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에 차를 몰아본 사람이면 누구나 염화칼슘의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염화칼슘을 때맞춰 뿌려주기만 하면 웬만한 정도의 눈이 내리는 것 쯤은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질퍽거리는 게 다소 지저분하지만 빙판길에서 곡예운전을 안해도 되는 것은 순전히 염화칼슘의 덕분이다.
그러나 염화칼슘이 이처럼 유용하기만 한 것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자칫 주의를 게을리했다가는 차를 쉽게 망가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염화칼슘(CaCl₂)이란 염소와 칼슘의 화합물로서 물에 용해되는 성질이 뛰어나서 1g의 물에 염화칼슘 75g이 용해된다. 이처럼 용해도가 높으므로 미량의 수분에도 쉽게 녹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눈이 쌓인 도로에 염화칼슘을 뿌리면 눈이 얼지 않거나 혹은 녹아버린다. 얼지않은 눈은 차량의 주행에 의한 바람으로 인해 날아가 버리므로 문제가 없게 된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염화칼슘의 어떤 작용이 차를 망가뜨리는지 살펴보자
염화칼슘이 살포된 도로를 주행하는 차량의 각부에는 염화칼슘의 성분이 부착되게 마련인데, 특히 하체부분에 다량의 염화칼슘이 달라붙게 된다. 금속을 대단히 잘 부식시키는 염화칼슘은 자연히 차체를 부식시키는 것이다.
금속이 산화하는 과정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으나, 철과 접촉하는 용액과의 경계부분에서 용액측의 농도차에 의한 국부전위차가 발생, 이른바 국부전지를 형성하기 때문에 녹이 슨다는 전기화학적 이론이 유력하다. 이때 금속에 부착되는 용액의 농도가 크면 부식의 진행이 빨라지는데, 염화칼슘이 금속을 잘 부식시키는 것도 이때문이다.
그렇다면 염화칼슘에 의한 부식을 방지하는 대책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우선 부식방지용 전착도장(electro-deposition coating)이란 게 있다. 전착도장이란 쉽게 말해서 차체 전부를 페인트 탱크속에 넣어 전기도금 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 전착도장을 한 후에 언더코트(undercoat)라는 콜타르와 같은 물질을 또 부착시키게 된다.
염화칼슘이라든가 기타오염물질로부터 차체를 보호하기 위해 이처럼 방청조치를 취해도 자동차를 사용하다 보면 녹이 슬게 마련이다. 이론적으로는 녹이 발생하지 않아야 하는데도 실제로는 녹이 스는 것은 어째서일까.
그것은 차를 사용하는 도중에 위에서 언급한 방청물질이 떨어지거나 벗겨지기 때문이다. 즉, 차량의 수리나 점검을 위해 잭키로 차를 들어올리는 부분의 방청물질이 쉽게 벗겨진다거나 주행시에 흙이나 돌 혹은 도로와의 접촉으로도 방청물질이 벗겨진다는 것.
이외에도 하체나 보디에 붙어있는 부품을 떼었다 붙였다 할 때 볼트구멍의 페인트가 파손되고, 이로 인해 녹이 슬게 된다.
염화칼슘 등으로 인한 자동차의 부식을 막는 길은 없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자동차의 세척을 자주 해 차체, 특히 하체부분에 달라붙은 오염물질을 씻어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흔히 자동차의 외부에는 세척을 많이 하나 실제로는 하체를 자주 세척해야만 달라붙은 염화칼슘을 제대로 제거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염화칼슘이 살포된 도로를 주행한 후에 바닷물에 오염됐을 경우에는 반드시 씻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1년에 한번쯤은 겨울이 되기 전에 하체에 도장을 실시하고, 부득이 자동차 보디에 구멍을 뚫을 경우 반드시 구멍주위에 방청작업을 해주는 것이 차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중요한 조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