는 폭풍 61회, 태풍3회에 달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섬의 방향에 따라 기후현상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즉 섬목~도동~사자암으로 이어지는 섬의 동쪽 지역은 상대적으로 겨울보다는 여름에 파도가 센데 비해 삼선암~천부~대풍령의 강원도를 향한 방면은 겨울에 파도가 세고 여름에 잔잔한 편이라는 것.
 

어업전진기지인 저동항과 촛대바위


뱀과 모기가 없다

동식물의 생태계에 있어서도 울릉도는 육지부와 다른 면모를 지니고 있다. 이곳에는 파충류·양서류와, 쥐를 제외한 포유류, 은어를 제외한 담수어류가 분포하지않거나 그 종류가 매우 적은 특색을 보인다. 따라서 울릉도에는 독사나 맹수 산짐승 모기 등이 없다. 조류로는 흑비둘기(천연기념물 215호) 등 58종이 서식하고 있는데, 1982년에는 암수 20마리의 꿩을 방사하기도 했으나 번식에 실패하고 말았다.

동물과 달리 식물은 비교적 다양해 6백여종이 자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섬잣나무 솔송나무 너도밤나무는 울릉도에서만 자생하며, 모두 39종의 특산식물과 6종의 식물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는데 대부분 멸종위기에 놓여있다.

성인봉일대의 원시림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고, 고산식물도 많이 분포하므로 식물의 보고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나리분지 부근의 알봉에는 섬백리향과 울릉국화가 함께 자생하고 있어 특별히 보호되고 있다. 특히 섬백리향은 울릉도에만 나는 특산식물로 낮에는 향기를 못느끼나 밤이 되면 강렬한 향기를 맡을 수 있다. 풀 전체가 우리나라의 산에 나는 백리향과 비슷하나 잎과 꽃이 큰 점이 다르다.

울릉도에서 흔히 눈에 띄는 특산식물로는 섬말나리와 섬바디가 대표적이다. 이중 섬말나리는 울릉도와 일본의 북해도에만 나는 아름다운 백합과의 화초식물이다. 붉은 노랑색의 꽃 6~7개가 줄기 끝에 붙어 숲속에서 눈에 잘 띈다.

해조류의 번식지, 독도

한편 울릉도에서 동남쪽으로 92㎞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 독도는 행정구역상으로도 울릉도의 도동에 속할 뿐 아니라 그 생성과정과 특징도 울릉도와 한꺼번에 설명된다.

동도와 서도 및 바위섬들로 구성돼 있는데 서도가 0.12㎢로 동도의 2배 넓이다. 우리나라 최동단 지역인 독도는 섬 자체가 천연기념물 336호로서 독도해조류(바다제비 괭이갈매기 슴새)의 번식지이기도 하다.

울릉도는 신라시대에 이사부에 의해 정벌되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매우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살았던 것이 틀림없으나 본격적으로 개발된 것은 1882년 부터이다. 그 전까지는 왜구의 참략 등으로 인해 공도(空島) 정책을 쓰기도 해 사람이 살기도 했고 무인도가 되기도 했었다.

따라서 1세기 전에서부터 비로소 국가의 정책적 뒷받침을 받아 개척되기 시작한것인데 험준한 지형으로 인해 개발의 속도가 늦다. 아직까지도 필수적인 교통수단인 섬일주도로가 28.13㎞밖에 개통이 안돼 약 30%가 막혀 있는 형편이다.

토지의 이용도를 보아도 임야가 75%나 차지해 20%만이 농경지로 이용되고 있고, 그나마 논은 1%인 0.5㎢에 불과하다. 따라서 전체인구 1만7천2백여명중 농가인구는 20%에 그치고, 33%가 어업에 종사한다. 결국 울릉도는 바다를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는 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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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전민조 기자
  • 황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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