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꾸러기 찰스와 함께 스위스의 시계공장과 초콜릿마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허풍과 도형은 독일로 향한다. 뮌헨으로 가는 열차 안, 나란히 앉은 허풍과 도형은 찰스가 선물한 손목시계를 자랑이라도 하듯 사람들이 보기 쉽게 내보이며 앉아 있다. 허풍은 피곤한지 침까지 흘리며 자고 있고 도형은 초콜릿마을에서 산 초콜릿을 한 아름 끌어안고 행복한 표정으로 먹고 있다. 독일에서는 어떤 사건들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을까?
1 독일 시내가 한눈에!
“선생님, 다 왔어요~. 일어나세요.”시계공장에서 고된 일을 하는 바람에 기차를 타고 오는 내내 곯아떨어져 있던 허풍. 도형이 깨워 겨우 독일 뮌헨 역에 내린다.
“으으, 도형아 내가 몸이 쑤셔서 그런데 그냥 숙소로 가서 쉬면 안 될까?”
“무슨 말씀이세요? 어떻게 시작한 여행인데, 하나라도 더 봐야죠.”
허풍을 부축해 비틀비틀 역을 나서는 도형에게 한 남자가 다가온다.
“저런 저런 꼬마 신사가 힘들겠구나. 자, 내가 도와 줄게. 이리로 오렴.”
남자의 도움으로 허풍을 자동차에 태운 도형은 감사 인사를 한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아저씨 성함이?”
“나는 슈마허라고 해. 이 자동차를 가지고 여행안내를 하고 있지.”
“우와~, 그럼 이 자동차로 관광시켜 주신다는 거예요? 저도 할래요. 관광~!”
“물론, 그런데 너 관광 요금은 있니?”
“그럼요~. 이게 자동차라는 거죠? 우왕~.”
차를 타고 가는 도중, 도형은 슈마허에게 여행에서 있었던 일을 말해 준다.
“대단해~. 그럼 은행 강도를 잡아서 그 현상금으로 여행을 하고 있는 거야?”
“네, 덕분에 풍족한 여행을 하고 있죠. 그런데 아저씨 지금 어디로 가는 거예요?”
슈마허는 지도 한 장을 넘겨 주며 말한다.
“그 지도에 숫자가 있지? 그 숫자들이 이 근처에 있는 관광지란다. 숫자가 있는 칸은 주변의 6칸 중 그 수만큼의 칸을 지나가야 독일 시내를 한 바퀴 돌
수 있어.”
“3이라고 쓰여 있는 칸은 주변 6개의 칸들 중 3칸을 지나가야 한다는 거군요. 그리고 한 바퀴 돌 거니까 길이 이어져 있어야 하고요.”
“그래, 잘 아는구나. 경치 좋지?”
2 위기탈출 슈마허
“오늘처럼 편하게 여행한 건 처음이에요. 부릉부릉~ 자동차도 처음 타 봤고요. 정말 신나고 재미있었어요!”
“다행이구나. 내일도 타지 않을래? 이 신사분 정신이 멀쩡할 때 말이야. 하하.”
“그래도 되요? 우와~. 그럼 내일 또 만나요, 슈마허 아저씨.”
“저기, 오늘 요금은 20마르크란다. 그날 그날 요금을 받거든.”
“아…, 그렇군요. 그런데 달러밖에 없는데 어쩌죠? 20마르크면… 이거 한 뭉치면 될까요? 적은가….”
도형이 가방에서 달러 뭉치를 꺼내자 슈마허는 깜짝 놀라며 받아 든다.
“그, 그래. 이정도면 되겠구나. 내일 이 앞에서 기다릴게. 푹 쉬고 내일 보자꾸나.”
도형은 도망치듯 차를 끌고 사라지는 슈마허를 이상하게 바라보다가 허풍을 업고 숙소로 들어간다.
다음날 아침, 기운을 차린 허풍과 도형이 숙소를 나서자 슈마허가 손을 흔든다.
“슈마허 아저씨~, 안녕하세요? 오늘도 잘 부탁드려요. 부릉부릉~ .”
“이게 도형이 말하던 그 자동차로군! 경성에 있던 내 자가용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쓸만하군.”
“자자, 이쪽으로 오세요. 도형이는 앞에 타거라.”왠지 극진해진 대접에 둘은 으쓱해진다.
자동차가 출발하려는 순간 험상궂은 일당이 차를 에워싸고 슈마허에게 말한다.
“이봐, 슈마허. 오늘이 무슨 날인지 기억하고 있지? 이봐, 어이~.”
“이런 큰일 났군! 모두 꽉 잡아요. 도형아~, 이 지도를 보고 길을 말해다오. 색이 없는 칸에서는 방향을 바꿀 수 없고 즉 직진해야 하고 빨간 칸에선 오른쪽으로, 파란 칸에선 왼쪽으로 가야 한단다. 할 수 있겠지?”
“그럼요. 저기 삼거리에서 오른쪽이요.”
3 두근두근 그랑프리 예선
일당들로부터 무사히 빠져 나온 일행.
“미안합니다. 사실은….”
슈마허는 원래 촉망받는 자동차 레이서였다. 그러던 어느 날 팀을 후원하던 후원자가 연락을 끊어돈을 빌려 대회에 나갔다. 하지만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고 결국 돈을 제때 갚지 못해 팀은 해체됐고 슈마허는 쫓기는 신세가 됐다.
“자동차는 어떻게든 지켰지만…. 돈을 갚지 못하면 앞으로 대회는 꿈도 꾸지 못할 겁니다. 그래서 돈을 벌기 위해 여행안내를 하고 있지만….”
“그럼, 돈을 못 갚으면 자동차도 뺏길 수 있겠네요? 어떡해요, 아저씨.”
“그렇지. 대회만 나갈 수 있다면 우승 상금으로 빚도 갚을 수 있을 텐데…!”
“선생님, 우리가 도와 줘요! 우승하면 상금으로 돌려받으면 되잖아요.”
“뭔 소리야! 이 사람이 우승 못하면 어쩌려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거냐?”
“자신 있습니다! 조금만 도와 주십시오.”
“쳇! 사나이가 돈 몇 푼 가지고 쩨쩨하게. 경성에 소문나겠네. 허쩨쩨라고….”
“몇 푼이라니?! 돈 무서운 줄 모르고. 에이, 여기있소. 이 허풍이 쩨쩨하다니 말도 안 돼.”
3일 후, 대회 예선 날.
“독일 그랑프리 예선입니다. 이번 대회에는 한동 안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전설의 슈마허 선수가 출전했군요. 우승 다툼이 치열하겠는데요.”
장내 아나운서의 해설과 함께 부릉부릉~ 굉음을 내며 슈마허의 차가 출발한다.
“허풍아, 이거 코스가 어떻게 되는 거냐? 눈이 침침해서 원….”
“선생님도 참, 복잡해서 그러시는 거죠? 크크. 지도에 적힌 숫자 칸과 그주위의 네 칸, 총 5개 칸에 가운데 숫자만큼 직선이 지나도록 출발점에서부터 도착점까지 선을 이으면 돼요.모든 칸을 한 번씩 지나가야 하고 꺽인 선은 세면 안 돼요.”
4 파워 업! 엔진을 바꿔라
“슈마허 선수, 예선 3위로 통과합니다. 공백이 있었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날카로운 주행이군요.”
“아저씨, 축하해요~. 3등이에요~, 3등!”
“아이고~, 아이고~, 3등이면 내 돈은…. 내 돈,내 돈~. 상금은 없어지는 건가~?”
대성통곡하는 허풍을 보고 슈마허는 당황한다.
“오늘은 예선일 뿐이에요. 내일은 꼭 우승할게요. 오늘 대회를 보고 동료들이 돌아올지도 모르잖아요. 저 우승할 수 있어요.”
“그럼요. 아저씨가 꼭 우승할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 날 저녁, 슈마허의 말대로 옛 동료들이 하나둘 모인다. 슈마허와 동료들은 결승전을 위해 자동차 점검을 시작한다.
“이보게 슈마허, 자네 이걸 타고 출전한 건가? 정말 엉망이구만. 특히 여기 말이야.”
“자네들도 알잖아. 그 동안 자네들 덕분에 우승한 사실을. 자네들의 멋진 정비 실력이 아니었다면 내가 어떻게 우승했겠는가!”
멀리서 이들을 지켜보던 도형은 사나이들의 우정과 겸손함에 감동받는다.
“선생님, 저게 사나이죠? 저게 우정이죠?”
“그럼, 저게 사나이고, 우정이지.”
허풍과 도형이 감동에 목이 메는 사이 정비팀은 엔진을 교체하기 시작한다.
“새로운 엔진이야. 멘츠라는 회사에서 자네의 경기를 보고 후원해 주었네. 아직 조그만 회사지만 기술력만큼은 대단해.”
“정말 고마운 일이야. 그런데 연결해야 할 부분이 만만치 않은가 봐?”
“그러게 쉽지 않네. 여기 있는 원을 모두 한 번씩 만 지나도록 선을 이어야 하는데 말이지. 파이프가 연결된 곳으로만 선을 이을 수 있어. 좀 도와 주게.”
“모두 연결되게 선을 이으면 되는 거지?”
“그래 맞아. 이 새로운 엔진으로 내일 우승을 향해 달리자. 아자아자!”
★ 대망의 그랑프리 결승
차 정비를 마친 일행은 결승 장소로 향한다.
“아저씨, 힘내세요!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
모두의 응원을 받으며 출발한 슈마허는 구경꾼들의 혼을 쏙 빼놓는 굉음과 함께 쓩~하고 사라진다.
얼마 뒤 지난 대회 우승자와 각축을 벌이던 슈마허는 막판에 온 힘을 다해 주행한 결과 첫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한다.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슈마허는 요란한 환영을 받는다.
“나를 믿고 응원해 준 우리 팀과 크나큰 도움을 준 허풍 씨와 도형에게 이 영광을 돌립니다.”
시상식이 끝난 뒤 조촐한 축하 파티을 연다.
“모두들 정말 고맙습니다. 여러분들의 노력으로 우승할 수 있었습니다. 약속대로 우승 상금은 허풍씨와 도형에게 드립니다.”
“암요. 사나이의 약속은 지켜야지요.”
“아이 참, 선생님…. 아저씨, 그럼 다음 대회는 어쩌시려고요? 저희는 괜찮아요. 어차피 시작은 무전여행이었는걸요.”
“후원사가 생겼단다. 멘츠에서 지원을 계속해 주기로 했어. 다 도형이 덕분이란다.”
“아저씨, 제가 마음속으로 계속 응원하고 있을게요. 다음 대회도 꼭 우승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