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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종이에 똑똑한 수학 기능 담다, 스티븐 챈 굿노트 CEO

 

기자가 학교에 갈 때에는 교과서, 문제집, 각종 유인물, 공책, 필기구까지 챙길 게 정말 많았어요. 그러나 요즘 학생들은 이 모든 것을 태블릿 PC 한 대로 대체하고 있어요. 태블릿 PC에 수업 자료를 PDF 문서로 내려받아 수업 내용을 필기하고, 수학 문제집과 공책을 화면에 절반씩 띄워 문제를 풀지요.

 

이때 활용하는 필기 앱이 바로 ‘굿노트’예요. 굿노트는 2023년 아이패드 앱 생산성 부문 1위를 차지하고, 2023년 11월 기준 월간 실사용자 수가 2,400만 명에 달하는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앱이에요. 2022년에는 올해의 아이패드 앱으로 선정됐답니다. 얼마 전까지는 아이패드에서만 굿노트를 사용할 수 있어서 이 앱을 위해 아이패드를 사야 한다는 말도 있었지요. 

 

2011년 스티븐 챈 굿노트 CEO는 호주 퀸즐랜드대학교 수학과 졸업을 앞두고 굿노트를 만들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쌓아온 프로그래밍 능력과 수학 전공 지식 덕분에 사용자에게 필요한 기능도 척척 개발할 수 있었지요. 지난 8월 선보인 굿노트 6에는 사용자가 쓴 수식을 AI가 읽고 실수를 바로잡아주는 ‘AI 수학 도우미’ 기능도 추가했어요.

 

창업 뒷이야기와 굿노트에 숨은 수학 원리를 묻고 싶어 챈 CEO를 지난 11월 8일 화상으로 만났습니다.

 

 

굿노트 창업까지의 여정

 

Q. 수학을 전공했다고 들었는데 어렸을 때부터 수학을 좋아했나요?

 

수학보다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았어요. 10살 생일 선물로 받은 노트북으로 프로그래밍을 독학했어요. 처음에는 뭘 해야 할지 몰라 인터넷 검색이나 게임만 했는데,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던 삼촌의 영향으로 프로그래밍 책을 샀어요. 두꺼운 책을 혼자서 한쪽씩 차근차근 따라 했지요. 머릿속 아이디어를 구현해서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Q. 언제 처음 스타트업 창업에 관심이 생겼나요?

 

고등학생 때 ‘해커 뉴스’라는 웹사이트를 보면서부터요. 여기에는 주로 과학이나 스타트업에 관한 흥미로운 기사가 올라왔는데, 그때 스타트업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관심을 갖게 됐지요. 이전까지는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웹사이트 제작 대회에 참가하곤 했지만, 특출나진 않았지요. 친구들을 위해서 재미 삼아 게임이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그러다가 기사를 읽고 저도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개발도구 같은 것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18살 때 ‘타임 베이스 테크놀로지’라는 이름뿐인 회사도 만들었지요.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일단 회사를 만들면 언젠가 제가 만든 제품을 판매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 재밌는 사실은 이때 만든 회사를 통해 몇 년 후 정말 굿노트를 유료로 서비스했어요.

 

Q.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이 아닌 수학을 전공한 이유가 있나요?

 

대학에 입학할 당시 전공은 물리학과였어요. 이미 잘 아는 프로그래밍이 아닌 새로운 분야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선택했죠. 물리학을 통해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고 믿었거든요. 하지만 물리학과에서 수학 강의들을 듣다 보니, 수학이 세상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게다가 프로그래밍에 수학 지식이 꼭 필요하다고 느껴서 수학과로 전과했지요.

 

 

Q. 대학 시절에 프로그래밍 공부는 따로 안 했나요?

 

대학에 들어가서 2년 반 동안은 학과 공부에 매진했어요. 과제와 시험을 준비하고 남은 시간에만 프로그래밍을 취미로 즐겼어요. 그러다가 2010년 아이패드가 출시된 다음부터 학과 공부를 뒷전에 두고 다시 프로그래밍에 거의 모든 시간을 투자하기 시작했어요.

 

Q. 아이패드 때문에요?

 

종이 없이도 아이패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노트 필기 앱을 개발해야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거든요. 수학을 공부할 때 종이를 많이 사용해서 학기가 끝날 때마다 상당한 양의 종이를 버렸어요. 고등학교 때 만들었던 그림 그리는 프로그램을 노트 필기 앱에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지요. 그래서 굿노트를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던 마지막 학기에는 정말 쉬운 과목만 골라서 듣고 과제나 시험은 최소한으로 준비했어요. 초기 버전을 만들기까지 5개월이 걸렸어요.

 

 

Q. 2011년 굿노트를 출시한 다음에는 어떻게 지냈나요?

 

처음 5년 동안은 혼자서 코딩, 고객 지원, 마케팅 등 모든 일을 다 했어요. 9시 출근, 6시 퇴근처럼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았어요. 사용자가 중요한 문서를 올렸는데 오류가 생겨서 접속이 안 되거나 삭제되면 그게 언제든 도와야 하니까요. 저 혼자 개발하고 지원하다 보니까 실수하면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정신적으로도 힘들었어요. 문제가 생겨도 같이 해결해줄 사람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함께 일할 직원을 뽑았을 때 너무 기뻤어요.

 

Q. 현재는 어떻게 일하나요?

 

지금은 회사 규모가 훨씬 커져서 약 140명의 직원이 있어요. 저는 여전히 바쁘지만, 초창기와는 다른 일을 하고 있어요. 평소 일과 중 절반 정도는 회의에 할애해요. 회의를 통해 진행 상황, 아이디어 등을 사람들과 함께 논의하지요. 나머지 절반은 이메일 답장, 회사의 방향에 관한 고민, 업계 동향 파악 등을 하는 데 써요.

 

Q. 수학을 전공한 게 굿노트 개발에 도움이 됐나요?

 

대학에서 수학을 공부하지 않았다면 굿노트를 만들지 못했을 것 같아요. 5년 동안 혼자 굿노트를 운영하면서 여러 기능을 개발했는데요. 그때 많은 수학 계산이 필요했거든요. 최근에는 앱 자체에 AI를 도입하려고 했는데, 이때도 수학 지식이 큰 도움이 됐어요. 수학을 이용해서 새로운 기능을 개발하고, 사용자들이 굿노트를 즐겁게 이용하도록 도울 수 있다는 점이 큰 보람을 줘요.

 

굿노트에 숨어 있는 수학!

 

Q. 학생들이 수학을 공부할 때 굿노트를 많이 써요. 개발할 때 이런 점을 염두에 뒀나요?

 

처음 7, 8년 동안은 단순히 종이 노트를 대체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데 집중했어요. 그런데 4년 전쯤 많은 사용자가 학생이고, 수학과 공학을 공부할 때 굿노트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학생들의 학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능을 개발하기 시작했어요. 이후 굿노트에 영단어가 적힌 카드를 빠르게 넘기며 보여주는 플래시 카드나 문제를 불러올 수 있는 기능 등을 추가했지요. 최근에는 AI 수학 도우미에 필요한 수식과 필기 인식 기능도 개발했어요.

 

Q. 새로운 기능을 어떻게 추가하나요?

 

출시 이후 초반에는 저 스스로 필요한 기능을 그때그때 개발했어요.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서부터는 원하는 기능이나 개선점 같은 사용자의 의견을 많이 받아 진행해요. 굿노트 홈페이지 제안 게시판을 통해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제출하고 투표를 진행하기도 해요. 굿노트의 소셜미디어나 이메일을 확인할 때도 있고요. 

 

단순히 사용자가 요청한 기능만이 아니라 사용자가 특정 기능을 요청하는 이유, 즉 사용자가 요청한 기능을 언제, 어떻게 사용할 계획인지를 잘 이해하고, 이에 관한 최신 기술이 있는지 파악해요. 그다음 이를 결합해서 새로운 기능을 개발하지요.

 

Q. 최근 추가된 AI 수학 도우미 기능을 소개해주세요.

 

AI 수학 도우미는 굿노트에 작성한 수식을 인식하고, 그 식에 틀린 부분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AI 모형이에요. 먼저 사용자가 수식을 쓰면 숫자와 기호를 인식해요. 사용자가 수식을 여러 줄에 걸쳐서 전개했을 때 각 줄을 따로따로 인식해 저장한 다음 첫 번째 줄과 두 번째 줄을 비교해 두 식의 답이 대응되지 않으면 실수했다고 판단해요.

 

아직은 굿노트가 보유한 문제를 내려받았을 때만 사용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굿노트를 쓸 때 언제든 AI 수학 도우미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들려고 해요. 현재는 중고교 수준의 문제만 있는데 더 높은 수준으로 확장하고 싶어요. 일단 내년에는 대학 수준 수학이 목표예요. 행렬 계산을 할 수 있는 기능과 방정식을 쓰면 자동으로 답을 계산해주는 기능도 추가하고 싶어요.

 

Q. 굿노트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종이에 수학 문제를 풀다가 실수하면 해당 종이 전체를 뜯어버려야 했어요. 하지만 디지털 종이를 사용하면 실수를 걱정할 필요 없이 언제든지 수정할 수 있어 훨씬 편리하며 효율적이지요. 또한, 디지털 종이에서는 하나의 펜으로 다양한 색을 쓸 수 있고, 써둔 글씨를 원하는 위치로 옮길 수 있어서 사고 과정에도 도움이 돼요.

 

 

Q. <;수학동아>; 독자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저는 유용한 무언가를 만들어서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좋아해요. 그래서 사람들이 저희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큰 보람을 느끼지요. 지금도 다른 사람들이 굿노트를 유용하게 사용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누군가를  돕기 위한 일을 하다 보면 비로소 자기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거예요.

 

 

2024년 01월 수학동아 정보

  • 김진화 기자 기자
  • 사진

    Goodnotes
  • 번역

    최성혁
  • 디자인

    정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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