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마이크 테스트. 잘 들리시나요? 투표 결과를 공개하는 중요한 순간입니다. 우리 동물의 섬을 이끌 새로운 이장은 바로…, 기호 1…, 아니 2…, 3…, 4…? 어라, 투표 방법에 따라 각기 다른 후보가 뽑혔다고요?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투표 결과를 자세히 볼까요. 4가지 투표 방식이 제안된 만큼, 주민 40명은 네 명의 후보 중 이장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순서대로 순위를 적어냈어요.
오른쪽 투표 결과를 보면, 1순위에 다람쥐를 적은 시민은 18명, 개미핥기를 적은 건 11명, 멧돼지는 8명, 코뿔소는 3명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다수결, 즉 최다득표제를 따랐을 때 당선자는 18표를 받은 다람쥐입니다!
앗, 그런데 저기 기호 2번 멧돼지가 이의를 제기하네요. 뭐라고 하는지 들어볼까요?
“다람쥐를 4순위로 적은 주민이 21명(11+7+3)이나 되기 때문에 최다득표제는 시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개미핥기도 “다람쥐를 1순위로 뽑은 주민은 전체 40명의 절반인 20명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하는군요. 휴, 좋아요. 그럼 개미핥기의 주장대로 과반수 투표제로 다시 따져 볼게요. 첫 번째 투표에서 전체 주민 40명 중 과반(절반이 넘는 수)의 표, 즉 21표 이상 받은 후보는 없었어요. 그래서 1순위 표를 가장 적게 받은 코뿔소(3표)를 1차로 탈락시킵니다. 코뿔소가 후보에서 빠지고 다시 투표를 하면, 원래는 코뿔소를 1순위로 뽑았던 사람들이 2순위 후보였던 개미핥기를 코뿔소 대신 1순위로 뽑게 될 거예요. 다시 계산해 보면 멧돼지가 1순위 표를 가장 적게 받아서 탈락입니다.
마지막으로 다람쥐와 개미핥기의 대결! 두구두구…, 승자는? 바로 개미핥기입니다! 1순위로 멧돼지를 뽑은 사람들이 모두 개미핥기를 지지하면서 이런 결과가 나왔네요.
하지만 이번에도 불만이 나옵니다. 다람쥐가 이의를 제기하고 있군요.
“나를 1순위로 뽑은 사람이 18명이나 되는데, 11명이 뽑은 개미핥기한테 지는 건 말이 안 돼요!”
그럼, 이번엔 멧돼지 후보의 주장대로 점수제, 즉 보르다 셈법으로 투표 결과를 살펴볼까요. 1순위에게는 4점, 2순위에게는 3점 순으로 점수를 매기는 방법이었지요. 점수를 더해보니 다람쥐는 95점, 코뿔소는 103점, 멧돼지는 107점, 개미핥기는 95점이 나왔어요. 따라서 당선자는 멧돼지!
이런, 다시 개미핥기가 볼멘소리를 합니다! 멧돼지를 1순위로 뽑은 사람은 8명밖에 안 된다고 불평하고 있어요.
흠흠, 결국 양자 대결로 이장을 뽑아야 하는 걸까요. 두 후보씩 짝을 지어 더 많은 지지를 얻은 후보에게 1점, 둘이 비겼을 땐 각각 0.5점씩 주는 거예요. 그 결과, 승자는 바로 코뿔소!
“잠까안~! 내가 비밀을 폭로하겠다!”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주민 부엉이가 부엉부엉 소리칩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요?!
“코뿔소 지지자 3명은 원래 2순위에 다람쥐, 3순위에 멧돼지, 4순위에 개미핥기를 적으려고 했부엉! 그런데 개미핥기가 주민들의 의견을 들었다면서 어차피 코뿔소는 당선되지 않을 거라고, 자기를 2순위에 적어달라고 했부엉. 원래대로라면 다람쥐가 이겼을 거야!”
“이, 이런…. 어떻게 알았지…?”
개미핥기의 혀가 빠르게 날름거리는 걸 보니 아무래도 사실인가 보네요. 할 수 없죠. 이번 투표는 무효로 하겠습니다.
완벽하게 민주적인 투표는 없을까?
사실, 후보가 3명 이상인 선거에서 완벽하게 민주적이고 공정한 투표 방법은 없다는 걸 증명한 학자가 있습니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케네스 애로가 1951년 연구에서 수학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애로의 불가능 정리’라고 부르는 이 연구로 애로는 197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답니다.
그럼 세상 모든 투표는 무효인 걸까요? 그럴 리가요. 주민들이 대화와 토론을 통해 우리 섬에 적합한 것으로 정한 투표 방법이 사실은 가장 민주적인 방법이에요. 이렇게 정해진 방법에 따라 주민들은 투표에 참여하고, 당선자는 탈락한 후보와 지지자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답니다.
미얀마 시민들에게 응원을 보내주세요!
국민을 위해 일할 일꾼을 뽑는 ‘선거’는 우리에겐 너무나도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어떤 나라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국민이 아닌 군인이 권력을 쥐고 나라를 통치하기도 하지요. 미얀마도 그중 하나입니다. 민주주의를 원하는 미얀마 국민들은 독재 정권에 대항해 민주화 운동을 벌이고 있어요.
어수동 : 미얀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나요?
군인들이 불법으로 무기를 갖추고 반란을 일으켰어요.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시민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며 심지어 목숨을 빼앗는 일도 일어나고 있답니다. 그래서 시민들은 군인 정권에 맞서 ‘시민 불복종 운동’을 펼치고 있답니다. 시민 불복종 운동은 정권의 부당함에 따르지 않으려는 비폭력 저항을 말해요.
어수동 : 세 손가락 인증샷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군사 독재 정권에 대한 반대를 상징하는 거예요. 세 손가락을 치켜든 사진이나 그림을 SNS에 올리면서 시위와 관련한 해시태그를 다는 캠페인이에요. 미얀마의 현재 상황을 널리 알리고 시위에 동참한다는 뜻을 담고 있어요.
어수동 : 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나요?
우리나라에서 1980년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났을 때 독일을 비롯한 지구촌 곳곳에서 우리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내줬어요. 우리나라가 민주주의를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됐답니다. 지금 미얀마에서도 대한민국처럼 시민들이 군인의 부당한 폭력을 이겨내고 있어요.
우리 모두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잘 지키며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해요. 미얀마 사태 해결은 아시아의 평화뿐 아니라 세계 평화를 열어가는 중요한 과제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