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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 없이 고양이 털 빗을 수 있을까? 털 난 공 정리

공처럼 둥근 자세를 취하고 있는 고양이의 털을 가마가 생기지 않도록 빗을 수 있을까? 놀랍게도 이 엉뚱한 질문을 19세기 프랑스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와 독일 수학자 하인츠 호프가 연구했다. 가마는 털이 한 점을 중심으로 빙 돌아서 나서 소용돌이 모양으로 된 부분이다. 

 

물론 두 수학자가 고양이 털을 빗으려고 한 건 아니다. 그들의 관심사는 다양한 도형의 표면에 벡터가 조밀하게 박힌 벡터장이었다. 생각하기 쉽게 고양이를 예로 든 것이다. 고양이 털은 방향도 있고 길이도 잴 수 있어 크기와 방향이 있는 화살표로 나타내는 벡터가 될 수 있으니, 벡터가 부드럽게 돋아난 벡터장을 고양이로 생각한 것이다. 

 

 

푸앵카레는 벡터장에 가마가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는 수학적인 기준을 ‘지수’로 봤다. 벡터장의 한 점을 중심으로 벡터가 퍼져 나가는 모양을 보고 각 점마다 지수를 매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위의 벡터가 시계방향으로 뱅글뱅글 도는 점의 지수는 +1, 나비의 양 날개처럼 퍼져 나가는 점의 지수는 +2다. 

 

가마가 없는 벡터장에서는 벡터의 크기가 0인 점(털의 길이가 0인 점)을 모두 찾아 그 점의 지수를 더하면 0이 된다. 반면 지수의 총합이 0이 아니면 가마가 적어도 1개는 있는 벡터장이다. 하지만 고양이의 털을 깎거나 빗질을 새로 할 때마다 표면의 벡터장은 요동쳐 그때마다 지수를 찾아 더할 수는 없다.

 

푸앵카레는 이발을 하든 빗질을 하든 고양이의 오일러 지표는 변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 고양이의 *오일러 지표가 가마의 존재를 판단하는 지수의 합과 같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를 ‘털 난 공의 정리’라고 부른다.

 

이제 공처럼 둥근 고양이의 오일러 지표를 보자. 먼저 고양이의 표면 전체를 삼각형 여러 개로 덮은 다음, 오일러 지표를 구하면 표면을 덮는 데 삼각형을 몇 개 쓰든 항상 2가 나온다. 따라서 공 모양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 고양이의 털을 모든 점에서 가마 없이 빗는 건 불가능하다. 항상 2개의 가마가 생긴다.

 

 

*오일러 지표 : 위상수학의 기초가 되는 불변량 중 하나로, 다면체의 오일러 지표는 ‘꼭짓점의 개수(v) - 모서리의 개수(e) + 면의 개수(f)’로 구한다. 곡면의 오일러 지표는 그 위에 다각형을 그려서 계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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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1월 수학동아 정보

  • 수학동아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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