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7월에 가장 많이 피어난다. 벚꽃의 북상속도, 위도 1도에 1주일
여름철의 금강초롱과 바람꽃
이른 봄, 생강나무와 산수유가 질 무렵이면 개나리와 진달래, 살구꽃과 복숭아꽃이 우리나라의 방방곡을 노랗게 그리고 붉게 수놓는 것을 보게 된다. 또 봄날 산골짜기를 찾으면 향기좋은 남산제비꽃과 태백제비꽃 알룩제비꽃 등을 만나게 된다. 제비꽃무리에 속하는 식물종류만도 60여종이나 된다.
여름철에 숲속에 들어가면 하얀 쇠방울 같은 꽃이 달린 목련향기 짙은 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바로 함박꽃나무다. 그런가 하면 안면도 해안이라든가 덕적도 해안등에는 노랗게 핀 꽃이 유난히 눈에 띈다. 중국의 황하유역에 자생하는 것의 열매가 해류를 타고 우리나라에 와서 자라난 모감주나무인 것이다.
또 여름철에 산정에 오르면 금강초롱은 물론이고, 바람꽃 산쥐손이풀 둥근이질풀 산오이풀과 금마타리 등이 꽃밭을 이루고 있는 장관을 만끽할 수가 있다.
한라산정의 꽃밭과 지리산정의 꽃밭, 설악산정의 꽃밭은 제각기 특색을 지니고 있으면서 한편으로는 서로 공통점을 갖고 있으니 즉, 한지성 꽃들이 그것이다. 북유럽과 캐나다의 북쪽 툰드라에서 8월 초순경에 찾아볼 수 있는 종류와 비슷한 것들도 목격할 수 있다.
가을철에는 자주빛 돋는 용담꽃, 그늘돌쩌귀꽃, 그리고 구절초 무리가 우리나라의 산골짜기를 수놓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또 억새꽃이 장관을 이루고 있는 산지와, 강가에 피는 갈대꽃들이 바람에 파도치는 장관도 빼놓을 수 없다.
이처럼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꽃식물의 종류는 4천여종에 이른다. 이중 목본(木本)식물이 1천여종 그리고 나머지 3천여종이 초본(草本)식물이다. 이 식물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따져서 꽃을 피우는 것이 있는가 하면, 어느 것은 거의 일년내내 피는 것도 있다.
예로부터 봄은 꽃이 만발하고, 여름은 녹음이 우거지고, 가을엔 단풍 그리고 겨울엔 설화(雪花)가 아름다운 것으로 일컬어져 왔다.
사실 봄이 오면 만산이 진달래 개나리 산벚나무 등의 꽃으로 가득 차고 마을마다 살구꽃 복숭아꽃이 피게 돼 온갖 꽃이 모두 이때 피는 것 같다.
기온과 꽃피는 시기의 관계
그러나 우리나라의 꽃은 실제로는 여름철에 가장 많이 핀다. 월별로 꽃피는 시기를 통계로 표시해보면 7월에 그 최고치가 나타난다(그림참조). 이때는 특히 초본식물들의 꽃이 많이 피는데 커다란 나무들의 녹음에 파묻혀 눈에 잘 띄지 않을 뿐이다.
7월달에 꽃이 피는 피크를 이루는 나라로는 우리나라와 같은 북반구 온대지방에 많다. 각국의 꽃피는 시기를 살펴보면 대개의 경우 그 나라의 기온과 깊은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개화곡선과 기온곡선이 정관계에 놓이는 것이다.
기온과 함께 강우량도 꽃피는 시기에 영향을 준다. 우량이 극히 적으면 꽃피는 시기의 피크가 다른 달로 옮겨간다.우량이 많은 열대지방인 자바 같은 곳에서는 일년내내 그곳에서 나는 식물 종류의 70~80%가 피고 있어 역시 기온곡선과 평형을 이루고 있음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왕벚꽃이 피는 것을 보면 진해부근이 4월초에 만개하는데, 서울근처에서는 4월20일이 지나서 활짝 피는 것을 볼수 있다. 진해와 서울은 위도로 보아 3도가량 차이가 나고, 평균기온도 섭씨 3도의 차이가 있다. 왕벚나무꽃이 남쪽에서 만개하여 북상하는데 있어 북위 1도마다 1주일이 걸린다는 계산이 된다. 또 평균기온이 1도 낮은 곳으로 북상하는데도 역시 1주일이 걸리는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진달래 개나리 산철쭉 등에서도 볼 수가 있다.
한편, 4월 중순무렵 평지에 핀 진달래꽃을 보고난 뒤 5월25일경에 산정 가까이에 핀 진달래를 다시 볼 수가 있다.고산지대에서는 기온이 낮으므로 꽃이 늦게 피기 때문이다. 서울시내에 있는 꽃나무들이 서울 교외보다도 보통 1주일 가까이 빨리 꽃피는것도 같은 이치에서이다.
일반적으로 1백m씩 고도가 높아질 때마다 섭씨0.5~0.6도씩 낮아진다고 한다. 한라산의 높이가 1천 9백50m쯤 되므로 산록과 산정의 기온차는 10여도가 될 것이다.
한라산이나 지리산 설악산의 정상부근에서 피는 진달래는 산록에 나는 진달래에 비하면 잎이 작고 털이 많으며 꽃색갈이 진하다. 이는 장구한 세월속에서 특이한 환경 아래 이루어진 진달래의 변화종인데 '털진달래'라고 부른다.
어쨌든 꽃피는 시기는 환경의 변화와 위도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원리는 야생화에 해당되는 것이지 사람들이 직접 가꾸는 재배식물의 꽃에는 계절의 구분이 없어졌다. 인공적으로 꽃이 피는 조건들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