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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정부뿐만이 아니고 각 기업들도 파도처럼 밀려오는 외국의 신기술과 상업술에 대한 거센 압력에 정신을 못차리고 전전긍긍하는 것 같다. 하루속히 기술개발을 수행하고 원가절감을 해야하며 무역마찰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하는등 대책마련에 경제계는 경제계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기술계는 기술계대로 온통 떠들썩하게 야단들을 치고 있다.
 

이를 볼 때 발명인의 한사람으로서 퍽이나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고 야단법석을 떨면 그래도 뭔가는 이룩되지나 않을까 믿고 싶기 때문이다.
 

그간 발명인 하면 미친 사람으로만 취급을 받으며 산업사회를 위한 성취감을 찾기 위해 남몰래 흐느끼며 울던 과거가 가끔 주마등처럼 눈앞에 아른거린다.
 

냉혹히 말해 우리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은 무엇인가? 어지러웠던 9백여회에 달하는 외부침략에 의한 민족수단 속에서도 오직 하나 우리 핏속을 통하여 맥맥히 흐르고 있는 장인(匠人)정신과 무한히 개발할 수 있는 두뇌자원뿐이 아니었던가.
 

우리는 이것을 너무 천시했고 근시안적인 자기 이익에만 급급했을뿐 오늘날과 같은 국제적인 거시적 안목은 제쳐 놓았기 때문에 급속하게 밀려오는 외국의 신발명 및 과학기술에 대한 대비책은 형식에 그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신발명품 고안과 첨단기술 개발에 따른 행정적지원은 제도적인 면에서 많은 제약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자금지원의 한계는 부질없는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냈고 신기술 개발 및 발명품에 대한 지적소유권보호의 국내제도의 모순, 심사관의 자질부족, 악용할 수 없는 발명보호법의 부재 등은 발명인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악재로 작용했던 것만은 틀림이 없다.
 

현재 국제적으로 국내적으로 공인받은 신발명품 및 수많은 기술들이 외화를 벌어들이지 못한채 안타깝게 썩고 있는 실정을 정책입안자들은 알고 있는지 한번 묻고 싶은 심정이다. 첨단기술 및 각종 기술개발지원 자금 명목으로 대기업으로 부터 중소기업들에게 상당한 자금이 지급돼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지나 실제 개인 발명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으로 밖에 여겨질 수 없는 실정이다.
 

오늘의 현실은 좀더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리한 조건에 있는 측보다는 불리한 조건에 있는 측을 위한 발명풍토부터 조성돼야 한다. 이는 발명인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각계 각층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발명인은 어딘가 다른 곳이 있는 만큼 현실적 학력을 따질 것이 아니라 이들을 과감히 발굴하여 각 기업체들로 하여금 발명인이 자기 기호에 맞는 곳에서 충분히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민간이나 정부차원의 상호협력기구를 설치하여 사심없는 행정적지원을 하도록 한다면 폭탄과 같은 엄청난 아이디어가 창출될 것이다.
 

제네바와 뉴욕의 국제발명전에서 분명 우리가 먼저 개발한 제품이 버젓이 선진국의 상표를 달고 상품화되어 많은 바이어들을 불러모으고 있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우리의 두뇌가 그들보다 뒤떨어져 있다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첨단이나 하이테크가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이 뿌리도 없이 하루 아침에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우리 주위의 생활환경 속에서 '눈에 거슬리는'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국민들의 잠재의식 속에 내재돼 있을 때 비로소 기술 선진국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싹튼 발명풍토가 밑받침 되고 제도적 지원이 확보된다면 놀랄만한 작품이 탄생하리라 확신한다.
 

새로운 발명품이 하나 탄생하여 "이것 하나 개발하는데 온갖 재산 다 날려보내고 10년 이상을…"라는 식의 신파조 기사가 더이상 매스컴에 등장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런 식으로 어떻게 2천년대 선진국 진입을 운운할 것인가. 발명인들도 보다 좋은 조건에서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를 가져야 한다. 발명인들 스스로 개발품에 대한 이론적 무장을 철저히 해야하고 학계를 비롯한 관계, 업계에서는 그들이 가진 최신 장비를 활용, 발명인들을 지원할 수 있는 폭넓은 아량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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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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