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에서 광자로 1천배나 빠른 스위치 작용 5년 이내에 모델 완성?
반세기 전에 시작된 컴퓨터 혁명은 전자의 흐름과 멈춤이라는 간단한 물리현상, 즉 전자의 스위치 역할덕분에 만개할 수 있었다.
이 원리는 처음에는 진공관 컴퓨터, 나아가 트랜지스터, 초대규모집적회로(VLSI)에 사용되었다. 컴퓨터는 전기, 즉 수천개의 전자의 흐름으로 가동된다. 크든 작든 모든 컴퓨터는 전자의 흐름을 통제하는 디지탈에 의존한다.
그러나 오늘날 몇몇 대담한 과학자들은 이분야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려 하고 있다. 그들은 전기 대신 빛으로 가동되는 컴퓨터를 구상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가능성을 의심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 과학자들의 목표는 전자를 작은 빛의 덩어리인 광자로 대치하는 것이다. 광자컴퓨터가 전자컴퓨터보다 훨씬 빨리, 획기적인 방법으로 자료를 처리할 수 있으리란 상상은 대단히 매력적이다.
"미래를 여는 열쇠는 전자에서 광자로 이행하는데 있다"고 '러스텀 로이'박사(펜실베니아 주립대학·고체과학)는 말했다.
"그것은 '에베레스트'산을 정복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AT&T'벨'연구소에 신설된 광컴퓨터 과장인 '알랜 황'박사는 말했다. 그는 또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는 엄청난 모험을 하고 있다. 우리는 장거리 여행의 첫발을 내딛고 있다."
그러나 모험적인 도전임에도 불구하고 황박사는 그의 벨 연구소가 1년 안에 광컴퓨터의 원형을 5년 안에 완벽한 모델을 개발할 수 있으리라 믿고 있다. 벨 연구소는 트랜지스터, 메이저(분자증폭기), 레이저 등 빛을 인간의 이기로 활용하는 많은 장치를 개발한 명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열쇠는 컴퓨터작동의 핵심을 이루는 트랜지스터를 아날로그화(定性化)하는 것이다. 그것은 트랜지스터가 반도체역할을 하는 것과 비슷하게 빛에 대한 스위치 역할을 할 것이다.
광컴퓨터의 심장부에 위치할 '트랜스페이저'(transphasor)라 불리는 빛 스위치를 개발하는 데는 이미 많은 연구가 진전되고 있다.
빛을 이용한 컴퓨터의 장점 중 첫번째는 속도다. 이상적인 조건에서 전자는 거의 광속도로 움직인다. 그러나 현재 실리콘칩에서 전자의 속도는 광속도의 1%도 못된다. 극소전자공학에서 이것은 컴퓨터 작동시간의 대부분이 수자분석이 아니라 전자가 이동하기를 기다리는데 허비한다는 것을 뜻한다. 지금까지 컴퓨터 작동시간 단축과 용량증대에서 대부분의 진보는 기계의 핵심부에 있는 전자부품의 거리를 단축시킴으로써, 즉 허비되는 시간을 줄임으로써 가능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거의 한계에 이르렀다.
전자의 꾸물거림에 비해 광자는 항상 광속도, 즉 초당 30만㎞씩 움직인다. 광자를 이용한 스위치작용은 전자보다 1천배가 빨리 이루어질 수 있다.
위대한 광컴퓨터의 둘째 장점은 광자가 입자라기보다는 파동으로 생각될 정도로 충전되지도 않고 중량도 없다는 사실이다. 광자는 전자와는 달리 주위의 다른 광자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고 심지어는 서로 관통할 수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하나는 트랜지스터를 지나는 여러 전류가 불가피하게 혼합 되었던데 반해 하나의 광학스위치에는 여러 광선을 서로 분리시켜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과학자들을 흥분시키는 매력적인 요소이다.
혁신적인 구조, 병렬처리
이런 빛의 능력은 병렬처리라 불리는, 완전히 혁신적인 컴퓨터구조를 개발할 수 있다는 희망을 과학자들에게 주었다. 현재의 컴퓨터처럼 과제를 하나씩 처리하는 대신에 병렬기계는 계산문제를 서로 분리시켜서 몇백만개의 문제를 동시에 처리한다. 그 결과는 대단한 속도로 나타난다. 현재의 컴퓨터 기술로는 병렬처리기를 거의 만들 수 없다. 컴퓨터 과학자들은 광선들로 교차된 광학스위치개발이 병렬처리 방식을 진전시킬 기초가 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또다른 장점은 광학스위치가 트랜지스터의 off, on('0', '1') 상태보다 다양하게 작동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들면 광학스위치에서는 레이저의 명도를 여러 가지로 구분하여 부가적인 작용을 만들 수 있다. 빛을 여러가지로 구분하면 '1', '2', '3' 등으로 표현되는 풍부한 논리체계가 창조된다. 컴퓨터 구조를 지배해온 2진법을 초월한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계산이 아마도 광학에서 나오리라"고 '헨리 콜필드'(앨러배머대학 응용광학센터 소장)박사는 말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광학스위치를 개발하려던 시도는 광자로 서로 간섭하지 않는 바로 그 성질 때문에 벽에 부딪혔다. 트랜지스터에서 그 스위치를 작동시키는 것은 결국 전자흐름사이의 '간섭'이 있기 때문이다.
불간섭이란 장애를 극복한 선구자는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 있는 헤리엇-와트대학의 연구자들이었다. 트랜스페이저라고 알려진 그들의 해답은 안티콘화 인듐(indium antimonide)결정의 특정형태에 레이저 광선을 발사한 것이다. 대부분의 광선은 반사되어 나오지만 일부는 통과하여 거의 산란되지 않고 결정체 안에서 앞뒤로 반사된다.
그런데 빛의 강도만 약간 증가시킨 두번째의 약한 레이저가 그 결정체로 향하면, 대부분이 결정안으로 들어와 빛의 반사파가 다른 것을 강화하면서 순식간에 레이저 광선이 결정의 반대쪽으로 뛰쳐나가게 한다. 요컨대 약한 광자 빔이 강한 광자빔을 지배한다. 그방법은 트랜지스터에서 전자의 약한 흐름이 강한 흐름을 지배하는 것과 유사하다.
이런 작용을 원만히 수행하기 위해서 광학스위치는 많은 동력을 필요로 하고 실리콘전자장치보다 더 대형이어야 한다. 더구나 각각의 광학스위치는 1950년대의 트랜지스터처럼 따로따로 분리되어 있다. 이 분야 과학자들의 공동 목표는 광학스위치를 줄여서 집적시키는 것이다. 수천개의 트랜지스터가 하나의 칩으로 압축된 후에야(IC) 전자산업제품이 훨씬 용량이 커지고 저렴해진 것처럼 광학스위치도 이 과정을 거쳐야 한다. 벨 연구소의 황 박사팀은 태양전지, 반도체레이저에 종종 사용된 비소화갈륨(gallium arsenide)을 주원료로 한 작은 광학스위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그 원리는 헤리엇-와트의 트랜스페이저보다 신비적이고 비밀에 싸여 있다.
통신에의 이용
아직 문제는 많이 남아 있지만 황박사는 자기 팀의 연구진전에 흥분하고 있다. "우리는 마감기한을 정해놓고 그것을 초과달성한다"고 그는 말했다. 이 연구소의 모회사인 AT&T가 느끼는 매력은 광학계산이 광파통신을 전달하는 얇은 유리섬유(광섬유)에 중요한 부속이 되리라는 것이다. 유리섬유는 금속전화선 보다 몇천배나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고 이미 장거리전화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렇지만 광파신호를 증폭시키려면 광자를 전자로 번역하는 전자공학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 이것을 비쌀뿐 아니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장래 AT&T는 번역과정을 생략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또한 이 회사는 광컴퓨터를 미래의 보편적인 현상으로 간주한다. "그것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광컴퓨터를 개발하려는 움직임은 몇몇 회사와 대학 외에 국방성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국방성은 광학컴퓨터를 '스타워즈'라고 널리 알려진 레이건 행정부의 우주군사계획에 전문적으로 응용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앨러배머 대학의 '콜필드'박사는 최근에 10여 개의 회사와 대학으로 이루어진 전략 방위 기구인 광컴퓨팅협회 기술 책임자로 임명되었다.
"짧은 시간 내에 광학 영상처리 설비 같은 특수한 작업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1990년대 중반까지 우리는 보다 융통성있게 프로그램할 수 있는 컴퓨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은 광학이 있는지도 섬광이 있는지도 모를 것이다. 광학은 이제 만물에 관계할 것이다. 전자공학은 더이상 우리와 계속 경쟁할 수 없다."
또 하나의 개념
전자를 광자로 대치하는 광 컴퓨터 연구가 진전되는 가운데 '트랜지스터는 반도체'라는 일반화된 상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일본 동경공업대학의 스에하루 교수를 중심으로한 연구팀이 최근에 발표한 이 이론은 금속과 절연체를 사용, 현재의 것보다 고성능인 트랜지스터를 만드는 것. 이렇게되면 컴퓨터성능을 수백배나 높이는 전자기술의 새분야가 개척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연구팀이 주장하는 트랜지스터의 중심부는 두께 약 1백만분의 2㎜ 금속 3장과 절연체 4장을 서로 중복시켜 배열하는 구조. 절연체에서는 전자가 통과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으로 통하지만 이 구조에서는 절연체의 층에서도 전자가 매끈하게 통과하는 것이 가능해 반도체 트랜지스터와 같이 작동할 수 있으며, 더우기 전자의 이동속도가 반도체의 경우보다 10배 정도 빠르다.
대단히 얇은 물질을 중복시켜 겹쳐놓는 구조를 초격자(超格子)라 부르는데 반도체초격자를 사용해서 트랜지스터를 만드는 연구는 이미 성행하고 있다. 그렇지만 금속과 절연체를 사용하는 초격자 트랜지스터는 처음이다. 금속에는 자유로이 이동하는 전자의양이 도체보다도 많다. 따라서 이번 개념에서와 같이 금속이 사용되는 초격자는 신호의 유도가 간단하고 속도 또한 빠르다.
새로운 트랜지스터가 갖는 또 하나의 특징은 전자가 같는 파(波)로서의 성질을 이용하기 때문에 파의 일종인 원적외선(遠赤外線)으로도 작동한다는 것. 현재의 컴퓨터는 전자가 입자로서 이동하는 것을 이용하는 반면에 앞에서 서술한 광컴퓨터는 전자의 주위에 레이저광선을 발사시켜 광자가 갖고있는 파동의 성질을 이용한다. 스에하루교수의 주장은 이와는 또다른 전자의 파로서의 특성을 살리는 새로운 개념으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