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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21세기는 생명공학의 시대다. 인류가 이제까지 해결하지 못한 에너지, 환경, 의료, 식량문제의 열쇠를 생명공학은 쥐고 있다. 그 기본원리와 핵심기술을 소개한다.

유전자 조작 어디까지 왔나
 

DNA의 전자현미경 사진


생명, 그것은 오랫동안 신만이 좌우할 수 있는 성역으로 간직되어 왔다. 그러나 현대과학은 이제 생명의 신비를 상당한 정도까지 밝혀냈고, 생물의 기능을 모방하고 이용하는데서 나아가 생물 그자체를 개조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사람이 사람으로, 개구리가 개구리로 태어나기 마련인 것은 모두 개체의 유전자의 지령에 따른 것. 2천5백년 전 중국인이 최초로 발효기술을 발견한 이래 인류와 함께 발전해온 생명공학이 새롭게 탄생하게된 것도 바로 이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자르고 붙이게 되고 부터이다.

그런 유전자란 무엇인가. 인체를 예로 들어보자. 인체는 제각기 똑같은 유전자를 갖고 있는 약 6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한개의 세포는 세포막, 소포체, 골기체, 리보솜, 미토콘드리아, 중심체, 세포질 그리고 핵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정교한 분업관계를 통해 세포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필요한 물질을 생산해낸다. 우리몸을 '집'에다 비유할 때 자재를 선택하고 조립방법을 결정하는 설계사가 바로 핵 속에 있는 DNA(디옥시리보핵산)이다. 즉 유전자의 본체는 유전정보를 갖고 있는 DNA인 것이다. DNA의 지시는 RNA(리보핵산)에게 전달되고 RNA는 벽돌(아미노산)을 날라와 일꾼(리보솜)으로하여금 집(단백질)을 짓도록 한다.

이제 인류는 유전자 자체에 직접 손을 대거나 세포에 손질을 하고 핵을 바꿔침으로써 유전자를 조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미 복제개구리와 보통보다 두배나 큰 변종생쥐 그리고 감자와 토마토의 잡종인 '포마토'와 같은 새로운 생명체가 탄생되었다. 거울에 비춘듯 똑같은 복제인간이나 난세포를 융합시켜 여자끼리의 아기를 탄생시키는 것이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고, 소련의 과학자들이 냉동된 맘모스 세포의 핵을 현재의 코끼리에 이식시켜 멸종된 종을 회생시키려 한다는 것도 공상적인 이야기만은 아닌것같다.

그러나 유전자의 본질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 초대형 생쥐를 만드는데 쓰인 기술은 다른 유용한 포유류에 시도될 것이지만 성장을 촉진시키는 새로운 유전자에 대응하여 다른 유전자들이 어떻게 변화할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어떤 특성을 발현시키는 유전자가 어디에 위치하는지, 그리고 본질적으로는 유전자의 차원에서 무엇이 종들을 다르게 만드는가도 우리는 알고있지 못하다.

그러나 산업적으로 유전공학은 착실히 발전하고 있다. 유전자 재조합기술을 이용하면 우리몸에 조금 밖에 없는 귀중한 단백질을 대장균 등의 세균을 통해 대량으로 얻는 것이 가능하다 대장균을 이용하여 실용화한 인슐린, 인터페론 그리고 성장호르몬이 현재까지 이루어진 성과이다. 앞으로 암세포의 증식력을 이용하여 대량의 의약품을 생산하는 방법, 뿌리혹박테리아의 질소고정능력을 결정하는 유전자를 이용하여 비료가 필요없는 벼의 개발 그리고 광물을 추출하거나 바닷물 속의 미량금속을 회수할 수 있는 미생물을 개발하는 등 이제까지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실현될 것이다.

다음 10년 동안 유전공학의 기술이 생물학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사용될 것은 분명하다. 그와함께 생명현상의 신비는 점점 더 인류의 복지 앞에 그 본질을 드러낼 것이다.

유전자재조합법으로 B형 간염 치료약을 만든다.

전세계에 2억의 보균자가 있고 한국에만도 4백만명이 보균자인 난치병B형간염. 유전공학 기술을 이용한 B형간염 백신의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기존의 간염백신 제조방법은 환자의 혈청에서 간염의 표면항원을 순수분리하는 것이었지만 가격도 비싸고 안전성에도 문제가 있었다. 유전자재조합 기술은 이러한 난점을 극복하여 값싸고 안전한 간염백신을 다량 생산할 길을 열어준다.

유전자재조합 기술을 이용한 B형간염 백신의 제조과정을 알아본다.

우선 간염바이러스의 DNA로부터 표면항원(HBS)을 만드는 유전자를 제한효소(가위의 역할)로 잘라낸다. 다른 한편 효모에서 플라스미드(핵외 염색체, DNA와는 별도로 존재하는 고리모양의 DNA)를 추출하여 같은 제한효소로 자른다. 앞서 잘라낸 유전자를 결합효소(DNA리가제, 풀의 역할)로 위의 플라스미드에 끼워 붙인다. 얻어진 잡종플라스미드를 효모의 핵속에 되돌려준다. 그러면 효모는 분열과 증식을 되풀이하여 바이러스의 표면항원을 양산한다. 이 표면항원이 바로 백신의 원료가 되는 것이다.

생명공학의 핵심기술들

첨단기술로서의 유전공학과 그것의 산업적 응용인 생명공학이 20세기의 물리학과 화학을 대신하여 다가오는 21세기를 풍미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미생물학, 생화학, 발효학, 등 여러 학문분야에 걸쳐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생명공학의 핵심기술은 유전자 재조합, 세포융합, 조직배양 그리고 생화학 반응 장치이다. 앞서 소개한 유전자 재조합기술을 제외한 나머지 기술들의 기본원리와 응용예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을 살펴본다.

세포융합기술

세포융합기술은 유전자재조합기술과 함께 생명공학의 줄기를 이루는 기술이다. 세포융합이란 다른 성질을 갖는 두 개의 세포를 접합시켜 하나의 세포를 만드는 것. 두가지 우수한 성질을 갖는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잘 알려진 세포융합의 예는 '포마토'이다. 1977년 독일 막스프랑크 연구소의 멜체르 박사가 제조한 포마토는 자연계에 존재하지않는 새로운 식물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세포융합의 가능성에 대한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태양에너지를 섭취하는 능력의 한계 때문에 포마토에서 얻어진 열매는 토마토, 감자 모두가 알이 잘아 식용으로는 쓸 수 없다.

현재까지 세포융합은 벼와 콩, 보리와 이끼, 그리고 사람과 쥐세포 사이에서 시도되었다. 세포융합기술은 유전자의 움직임의 연구, 암진단 및 치료제개발 그리고 현재 20종이상 이루어진 새로운 유용식물종을 개발하는데 쓰인다.

현재 연구가 진행중인 흥미로운 분야는 암치료제 개발. 증식력이 큰 암에 걸린 골수종양세포와 항체를 만드는 플라스마세포를 융합시키면 증식력이 큰 잡종세포가 만들어진다. 여기서 원하는 항체를 생산하는 세포를 골라 배양하면 대량의 단일항체를 얻을 수 있다. 이 단일항체는 특정 암세포만 골라서 공격하는 소위 미사일요법을 위한 중요한 원료가 된다.

조직배양기술
 

체세포 융합기술로 신종작물을 육성하는 과정. 담배의 야생종인 Nicotiana Glauca의 체세포와 재배종인 Nicotiana Tabacum의 체세포가 융합되어 새로운 작물이 탄생되었다.


조직배양기술은 동·식물의 세포나 몸체의 일부를 적절한 조건에서 증식시켜 유용한 약품과 작물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홍당무의 세포 하나를 떼어내 배양액에서 키워 성체로 만드는 것이 알기쉬운 예이다. 현재까지 아스파라가스, 카네이션, 국화, 파인애플, 소나무, 전나무 등이 조직배양 혹은 성장점배양의 기술을 써서 성공적으로 만들어졌다.

이 기술을 쓰면 짧은 시간에 같은 식물을 대량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성장이 늦은 수목이나 약초의 성숙기간을 단축시키는데 활용될 것이 기대된다. 일본 기타사토대학은 고려인삼의 뿌리 세포를 조직배양하여 세포덩어리를 만들고 이것을 정선하여 고려인삼과 똑같은 성분의 덩어리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5~7년의 인삼의 생육기간을 1개월로 단축시킨 셈이다.

식물의 조직배양기술은 그밖에 알칼로이드등의 항암제, 헤파린등의 항바이러스제, 향료, 색소 등을 만드는데 쓰이고 있다. 최근에는 사람의 백혈구와 선추아세포를 배양하여 인터페론을 제작하는데도 이 기술이 이용되고 있으며, 인공피부를 만들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다른 배양기술로서 중요한 것은 세포대량배양기술이다 산업적으로 유전자재조합기술의 숙주로 쓰이는 대장균을 대량으로 배양하여 인슐린, 인터페론등 유용물질을 생산하는 기술로서 유전공학의 산업화를 위한 필수기술이다. 현재까지 최대 2천리터 용량의 배양탱크가 만들어졌다.

 

생명공학의 강력한 무기는 컴퓨터. 원하는 DNA를 합성해 내거나 배양 탱크를 최적상태로 제어하는데 컴퓨터는 필수적이다. 사진은 엑스선 결정해석으로 구한 카복시 폴리펩티데이스A(일종의 단백질 가수분해 효소)의 구조.


생화학 반응장치

'바이오리액터'(bioreactor)라고도 불리우는 이 기술은 효소와 미생물을 촉매로 써서 물질의 분해와 합성을 하는 장치이다. 미생물이 복잡한 화학반응을 효소의 작용으로 쉽게 해내는 것을 이용한 것으로서 말하자면 미생물을 그대로 생산라인의 부품처럼 사용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효모등의 미생물을 막에 고정시킨 후 거기에 포도당을 부어넣어 알코올을 만드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그림참조).

화학공업의 반응장치에 비해 생화학 반응장치는 여러가지 잇점을 갖고 있다. 우선 고온·고압의 화학반응이 아니고 보통의 온도와 압력의 생물반응이기 때문에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또한 미생물을 쓰기때문에 소음과 유해폐기물 등 공해를 일으키지 않고, 놓은 순도의 제품을 작은 설비로 생산해내며 자원활용의 새길을 열어준다.

생화학 반응장치에 쓰이는 미생물은 되풀이 사용할 수 있도록 생체고분자막으로 씌워 안정화시킨다. 이것이 고정화미생물이다. 고정화효소외 미생물을 이용한 반응장치로서 현재 아미노산, 유기산, 이성화당, 항생물질등이 공업적으로 생산되고 있으며 앞으로 그 응용범위는 훨씬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알코홀을 생산하는 생화학반응장치


유전공학으로 만든 인슐린
 

대장균속에 모여 있는 사람 인슐린(화살표 부분)
 

부모가 가진 모습과 기능이 다음세대인 자손에게 전달되는 현상을 '유전'이라 한다. 유전자는 이와같은 유전현상을 결정하는 정보를 가지고 있다. 즉 누에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 중에는 누에의 모습을 나타내는 정보를 가진 유전자도 있지만 명주실을 만드는 기능을 가진 유전자도 있어서 누에의 모습과 기능을 다음세대로 오래토록 전달하는 것이다.

유전공학은 생물체로부터 유익한 유전자를 찾아내 인공적으로 조작하여 그 유전자가 만드는 산물을 값싸고 단시일내에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이다. 그러면 유전자의 산물을 무엇일까? 그것은 단백질이다. 단백질이란 20종류의 아미노산들이 여러가지 배합을 하여 특유한 기능을 하는 것으로서 근육을 이루는 근육단백질, 몸속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생물반응을 촉진시키는 효소단백질, 호르몬 단백질 그리고 헤모글로빈등 여러가지이다.

현재 지구에 살고있는 생물종은 대략 1백50만종에 이른다. 각 종은 다양한 수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 예를 들면 사람은 약 10만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고 하등 동물인 대장균은 5천개, 암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는 3~10개 그리고 동·식물을 대략 6~7만개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 이 유전자들은 생물체가 각기 다른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유용한 산물을 만들어 낸다. 이 가운데는 인간에게 유익한 산물도 있다. 따라서 수 많은 이로운 유전자를 재료로 하는 유전공학은 무궁무진한 종류의 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다목적 산업으로서의 잠재력을 갖는 것이다.

이로운 유전자는 유전자의 종류에 따라서 고등동물에만 존재하거나(인슐린유전자), 식물에만 있거나(작물생산유전자) 혹은 하등미생물(항생물질 생산유전자)에만 발견된다. 이렇게 생물체에 존재하는 유익한 유전자를 신문이나 영화필름처럼 편집할 수 없을까? 생물체내에 쓰여져 있는 시나리오 즉 유익한 유전자를 다른 생물로부터 생물학적 가위나 풀을 이용하여 끊어내고 붙여서 인간의 목적에 따라 재편집하는 것이 유전자 재조합기술이다.

그러면 어떻게 이로운 유전자의 산물을 대량생산할 수 있을까? 고등동물은 1개체가 둘로 증식하는데 한 세대가 걸린다. 즉 사람은 13~15년, 누에는 봄잠과 겨울잠으로 나뉘고, 소는 1년이 한 세대기간이다. 하지만 대장균의 한세대는 20분이다. 1개의 대장균이 24시간 후에는 1조개로 증식된다. 따라서 인슐린 유전자를 끊어내어 대장균의 유전자에 편집하면 하루만에 1조개의 인슐린 유전자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인슐린은 사람을 비롯하여 소나 돼지의 췌장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으로서 혈액내에 있는 혈당의 양을 조절한다. 21개 및 31개의 아미노산으로 된 사슬이 서로 결합하여 이루어진 단백질이 인슐린이다. 당뇨병환자는 인슐린 호르몬의 분비가 적어 혈액 속에 높은 혈당을 가지며 항상 오줌을 통해 당분을 배설하게 되어 신장염, 중추신경질환 및 시신경장애 등의 합병증을 유발한다. 지금까지는 사람의 인슐린을 구하기가 어려워 소나 돼지의 췌장에서 인슐린을 순수분리해 사용했지만, 면역반응등 부작용이 많았고 값도 엄청나게 비싸 형편이 어려운 환자는 사용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유전공학기술을 이용하여 사람의 인슐린을 대장균 속에서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 방법은 우선 사람의 췌장세포에서 인슐린 생산유전자를 순수분리하거나, 인슐린 단백질 아미노산의 알려진 순서로부터 그 유전정보를 역으로 추산하여 인슐린 유전자를 인공합성한다. 여기서 얻어진 인슐린유전자를 대장균의 유전물질 속에 재편집하고 이를 대량배양하여 사람의 인슐린을 얻는 것이다.

유전자조작기술을 이용하여 편집된 새로운 대장균을 2천리터 용량의 배양기에서 발효시키면 1백g의 순수분리된 인슐린을 얻을 수 있다. 보통 당뇨병 환자 2천명에게 주사할 수 있는 양이다. 만일 이 인슐린을 소나 돼지로부터 얻는다고 하면 720㎏의 췌장이 필요하다. 최소한 1천4백마리의 가축이 도살되어야만 얻을 수 있는 양이다.

인류의 발견사상 으뜸이라고 과학사가들에 의해 평가되는 인간인슐린의 대량생산은 인간과 인간의 큰창자에 기생하는 대장균의 절묘한 분업으로 엮어낸 유전공학의 개가이다.

핵 바꿔치기

핵 바꿔치기(핵치환)란 핵을 제거한 미수정란에 피부와 창자세포의 핵을 이식시켜 그 핵을 정상적으로 발생시키는 기술이다. 1962년 영국의 '가든'박사가 아프리카산 개구리를 사용하여 최초의 핵치환을 이용한 동물을 탄생시켰다. 그는 자외선을 쪼여 핵을 제거한 미수정란에 올챙이 창자의 상피세포에서 뽑은 핵을 이식시켜 이 알을 부화시킨것(그림참조). 핵치환의 특징은 암·수의 수정을 거치지 않고도 자손을 만들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방법을 쓰면 소나 말등의 가축에서 우수한 어미와 유전자가 똑같은 우수한 자손을 대량으로 얻는 것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동물의 경우 핵치환은 아직까지 매우 어렵고, 인간에게 이 기술을 응용할 때는 윤리적인 문제가 뒤따른다.
 

복제 개구리를 만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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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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