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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대응하나? 마이크로 전자기술의 파고

새로운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마이크로 전자기술이 우리에게 가져다줄 풍요로움과 그 이면에 내재된 위험성.

S씨는 출근하면 먼저 책상위에 설치된 웍스테이션에 스위치를 넣는다. 그의 웍스테이션은 소형의 CRT 디스플레이와 키보드로 구성된 탁상용 보급형이다. 최근에는 책상과 일체화되어 TV전화로서도 사용되는 고급형도 있지만 이 부서에는 아직 한대도 설치돼 있지 않다.

스위치를 넣은 후 신분증명서 역할까지도 하는 자기카드를 카드리더(card-reader)에 넣으면 출근이 기록되고 동시에 오늘의 일정표가 출력된다. 11시부터 12시까지, 그리고 2시부터 4시까지는 회의이며 4시반에 손님이 찾아온다고 친절히 안내한다.

메시지 보턴을 누르면 결재문서가 나온다. 그런데 결재문서를 보기 위해서는 암호코드를 입력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암호코드를 입력시키면 내용이 화면에 표시되면 결재는 라이트펜(write-pen)으로 결재란에 체크하면 된다. 이어 이 문서는 자동적으로 과장에게 전달된다.

1990년 5월21일 일본 중앙관청의 과장대리로서 에너지 관계일에 종사하고 있는 S씨의 사무작업 풍경을 그려본 것이다. S씨에있어서는 실업의 위험도 없고 웍스테이션이라는 낯선 기계에의 적응능력에 대한 두려움도, CRT 디스플레이의 장시간 조작에서 비롯되는 이른바 VDT(visual display terminal)병에 대한 공포도 없다. 보랏빛 약속만이 있을 뿐이다.

생명탄생의 고통

일반적으로 이야기되듯이 정보화사회란 정보의 생성, 가공, 전달, 이용 및 축적활동이 재화를 생산하는 제조업을 대신하여 경제활동의 중심이 되는 사회를 말한다. 수렵사회에서 비롯된 인류의 역사가 농업사회, 산업사회를 거쳐 바야흐로 정보화사회로 이행되며 산업혁명이래의 거대한 껍질을 벗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생명의 탄생에는 껍질이 찢어지는 아픔이 따르는 법, 정보화사회도 그보랏빛 영롱한 약속의 뒤안에는 요소요소에 '껍질이 찢어지는 아픔'을 잠복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러한 아픔은 때로는 실업이나 직업병의 고통으로, 때로는 컴퓨터의 불시적인 기능정지(down)에 의한 사회시스템의 혼란으로, 개인적인 프라이버시의 침해로, 심지어는 소외감의 증대와 윤리감의 상실 등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역사의 발전에 수반되는 이러한 아픔에 대해 얼굴을 돌리거나 회피할 수는 없다. 정면으로 도전하여 극복하지 않으면 안되며 이러한 아픔들이 극복될 때 정보화사회는 비로소 내일의 약속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마법의 돌'이라고도 불리워지는 반도체의 제조 및 응용기술을 일컫는 ME(Micro-electronics)기술은 1948년 트랜지스터가 발명된 미래 1980년대에의 VLSI(초대규모 집적회로)에 이르기까지 급속히 발전하여 왔다. 이와 더불어 그 응용분야도 광범위한 영역에 까지 이르러 생산현장은 물론이거니와 사무실이나 가정에까지 침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ME 기술의 노동절약적인 효과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하에서는 이를 생산분야, 사무분야 및 서비스분야로 나누어 살펴보기로 하겠다.

인간을 압박하는 로보트

먼저 생산분야에 있어서 ME기술은 구체적으로 CAD/CAM(computer aided design/computer aided manufacturing) 시스템, 로보트, NC공작기계 등을 통해 표현된다. 두 말할 나위도 없이 로보트 등 자동화기술의 도입은 노동절약에 의한 생산비절감을 커다란 목적의 하나로 삼고 있다. 비록 일본의 예이기는 하나 기계 부품제조업체인 '나가사끼'철공소의 경우 NC공작기계 등을 통해 생산라인을 무인화(無人化) 시킴으로써 2백15명의 인력을 12명으로 줄였으며 공업용 재봉틀을 생산하는 부라더공업(주)의 경우에는 미싱의 프레임가공 공장에서 NC화를 통해 24명의 인력을 단2명으로 줄였다고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생산라인에 ME기기를 도입 하였다고 해서 고용이 반드시 감소되는 것은 아니다. 보다 복잡한 메카니즘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전체의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먼저 고용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서는 앞서 살펴본 ME기기의 도입에 의한 노동력절감을 들 수있다. 예를 들어 스위스의 '바젤'에 있는 '프로그노스'(prognos)연구소에 의하면 1990년경 유럽의 자동차산업에서는 로보트의 도입으로 인해 6만3천4백명이 실직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미국의 GM사는 1986년까지 조립노동자의 50%가 로보트로 인해 실직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ME기기에 의한 노동력배제뿐 아니라 기존의 제품이 ME기술을 응용한 제품으로 대체됨으로써 발생하는 고용감소효과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요인에 의한 고용감소사례를 들어보면 일본의 NCR사는 기계식 금전등록기를 전자식(ECR)으로 바꿈으로써 종업원은 1970년의 3만7천명에서 1975년에는 1만8천명으로 줄었으며 서독 '지멘스'(Siemens)사의 텔리타이프 공장에서는 제품에 ME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종업원을 1천8백명에서 8백명으로 줄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한편 ME기술의 발전 및 확산에 따른 고용 증가요인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예를 들어 로보트를 생산할 경우에는 우선 로보트를 연구개발하는 연구소, 직접적으로 생산하는 공장 및 영업분야에서 고용이 증대될 뿐 아니라 로보트제조에 소요되는 철강이나 기계부품산업에서도 이로 인해 고용이 증대될 것이다. 또한 생산된 로보트를 임대할 경우에는 물품임대업이, 관련 프로그래머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학원 등이 발전하게 된다. 그리고 로보토를 도입한 공장에서는 생산성이 향상됨으로써 동일한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에 출하할 수 있게 됨으로써 생산량이 증가하며 마지막으로는 로보트 판매 관련업, 보수업 등 신규산업이 발생함으로써 고용이 증가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사무자동화의 파급효과

그러면 생산현장에서 로보트 등 자동화기기를 도입하였을 경우 그 구체적인 효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이를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먼저 ME기기는 틀에박힌(定型的인) 업무를 우선적으로 대체한다. 즉 노동집약적인 공정에 침투하여 상당수의 인력을 배제시켜버린다. 이에 비해 ME기기 산업 및 관련산업에서의 고용효과는 그 제조나 조립이 대부분 선진국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크게 기대 할 수 없을 것이다.

일본의 경우 이 두 가지 효과가 전체 고용증가효과의 6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ME기기의 수요 및 수요관련산업의 발전이나 이로 인한 신규산업의 발생도 비록 부분적으로는 고용감소를 보상할 것이나 전체적으로는 매우 미약하다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이렇게 볼 때 우리나라의 생산현장에 ME기기가 도입되었을 경우 그 고용효과는 부정적이라고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더우기 ME기술은 특정분야에 국한된 종래의 기술과는 달리 설계, 소재, 가공조립, 운수, 금융, 상업 등 모든 부분에 응용됨으로써 그 충격을 어떤 시기에 집중적으로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그 실업효과도 더욱 가중될 것이다.

그런데 ME기술의 진전은 생산현장의 고용뿐만 아니라 사무실의 고용에도 커다란 충격을 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즉 ME기술 (구체적으로는 컴퓨터, 전자식 타이프라이터, 복사기, 워드프로세서, 팩시밀리 등 사무자동화기기)이 도입됨으로써 쓰고, 계산하고, 집계하고, 자료를 보존하는 등의 단순정형업무(単純定型業務)는 급속히 기계화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에 비해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신속하고도 정확하게 판단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기획 및 영업업무에는 중점적으로 인원이 인원이 배치될 것이다. 이른바 사무노동의 양극분화가 진전되는 것이다.

그런데 ME기기에 의한 사무노동의 배제는 특히 대부분이 단순정형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즉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OA(office automation)기기는 바로 이러한 여성직종을 가장 직접적으로 배제한다는 점에서 ME기술의 보급은 여성들의 실업을 증대시킬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기술변화에 대한 여성노동자들의 적응능력이 남자노동자에 비해 모자란다는 점으로 인해 더욱 강화될 것이다.

진보의 뒤안길

ME기술에 의한 실업효과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 기술은 보다 교묘하고도 조직적으로 기존의 고용터전을 침식시키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논하기에 앞서 우리나라의 실업현황을 간단하게 살펴보기로 하자.

흔히 우리나라의 실업통계는 실업의 실상을 과소평가하고 있을뿐 아니라 경기적인 상황도 거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1985년 1~9월 중의 완전실업률이 평균 4.1%(57만 2천명)로서 1984년의 3.8%보다는 다소 높은 수준이나 1982~84년 기간중의 평균실업률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사실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참고로 1984년의 경우 영국의 실업률은 11.8% 였으며 프랑스는 10.1%, 서독은 9.1%, 그리고 미국은 7.4%였다.)

그러나 이처럼 낮은 실업률도 불완전 취업률이란 개념을 통해 보면 그 사정은 판이하게 달라지고 만다. 1984년의 경우 주당(週当)36시간 미만 취업자를 불완전 취업자로 정의하면 그 비율만도 무려 8.6%(완전실업은 제외)에 이르며 임시직 고용이나 날품팔이를 불완전 취업자로 정의하면 그 비율은 더욱 높아 19.4%에 이르고 있다. 상상하기조차도 두렵지만 월별 취업자수를 기준하면 즉 취업자가 가장 많은 달과 가장 적은 달의 차이를 불완전취업자로 정의하면 그 숫자는 23.7%인 3백40만명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실업문제와 관련하여 우리나라의 노동시장구조를 살펴보기로 하자. 왜냐하면 이러한 구조적 특성은 앞으로 이땅에서도 본격화될 ME기술혁신과 결코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의 구조를 특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는 먼저 노동수요의 대외의존성을 들 수 있다. 다시 말해 취업노동자의 상당부분이 수출산업이나 외국인 투자기업에 고용되어 있는 것이다. 1980년의 경우 제조업에 있어서는 전체 취업자의 42.7%가 상품의 수출에 의해 고용히 유발되었으며 특히 고무제품산업에서는 그 비율이 67.8%, 화학섬유산업에서는 67.0%, 섬유 및 가죽산업에서는 65.1%에 이르고 있다. 또한 외국인 투자기업 중, 제조업에 고용된 취업자수만도 1980년 현재 30만8천명으로 제조업 전체고용의 15.3%에 이르고 있다. 즉 제조업의 경우에는 무려 58%가 수출품의 제조에 종사하거나 외국인 투자기업에 고용되어 있는 것이다.

두번째로는 산업의 구조변화가 가속화되면서 동시에 노동절약적인 기술이 급속히 보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실은 70년대 전반에는 GNP가 1%성장하면 고용은 1.46%성장하였으나 80년대 전반에는 0.27% 밖에 성장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즉 노동집약적인 섬유 및 의류산업이나 조립금속산업의 가동률이 낮아지면서 동시에 노동절약적인 기술이 도입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장래 공장자동화(FA)기기나 사무자동화(OA)기기의 보급이 증대됨에 따라 더욱 심화될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있다.

세번째로는 서비스부문에의 취업자가 비정상적으로 비대화되었다는 사실을 지적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의 서비스화'과정에서 서비스산업은 2차산업이 축소됨에 따라 배출된 노동력을 흡수하는 안전판으로 인식되어 왔다. 선진공업국에 있어서 2차 산업의 축소와 3차산업의 증대, 특히 기업 서비스 산업의 증대는 바로 이를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러한 요인이라기 보다는 오야려 2차산업의 지나치게 열악한 근로조건에 기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실제로 1970~1985년 8월사이에 전기·가스 및 수도업은 6.2%, 운수·창고 및 통신업은 6.4%의 연평균 고용증가율을 나타낸데 비해 소매업은 19.1%, 도매업은 15.2%, 사회 및 개인서비스업은 10.6%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서비스업이 생산적이기보다는 소비적으로 심지어는 퇴폐적으로 비대화되고 있다.

이상으로 앞으로의 ME 기술혁신과 관련된 고용구조상의 특징을 살펴보았다. ME기술은 앞에서 말한대로 공장이나 사무실에서의 취업자를 감소시켜 우라나라의 만성적인 실업구조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뿐만 아니라 ME기술은 서비스부문의 기계화를 촉진함으로써 서비스 산업의 고용흡수력을 제한하는 기능도 아울러 갖는다. 서비스부문의 국민경제적인 비중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과정에서―이를 '경제의 서비스화'라고 부른다―ME기술은 사무실, 은행, 정부기관 및 유통·판매 등 서비스 부문에까지 파고들어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1984년의 경우 우리나라의 취업인구 중 제3차산업 취업자는 7백20만명을 넘어 전체 취업자의 48.6%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취업자의 직업별 구성을 보면 이른바 화이트칼라로 불리우는 전문 기술·행정 사무직 및 판매서비스직 종사자만도 6백25만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43.2%에 이르고 있다. ME 기술은 바로 이러한 부문, 즉 기계화에 의한 생산성 향상이 곤란하다고 여겨져 왔던 서비스 부문에까지 침투하여 '노동집약적인 서비스 산업'을 '공업적인 서비스산업'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예는 각종 사무자동화 기기는 차치하고라도 무인자동판매기, 은행의 CD(cash dispenser : 현금자동출금기), ATM(automatic teller machine :현금 자동 입출금기) 연쇄점이나 백화점의 POS(point of sale : 판매시점 정보관리)시스템, 전철역의 승차권 자동발매기, 병원의 각종 초음파 자동장치 등 곳곳에서 보여지고 있다. 서비스부문에 있어서 ME기기의 이용은 아직은 초보단계에 불과한 실정이지만 앞으로 그 보급이 본격화될 경우 서비스산업은 고용흡수력을 급속히 저하시켜 버릴 것이다.
 
마이크로 전자기술의 파고에 대해 나타낸 삽화
 
무너지는 국제간의 비교우위

ME기술은 이와같이 그 직접적인 이용을 통해 공장이나 사무실, 은행 또는 백화점 등의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한편 나아가서는 국제간의 비교우위구조를 변화시킴으로서 실업문제를 더욱 가중시킨다. 주지하다시피 1960년대 이래 한국 경제는 수출과 외자를 양대 수레바퀴로 삼아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여 왔다. 그런데 이러한 수출주도적, 외자의존적 경제성장의 밑바탕에는 저임금 이라는 보릿고개만큼이나 힘든 사연이 있었다는 것 또한 주지의 사실에 속한다. 즉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수출과 저임금을 노려 진출한 외국자본이 경제의 성장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1984년의 경우 GNP의 40% 이상을 수출이 차지하여 외국인 투자금액이 상장주식 자본금의 절반을 넘는 이름그대로의'세계속의 한국'과 '한국속의 세계'가 한반도에서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ME기술은 우리나라가 저임금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상실케함으로써 국내의 고용에 커다란 타격을 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ME 기술의 대량적이고도 전면적인 발전은 생산비에서 차지하는 노동비용(임금)의 비중을 감소시킴으로써 저임금의 비교 우위를 소멸시킨다. 그리하여 노동집약적인 산업에 대해 선진국도 자동화를 통해 경쟁력을 회복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수출산업에 커다란 위협을 가하는 것이다. 이러한 예는 특히 의류산업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제3세계 특히 아시아의 신흥공업국에 있어서 의류산업은 이들 나라가 선진국에 대해 수출을 개시한 최초의 제조업분야이며 또한 여전히 수출의 큰 몫을 차지고 있다는 의미에서 전통적으로 중요한 산업이다. 뿐만 아니라 의류산업은 고도의 노동집약적인 성격으로 인하여 고용흡수적인 측면에서도 커다란 역할을 수행하여왔다.(1984년의 경우 우리나라의 면제품 수출액은 2억달러에 이르며 의류산업 종사자수는 20만명에 이른다.) 그런데 이러한 의류산업은 ME 기술의 개발 및 확산이 진전됨으로써 그 성격이 크게 변모되고 있는 것이다.

의류산업에 있어서 ME기술은 응용예는 봉제 전공정의 CAD 및 절단시스템에서 전형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컴퓨터로 제어되고 디자인, 분류, 마크표시 및 절단까지 이루어지는 CAD 및 절단시스템을 이용하면 원료비가 4~10% 절감되는 것을 비롯하여 노동력은 25~50%, 생산기간은 50% 정도가 절감된다고 알려지고 있다.

ME기술을 이용한 의류용 기기는 현재 대부분이 높은 임금을 이유로 선진국에 보급되어 있다는 사실 및 의류제품의 경우 기술혁신을 통해 10%정도의 원가절감만 실현되면 수송비, 관세, 기타 경비로 인해 유럽국가들이 자국에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고려할 경우 ME 기기의 보급이 확대되면 의류제품의 비교우위가 선진국으로 이행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ME기술은 이와 같이 노동집약적인 산업의 경쟁력 상실을 촉진시킬뿐 아니라 다른 한편으로는 기술이나 정보집약적인 제품에 대한 선진국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시키는 역할도 동시에 수행한다.

고용력의 40% 이상을 수출수요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같은 상황에서 ME 기술의 이러한 영향은 최근의 보호주의 경향과 아울러 국내의 고용에 중대한 위협요인으로 등장하게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명확한 실정이라 할 것이다.

개선(改善)이냐 개악(改惡)이냐

ME기술의 부정적인 고용효과에 대한 방안을 고려할 경우 우선적으로는 그것이 결코 기술혁신 그 자체를 부정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기술혁신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었으며 생활의 질의 향상에 있어서 뺄 수 없는 역할을 수행하여 왔다는 사실은 부정될 수 없다. 더우기 절반에 가까운 제조업 노동자가 수출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의 낙후는 곧바로 국제경쟁력의 상실을 가져와 고용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는 사실도 간과되어서는 안된다. 전통적으로 노동집약적인 산업에 있어서 중공이나 필리핀, 태국과 같은 후발개도국의 추격이 가속화되고 국제적인 보호무역주의가 갈수록 맹위를 떨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경제의 활로는 결국 적극적인 기술개발을 통한 해외시장 개척에서 찾지 않을 수 없다. 국내의 부존자원이 빈약하고 내수시장이 협소하다는 경제성장의 애로요인을 특히 ME기술은 자원절약적인 소형화 경향과 다양한 시장개척 가능성을 통해 비결하여 주며 동시에 고용문제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기술혁신의 부정을 통한 고용문제해결은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다.

ME 기술과 관련하여 보다 구체적인 고용대책으로서는 소프트웨어산업이나 정보처리산업 등 신규사업의 진흥 강화, 다품종 소량 생산체제에 적응할 수 있는 중소기업의 발굴 및 육성, 노동의 질의 변화와 관련하여 교육, 훈련기회의 확대 및 충실, 노동시간의 단축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외국의 노동조합 활동의 예를 들어보면 ME기술의 도입을 노사간의 협약을 통해 체결하기 위해 사용자와 '신기술 협정'을 체결하는 경향이 증대되고 있다. 이러한 신기술 협정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ME에 의한 기술혁신이 기업의 생산조직이나 노동형태를 근본적으로 변혁시킨다는 인식하에서 투자의사의 결정에서 조업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에 걸쳐 노동조합의 참여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리하여 고용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신기술의 도입을 감시하고 심사하여 근로조건의 악화를 배제하는 것이다. 이러한 외국 노동조합의 활동이 우리나라 노동조합의 활동방향 설정에 하나의 지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최근의 ME혁신은 그 혁신속도의 빠름과 응용범위의 폭넓음으로 인해 ME혁명 또는 제3차 산업혁명으로까지 불리워지고 있다. 부존자원이 빈약하고 경제개발의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로서는 이러한 혁명적인 흐름에 적극적으로 도전하여 참여하지 않으면 선진국과의 산업수준격차는 더욱 확대되고 말 것이다. 그렇지만 ME기술은 고도의 지식을 필요로 하는 창조적인 산업기술로서 인적자원의 기여도가 클뿐 아니라 개발의 역사도 비교적 짧아 우리나라도 이에 신속히 대응한다면 선진수준에의 진입이 결코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의 개발은 그 기술의 사회경제적 영향에 대한 적극적인 평가와 이를 바탕으로 한 올바른 개발방향의 설정,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국민적인 합의가 형성되지 않으면 결코 성취되어질 수 없다. 따라서 ME기술의 발전과 이에 따른 정보화사회의 도래에 있어서 예견되는 고용불안에 관한 문제도 이와 같은 관점에서 그 해결책이 모색되어지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1986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박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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