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기술의 세계적 권위자인 '프랭크 데이빗슨' 교수와 일본 '과학 아사히'지와의 대담으로 알아본 깜짝놀랄 내일의 기술
역사를 돌이켜보면, 왕국의 분묘나 대운하 건설 같은 거대한 프로젝트는 인류문명 진보의 원동력이었음을 느낄 수 있다. 현대의 피라미드 건설, 예컨대 지구규모의 초대형 계획으로써 경제적 활성화를 도모하고 인간생활을 향상시키며 보다 나은 미래를 건설하는 것, 그것이 바로 '매크로 엔지니어링'의 입장이다. 미국 매크로 엔지니어링 협회 초대 회장이며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교수인 'F. 데이빗슨'에게 내일에 거는 꿈을 들어본다.
인간은 타고난 공학적 동물
━여러 해 동안 '매크로 엔지니어링'을 제창하시고 83년에 출판된 저서 MACRO(William Morrow & Company, Inc.)에서도 거대기술개발의 시급함을 강조하셨는데…
"사실 매크로 엔지니어링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읍니다. 매크로 엔지니어링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옛날부터 존재하고 있었지요. 본인이 생각하는 바로는 인간은 원래 공학적 동물(engineering animal)입니다. 그리고 인류가 세운 거대한 건축물의 하나가 바로 도시입니다."
━그러나 현대 매크로 엔지니어링은 훨씬 복잡해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최근에 이르러 매크로 엔지니어링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마이크로 엔지니어링, 이른바 하이테크라 불리는 컴퓨터 기술 같은 극미소(極微小)한 레벨의 기술상이 두드러진 발달입니다.
그렇지만 새로운 기술에는 항상 중요한 '블랙 박스'(아직 해명되지 않은 부분)가 따릅니다. 우리는 이러한 새로운 기술, 다시 말하면 거대기술의 하부구조가 등장할 때마다 그 기술의 발전성이라든가 그것이 미치는 영향 등 중요한 미지의 부분을 규명해 나가야 합니다.
━마이크로 엔지니어링 가운데 아직 가려지지 않는 블랙 박스 부분을 매크로 엔지니어링 입장에서 밝혀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이 말씀이군요.
"그렇죠. 두 가지 정도 실례를 들어 보겠읍니다. '매사추세츠' 공대(MIT) '드레퍼' 교수가 1960년대에 달찰륙 아폴로 계획의 로케트 유도시스템을 개발했을 때, 그것은 인류가 보유한 모든 기술로 우주로 펼치는 길을 열었읍니다. 마이크로 엔지니어링 레벨의 이 신기술을 발판으로 우리는 달에 인간을 보내는 데 성공했으며 화상탐험도 지향할 수 있게 되었죠. 처음에는 극소 수준의 새로운 기술로 인식되었던 것이 전인류의 기술을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게 된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예를 들어 보죠. 가령 화학자가 현재 존재하는 것보다 강하면서도 유연한 플라스틱을 발명해 직경이 크고 부드러운 튜브를 만들 수 있게 된다면, 이런 튜브를 이용해 다량의 물을 수송하는 게 가능해지는 날이 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세계적인 규모의 배수 시스템을 갖출 수 있게 되죠."
세계적인 급수망으로 사막화 방치
━아프리카 등지의 건조지대를 구제하는 데 유용하겠군요.
"가뭄이나 사막화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현재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은 남쪽으로 매해 6㎞속도로 확대되고 있읍니다. 이 사막의 확산을 막기위해서는 대량의 담수(淡水)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많은 담수를 지하에서 구하기는 매우 어려워요.
나는 사하라 가뭄을 방지하기 위해 담수배수(配水) 계획을 지금 곧 착수해야 한다는 의도는 아닙니다. 수자원이 어딘가에 있다 해도 그것을 퍼올려 사막화를 방지하는 데 사용하려면, 현시점에서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아프리카 등지의 사막화 문제 역시 대형 급수시스템의 일환으로 해결되어 가리라고 확신하고 있읍니다.
우리 선조는 페르시아나 로마의 도로 같은 교통시스템의 하부구조(infra-Structure)를 만들어냈읍니다. 로마는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세 대륙에 걸쳐 수만㎞에 이르는 도로를 건설했지요. 중국의 대운하나 로마인이 도로와 함께 만든 수도 등도 당시 사회의 하부구조에 속합니다.
우리가 높은 생활수준을 바라는 한, 이러한 하부구조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우리는 현재 국제적인 통신시스템을 갖추고 있는가 하면 또 국제적인 전력공급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읍니다."
━국제적인 전력 공급 시스템이라는 것도 현실적으로 작동하고 있읍니까.
"네, '보스톤'전력의 일부는 캐나다 '퀘벡'주에 있는 '제임스 베이'수력발전소에서 송전되고 있읍니다. 그 전력은 뉴욕에도 판매되고 있죠. 이런 전력공급은 앞으로 더욱 국제화되어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물공급 문제도 국제화가 촉진되어야 할 것입니다.
내가 지금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이 '제임스 베이'에 댐을 건설해 거대한 담수호를 만들자는 제안입니다. 그 결과 강물의 역류로 오대호를 정수시켜 오대호를 북미의 저수지로 하자는 웅대한 구상입니다. 나는 21세기의 최대 문제는 석유가 아니라 수자원 문제라고 판단합니다. 이런 의미에서도 수자원 이용의 국제화는 점점 중요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캐나다로 말하자면 현재 그 나라는 수자원이 남아 도는 상태이므로 이것을 인접국가로 수출해 경제적으로도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읍니다."
사하라를 모델로 한 빙산 이용
━이런 국제적 협력 하에 자원이용은 이제부터 더욱더 진행되겠군요.
"국제적인 협력은 확실히 중대사로 부각되고 있읍니다. 멕시코를 예로 들어 보면, 넓고 비옥한 토지를 가졌으나 극도로 건조하기 때문에 토지활용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산지가 많은 국가이므로 모처럼 비가 와도 금방 바다로 유출되어 버립니다. 그때문에 멕시코는 국제 협력에 의한 수자원 개발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읍니다. 댐건설이나 매립으로 보다 유효하게 토지를 이용할 수 있으니까요.
주도면밀하게 준비되고 수립된 매크로 엔지니어링 계획을 실행한다면, 멕시코는 지금의 심각한 경제위기에서 충분히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디까지나 구제가 아니라 건설이라는 수단으로 그것은 달성될 수 있는 것입니다."
━사하라 사막 문제인데, 그러면 수자원은 결국 어디서 구하게 됩니까.
"꼭 2주일 전에 이 문제를 가지고 뉴욕에서 국제연합 주체로 심포지움이 열렸읍니다. 수자원의 경우는 몇 군데 수원(水源)을 편성해서 이용해 나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첫째로는 지하수, 두번째는 '콩고'등 남부지역 하천, 그리고 세번재로 빙산을 끌고가 녹여서 이용하자는 안이 나왔읍니다. 알고 계시듯이 지구상의 담수자원 대부분은 남극에 얼음형태로 쌓여 있읍니다. 이것을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공급할 것인가 하는 데까지는 아직 토론이 진행되지 못했읍니다. 지금부터 우선 경비와 그에 따른 이익관계를 엄밀하게 계산해야만 되겠죠. 우리 그룹은 사하라의 담수문제를 세계적인 규모의 담수공급 시스템의 모델로서 고려해 나갈 계획입니다."
━조금 전에 말씀하셨던, 직경이 큰 비닐 파이프 종류도 사용될까요?
"이번 심포게움에서 나온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이미 10여년 전에 MIT에 계시던 '데모네'교수(현재 '오타와'대학 재직중)가 '알제리아'에 유연한 파이프로 지중해 밑을 뚫고 나가 프랑스 하천에서부터 담수를 공급하는 안을 제출한 적이 있읍니다. 총공사비 견적은 약 3백억 달러였어요. 이것은 정치적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여러가지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읍니다. 그러나 기술적인 입장에서는 바다를 횡단하는 장거리 급수시스템에 대한 최초의 구체적인 제안으로서 주목을 받을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바닷물 담수화 기술은 어떻습니까.
"사우디 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의 해안국가들에서는 바닷물 담수화가 이미 실용화되고 있읍니다. 현재로서는 바닷물 탈염화(脫塩化)가 가격면에서 매우 비싼 편입니다만, 앞으로 좀더 싸고 성능 좋은 시설이 나오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농업이나 공업용수로서 널리 이용될 수 있게 되겠죠."
진공을 이용한 초음속 열차
━ 지하 터널을 진공상태로 하여 자기부상(磁氣浮上)열차를 달리게 한다는 날으는 지하철(Planet-train)계획을 권장하고 계신다고 들었읍니다만.
"바로 엿새 전에 우리는 이곳에서 뉴멕시코주 '알바카키'의 '토마스 스톡브랜드'씨에게 초음속 수송기관 연구업적에 대한 공로상을 드렸읍니다. '토마스'씨는 작년 4월23일 이곳 MIT 운동장에서 세계 최초로 지상 초음속 수송기관 모델을 실제로 달리게 하는 데 성공했던 것입니다. 지름 약 5㎝ 길이 약 2백90m인 플라스틱 파이프에 탁구공을 넣고 한쪽 공기를 빼내 그 공을 진공 흡인력으로 달리게 했더니 시간당 약 1천7백70㎞ 속도를 기록했읍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예상을 넘는 속도를 냈으므로 이제 이것을 비현실적인 공상과학에나 등장하는 교통기관이라든가 미래학자들의 꿈에 불과하다고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날 시상식에서 이 실험의 성공을 '라이트' 형제의 첫비행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었을 정도입니다. 앞으로 이런 교통기관이 대륙횡단 열차나 국제 교통기관으로 사용될 것입니다.
이 초음속 교통기관은 지하터널을 달리게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재미있게도 최첨단 기술이라 생각되는 이런 지하 초음속 수송기관은 모두 19세기 기술을 한데 모음으로써 탄생한 것입니다. 진공은 누구나 알고 있는 기술인가 하면 파리 우체국과 비인 우체국은 19세기에 이미 진공을 이용한 수송관으로 연결되어 있었죠.
그렇게 말하자면 19세기 영국에서 개최된 만국 박람회에서 실물크기의 기차를 진공기술로 움직이게 한다는 전시회가 있었을 정도예요. 역시 19세기에 뉴욕에서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 초대 편집장이 진공으로 달리는 기관차를 조립했다는 기록도 있읍니다."
지하철보다 우선 지상에서 부터
━ 날으는 지하철의 실현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요.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해도 그것을 실용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경제적인 조건이 갖추어져야 합니다. 초음속 열차를 통과시키는 데 필요한 터널을 뚫으려면 현시점에서는 아직 상당한 비용이 듭니다. 그러므로 지금 당장은 지상을 달리게 하든가 고가철도식으로 하면 그만큼 비용을 들이지 않고 실현할 수 있을 거예요. 어떤 방식이 좋으며 어떤 기술을 지금부터 개발할 것인가 하는 점은 MIT의 선진공학 연구센터 등 전문가 그룹들 사이에서 계속 검토해 나갈 예정입니다.
그러나 성급하게 승객운반용 수송시스템에 착수하기보다, 내 생각으로는 먼저 진공을 이용한 파이프를 사용해 소비자에게 상품을 공급하는 배달시스템 같은 것을 실용화하고 그 뒤에 승객수송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요컨대 작은 모델에서 큰 모델로 단계적으로 나아가는 편이 바람직합니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몽상의 시대에서 치밀한 디자인과 계획의 시대로 변화되어 나간다는 점입니다.
━ 그러면 지금은 지하방식보다 지상방식이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하고 계십니까.
"민간자본에 의존하는 한 터널굴착 기술이 더 진보될 때까지 지하방식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터널굴착 자동화는 꾸준히 성과를 올리고 있으며 현재 일본이나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미국 등지에서 현저한 진보가 보입니다. 아마 10년후에는 고도로 자동화된 기계 덕분에 터널굴착 단가는 크게 내려 지하방식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인공섬에서 달나라대학 건설로
━ 매크로 엔지니어링의 주된 목표에서 그외 어떤 것을 생각하고 계십니까.
"대규모적인 인공섬 역시 주요한 대상이 됩니다. 1881년에 프랑스 저널리스트인 '로비다'가 '21세기'라는 소설에서 태평양에 인공대륙을 만드는 이야기를 썼읍니다. 아직까지 대륙을 만드는 일은 무리입니다만 인공섬을 만드는 것은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읍니다. 이 기술면에서는 우리는 일본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국토가 좁은 일본에서는 공장이나 항만건설을 위해 인공섬이 건설되고 계획되었으며 그 방면 기술이 발달해 있읍니다. 미국에서도 대형선박이 정박할 수 있는 항구를 새로 만들려고 동해안에 대규모 인공섬을 조성하는 계획이 검토되고 있읍니다.
또 우리는 인간의 건강한 생활을 증진시킨다는 목적하에 다목적 스포츠도로도 제창하고 있읍니다. 이것은 미대륙을 횡단하는 비(非) 자동차 도로를 건설하자는 것입니다. 주로 자전거로 장거리 여행을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승마용 도로로도 사용합니다. 겨울에는 스키로 달린다면 좋을 겁니다.
물론 도보여행 코스로도 이용할 수 있읍니다. 동해안에 있는 '메인'주에서 '플로리다'주까지 걸어 갈 수 있는 '애팔래치안 트레일'(Appalachian trail)이라는 자연 보도가 있읍니다만 이것을 대형화한 것이라도 볼 수 있죠."
━ 이전에 매크로 엔지니어링에서는 자본과 노동력만 있으면 계획실현이 가능했으나 지금은 환경보존면에 대한 배려라든가 여러 가지 미묘한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지금까지는 대기오염이나 도시화로 인한 인구집중 등이 커다란 문제였읍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새로운 교통기관이 등장함에 따라 오히려 개선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사막 녹화 프로젝트처럼 환경을 파괴하는 게 아니라 환경을 향상시키는 매크로 엔지니어링도 있읍니다. 물론 대규모 공사가 환경을 파괴하는 일이 없도록 계획을 세울 때 환경면에 대한 배려를 충분히 해야 합니다."
━ 우주개발은 어떻습니까.
"달을 이용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이 현재 각별히 제창하고 있는 바로서 달나라 대학(Lunar university)이라는 것이 있읍니다. 달에 인간이 상주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각국의 젊은이들이 함께 공부하고 연구해 나간다는 구상이죠. 21세기 전반부에는 우리는 달에 이주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에는 화성으로 이주해 가게 될 것입니다."
━ 태양 에너지 이용은 어떤가요?
"우주공간에서 태양에너지를 모아 마이크로파로 지상에 보내는 태양발전 위성이유망하지만 이것을 실용화하려면 거액의 비용이 듭니다. 그러므로 세계 각국이 공동출자하고 공동으로 계획을 진행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대기술의 올바른 길잡이
━ 마지막으로 매크로 엔지니어링의 앞으로의 방향은 어떻게 될까요.
"매크로 엔지니어링과 더불어 개념공학(Concept engineering)이라는 분야가 널리 활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누구를 위해 왜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 실시후 각 방면에 미치게 될 영향은 어떠한가를 엄밀하게 고찰하는 학문입니다. 새로 발명된 기술을 적용만 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실용화 시키고 전에 그 목적과 목표를 밝히고 심도있는 검토를 함으로써 거대기술을 올바른 길로 인도해 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