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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증명을 가리키는 말, 신의 증명

안녕하세요? 만화 ‘신의 책’의 해설을 맡은 김정한 고등과학원 계산과학부 교수입니다. 만화에서 등장하는 신의 책이 무엇인지 궁금하셨을 텐데요. 

 

 

20세기 저명한 수학자 중 한 분인 에르되시 팔은 위와 같이 말한 바 있어요. 신의 책은 에르되시가 자주 쓰던 말이에요. 그는 신이 있다면 아마도 수학 정리의 완벽한 증명을 모아 책으로 만들어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 가상의 책을 가리키는 표현이 신의 책이에요. 

 

당시 사람들은 증명하기 어려운 ‘수학의 명제’에 대해 정말 멋진 증명이 발견되면, 이런 증명은 신의 책에 있을 만한 멋진 증명이라고 말하곤 했어요. 실제로 독일 수학자 마틴 아이그너와 귄터 치글러는 신의 책처럼 아름다운 증명을 모은 <;신의 책으로부터의 증명>;이라는 책을 썼고, 이 책은 우리나라에도 번역돼 있습니다.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명제의 증명(또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명제는 참일 수도 있고 거짓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어떤 명제가 참인지 아닌지 증명하는 것은 쉽지 않아요. 쉽게 할 수 있는 증명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반면 증명하기 무척 어렵거나 복잡한데도 이를 간결하고 아름답게 증명해 주목을 받은 증명이 있답니다. 신의 책이라는 말이 나온 것처럼 세상에는 많은 사람이 정말 멋진 증명이라고 생각하는 수학 증명도 있습니다.

 

 

증명의 세계가 얼마나 아름답고 재밌는지를 보여주는 몇 가지 증명을 소개해볼게요. 비둘기의 집 원리를 아시나요? n이 자연수일 때 n개의 집에 n + 1마리의 비둘기가 있으면 그중 적어도 2마리는 한 집에 있다는 내용이에요. 이때 빈집이 있을 수도 있어요. 이를 증명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어요. 제가 생각한 이 원리에 대한 신의 증명은 다음과 같아요. 

 

n개의 집에 n + 1마리의 비둘기가 있을 때 비둘기가 있는 각 집에서 정확히 1마리씩 날아갔다 가정해봐요. 날아간 비둘기의 수가 n마리 이하고, 남아 있는 비둘기 수는 n + 1 - n = 1마리 이상이 되지요. 남아 있는 비둘기 중 1마리만 고르면, 그 1마리의 비둘기가 있는 집이 하나 있어요. 따라서 날아갔다고 가정한 비둘기까지 합쳐 2마리의 비둘기가 그 집에 있게 돼요. 물론 그 집에 그 이상의 비둘기가 있을 수도 있어요. 

 

어때요? 간단하지요. 이 문제는 쉽게 증명할 수 있는데요. 좀 더 어려운 문제에 대한 신의 증명을 찾아내는 건 쉽지 않아요. 이런 경우엔 보통 신의 증명과는 거리가 먼 증명이 먼저 발견되고, 그 후에 여러 사람이 많은 시간에 걸쳐 생각한 뒤  신의 증명이라 불리는 놀라운 증명이 나오기도 해요.

 

 

그 대표적인 예가 평면 지도에 있는 모든 나라는 5가지 색으로 구분할 수 있다는 ‘5색 정리’예요. 즉 이웃한 나라는 다른 색으로 칠해야 하죠. 이 문제는 1890년에 증명이 됐어요. 이후 다른 증명도 몇 가지 더 발견됐는데 신의 증명이라고 사람들이 인정하진 않았어요. 

 

첫 증명 후 100년쯤 뒤인 1994년에서야 덴마크 수학자 카르스텐 토마센이 해당 분야 수학자들이 신의 증명이라 여길 만한 독창적이고 간결한 증명을 발견했답니다. 

 

여러분도 수학 증명을 공부하면서 그 문제에 대한 신의 증명이 있으면 어떤 것일까 생각해보면 수학이 더 재미있어지지 않을까요? 자신이 주도해 생각하면 더 재미있답니다. 

2024년 01월 수학동아 정보

  • 진행

    이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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