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의미의 인류학 가운데서 특히 생물로서의 인류를 다루는 분야가 바로 체질인류학(physical anthropology 형질인류학 혹은 자연인류학으로 부르기도 함)이다.
18세기 말부터 등장한 체질인류학은 초창기에는 인종의 신체적 특징과 그 주거지 환경이나 풍속습관이 어떤 관련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문제의 해명에 주안점을 두었다.
그러나 19세기 중반 이후 유전학이 발달함에 따라 문화적인 특징과는 별도로 생물학적인 견지에서 신체적 특징을 연구하게 되었다.
따라서 체질인류학의 대상은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는 각종 인류집단의 신체의 형태·기능에 관한 것과, 인류가 어떻게 영장류(靈長類)의 일원으로 출발하여 발전하고, 여러가지 변이를 거쳐 지금도 변화하고 있는가 하는 과제를 해명하는데 있다.
이같은 체질인류학의 연구방법은 신체계측(身體計測)뿐만 아니라 생리·생화학적 연구, 다른 영장류와의 비교연구 등 광범한 게 특징이다.
세계적으로 체질인류학은 미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데, 의학자와 인류학자 고고학자 등이 공동으로 연구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추세.
특히 해부학을 전공한 의학자들이 체질인류학을 연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사체(死體)를 통해서 장기의 형태변화나 크기를 연구하기 쉽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체질인류학이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잡은 것은 1958년 6월 체질 인류학회가 창립되면서 부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방면에 대한 연구는 일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즉 경성제대 의학부 해부학교실에 체질인류학 연구팀이 짜여져 한국민족과 만주·몽고족을 대상으로 두개골 등의 연구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것. 당시 연구팀에는 나세진 교수(84년에 별세)가 있었는데 나교수는 그 후 장신요교수와 함께 우리나라의 체질인류학회를 만드는 등 이 분야의 대표적인 연구가 였다.
1958년에 학회가 결성됐으나 별다른 연구업적을 보여주지 못한 체질인류학은 70년대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주로 두개골 등 한국인의 체형을 연구하고 이에 관한 데이터를 작성하기 시작했던 것.
최근에는 인체내부의 장기를 연구하는등 변모를 보이고 있으나 기초학문을 등한시 하는 풍토아래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게 관계학자들의 얘기다. 한마디로 한국의 체질인류학은 걸음마 단계라는 진단이다.
현재 체질인류학회의 회원은 1백50~2백명으로 대부분이 의과대학 해부학교실에 소속된 교수들로 고고학 인류학 생물학쪽의 참여가 극히 저조한 실정이다.
기초과학중의 기초과학인 체질인류학에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는 게 학계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