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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대사관 대학·과학·기술·자료센터 원장 티에리 리아바스트르씨

 

프랑스 대사관 대학·과학·기술·자료센터 원장 티에리 리아바스트르씨


프랑스의 과학기술을 소개하는 게 중요임무입니다.개인적으로는 한국의 저력을 살피고 싶어 지원했읍니다.

프랑스정부 또는 민간업체가 주관하는 과학행사가 눈에 띄게 늘고있다. 주로 자기네 신제품을 소개하거나 과학기술수준을 들려주는 자리들이다.

그런 모임에 참석하면 예외없이 한 젊고 핸섬한 프랑스 공무원을 만나게 된다. 그의 이름은 '티에리 리아바스트르'(Thierry Liabastre), 주한 프랑스대사관소속 대학·과학·기술자료센터(CEDUST) 원장이란 직함을 가진 올해 나이 26세의 청년이다.

그는 경복궁 건춘문 맞은 편에 있는 프랑스문화원 건물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몸담고 있는 CEDUST가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CEDUST를 방문했던 날, 유난했던 올 여름 더위가 한껏 극성을 부리고 있었다. 그의 방에는 낡은 에어콘이 설치돼 있었는데, 소리가 요란해서 정식으로 인터뷰 할 때는 스위치를 내려야만 했다.

폭염속에서 대화는 3시간 동안 이어졌다. 그는 연신 땀을 닦아 내면서도 프랑스 과학기술을 빠짐없이 끄집어 내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어느정도 소개가 됐지만 CEDUST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자세히 들려주시죠.

"세계의 동반국가에 프랑스의 새로운 과학·기술을 소개하기 위해 세워진 프랑스 정부기관입니다. 외무장관의 지휘를 받고 있지요. 세계의 11개국, 주로 개발도상국에 설치돼 있는데, 이곳에선 프랑스과학에 대한 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읍니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유학에 관한 안내도 하지요. 또 프랑스정부 장학금으로 프랑스에서 학위를 딴 4백여명의 한국 학자들과 정보를 교환하기도 합니다."

-프랑스정부장학생은 일년에 몇 명이나 뽑습니까? 또 시험은 누가 주관하나요.

"작년에는 20명 선발했어요. 항상 비슷한 숫자의 장학생을 배출하지요. 이 분들의 선발과정은 한국정부에 일임하고 있읍니다. 선발된 분들은 경비를 일체 들이지않고 프랑스유학을 마칠 수 있는데, 대개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는 분들이 많아요."

●- 프랑스는 유학생의 낙원

설령 장학생으로 뽑히지 않는다 할지라도 프랑스유학은 학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프랑스정부가 교육에 막대한 보조를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의 통계를 보면 프랑스유학자 수는 별로 많지 않다. 작년에 떠난 사람이 총 6백여명 수준. 전세계에서 프랑스로 유학오는 학생 총수는 매년 1만2천5백명 정도이니 상대적으로 한국유학생이 소수인 셈이다. 게다가 주로 예능방면이고, 자연과학 전공자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프랑스유학은 경제적으로 큰 부담없이 마칠 수 있다는데….

"프랑스는 두가지 대학이 있읍니다. 하나는 국립대학인데 입학시험이 없지요. 하지만 매년 탈락시키므로 졸업은 무척 어렵습니다. 학비는 1년에 6만원정도입니다. 또 하나는 한국의 사립대학 성격인 에콜인데 국립대학과는 반대로 입학이 어렵고 졸업은 쉽습니다. 이곳을 다니려면 학비로 1년에 10~40만원 정도를 내야 합니다."

하지만 프랑스유학은 약간의 제약이 따른다. 불어의 능통함 여부에 관계없이 1년간 어학코스를 마쳐야 진학할 수 있다. 그리고 한국의 고교생이 졸업과 동시에 프랑스대학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굳이 이 문을 통과하려면 프랑스고등학생과 동등하게 입학시험을 치뤄, 합격해야 한다.

-프랑스 과학기술을 소개하려고 먼 나라까지 왔으니 그 얘기를 좀 들려주세요.

"사실 프랑스과학은 한국인들에게 생소한 편이지요. 미국이나 일본은 물론이고 같은 EC권인 영국 독일의 과학보다 낮은 수준으로 보는 것 같아요. 하지만 프랑스과학의 저력이 그리 만만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몇몇 분야에서는 앞서간다고 말할수 있지요. 특히 해양학 의학 우주공학 분야의 그간의 성과는 자랑할만 합니다."

-최근 프랑스정부는 '새로운 과학'을 내세워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뭐가 새롭다는 얘기입니까?

"하늘에서 뚝 떨어진 과학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요 (웃음). 현재 소위 첨단이라는 말을 듣는 과학·기술들을 더욱 발전시켜 '미래의 기술'로 개발하자는 뜻이 담겨 있읍니다. 여기에는 우주개발 해양산업 항공기 신소재 인공지능 유전공학 자동화 핵에너지 군사장비 통신을 비롯해서 AIDS 등의 극복을 위한 첨단의학 개발등이 포함되지요.

이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우선 88년에 9백억프랑이 투자되고, 5천여명의 새로운 과학자들이 투입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프랑스의 R&D 투자비율은 GNP의 2.3%에 불과했는데 이는 서독 일본 등의 2.7~2.8%에 비해 쳐지는 수준이었읍니다."

-아리안 로킷으로 유명한 우주개발계획에 대해 들려 주세요.

"우주개발계획은 C.N.E.S에서 맡고 있죠. 아리안계획은 3백여명의 학자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통신 환경감시 등에 이용될 로킷을 띄우고 있읍니다. 앞으로 44호까지 발사할 계획인데 상업용이 많이 포함돼 있어요.

또 하나 중요한 계획이 프랑스 벨기에 스웨덴 3국 공동으로 진행되고 있읍니다. 지구환경을 감시하고, 식량 지리 자원분야 연구에 활용될 로킷을 발사할 스포트(SPOT) 계획이지요.

뿐만아니라 1996년 우주왕복선 발사를 목표로 헤르메스(Hermes) 계획이 수립돼 있읍니다."

-미니텔(minitel)로 잘 알려진 프랑스 전역에는 천만단위에 미니텔이 작동중이지요. 앞으로 3천7백만대까지 확대할 예정이므로 아마 전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하고 성공적인 정보망일 것입니다. 이 비디오텍스를 활용하면 상대방의 얼굴을 보면서 통화할 수 있고, 전화를 통해 거의 모든 통신이 가능해지며, 3천개 이상의 업무를 할 수 있읍니다.

한국의 전기통신공사(KTA)와도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는 프랑스통신기술은 1965년 최초로 인공위성을 발사한 이후 많은 발전을 이룩했읍니다."

●- 파스퇴르연구소가 있는 한

-자동화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은데…

"로봇의 개발에 주로 역점을 두고 있지요. 무선으로 원격조정되는 로봇을 만드는데 성공, 위험한 작업이나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곳의 작업을 로봇에 맡기고 있읍니다."

-핵문제는 현재 한국에서 매우 큰 관심거리입니다. 생존 그 자체의 문제이지요. 한국과 프랑스는 핵문제에 관한 한 관련도 깊고 루머도 많은데….

"프랑스의 원자력발전 기술은 세계적으로 평판이 나 있지요. 프랑스는 에너지의 자립을 위해 일찍부터 원자력에 관심을 집중, 현재는 전 에너지의 67%를 원자력발전으로 충당하고 있읍니다.

우리는 중국에 원자력 발전소를 세우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9, 10호기를 건설하는데 참여했습니다. 핵문제는 예민하기 때문에 말할 입장이 아닙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론 원자력발전소가 있으면 핵을 가진 수 있다고 봅니다."

서울 지하철과 관련, TGV도 화제로 떠올랐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시속 3백80km), '21세기형 기차'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미국의 미사일발사로 추락한 이란항공기 에어버스에 관한 얘기도 나눴다. 에어버스는 프랑스 영국 스페인의 합작품으로 시속 2천7백~4천km인 여객 항공기. 그는 에어버스 시리즈 중 A320이 기술적으로 가장 앞선 항공기인데, 새로운 합금을 사용한 신소재비행기라고 설명했다.

그밖에 암 AIDS와 관련된 화제도 등장했다. 그는 "암을 감지하는 X선 스캐너(scanner)가 최근 프랑스에서 개발되었고, 막강한 파스퇴르연구소가 있는 한 AIDS 백신 개발의 주도권을 타국에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제 사적인 얘기를 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결혼은 하셨읍니까? 또 학교는….

"아직 미혼이에요. 여러 나라를 다니다보니 시간이 없었다면 거짓말일까요. 루앙(Rouen)대학을 다녔는데 그 곳에서 농업경제학을 전공했어요. 졸업 후 남아프리카에서 1년간 연구하였고, 귀국해서 박사학위 기본과정(DEA)를 마쳤지요.

서울에 오기 전에는 태국에 있었는데 정부에 한국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지요. 한국의 저력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였읍니다."

아직 그는 '한국의 저력'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제 5개월 정도 있었으므로 실체를 파악하긴 이를지도 모른다. 아니면 잘못 알고 왔을 수도 있겠다.

시간만 나면 한국의 농촌을 찾는다는 그는 한국의 학생들에게서 '미래에 도전하는 열의'를 느낀다고 말하면서 다 식어버린 커피를 마셨다.

1988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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