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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 생산성 높여주는 이산화탄소 센서

고체소자 연구실

심호흡을 한번 해보자. 머리가 맑아지면서 우리를 감싸고 있는 공기가 느껴진다. 사실 공기는 인간이 살아 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 중 하나지만 평소에는 그리 눈에 띄지 않는 존재다. 그런데 산업현장에서는 이 공기를 구성하는 물질을 정확히 알아야 할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엔진을 설계한다고 생각해보자. 엔진의 성능은 연료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소되는지에 달려있다. 즉 공기 중에 존재하는 산소의 양을 정확히 알아야 최적의 연료분사 값을 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고성능 엔진을 만들 수 있다.


고체소자연구실에서는 기체의 양을 정확히 알아내는 센서 분야 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를 진 행하고 있다. 박종욱 교수(왼 쪽에서 세번째)와 연구원 일부의 모습.



후각 담당하는 고체전해질

KAIST 재료공학과 박종욱 교수가 이끄는 재료소 자연구실에서는 공기 속에 들어있는 다양한 물질을 직접 보여주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공기 중에서 중요한 물질을 선택해 이 물질이 얼마만큼 존재하는 지 알려주는‘센서’를 개발한다는 얘기다.

여기서 센서는 생물의 감각기관처럼 외부 환경을 감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적인 소자를 말한다. 인간은 오감이라 불리는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 등 다섯가지 감각을 갖고 있는데, 재료소자연구실에서 연구하는 센서는 후각에 해당한다. 그런데 도대체 어떤 원리로 공기 중에 있는 물질의 양을 알아내는 것일까.

센서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인간의 후각부터 생각해보자. 공기 중에 있는 화학물질은 우선 콧속으로 들어가 후각상피라는 부분과 반응한다. 후각상피는 화학물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신경말단을 지닌 상피세포다. 후각상피에서 감지된 후각정보는 신경을 타고 정보를 해석하는 뇌로 전해져 냄새를 느끼게 된다.

연구실에서는 후각상피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감각기로‘고체전해질’을 이용하고 있다. 현재 개발중인 이산화탄소 감지 센서를 뜯어보자. 나트륨(Na)이 많이 함유된 산화알루미늄(${Al}_{2}$${O}_{3}$)으로 된 고체전해질이 들어있다. 흥미롭게도 전지와 같은 형태로 만들어진 고체전해질은 공기 중 이산화탄소와 반응해 자연적으로 전압을 발생시킨다.

고체전해질에서 발생하는 전압은 공기 중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비례한다. 결국 이 전압의 양이 인간으로 치면 후각정보에 해당되는 셈이다. 이 전압 정보는 뇌 역할을 하는 컴퓨터에 전달되는데, 이를 통해 이산화탄소의 양을 곧바로 알 수 있다.

 

고체소자연구실에서 개발 한 이산화탄소 센서로 측정 한 결과를 컴퓨터로 분석하 고 있다.



연구실에서 유망 벤처도 탄생

이산화탄소 센서의 개발은 농림부와 공동으로 지난해 9월 시작했다. 현재는 시제품을 시험하는 막바지 단계다. 실험실에서 검사해 본 결과 ppm(1cm²에${10}^{-6}$g이 있는 정도) 단위까지 측정할 수 있을 만큼 정확도를 자랑한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측정하는 센서를 개발한 것일까.

이산화탄소는 식물이 광합성을 할 때 빛, 수분과 함께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이 때문에 이산화탄소의 양이 너무 적거나 많으면 생물의 생장이 더뎌지게 된다. 센서를 통해 공기 중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정확히 알 수 있으면, 식물 생장에 가장 적합한 정도로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 조절을 간편히 할 수 있는 비닐하우스에서 생산되는 버섯, 화초, 야채와 같은 작물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이산화탄소는 음식물을 포장하는 경우에도 중요하다. 이산화탄소의 양을 적절히 조절하면, 세포가 숨을 천천히 쉬므로 음식물을 오래 보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산화탄소는 병원균 생장을 억제하는 역할도 한다. 그래서 연구실에서 개발한 센서는 우리 먹거리의 품질을 향상시키는데 큰 기여를 하리라 기대되고 있다. 이밖에 이산화탄소를 사용해 주조틀을 만드는 철강 공장 등 산업체에서도 요긴할 전망이다.

이산화탄소 센서처럼 연구실에서 개발한 센서는 산업현장에서 바로 적용되는 것들이 많다. 높은 실용성 때문에 실제 연구실에서 유망한 벤처가 탄생하기도 했다. 연구실 출신의 윤동현 박사는 박교수의 지도로 공기 중에 존재하는 알코올의 양을 알아내는 세계 최소형 센서(1×1.2mm)를 개발했다. (주)카오스를 설립한 윤박사는 연구실에서 개발한 센서를 사용해 사람의 피속에 녹아있는 알코올의 양을 세계 최고의 정밀도로 측정하는 제품을 내놓았는데, 전세계 13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실용성이 돋보이는 높은 기술 수준을 자랑하는고체소자 연구실에서는 현재 박종욱 교수를 중심으로 박사과정생 9명과 석사과정생 2명이 땀흘리며 연구 하고 있다.

2002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김홍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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