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EXPO 한마당을 누빌 1인승 솔리카 두대와 갑천을 유유히 헤치고 다닐 태양전지거북선 한척은 관람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할 것이다.
93년 8월에 개최되는 대전EXPO는 과학기술 전문박람회다. 여기에는 우리의 기술로 만들어진 첨단과학기술의 결정품들이 다수 선보일 것이다. 이중에서 21세기 미래기술로 부상 가능한 일곱가지 제품을 뽑아 지상연재한다.
93년 8월 한밭벌에서 펼쳐질 대전EXPO 마당에는 그동안 사진이나 그림으로만 소개됐던 각종 첨단제품들의 실제 모습들이 선보인다. 그것도 남의 기술이 아닌 우리 손으로 만든 제품들이 관람객들 앞에 당당하게 나타날 것이다. 그중에서도 단연 인기를 끌 제품으로 손꼽히는 것 중의 하나가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자동차와 거북선이다. 이들은 27만여평의 EXPO마당을 관람객들을 태우고 다니면서 첨단기술의 힘을 실제 체험으로 보여줄 예정.
100% 무공해면서 매우 풍부한 태양에너지를 활용하려는 노력은 여러분야에서 있어왔다. 태양열주택이나 태양광발전소가 그 대표적인 예. 그러나 아직 뚜렷한 결과물이 나오지 못하는 것은 태양에너지의 밀도가 엷고(1㎡에 1㎾정도) 태양열을 사용하기 쉬운 다른 형태의 에너지(예를 들면 전기에너지)로 바꾸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1980년대 들어 자동차가 내뿜는 배기가스는 심각할 정도로 지구의 대기를 오염시켰다. 자동차 연료로 사용되는 휘발유나 경유는 연소되면서 이산화탄소 탄화수소 아황산가스 질소화합물 등을 내뿜는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자동차연료로 쓰일 새로운 대체에너지를 개발하는 일. 그 첫번째 주자의 역할을 태양전지자동차가 맡았다.
세계적으로 태양전지자동차가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80년도 초반이다. 82년 말 오스트레일리아 사람 게리 퍼킨스씨는 7백20개의 태양전지를 단 자동차로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을 횡단했다. 4천㎞의 거리를 20여일 동안 주파했으니 하루에 2백㎞는 달린 셈이다. 첫 작품치고는 매우 고무적인 결과를 얻은 셈이다.
그 이후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대학연구실을 중심으로 경주용 솔라카(solar car, 태양전지자동차를 의미 함)가 개발되고 있으며 스위스를 중심으로 유럽에서는 실제 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단거리 출퇴근용 2인승) 자동차 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기존 자동차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80년대 말부터 자동차 업계를 중심으로 솔라카의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무공해 해상교통 추진시스템으로는 독일 과학기술처에서 솔라셀을 이용한 S0LIST가 개발추진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솔라비히클 협회에서 솔라보트를 개발, 동호인 경주대회를 추진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신흥 자동차생산국으로 부상하고 있음에도 차세대 미래자동차에 대한 연구는 전무 하다시피 했다. 최근에 와서야 자동차3사에서 저공해 자동차(에탄올 메탄올 압축천연가스)를 개발, 일부를 수출하고 있으나 무공해자동차는 아직 타당성조차 검토가 안돼있는 초보적인 단계.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해상 수송수단은 더욱 불모지. 이런 상황에서 EXPO조직위원회 기술국에서는 태 양전지자동차와 태양전지거북선을 개발전시아이템으로 선정하고 개발팀을 선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처음 개발의사를 가진 팀은 꽤 있었다. 그동안 태양전지 개발을 주도해온 동력자원연구소의 송진수 박사 팀을 비롯 기아자동차 등 여러곳에서 개발의사를 타진 해왔으나, 정해진 예산과 한정된 시간 때문에 중도 포기하고 해사기술연구소 기술지원실 박찬일 실장 팀이 개발을 추진하기로 최종 결정됐다. 박실장 팀은 그동안 자기부상열차를 비롯 각종 선박 개발을 추진해왔던 실전 위주의 연구개발팀. 박실장 외에 박희창 박사를 비롯 22명의 연구원이 팀을 구성하고 있다.
100% 국산화는 아니더라도
"태양전지자동차나 태양전지거북선을 100% 우리기술로 개발하려면 몇십억원이 들지 모르며, 돈을 아무리 투자한다 할지라도 93년 8월까지 불가능할지 모릅니다. 첨단기술과 우리의 전통문화를 조화시킨다는 측면과 이러한 이벤트를 통해서 그동안 개별적으로 추진 돼왔던 부분기술들을 모아 하나의 결과물로 만들어 낸다는 의미에서 한번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새로운 우리기술이 탄생하겠지요."
박실장의 표현대로라면 이번 프로젝트는 기초이론의 습득이 아니라 엔지니어링 기술을 확보해보겠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셈. 쉽게 해석한다면 그동안 개발된 국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데까지 활용해보고 안되면 부분적으로 외국에서 개발된 제품을 사와서라도 완성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핵심기술 중 몇가지를 선택해 자체에서 개발하는 것은 물론이다.
한편 대전EXPO에 나올 기업측의 개발아이템으로 기아자동차에서 태양전지자동차를 선택해 개발을 진행 중이므로 가능하다면 정보교환 등을 통해 서로 도움을 주고 받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박실장의 생각이다.
머리에서 불을 뿜는 첨단 거북선
한밭벌을 누빌 솔라카(두대를 계획 중)는 길이 6m, 너비 2m, 높이 1.3m에 무게가 약 1백40㎏짜리 1인승 초경량자동차다. 최대속도는 시속 60㎞로 잡혀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좀더 속력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개발팀은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박람회장 내에서는 10~ 20㎞ 정도로 운행한다 하더라도 후에 자동차경주에 나갈 것을 대비해 간단한 설비 교체로 속력을 증가시킬 수 있게끔 제작할 계획이다.
수심 2m의 갑천을 유유히 누비고 다닐 태양전지거북선은 22인승(승무원 2명 포함). 앞부분에서는 연기도 내뿜고 가능하다면 대포도 장착해 직접 승객이 조작도 해보게 할 계획. 처음에는 단순하게 해상교통기관을 만들 생각으로 태양전지보트를 생각했으나 이왕이면 우리의 전통문화를 첨단과학과 조화시켜보자는 아이디어가 받아들여져 거북선으로 바뀌게 됐다. 겉모양은 거북선의 원모습을 완벽하게 살리되 내부는 첨단 전자장비를 설치해 전통과 첨단을 조화시킬 예정이다. 운항속도는 약 3노트로 계획하고 있으며 길이 10m, 너비 4m, 깊이 1.2m, 높이 3.2m에 무게는 약 6t으로 잡혀있다.
태양전지자동차나 태양전지거북선의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태양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주는 태양전지(solar cell)다. 태양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많이 바꿔야 충분히 자동차의 연료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현재까지 개발된 솔라셀의 에너지 변환효율은 기껏해야 18%다. 100의 태양열을 전기로 바꾸면 18밖에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도 세계 최고 수준의 수치일 따름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동력자원연구소와 금성산전에서 솔라셀을 연구개발하고 있으나 변환효율을 12%밖에 끌어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 수치 또한 장시간 실험한 결과가 아니므로 항상 효율이 일정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제품을 가지고는 태양전지자동차나 거북선에 활용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해사연기술지원실 팀의 판단. 최소한 변환효율이 15,6%는 되는 단결정실리콘 솔라셀이 필요하기 때문. 다결정실리콘 솔라셀은 효율이 12% 아래로 떨어진다. 더군다나 전지가 하나만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수백개를 모듈로 연결 시켜야 하는데 모듈화기술에서 국산품의 수준이 떨어진다. 납으로 전기배선을 하면 무게가 무거워지는데 출력이 약한 솔라카에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한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연구개발된 솔라셀은 무게와는 상관없는 태양열주택이나 발전소 설비였으므로 별문제가 없었으나 솔라카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 효율이 높은 일본 교세라사의 18% 솔라셀(여러개가 연결된 어레이도 가볍고 유연해 곡면에 접착하기 좋음)을 고려하고 있으나 제품값이 12% 제품 보다도 4,5배나 비싸 아직 최종결정을 미루고 있는 터.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변환된 전기에너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배터리에 충전시키는 MPT(Maximum Power Tracker)기술. 이는 태양에너지로부터 변환된 전기에너지가 최고의 출력을 낼 수 있도록 전압과 전류를 조절하는 장치로 내연기관 자동차의 카뷰레터에 해당된다. 솔라카는 맑은 날만 달려서는 안되며 흐린 날도 쌩쌩 제 속력을 내야하기 때문에 날씨가 흐릴 때도 최대에너지를 충전시키는 MPT의 역할이 중요하다.
디자인 자체 개발
MPT를 국내기술로 개발한 팀은 아직 없다. 일부에서 연구하고 있는데는 있으나 아직 결과물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해사연 기술지원실 팀은 이번에 MPT를 한번 자체기술로 개발해볼 예정. 이를 위해서 독일이나 일본 미국의 자료를 모으고 있다.
외국에서 개발된 솔라카를 보면 기기묘묘한 형체가 많다. 그러면서도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극단적인 유선형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특히 솔라카는 전면 투영적(차의 앞면도)을 최소화하는 디자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적은 출력으로도 잘 달리기 위해서다.
일반(가솔린)자동차의 공기저항계수(cd)가 보통 0.35수준(cd가 제일 작다는 에스페로가 0.29) 인데 비해 솔라카 경주에 나오는 수준은 0.14 이하. 개발팀은 풍동 선형시험을 통해 공기저항계수를 이 수준으로 낮출예정.
처음 개발팀은 자체에서 완성한 다섯가지 디자인을 제안했다. 비행접시형 올챙이형 마징가제트형 월면차형과 외국에서 가장 유체역학적으로 완벽하다고 평가하는 매미형이 EXPO조직위원회와 관련자 회의에 올려졌다. 그 결과 마징가제트형과 매미형이 채택 됐다. 솔라카의 디자인에서 중요한 개념의 하나는 태양 전지가 차지하는 집광면적. 한밭벌 솔라카의 집광 면적은 8㎡. 이 면적으로 1㎾의 전력을 공급해야 한다.
태양전지거북선의 디자인은 솔라카와는 다른 차원의 어려움이 있다. 거북선의 옛모습을 원형 그대로 살리는 문제가 있기 때문. 지금까지 거북선 관계자들을 모아 여러차례의 회의를 가졌으나 아직까지 완전한 모습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거북선연구회나 원로 교수들은 완벽한 옛모습의 복원을 주장하고 있으나 그 요구를 다 수용하다보면 태양전지거북선은 뜨지도 못하고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거북선 등의 구각무늬와 등침은 일단 불가능하다. 여기에는 태양전지가 있어야 하기 때문. 다만 앞부분과 꼬리부분은 고증에 입각해서 완벽을 기할 예정이다. 즉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고증에 충실하겠다는 것이 개발팀의 생각이다. 목을 짧게하고 앞부분에 도깨비상을 붙이는 것도 관련 학자들의 자문에 따른 것이다. 내부에서 직접 대포를 쏘게하는 것도 시도해볼 생각이나 성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면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무게를 줄이는 것이 최선
태양전지에서 태양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고 이를 고효율로 배터리에 충전시키는 일 이후에 중요한 것은 역시 배터리 자체 성능. 적은 무게에 많은 전기를 축전시키기 위해서는 기존의 납 배터리로는 어렵다는 것이 개발팀의 중론이다. 따라서 단위 무게당 충전용량이 큰 특수 납 배터리를 개발해 사용할 계획이다. 납 배터리보다 성능이 좋은 니켈아연 배터리나 산화은 배터리도 있으나 가격도 비싸고 입수도 어려워 선택에서 제외됐다. 솔라카보다 무게가 덜 중요한 거북선은 배터리 선택의 폭이 상대적으로 넓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표준연구원 전기화학실과 전기연구소 윤문수 박사팀이 납 배터리의 성능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 니켈아연 배터리나 산화은 배터리는 개발되지 않고 있다. 이런 팀들과 협의하여 EXPO가 열리기 전까지 솔라카에 적용할 최적의 배터리를 개발할 계획이다.
배터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차륜에 동력을 전달해주는 모터. 소형이면서 가볍고 높은 토크를 발생하는 고성능 모터가 필요하다. 따라서 해사연 기술지원실팀에서는 국내에서 이미 개발된 DC모터(무겁고 효율이 낮음)를 개조하여 사용할 계획이다.
태양전지거북선이 물의 부력을 받기 때문에 크게 무게의 영향을 안받지만 솔라카는 차량 중량을 줄이는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거북선이 체중 제한없는 무제한 급이라면 솔라카는 다만 몇백g이라도 땀흘려서 감축해야하는 경량급 권투선수인 셈이다. 무게감소를 위해서는 프레임과 몸체 재료로 가벼우면서도 강한 신소재를 쓰지 않으면 안된다. 프레임소재로는 알루미늄합금파이프를, 몸체는 탄소섬유강화 플라스틱을 사용할 예정.
솔라카의 경우 전체 무게를 1백40㎏ 내로 줄여야 하는데 최대 변수는 배터리의 무게. 프레임과 몸체가 50㎏이고 솔라셀의 무게가 4.5㎏이라면 납 배터리의 무게는 1백㎏에 가깝다. 이에 비해 니켈아연은 30㎏, 산화은은 10㎏ 에 불과하다.
솔라카의 바퀴는 폭이 2인치, 지름이 20인치 밖에 안 되는 특수용을 따로 만들 수밖에 없고 휠은 알루미늄을 사용한다. 브레이크 시스템도 오토바이용을 개조해 쓸 계획. 태양전지거북선은 바퀴 대신에 프로펠러가 달린 것이 다를 뿐이다.
아무튼 이번 박람회를 계기로 태양전지자동차와 거북선이 우리 손으로 만들어진다면 완벽한 국산화는 이루지 못했을지라도 우리나라 무공해 수송기관 개발 역사에 큰 이정표를 남길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