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에서 깨어난 매미 유충이 땅속에서 머물다가 바깥으로 나와 허물을 벗기까지를 1주기로 봤을 때 이 기간은 얼마나 걸릴까?
흔히 매미가 5년, 7년, 13년, 17년즉 소수 해마다 나타난다고 한다. 매미가 천적과 맞닥뜨릴 확률을 줄이기 위해 이렇게 진화했다고 설명한다. 새와 거미, 말벌처럼 매미를 잡아먹는 천적은 주로 2~6년 주기로 성장한다.
만약 매미가 2와 6의 배수인 해마다 바깥으로 나온다면 그만큼 천적에게 잡아먹힐 확률이 높다. 그래서 1과 자기 자신 외에는 약수가 없는 소수 해에 나오면 천적을 피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매미가 소수 해마다 나온다는 건 거짓!
하지만 이 얘기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매미는 전 세계에 3000종이 넘는데, 아직 어떤 과학자도 종마다 알에서 태어난 유충이 밖으로 나와 성충이 될 때까지 몇 년이 걸렸는지 관찰한 기록이 없다는 것이다. 많은 매미 전문가가 대략 3~6년 주기로 매미가 나타난다고 짐작할 뿐이다.
그런데 북아메리카에는 일일이 관찰하지 않아도 1주기를 정확히 알 수 있는 매미가 있다. 이 매미는 어느 해에 잔뜩 떼를 지어 나타났다가 십수 년 동안 사라진다. 또 특정 주기가 지나면 다시 잔뜩 나타난다. 이들을 주기 매미라고 부른다. 주기 매미는 6종이 있는데, 그중 3종은 13년마다 나타나고, 나머지 3종은 17년마다 나타난다.
2021년 17년 주기 매미인 ‘브루드 텐(Brood X)’ 떼가 전세기에 오르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습격해 화제가 됐다. 브루드 텐은 2004년 이후 17년만에 땅속에서 올라와 미국 워싱턴주 메릴랜드주, 버지니아주 등 동부 지역 곳곳에 출현해 여름 내내 울부짖었다.
과학자들은 주기 매미가 일정한 주기마다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여러 가설을 세웠다. 천적인 기생충의 주기를 피해서라거나 일정한 공간에 서로 다른 종이 한꺼번에 나타나면 짝짓기 성공 확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13년 주기 매미와 17년 주기 매미가 동시에 나타나는 해는 13과 17의 최소공배수인 221년이다. 즉 221년 동안 딱 한 번만 만나기 때문에 서로 같은 종끼리 번식하기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매미 울음소리 설명하는 수학 모형
우리나라에 사는 매미는 종에 따라 울음소리가 다르다. 대표적인 토종 매미인 참매미는 ‘맴맴맴맴매앰~’하고 일정한 울음소리로 운다. 몸집이 큰 말매미는 ‘따라 라라~’하고 리듬 없이 운다.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는 건 수컷이다. 수컷 매미가 작은 몸집으로도 우렁차게 소리 낼 수 있는 비결은 몸속이 절반 이상 비어 있기 때문이다. 마치 나무로 된 기타의 속이 비어 있는 것처럼 말이다. 기타 줄을 튕기는 것처럼 매미는 양쪽 옆구리에 달린 진동막을 튕겨 소리를 낸다.
진동막은 탄성이 뛰어난 단백질막인데, 몸 안쪽으로 V자 모양의 발음근이 달려 있다. 이 근육이 수축이완하면 진동막이 들어갔다 나오면서 소리가 난다. 이 소리는 텅 비어 있는 몸통 안에서 공명하며 울려 퍼진다. 하지만 암컷 매미는 진동막도 없고 뱃속은 알로 가득 차 있다.
미국 쿠란트수학연구소는 매미의 진동막에 붙어 있는 발음근의 길이와 진동막이 떨릴 때 원래 달려 있던 위치에서 벗어나는 정도, 그리고 진동수를 고려해 매미 울음소리에 대한 수학 모형을 만들었다. 그리고 시간에 따라 진동막이 움직이는 것을 하나의 방정식으로 나타냈다.
이 식을 풀어낸 결과, 연구팀은 진동막이 내는 울음소리는 시간에 따라 점진적으로 커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한 나무와 그 주변에서 우는 같은 종의 매미들은 서로 리듬을 맞춰, 결국은 하나의 커다란 소리처럼 울려 퍼진다는 사실도 알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