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과 한라산에만 있는 암매,시로미,구와쑥. 키가 작고 뿌리가 깊으며 고유종·특산종이 많다.
한국의 에델바이스는 솜다리
알프스에는 에델바이스가 고귀한 기상을 자랑하고 있고, 히말라야에는 환상의 꽃 '블루포피'(blue poppy)가 꽃잎을 하늘거리며 손짓을 한다. 우리나라의 고산에는 어떤 종류들이 자라고 있을까.
한라산은 우리나라의 산중에서 가장 뚜렷한 수직분포를 나타내는 곳이다. 1천6백m 부근에서 정상까지 관목림대가 덮고 있는데 눈향나무 주목 섬매자나무 좀고채목구상나무 개들쭉나무 제주산버들 떡버들 암매 시로미 진달래 산진달래 등의 대륙식물 계통이 대부분으로 현재 산정부근에 잔존하여 생육하는 고산식물이다.
특히 암매 시로미, 초본(풀)의 구와쑥 등은 우리나라 중부에서는 전혀 나타나지 않으나 백두산의 산정과 캄차카반도 알래스카 등에 분포하는 것으로 보아 빙하기의 잔존체로 생각된다.
관목림의 사이사이에 노출된 초본층이 발달하였고, 특히 분화구 주위에는 초본층이 잘 발달하였는데 주요 고산식물로 한라구절초 좀민들레.산솜다리 한라송이풀 한라솜다리 애기솔나물 섬바위장대 한라돌쩌귀 두메대극 제주황기 한라개승마 섬쥐손이 구와쑥 섬잔대 설앵초 가시엉겅퀴 한라꿩의 다리 구름떡쑥 구름송이풀 등을 흔히 볼 수 있다.
지리산에서는 노고단―반야봉―세석평전―장터목―천왕봉으로 이어지는 1천5백m이상의 능선을 따라 고산식물이 발달하였다. 붉은인가목 눈향나무 구상나무 땃두릅나무 흰참꽃나무 주목 철쭉 까치밥나무 좀고채목 만병초 등의 목본류와, 곰취 터리풀지리터리풀 박새 범의꼬리 동자꽃 앉은좁쌀풀 서덜취 바위구절초 솔체꽃 네귀쓴풀 큰산꼬리풀 산오이풀 어리병풍 등의 초본성 고산식물이 있으며 세석평전과 제석봉 일대에는 부분적인 관목림과 초본층이 발달하였다.
설악산에서는 소청봉 중청봉 대청봉의 산허리와 산정에 고산식물군락이 잘 발달되었다. 눈잣나무 눈향나무 설악눈주목 등이 산정부근에 무리를 이루어 생육하고, 이와 더불어 고산성의 분비나무 찝빵나무 털진달래 노랑만병초 들쭉나무 홍월귤 인가목 좀고채목 등의 목본식물이 섞여 자라고 있다. 초본으로는 바람꽃 범의꼬리 산쥐손이풀 산오이풀 등대시호 바위송이풀 구름체꽃 바위구절초 산솜다리 산마늘 금강초롱 가는다리 장구체 등이 널리 무리를 이루어 생육한다.
백두산은 현재 직접 가볼 수 없으나 문헌과 표본을 통하여 조사된 고산식물은 80여종이다. 이중 숙은돌창포 두메양귀비 구름범의귀 두메냉이 나도개미자리 좁은잎돌꽃 담자리꽃나무 가솔송 두메자운 좀참꽃 만주송이풀 애기월귤 린네풀 애기황새풀 난쟁이패랭이꽃 너도양지꽃 좁은잎백산차 설앵초 산솜다리 구름국화 화살곰취 비로용담등을 포함하여 40여종은 산정 부근의 지표면에 붙어 있는 아주 작은 종류들이다.
쉬땅나무 금매화 묏황기 큰꿩의비듬 황산차 큰송이풀 털개피나무 등을 포함한 40여 종류는 크게 왜소화되지 않았으나 2천m이상의 고산에 무리를 이루어 생육한다.
이상의 고산식물이 분포하는 상황을 종합해보면 첫째, 목본식물로는 눈향나무 주목 좀고채목 구상나무 등이 함께 분포되고, 둘째 초본식물로는 범의꼬리 바위구절초 산오이풀 따위가 내륙의 지리산과 설악산에 공통적으로 분포하며, 세째 암매 시로미 구와쑥 설앵초 등은 한라산과 백두산에만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에델바이스라고 할 수 있는 고산식물이 바로 산솜다리이다. 산솜다리는 서양의 에델바이스와는 약간 다르나 흔히들 에델바이스로 부르고 있다. 한라산 설악산 및 백두산에 분포하고 있으나 매우 희귀하므로 소중하게 보호돼야 할 것이다.
4백여종으로 야생식물의 1할
기온은 해발고도가 1백m씩 높아짐에 따라 약 0.6도씩 하강한다. 산이 높아지면 기압과 공기중의 포화증기압은 낮아지며, 반대로 수증기의 함량은 높아져 습도가 높게 되고, 기온의 강하 때문에 응축되어 비로 변하므로 강우량은 평지보다 많아지게 된다. 또한 높은 산은 바람이 거세어 노출된 암반이 많으며, 낮에는 강한 광선이 작열하는 반면에 밤에는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 일교차가 심하다. 따라서 암반의 풍화작용이 빨리 진행되어 바위틈의 곳곳에 식물들이 뿌리를 내리고 살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된다.
이와 같이 높은 산은 평지에 비하여 낮은 기온, 공기중의 높은 습도, 심한 일교차, 거센 바람, 많은 강우량과 적설량이라는 환경으로 특징지워지므로 이곳에 생육하는 식물들은 평지에 자라는 식물들과는 다른 형태적·조직적 적응현상을 보이고 있다.나무든 풀이든 키가 작고, 지상부에 비하여 뿌리 등 지하부가 깊고 길게 뻗으며, 대부분의 종들이 균류(곰팡이류)와 공생하는 생활현상을 나타낸다.
특히 나무는 관목상태로 지표면에 누어서 자라고 많은 잔가지를 발달시킨다. 잎은 경화조직이 잘 발달되어 단단하고, 책상조직이 잘 분화되어 광합성의 효율이 높다. 특히 바위틈에 자라는 식물들은 사막식물과 비슷하게 잎이 두껍고, 기공이 함몰되어 다육질로 변하였다. 따라서 고산에 생육하는 식물들은 평지에 자라는 식물들과는 다른 종들로 발전되었고, 각각의 환경에 독특한 적응현상을 보이므로 지역적으로 많은 고유종과 특산종을 포함하게 된다.
식물의 분포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온도이다. 그런데 해발고도뿐만 아니라 위도가 높아짐에 따라 점진적으로 기온이 낮아지므로 식물의 분포는 위도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같은 위도에서는 고도가 낮아지면서 만년설―지의식물대―초본대―관목림대―침엽수림대―낙엽활엽수림대의 순으로 수직분포를 나타낸다. 고위도로 갈수록 고산식물의 분포하한계선은 낮아지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고산식물은 대략 1천5백m 이상의 높은 산에 분포하는 것으로 한라산에서는 1천6백m이상, 지리산에서는 1천5백m 이상, 설악산과 금강산에서는 1천4백m 이상, 관모봉과 백두산에서는 1천2백m 이상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고산식물은 약 4백여 종류로 전체 야생식물의 1할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