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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수학을 풍부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는 수학자가 되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양서연입니다. 저는 오빠가 두 명이 있는 삼남매의 막내예요. 신기한 점은 모두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함께 수학 문제를 풀고 이야기하는 게 일상이었지요. 오빠들과 각각 5살, 3살 터울이라 저한테는 어려운 문제였지만,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에 둘이서 문제를 풀고 있으면 옆에서 문제의 설명을 들었어요. 오빠들이 봤던 <;수학동아>;를 읽으며, 문제와 퀴즈도 풀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수학이 좋아졌어요.

 

이후 서울과학고등학교(서과고)에 진학했는데 고등학교 1, 2학년 때가 제 인생에 가장 힘든 시기였어요. 기숙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생활이 크게 변했을 뿐만 아니라 주변에 똑똑한 친구가 너무 많았거든요. 하지만 스스로 돌아봤을 때 부끄럽지 않을 만큼 공부하자고 마음을 굳게 먹었어요.

 

그래서 혼자서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지 찾아갔어요. 그때 찾은 방법은 종이에다가 공부한 내용을 처음부터 쭉 써보는 거예요. 책을 읽을 땐 다 아는 것 같은데, 책을 덮고 나면 신기하게 기억이 안 났어요. 그래서 책을 덮고 스스로 한 번 정리해보면 제가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확실히 알 수 있었어요.

 

서과고 시험 문제는 대부분 서술형이라서 내용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풀 수 있어요. 이런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공부하면서 서술하는 능력과 사고력을 기를 수 있었어요. 그때 깊이 있게 공부하는 습관이 생겨 졸업할 때쯤에는 한층 성장할 수 있었지요.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수학과는 세계 최고로 손꼽히는데요. 지난 6월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에게 프린스턴대 수학과에 입학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묻자 ‘나는 세 번 다시 태어나도 입학은 못할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어요. 양서연 대학원생은 그곳에서 수학자를 꿈꾸며 석박사 통합과정을 밟고 있는데요. 중학생 때 <;수학동아>; 독자였다고 해 더욱 반가웠어요. 지금부터 그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흔들리는 수학자 꿈을 다잡다

 

수학 공부를 깊이 있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에 진학했어요. 그런데 초반에는 ‘내가 감히 수학자가 될 수 있을까’, ‘수학은 타고난 게 더 중요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무언가를 이해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 10이라면 어떤 친구들은 1, 2만 공부하고도 문제를 쉽게 풀었거든요.

 

그래서 2학년 때 전과를 염두에 두고 경제학, 경영학, 컴퓨터공학, 통계학 등 여러 전공과목을 들어봤어요. 다 해봤는데도 수학보다 재미있는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수학인가 보다’ 하고 다시 수학 공부를 시작했어요. 어딜 가나 저보다 잘하는 사람은 있을 테니 그것 때문에 제 꿈을 포기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지요.

 

3학년 때부터는 하승열 서울대 교수님과 연구를 시작했어요. 서울대에는 학부생들도 교수님의 지도를 받으며 연구할 수 있는 ‘인턴십 프로그램’이 있거든요. 당시 코로나19가 시작되는 시점이라 전염병의 확산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모형인 ‘SIR 모형’을 연구했어요. 첫 연구여서 잘하진 못했지만, 연구가 무엇인지, 논문은 어떻게 쓰는지 등을 배울 수 있었지요.

 

연구해보니 저와 수학이 더 잘 맞는다고 느껴졌어요. 공부는 시험을 채점하고 등수를 매기니까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연구는 저만이 할 수 있는 걸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하고 훨씬 재밌었어요. 물론 공부는 정해진 걸 하면 돼서 쉽지만, 연구는 심해를 유영하는 느낌이라 막막하고 어렵기도 했어요. 하지만 어디서 아이디어가 나와서 해결할지 모른다는 게 재밌었지요.

 

4학년 때는 서인석 서울대 교수님의 지도를 받으면서 확률론을 연구했어요. 심심할 때 수학 칼럼을 읽는 편인데, 우연히 서인석 교수님의 글을 봤어요. ‘트럼프 카드를 몇 번 섞어야 공평한 카드놀이를 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글이었는데, 수학으로 그걸 증명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짜릿했어요.

 

그때는 수리과학부에 확률론 수업이 열리지 않고 통계학과에만 열려서 잘 모르는 분야였어요. 그래서 확률론의 기초를 혼자서 먼저 공부하고 나서 서인석 교수님한테 ‘확률론을 연구해보고 싶은데 괜찮은 주제를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라고 여쭤봤어요. 그랬더니 교수님께서 ‘*이징 모형’을 추천해주셨어요. 이징 모형은 물리학과 수학에서 모두 연구하는데 최근 확률론에서 인기가 많은 주제예요. 저는 이징 모형에서 입자가 평형에 도달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온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수학적으로 증명하는 연구를 했어요. 이때 작성한 논문은 아직 출판되진 않았지만, 학회지에 제출해서 심사를 기다리고 있어요.

 

 

 

수학으로 미래를 그리다

 

대학 생활 중 연구 경험이 대학원 합격에 큰 도움이 됐어요. 대학원에서는 주도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학생을 뽑으려고 할 테니까요. 대학원은 중고등학생 때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 주는 곳이 아니라 연구할 내용을 스스로 찾아나가는 과정을 배우는 곳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대학원에 들어오기 전에 가능하다면 3, 4학년에 걸쳐 연구를 두 번 정도 해보면 좋아요.

 

프린스턴대 대학원을 지원한 이유는 제가 관심 있는 확률론의 연구 분야를 활발하게 연구 중인 알란 슬라이 교수님이 계시기 때문이에요. 현재는 슬라이 교수님이 제 지도교수님이세요. 연구에 관해 논의할 사항이 있다고 하면 대학원생임에도 동등한 학자로서 진지하게 대해주시는 좋은 분이에요. 대학원생으로서의 고민을 말해도 진심으로 공감하고 조언해주세요.

 

학과에서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해줘서 프린스턴대 연구 환경에 너무 만족하고 있어요. 저는 지금도 대학생 때 했던 연구를 발전시켜서 계속하는 중이에요. 수학을 공부할수록 수학이 주는 완벽한 논리적 아름다움과 명료함에 매료되는 것 같아요.

 

최종 목표는 교수가 돼서 석학들과 같이 다양한 연구를 하는 거예요. 흥미로운 문제를 풀고 전 세계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수학이라는 학문을 발전시키고 싶어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수학의 여러 분야뿐만 아니라 수학과 다른 학문을 융합해서 수학을 풍부하게 하는 데 기여하고 싶어요.

 

<;수학동아>;를 보고 있는 친구라면 수학에 흥미도 있고 계속 공부하고 싶은 친구가 많을 텐데요. 수학이라는 분야는 너무 광활해서 공부하다 보면 이 길이 맞는지 고민하는 때가 찾아올 거예요. 하지만 자리를 지키고 계속하다 보면 자신이 수학의 어떤 면을 좋아하는지 진정으로 발견하는 날이 와요. 그걸 찾고 나면 수학의 매력을 더 잘 알 수 있을 거예요. 

2023년 11월 수학동아 정보

  • 미국 프린스턴=김진화 기자 기자
  • 사진

    양서연
  • 디자인

    최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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