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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잘 보지 않지만, 한땐 영화를 보려면 TV와 연결된 DVD 재생기에 DVD를 넣고 봐야 했다. 당연히 DVD를 복제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래서 DVD에는 이를 방지하기 위한 기능이 탑재돼 있다. 그중 콘텐츠 암호 시스템 CSS(Content Scramble System)를 많이 사용하고 있었는데, 영상 콘텐츠를 암호화해 그 암호키를 복제할 수 없는 영역에 기록하는 원리다. DVD를 복사하더라도 암호키 자체는 복제할 수 없으므로 복사한 DVD는 재생이 되지 않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 암호를 풀어서 복사한 DVD를 볼 수 있도록 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결국 인터넷에 다양한 종류의 암호 해독법이 유행했다. 1990년대에 여러 해독 방법 중 익명의 개발자가 공개한 DeCSS라는 프로그램이 전 세계로 퍼졌다. 이에 미국 영화협회는 이 프로그램의 배포를 금지해달라는 소송을 걸었다. 2001년 미국 재판소는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공개하는 것이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저작권이 있는 내용물을 돈을 지급하지 않고 공유할 수 있으므로, 이 코드와 이 코드를 바탕으로 변형한 모든 프로그램을 불법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 가운데 2001년 미국 수학자 필 카모디는 DeCSS의 암호화 해독 코드를 소수로 만들어 공개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불법 복제에는 반대했지만, 현재의 저작권법이 소비자보다는 영상물을 만드는 기업에 유리하게 돼 있다고 생각해 항의하는 이유로 이런 코드를 만들었다. 특히 대중의 관심을 불러 모으기 위해 코드를 소수로 만들었다. 

 

소송에 다뤄지는 숫자가 수학계에서 관심을 받는 소수면 사회적으로 파장이 클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1401자리의 소수를 16진법으로 바꿔 코드를 만들었다. 당연히 이 소수 코드 역시 미국에서 불법으로 여겨지면서 ‘불법 소수’라고 불리게 됐다. 물론 이에 대해 반발하는 목소리도 컸다. 코드를 공개하는 것은 자유며 코드는 숫자일 뿐인데, 그게 왜 불법이냐는 주장이었다. 

 

 

우연히 발견한 소수 나선 

 

 

1963년 폴란드계 미국 수학자 스타니스와프 울람은 따분한 강연을 듣고 있었다. 그는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 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수학자로, 중성자가 원자핵과 충돌하는 과정을 수학을 이용해 연구했다. 

 

이날 울람은 잠을 쫓기 위해 격자 칸에 수를 적기 시작했다. 가운데 칸을 기준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나선을 그리며 수를 적었는데, 신기하게도 소수가 대각선에 몰려 있었다. 이렇게 나타난 소수들을 ‘울람 나선’ 또는 ‘소수 나선’이라고 한다.

 

 

놀랍게도 대각선에 위치한 소수는 이차식 n² + n + 1의 함숫값들이었다. n이 1부터 6까지 성립했고, 그다음 소수부터는 이차식  n² + n + 41의 함숫값에서 나타났다. 이때는 n이 1부터 8일 때까지 만족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현상이 모든 소수에 대해 일어나는지는 밝히지 못했다. 

 

수학자들은 여러 수에서뿐 아니라 수학을 시각화하면서도 소수의 성질을 찾으려 애썼다. 그만큼 소수를 향한 수학자들의 사랑이 남다른 것을 알 수 있다. 그 사랑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2024년 02월 수학동아 정보

  • 이채린 기자
  • 수학동아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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