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동물의 섬 ‘민주제도’처럼 선거를 치러요. 국민을 대신해서 일할 사람을 뽑죠. 대표자를 잘못 뽑으면 나라가 혼란스러워지거나 경제가 어려워져서 우리 삶에도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좋은 대표자를 뽑는 데에도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 기술이 사용되고 있어요.
2017년 뉴질랜드에서는 세계 최초 인공지능 정치인 ‘샘’이 등장했어요. 샘은 페이스북 메신저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질문에 대답했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어떤 뉴스를 많이 보는지, 어떤 게시물을 올리고 어떤 댓글을 다는지 정보를 모으고 분석했지요. 인간보다 기억력이 뛰어나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공정하게 판단한다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일본에서는 2018년 시장 선거에 AI 후보가 나오기도 했어요. ‘마츠다 미치히토’라는 실제 사람의 이름을 빌려 썼죠. 인간 정치인처럼 부정부패를 저지르지도 않고, 세금을 어디에 써야 좋은지 잘 판단한다고 설명했어요. 마츠다 후보는 선거에서 3등을 하는 바람에 시장으로 뽑히지는 못했습니다.
AI는 엄청나게 많은 자료를 저장하고 분석하고 계산할 수 있어요. 더 많은 사람의 생각과 의견을 모아 좋은 제도를 만들도록 도와주죠. 정치인이 선거에 나와서 약속했던 것을 얼마나 지켰는지 확인할 수도 있답니다. 그래서 AI가 인간 정치인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을 더 잘 알고, 국민을 위해서 더 똑똑하게 일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사람이 많아요.
기술이 민주주의를 대신할 수는 없어요!
그렇다고 장밋빛 미래만 있는 건 아니에요. 정부가 수많은 정보를 이용해서 국민을 감시할 수도 있거든요. 2019년 홍콩에서 민주화 시위가 일어나자 홍콩을 통치하는 중국 정부는 CCTV에 찍힌 얼굴이 누구인지 알아내는 첨단 기술로 시위대를 억누르려고 했어요. 또 국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걱정도 있어요. 유튜브에 들어가면 내가 좋아하는 영상을 골라 보여주듯이 SNS가 내 입맛에 맞는 의견만 듣고 보게 한다는 거예요. 이렇듯 한쪽으로 치우친 정보만 얻게 되는 현상을 ‘필터버블’이라고 불러요.
엄석진 서울대 교수는 “AI가 작동하는 원리인 알고리듬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 채 AI가 내놓는 결과에만 기대는 건 위험하다”고 말했어요. 알고리듬이 올바른지 아닌지 알아야 그에 따른 분석 결과가 맞았는지 틀렸는지도 알 수 있어서예요. 누군가 자신이 원하는 답을 얻으려고 일부러 알고리듬을 살짝 바꿔놓을 수도 있으니까요.
장봉수 UNIST 수학과 교수는 “AI가 발전하더라도 미래의 일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고, 아주 작은 가능성이라도 실제로 일어날 수 있어서 AI에 모든 결정을 맡길 수는 없다”고 설명했어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우리 사회는 수학과 과학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일도 많아요. 때로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손해를 보더라도 양보하는 것이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해요. 그래서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는 민주주의가 소중한 것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