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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방독면 없이 출근하기 시작했다. 5월 말까지만 해도 공기 중에 꽃가루가 많아서 자전거를 타고 움직일 때 방독면을 써야 했다. 방독면을 써서 그런지 문득 제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39년이 떠올랐다. 그때 영국 블레츨리 파크에 있는 정부 암호학교에 영국 최고의 수학자와 암호학자들이 모였다. 독일 암호체계인 ‘에니그마’를 해독하기 위해서다.


난 암호해독반 수학 팀장으로 들어갔다. 내가 암호에 관심이 많기도 했지만, 2년 전 ‘튜링기계’를 소개한 연구 덕분인 것 같다. 튜링기계는 가상의 연산 기계로, 읽고 쓰는 장치와 작동 규칙표로 구성돼 있다. 내 이론에 의하면 이 기계로 모든 계산 문제를 풀 수 있다.


에니그마는 타자기처럼 쓰는 암호다. 알파벳을 입력하면 타자기 안에 맞물린 여러 톱니바퀴가 돌아가면서 다른 알파벳으로 바뀌어 나온다. 침몰한 독일 잠수함에서 암호책과 기계를 발견해 에니그마의 작동 원리는 알 수 있었지만, 암호체계가 매일 바뀌었기 때문에 24시간 안에 암호를 풀어야 했다. 나는 암호해독기 ‘봄브’를 개발해서 암호를 푸는 시간을 1시간, 나중엔 몇 분으로 줄였다. 암호를 해독하는 시간이 줄면서 영국은 독일의 공격 계획을 파악할 수 있었다. 


나와 수학 얘기를 나눴던 절친한 친구 크리스토퍼 모컴이 세상을 떠난 뒤 20년이 지났다. 그동안 난 인간의 지능을 기계에 넣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해왔다. 그리고 드디어 <;계산기계와 지능>;이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완성했다. 컴퓨터와 대화를 나눌 때 컴퓨터인지 인간인지 구별할 수 없다면 컴퓨터가 인간처럼 생각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어렵겠지만 50년 뒤에는 컴퓨터의 진짜 정체를 알아차릴 확률이 70% 이하인 기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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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1일자 어린이수학동아(3호) 정보

  • 김연진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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