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공계에 빠져 봅시다 | 한국과학문화재단 기획 | 과학동아 지음 | 동아사이언스 | 216쪽 | 1만원
PROLOGUE
어쩌면 모험일지도 몰랐다. ‘기득권의 포기’라며 주위의 만류도 컸다. 학연, 지연도 없고 한국에서의 경력을 인정받을 수 없더라도 세계를 상대로 도전해보겠다는 오기가 발동했다.
- 본문 <;‘그린카’ 만드는 세계적 디자이너>; 중에서 -
창의력과 도전정신, 그리고 열정.
내로라하는 국내외 기업들이 요즘 최고로 꼽는 인재는 이 3가지 자질을 모두 갖춰야 한다. 이 때문에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해도 기업들의 신입사원 채용 풍속도는 많이 달라졌다. 단순히 지식이 많은 사람보다는 기발한 상상력과 호기심, 창의력이 풍부한 사람이 ‘인재 전쟁’ 시대에 살아남는다.
이공계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공부를 잘하면 으레 의대 같은 인기학과를 목표로 삼기 쉽지만 인생이라는 긴 여행에서 정작 중요한 점은 자신의 적성에도 맞고 미래도 유망한 직업을 선택하는 일이다. 그런데 내 적성은 뭔지, 소위 ‘잘 나가는’ 직업이 뭔지, 진로라는 게 만만치 않다.
코리아나화장품연구소 김성래 연구2팀장은 초등학교 시절 야구선수로 활동하며 프로선수를 꿈꿨지만 “‘나라님도 해결 못 한다’는 빈곤을 떨칠 유일한 대안은 과학기술”이라는 부모님의 권유에 과학자로 진로를 바꿨다.
‘쇼’로 인기몰이 중인 KTF에서 멀티미디어 메시징 시스템을 개발하는 정윤필 차장은 학창시절 수학을 좋아한 탓에 수학과로 진학했지만 전자기기를 남보다 일찍 사용하는 ‘얼리어답터’의 적성을 좇아 뒤늦게 전자통신공학으로 진로를 변경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개성과 적성을 버리지 않고 진로를 개척했다는 것.
10년 뒤를 내다보고 당시로선 낯선 분야에 뛰어들어 자신의 능력을 키워낸 사람들도 있다. “불모지나 다름없는 국내 항공분야에서 할 일이 많다”는 선배의 얘기에 귀가 솔깃해 1990년대 항공분야에 발을 내디딘 대한항공 양인근 항공우주개발사업본부 차장은 경항공기 ‘창공-91’(1992년)을 개발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근접 비행용 무인항공기도 개발하며 한국 항공산업을 이끌고 있다.
중학교 때부터 컴퓨터에 재미를 붙인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사장은 KAIST 박사과정 시절부터 각종 온라인게임을 개발하며 한국을 온라인게임 강국으로 등극시켰다. ‘쥬라기 공원’ ‘바람의 나라’ ‘리니지’가 모두 그의 작품이다.
미국 GM 본사에서 미래형자동차 디자인팀을 이끌고 있는 김영선 팀장은 도전 정신을 강조한다. IMF 한파로 다니던 국내 자동차회사가 부도나자 그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 먹고 미국에서 늦깎이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그 결과 현재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공계 선배에게 자신의 진로를 상담하고 싶다면 ‘이공계에 빠져 봅시다’가 제격이다. 휴대전화 ‘샤인’의 눈을 띄운 LG전자 김학해 연구원, 방송계를 누비는 과학저널리스트 KBS 이은정 기자, 로봇 남매 ‘마루’와 ‘아라’를 개발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유범재 박사 등 이공계 선배 21명의 진로 선택 노하우가 흥미롭다. ‘이공계 진로 탐색 4단계’ ‘이공계 진로 선택 법칙 8가지’ 등 알짜 정보도 많다.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을 위해 다 같이 이공계에 빠~져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