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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젖소, 어떻게 태어났나

1년에 송아지 40마리이상,우유는 2배

우수한 품종을 대량으로 번식시킬 수 있는 수정란이식법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수퍼젖소의 배란에서 출산까지의 과정을 살펴본다.

유전공학을 이용하여 뿌리에는 감자가 달리고 줄기에는 토마토가 주렁주렁 열리는 포마토가 나왔다든가, 돼지만한 크기의 닭이 태어나는게 가능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우리의 생활주변에서는 그리 실감나는 얘기는 아닌 듯하다.

그러나 최근에 농촌진흥청 축산시험장에서 보통의 젖소보다 2배나 많은 우유를 생산하는 수퍼젖소가 태어남으로써 우리도 본격적으로 유전공학의 혜택을 받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실감케 하고 있다.

한국최초의 이 수퍼젖소는 우유만 많이 생산할 뿐 아니라 수정란이식법으로 번식시키면 자연번식의 경우보다 40~60배나 많이 번식되므로 '풍부한 우유'를 '값싸게' 마실수 있게 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수퍼젖소를 탄생시킨 수정란이식법 부터 살펴보자.

보통의 자연번식 방법으로는 암컷의 젖소가 1회배란에 1개의 난자만을 배란하므로 수컷과 결합, 1년에 한마리의 송아지를 생산하게 된다. 따라서 암소 한마리가 일생을 통해 번식 시킬수 있는 숫자는 10마리 미만이다.

많은 배란을 유도하는 호르몬주사

이에 비해 수정란이식법은 수정란을 '여러개' 만들어 제3의 암소에게 '이식', 출산 시키는 방식이다.

수정란을 여러개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배란을 유도하는 호르몬을 암소에게 주사해야한다. FSH(Follicle Stimulating Hormone)라고 하는 성선자극 호르몬을 발정주기 9~14일에 해당하는 암소에게 1일 2회씩 4~5일간 주사는 게 첫번째 순서다.

다음에는 2단계로 FSH주사후 48~72 시간째에 $PG{F}_{2α}$를 주사, 황체퇴행(黃體退行)으로 발정을 유기(誘起)시켜 주어야 한다.

이같은 일련의 호르몬주사로 발정이 개시된 암소는 10~15개의 배란이 가능해지는데 이때 정액주입기로 숫소의 정액을 자궁경에 투입하는 인공수정을 실시한다. 인공수정을 통해 암소의 자궁에 10개~15개의 수정란이 만들어지면, 7일째되는 날 자궁관류액(증류수에다 필요한 첨가제를 혼합시킨 액체)을 투입, 수정란을 씻어내온다. 이를 채란(採卵)이라고 한다. 이렇게 회수된 수정란은 현미경으로 검사하여 정상적인 것을 고른다.

수정란을 얻은 다음에는 이를 이식축(移植畜, 송아지를 대리로 낳아줄 암소) 에다 이식시켜 주면 된다. 이식축으로는 보통의 암소를 이용하면 되는데, 자궁의 상태가 원래의 암소 즉, 수정란을 만들었던 암소와 비슷해야만 대리임신, 출산이 순조롭다. 따라서 발정주기가 일치하는 암소를 골라 이식축으로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원래의 암소와 같은 발정주기를 갖는 이식축을 10마리 이상 고르기가 쉽지 않으므로 수정란을 곧바로 이식시키기 보다는 일단 동결, 보존시켰다가 이식축들의 발정주기에 맞춰 수시로 이식시켜주고 있다.

수정란을 이식받은 이식축들은 별 이상이 없는 한 예정일이 되면 하나 둘씩 출산을 하게 된다. 젖소수정란을 한우에게 이식시키면 한우가 젖소를 낳는 이색적인 결과가 나오기도 하고,  반대로 젖소가 한우송가지를 낳기도 한다. 이들 이식축들은 송아지를 출산한 뒤에도 젖을 물리는 등 진짜 자신의 새끼라고 믿게 된다. 물론 송아지들도 혈통과는 관계없이 이식측을 어미로 따르게 된다.
 

한우(이식축)에게서 수퍼젖소송아지가 태어난직후의 모습. 붉은 탯줄이 보인다.
 

자연번식보다 40~60배의 번식이 가능

이상과 같은 수정란이식법을 이용하면 한 암소에게 1년에 4차례까지 다배란(多排卵)을 시킬 수있으므로 연간 40~60개의 수정란을 만들게 된다. 다시 말해 1년에 40내지 60마리의 송아지를 생산해 낼수 있다는 얘기다. 자연번식법의 연간 1마리 생산과 비교하면 엄청난 번식률이다. 이 숫자는 암소 한마리가 일생동안 4백~6백마리의 송아지를 번식시킬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수정란이식법은 높은 번식률뿐 아니라 수정란을 임의로 만들 수 있으므로 품종개량에도 큰 역할을 한다. 예컨대 수퍼젖소의 탄생도 수퍼수정란(?)을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그러면 이번에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태어난 수퍼젖소는 어떤 내력을 가졌을까.

한국산 수퍼젖소는 역시 原種 수퍼젖소의 혈통을 이어 받았다. 미국 캔터키 주에서 품종개량을 거듭한 끝에 얻어진 이 원종수퍼젖소는 암소가 연간 1만6백45kg의 우유를 생산하고, 숫소는 8천8백kg을 생산하는 고능력젖소.보통의 우량젖소들이 연간 5천kg의 우유를 생산하는 것과 좋은 비교가 된다. 이번에 태어난 수퍼젖소가 앞으로 우유를 얼마나 생산하게 될지는 모르나 대략 1만kg 이상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수정란이식법에 의한 수퍼젖소의 탄생과정을 살펴보면 모두가 우리나라에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즉, 원종수퍼젖소에 호르몬을 주사하고 다배란을 유도한 뒤 숫소정액으로 인공수정시키기까지의 과정은 미국에서 이루어졌고, 우리나라에서는 냉동된 수정란을 받아서 이식축에 이식, 출산을 시킨 것뿐이다.

즉, 85년 5월~6월에 걸쳐 미국에서 보내온 수정란을 60여마리의 젖소와 한우에 이식, 이중 27마리가 지난 2월부터 3월 사이에 암송아지 14마리, 숫송아지 13마리를 분만하는데 성공한 것.

물론 우리나라의 기술수준으로도 호르몬 주사에서 분만까지를 성공적으로 해낼수는 있다. 다만 원종수퍼젖소가 없었기 때문에 미국의 우수한 수정란을 이용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제 우리나라에도 수퍼젖소가 생겨난 이상, 이들을 수정란이식법으로 전과정을 자체번식시키면 대량으로 수퍼젖소들을 생산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젖소 수정란이식의 이점
 

수정란의 동결, 융해 등 정교한 기술이 요구돼

이론적으로는 수정란이식법이 자연번식 방법에 비해 수십배의 번식률을 기대하게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축산시험장의 김희석박사에 의하면 원종젖소로부터 수정란을 빼내는 채란작업에서부터 쓸만한 수정란을 골라내는 검사과정, 영하 1백 96백도까지 수정란을 동결시켰다가 필요시 원상태로 녹이는 기술 등 어느 한과정도 소홀히 할 수 없으며 정교한 기술이 요구된다고 한다.

이밖에도 조건에 맞는 이식축을 선정하여 정확하게 수정란을 이식해야만 높은 분만율을 기대할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의 한국산 수퍼젖소도 모두 60마리의 이식축에 이식했으나 27마리만 분만에 성공, 45%의 분만성공률을 보였는데, 이 정도면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라는 것.

아뭏든 이제 우리나라도 수정란이식법에 의한 수퍼젖소양산시대에 들어서게 됐다. 농업진흥청 관계자에 의하면 앞으로 이들 수퍼젖소들이 많아지면 1kg당 우유생산비가 현재의 2백78원에서 1백70원까지 내릴수 있으리라고 한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축산선진국에서는 수정란을 전문적으로 생산, 이식시켜 주는 회사들이 있어 농민들에게 우량품종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게 한다는 소식이다. 농민들이 개인적으로 수정란이식방법으로 번식시키기에는 경비가 많이 들게 되므로 전문회사가 등장, 우량품종개발 및 수정란이식을 대행해준다는 것.

우리나라는 아직 축산시험장이나 대학연구소 등 극히 일부에서 연구·실시되고 있으나 소값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정부가 정책적으로 장려만 해준다면 수정란이식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기업의 출현이 가능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수정란이식방법은 비단 수퍼젖소만 양산 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현재 국내에서도 한우나 젖소 이외에 돼지도 수정란이식으로 번식이 가능하다. 돼지의 경우 사료를 적게 들이고도 살이 많이 찌는 품종을 대량으로 번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유정공학의 기술을 이용한 수정란이식법은 앞으로도 개발분야가 많아 주목을 끌고 있다. 즉, 수정란을 조작하면 1개의 수정란을 반으로 잘라 그 숫자를 2배로 늘일 수도 있고 암수의 구분생산도 가능하다는 것. 이렇게 되면 원하는 성(性)의 우수한 품종을 더욱 많이 얻을 수 있게 되는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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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황의봉 기자
  • 사진

    정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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