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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을 하나의 행정권으로 묶는 컴퓨터 행정체제-행정전산망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우리에게 어떤 혜택을 가져다주게 되나?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사는 H씨는 결혼생활 7년만에 조그만 집을 마련했으나 모은 돈이 부족해 산 집을 은행에 담보융자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은행에서 요구하는 서류는 인감증명서, 주민등록 등본, 등기부등본(토지 건물), 도시계획증명서 등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많았다. 그나마 한군데서 모든 서류를 다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동사무소, 구청, 등기소 등을 거치고 한군데서 서너 시간씩을 허비하고서야 3일만에 은행에서 요구하는 서류를 대충 갖출 수 있었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으로서 윗사람 눈치 봐 가면서 개인 시간을 3일 동안이나 낸다는 것은 매우 고달픈 일이었다.

컴퓨터 행정체제
 

경제사회 발전에 따라 계속해서 늘어나는 행정수요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처리할 것인가? 어떻게하면 신속 정확한 행정정보와 체계적이며 종합적인 지원체제를 갖추어 모든 국민에게 흡족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을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전산화'라는 효과적인 수단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 행정분야에서도 현대과학의 산물인 컴퓨터와 통신망을 도구로 활용하여 행정능률을 높이는 일은 시대적 요구이며 정보화사회를 향한 도약의 발판을 다지는 일이다.

행정전산사업은 전국에 설치된 컴퓨터를 통신망으로 연결하여 다양한 행정정보를 공동활용할 수 있는 컴퓨터 행정체제를 이룩하려는 사업이다.
 

컴퓨터 행정체제가 이루어지면 일일이 사람의 손을 거쳐야하던 어마어마한 양의 행정업무가 컴퓨터에 의해 해결될 것이고 행정자료가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되어 합리적인 정책결정을 하게끔 도와줄 것이다. 또한 우리 개인은 각자가 원하는 서류를 얻기 위해 시간과 경비를 들여 출생지 동사무소나 구청등을 찾아가야하는 번거로움이 해소된다. 집에 앉아서도 빠른 민원봉사를 받게되어 불필요한 왕래에 낭비하던 많은 시간을 자기개발에 쓸 수 있게 된다.
 

또한 컴퓨터 행정체제를 이루기위해 필요한 많은 양의 컴퓨터와 통신선 등을 국내의 기술로 국산화한다면 국내 정보산업체에 일감과 시장이 마련돼 자연히 국내 정보산업이 활력을 얻게 될 것이다.
 

행정전산망은 국가기간전산망의 일환으로써 이루어진다. 참고로 국가기관전산망을 소개하면 위에서 언급한 행정망, 금융기관 상호간의 업무와 금융거래를 처리하기 위한 금융망, 대학(원) 및 연구소의 자료와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교육연구망, 국방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국방망, 국가보안 등의 업무를 위한 공안망 등 5종의 전산망으로 구성된다. 2000년대에서 이 5개의 전산망끼리 서로 연결시켜 전 국가정보자료의 공동활용을 가능케할 것을 목표로 작업을 추진 중이다.

토지투기의 감시
 

행정업무 중 전산화하고자 하는 업무는 총 42개 업무인데 국가적으로 시급히 필요한 주민관리, 부동산관리, 고용관리, 통관관리, 경제통계, 자동차관리의 6개 업무는 88년까지 먼저 전산화할 예정이다. 1단계로 추진될 6개 업무를 차례로 살펴보자.
 

주민관리전산화란 주민에 관계된 많은 양의 자료를 정보창고에 쌓아두고 컴퓨터와 통신망을 이용하여 전국 어디에서나 필요한 자료를 즉시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이렇게되면 학교에 입학했을 때나 회사에 취직했을 때 또한 이사하고 난 뒤 전·출입신고를 할 때든지 민원서류가 필요할 때 시간에 쫓겨 당황하거나 여비를 들여 먼 곳까지 가야한다든지 하는 어려움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정부로서도 국민생활에 직접, 간접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책결정을 하고자 할때 빠르고 정확한 자료를 얻을 수 있고 산더미 같은 자료가 자동으로 처리되어 예전보다 훨씬 능률적이고 과학적인 정부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토는 좁고 인구는 많다. 토지는 한정돼 있는 반면 계속적인 인구증가, 핵가족화로 인한 가구수의 증가, 소득의 향상, 도시인구의 팽창과 공업화로 토지수요는 매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부족한 땅을 놓고 한쪽에서는 고층아파트를 지어 작은 면적을 효과적으로 써보겠다고 고심하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일확천금을 노리고 투기다 사기다하여 국토를 멍들게하고 있다.
 

부동산관리전산화는 투기와 토지부조리를 근절하는데 1차적인 목적이 있다. 그동안 토지는 거래과정의 포착이 곤란하다는 점을 악용하여 미등기 전매를 통한 투기가 가능했고 거래가격의 파악도 곤란하여 양도차익을 조세로 제대로 환수하지 못하자 불로소득을 노리는 투기꾼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토지주기로 인한 주택가격의 상승은 서민들의 내집 마련에 찬물을 끼얹곤 했다.
 

기업도 마찬가지. 기업이 공장을 짓는데 땅값이 비싸서 토지매입비에 많은 돈이 들어가면 자연히 상품가격은 올라가게되고 기업의 경쟁력은 떨어진다. 또 토지가 투기의 대상이 되면 기업이나 개인은 땅값이 오를 때까지 공한지나 유휴지로 방치하게되므로 결국 국토의 합리화와 효율적인 이용에 큰 장애가 되었다.
 

82년부터 13개 시·도를 주축으로 하는 토지기록전산화는 부동산과 관련된 토지, 건축물 운영업무의 연계성을 유지하는 부동산 종합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부동산관리전산화를 토대로 토지 관련세제가 개선되면 토지를 통해 불로소득을 얻는것이 불가능하게끔 돼 건전한 근로 의식이 뿌리내릴것이며 국민들은 민원서류의 간소화, 전국 어디서나 대장을 발급·열람할 수 있는 등 생활의 편리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정보 고속도로
 

요즈음 우리 주변에서는 높은 학력을 가진 인력이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직장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거나 적성에 맞지않는 직장에 들어가 늘 불만족해 하는 경우를 종종 볼수 있다. 또 실력있는 사람이 백그라운드가 든든한 사람에 밀려 취직에 실패하고 낙담하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고용관리전산화는 직장을 구하고 싶은 사람이나 직원을 채용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신속히 날라주는 고속도로를 닦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매년 우리 나라에서는 40만명 이상의 새로운 노동력이 일자리를 찾아나온다. 고용관리가 전산화되면 우선 적성에 맞는 취업지도가 이루어진다. 즉 적성검사 결과가 컴퓨터에 입력되면 컴퓨터는 그 결과에 맞는 직업을 나열해주어 그 중 하나를 선택하게끔 도와준다.
 

특히 이 부분의 전산화는 전국적으로 공평한 고용기회를 제공해준다. 그동안 한정된 지역내의 정보밖에 얻지 못했던 구직자들은 전국의 고용정보를 얻게 되어 유리한 조건의 직장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또한 기업으로서는 직원을 모집할 때 서류접수, 심사 등 제반절차에 투입되는 인력이나 예산의 낭비를 줄일 수 있어 기업은 물론 국가적으로 큰 능률을 가져올 것이다.
 

통관관리전산화의 대상업무는 항공화물의 수입과 수출, 해상화물의 수입과 수출이다. 88년까지 항공화물의 수출입 업무를 우선 전산화할 계획이다.

예를들어 우리가 바나나를 수입하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할까?
 

수입계약체결-수입추천-수입 승인-신용장개설-선적서류접수 및 대금결제-화물도착-보세구역반입-수입신고-수입신고서 접수-검사 및 감정-조정-납세고지-납부-수입면허-반출.
 

바나나 한개를 수입한다해도 이렇게 복잡한 절차를 꼭 거쳐야한다. 수입업자는 수입한 물건을 시장에 내놓기까지 여러 서류를 준비해서 이곳저곳 뛰어다녀야하고 관계 기관에서는 그 나름대로 수입해도 좋은 물건인지 가격은 적당한지를 판단하기 위해 고심해왔다.
 

그러나 전산화가 이루어지면 세관수속이 수입업자의 사무실에서 컴퓨터로 간편하게 처리될뿐만 아니라 수속절차가 간편해질 것이다. 또한 관계기관에서는 화물에 대한 각종 정보를 신속,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화물의 인도인수시간이 단축될뿐만 아니라 화물이 신속히 유통돼 국제무역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다.

2001년 완성될 전산행정
 

경제통계전산화는 무엇일까?

한 가정의 주부가 그해의 수입과 지출을 토대로 다음해의 살림살이를 계획한다면 그 가정은 규모있는 알뜰한 살림을 꾸려나갈 수 있다. 기업과 국가도 마찬가지다. 현재를 잘 파악할 수 있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각종의 정확한 경제통계자료를 토대로 기업이 투자여부를 계획하고 정부가 나라살림을 꾸린다면 많은 효과를 얻을것이다.
 

특히 국민의 생활에 직접간접으로 영향을 미치는 경제통계자료는 정확해야 한다. 만약 한 기업가가 잘못된 경제통계자료를 믿고 엉뚱한 곳에 엄청난 돈을 투자했다면 기업가 자신은 물론 그 기업에 종사하던 많은 사람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물며 국가의 경우라면 국민 개개인에게 미치는 충격은 어떨까?
 

정확한 통계를 작성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조사하고 분류하는 동안 그 통계는 이미 낡은 것이 되기도하고 또 정확하고 가장 최신의 통계자료를 필요로 하는 이용자로서는 그 자료를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를 몰라 쩔쩔매기도 한다. 컴퓨터를 이용해서 짧은 시간내에 정확한 경제통계자료를 작성하여 국가의 정책결정 또는 기업활동에 필요한 자료를 신속하게 제공해주고 일반 국민들이 손쉽게 구해 이용할 수 있게끔 하려는 것이 경제통계전산화이다.
 

요즈음 우리 주변에는 한정돼 있는 도로면적에 비해 좁은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수가 폭증하고 있고 국민들의 질서의식은 이를 뒤따르지 못해 교통안전대책이 시급한 형편이다. 관계기관으로서는 자동차의 폭증에 따라 손으로 작업해야 하는 업무량이 증가하고 있으나 적은 인원으로 많은 이용자를 상대해야 하므로 이용자에게 불만족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또 검사기기는 자동화 되었는데 비해 손에 의한 행정처리는 시간이 많이 걸려 이용자가 오래 대기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왔다.
 

그러나 자동차관리전산화가 이루어지면 등록과 검사신청, 제증명의 발급이나 열람 등의 대민업무가 전국 어디서나 각 민원창구에서 컴퓨터로 즉시 처리되고 전국 검사장에서 이루어진 검사결과는 발생현장에서 컴퓨터로 즉시 입력돼 꼭 관할구역 내에서만 해야했던 불편함이 사라진다.
 

또 자동체와 면허세의 고지서, 검사 기일 안내장, 정비점검 안내장이 일정에 의해 컴퓨터로 자동적으로 이루어져 예전처럼 이용자가 이를 일일이 기억해야 하는 불편함이 없어진다. 뿐만아니라 컴퓨터에 입력된 자동차 관련정보를 자동차사고의 예방대책 수립에도 이용할 수 있고 법을 위반한 각종 차량의 조사 등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자동차 사고율 세계1위라는 국가적 불명예를 씻을 가능성도 있다.
 

행정전산망 사업은 위해서 실례를 들어 살펴본 바와 같이 1단계 6개 우선 사업을 88년까지 완결짓고 병무관리, 학적관리 등 11개 사업을 1991년까지 완성할 예정이다. 또한 나머지 미개발업무는 2001년까지 완성하여 행정전산망사업을 완전히 매듭지을 예정이다.

올해안에 시범사업 실시
 

행정전산망주요 기기는 컴퓨터와 통신망이다. 전산통신망은 한 지역내의 통신량과 각 지역간의 통신량을 고려하여 설계하며 광역망과 지역망으로 구분, 지역적 분산을 기했으며 어떤 한 지역내의 통신은 1단계로 동(同)기종의 컴퓨터(메인프레임)와 웍스테이션을 연결하고 2단계로 이(異)기종간의 컴퓨터를 접속할 방침이다. 우선 추진 6개사업을 위한 전산망은 1987년까지 구축 완료할 계획이다.
 

컴퓨터(메인프레임)는 대민 서비스를 최우선으로 하기 위해 사용의 편리성, 경제성, 확장성을 고려하여 개발하되 처음에는 외국과의 기술제휴로 국산기종을 개발하고 점차 한국형컴퓨터로 발전시켜 나갈 방침이며 1987년 하반기까지는 행정전산망용 컴퓨터를 80여 대 설치 운영하려 한다.
 

일선 행정기관에 배치된 웍스테이션은 16비트 퍼스털컴퓨터 수준으로 대당 2백만원 정도의 제품을 국내 공급업체와의 협의를 거쳐 1986년 중에 4천5백대를 설치하며 1988년까지는 6개 사업용 웍스테이션을 총 7천5백대 설치할 계획이다.
 

행정전산망은 워낙 규모가 방대하고 관련 기관도 많으며 이에 따른 국민과 공무원들의 관심도 지대하다. 이에 대한 각종의문을 해소하고자 올해 안에 우선 추진사업을 대상으로 미래상을 제시할 수 있는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하여 관련기관 및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행정전산망의 시행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성패좌우할 일선 행정인
 

행정전산망이 완성된다면 우리는 어떤 이로움을 얻을 수 있을까? 먼저 행정적측면에서 대민 행정서비스가 대폭 향상될 것이다. 전국적인 전산망을 통하여 전국 어디서나 민원인의 요구에 부응하여 신속 정확하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주민의 편익위주로 다양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향상된 행정서비스를 전국민에게 제공할 것이다.
 

또한 보고, 통계, 대장관리, 각종 고지서, 증명 등 일선 행정기관의 전형적인 업무처리가 자동화되어 서류의 이동이 줄고 절차와 서식이 표준화되는 등 행정의 간소화가 이루어 질 것이다. 이와함께 일관성있고 정확한 정보의 유통이 용이해져 행정이 더욱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수행된다. 과다한 서류함은 정리되고 업무의 과부담이 해소되는 등 사무실 환경이 크게 개선되어 행정인의 창조적인 업무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다.

사회·문화적 측면으로는 전국이 동일한 정보권으로 유기적연결이 가능해 지역적인 불편이 해소되고 균형있는 지역발전을 이룰수 있다. 또한 정보와 최신 과학기술의 이용이 대중화되고 그 신뢰성이 인식됨에 따라 국민들은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생활하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한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극대화될 것이다.
 

산업·경제적 측면으로서는 정보통신산업이 급속히 발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다. 행정전산망 사업에 소요되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통신망,데이타베이스 등 정보통신 산업의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는 한편, 이의 국산화추진으로 경험이 축적되고 기술이 개발됨에 따라 정보화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국가전략산업으로서 발전이 시급한 정보통신산업의 국제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다.
 

전산화의 성공은 사용자의 적절한 활용에 달려있다. 변화를 거부하고 기술을 경시하는 행정문화 속에서 행정인은 업무절차와 크게는 조직개편까지도 초래할 수 있는 행정전산화에 대하여 맹목적으로 불신하고 저항할 수 있다. 또한 시스템이 행정현실에 비하여 너무 단순하게 고안되면 정책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면 그 불신이 증대될 수 있다. 따라서 행정인은 새로운 지식과 기술의 습득으로 보다나은 대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설계에서부터 개발과 정착의 전단계에 이르기까지 과학적인 사고와 능력을 개발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갖고 참여해야한다. 한편 시스템전문가 또한 행정여건을 이해하면서 사용자와의 긴밀한 협조하에 변화에 대한 불신이나 저항감을 해소시키는데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