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인터뷰] 우리나라 수학 역사를 그대로 담다! 보물 창고 만든 '김영구 수집가'

 

조선 중기부터 현대까지 수학서와 수학 교과서의 역사를 고스란히 모아 놓은 곳이 있습니다. 이름하여 ‘수학 교과서 연구소’. 이곳을 만든 매실 농장 주인 김영구 씨는 수학 강사를 하던 시절부터 전국 골동품점을 돌아다니며 수학서를 4000여 권이나 모았다고 합니다. 이 소식을 제보받은 기자는 경상남도 의령군에서 내비게이션에 표시되지도 않는 목적지를 향해 산을 굽이굽이 들어가 낮은 산자락에 있는 김 씨의 매실 농장을 찾았습니다.

 

가장 먼저 기자를 반긴 건 오일러 공식이 적힌 비석과 그 옆에 서서 포근한 인상으로 반기는 김 씨였어요. 김 씨는 ‘허허허’ 호탕하게 웃으면서 아직 쌀쌀한 날씨에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다며 기자를 집안으로 이끌었어요. 그리고 보리차 한잔을 건넸지요.

 

기자는 주위부터 두리번거렸습니다. 함께 간 사진작가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수학서들을 먼저 볼 수 없냐?’고 물었어요. 그 많은 책이 어디에 꼭꼭 숨어있는지 궁금했거든요. 김 씨가 앞장서서 안쪽 문을 열었고, 수학 교과서 연구소라는 팻말이 자그마하게 붙어있는 또 하나의 문이 더 나왔지요.

 

그 문을 여니 비로소 수학서 4000여 권이 그 위용을 드러냈어요. 7평 남짓한 공간의 벽면은 모두 책장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수학서들이 그곳을 가득 메웠어요. 방 한가운데에도 큰 책장이 있어 발 디딜 틈이 없었지요.

 

놀람도 잠시. 나프탈렌 냄새가 온몸을 휘감았어요. 자세히 보니 책장 속 책들은 비닐팩 안에 사탕만한 나프탈렌 한 알과 함께 따로 포장돼 있었습니다. 코를 찌르는 냄새의 출처이자 그만의 고서 보관 비법이었습니다. 몇몇 조선 시대 책이 온습도가 맞지 않아서 거무튀튀한 곰팡이가 슬어서 내린 처방입니다. 하지만 이도 임시방편일 뿐이라 이곳 의령으로 이사 올 때 벽을 진흙으로 두껍게 덧대서 온습도를 조절했지만 여전히 관리가 어렵답니다.

 

우여곡절 수학서 수집기

 Q.언제부터 수학서를 수집하기 시작했나요?

1992년부터니까 약 31년 전부터요. 입시학원에서 수학 강사로 일하다 보니 어느 순간 시대에 따라 옷이 변하듯 수학 교과서의 내용도 바뀐다는 것을 알았어요. 예전 수학 교과서들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쉽지 않았지요. ‘옛날 수학 교과서를 한번 모아볼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수소문 끝에 1950년대 수학 교과서 <;셈본 6-2>;를 처음 구했습니다.

 

 Q.수학서를 수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미래 세대에게 우리나라 근대 수학 교육의 시작점과 발전상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일제강점기 때 동아일보가 민중들을 계몽하기 위해 만든 숫자 계산법 책 <;일용계수법>;이 있어요. 머리말에 우리나라 인구가 2003만 7273명이라 적혀있고, ‘이것을 보고도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면 될 수 있느냐’며 최소한의 수학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어요. 일본으로부터 독립하려면 국민 모두가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여긴 거지요.

 

수학도 계몽의 일환이었던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요. 한글뿐 아니라 수학도 계몽의 중요한 축이었다는 걸 보여주는 자료라고 생각합니다.

 

 Q.수학서 수집이 쉽진 않았을 거 같아요.

처음엔 무작정 전국에 있는 골동품점을 다녔어요. 수학서는 생각보다 찾기 어려웠고, 구하더라도 시세보다 비싸게 파는 경우가 많았어요. 구하는 사람이 적다 보니 그런 것 같은데, 시세가 3만 원이었던 교과서를 속아서 50만 원에 산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지요. 주중엔 수업하고, 주말엔 전국을 돌아다니며 골동품점 사장님들과 점차 안면을 텄어요. 충청북도의 한 골동품집 사장님이 수학서가 경매 사이트에 올라온 것을 보고 연락해줘서, 원나라 수학서 <;산학계몽>;을 350만 원에 구매할 수 있었어요. 이 책의 가치를 생각하면 굉장히 저렴한 가격이지요.

 

 Q.수집에 어려움을 느낄 때 도움준 사람들이 있다고요?

수학자인 조열제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님과 김부윤 부산대학교 명예교수님이 용기를 많이 주셨어요. 이상구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님께서는 연세대학교에서 주최한 ‘한국 근대수학 100주년 기념 전시회’를 포함한 다양한 전시회에 제가 소장한 책들을 전시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요. 어느 교수님께서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해 줘서 고맙다”고 따뜻하게 말을 건네주셔서 큰 힘이 됐어요.

 

 Q.언제부터 수학서를 수집하기 시작했나요?

1992년부터니까 약 31년 전부터요. 입시학원에서 수학 강사로 일하다 보니 어느 순간 시대에 따라 옷이 변하듯 수학 교과서의 내용도 바뀐다는 것을 알았어요. 예전 수학 교과서들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쉽지 않았지요. ‘옛날 수학 교과서를 한번 모아볼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수소문 끝에 1950년대 수학 교과서 <;셈본 6-2>;를 처음 구했습니다.

 

 Q.수학서를 수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미래 세대에게 우리나라 근대 수학 교육의 시작점과 발전상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일제강점기 때 동아일보가 민중들을 계몽하기 위해 만든 숫자 계산법 책 <;일용계수법>;이 있어요. 머리말에 우리나라 인구가 2003만 7273명이라 적혀있고, ‘이것을 보고도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면 될 수 있느냐’며 최소한의 수학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어요. 일본으로부터 독립하려면 국민 모두가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여긴 거지요.

 

수학도 계몽의 일환이었던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요. 한글뿐 아니라 수학도 계몽의 중요한 축이었다는 걸 보여주는 자료라고 생각합니다.

 Q.수학서 수집이 쉽진 않았을 거 같아요.

처음엔 무작정 전국에 있는 골동품점을 다녔어요. 수학서는 생각보다 찾기 어려웠고, 구하더라도 시세보다 비싸게 파는 경우가 많았어요. 구하는 사람이 적다 보니 그런 것 같은데, 시세가 3만 원이었던 교과서를 속아서 50만 원에 산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지요. 주중엔 수업하고, 주말엔 전국을 돌아다니며 골동품점 사장님들과 점차 안면을 텄어요. 충청북도의 한 골동품집 사장님이 수학서가 경매 사이트에 올라온 것을 보고 연락해줘서, 원나라 수학서 <;산학계몽>;을 350만 원에 구매할 수 있었어요. 이 책의 가치를 생각하면 굉장히 저렴한 가격이지요.

 

 Q.수집에 어려움을 느낄 때 도움준 사람들이 있다고요?

수학자인 조열제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님과 김부윤 부산대학교 명예교수님이 용기를 많이 주셨어요. 이상구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님께서는 연세대학교에서 주최한 ‘한국 근대수학 100주년 기념 전시회’를 포함한 다양한 전시회에 제가 소장한 책들을 전시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요. 어느 교수님께서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해 줘서 고맙다”고 따뜻하게 말을 건네주셔서 큰 힘이 됐어요.

 

 Q.수집서 연구나 관리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저 혼자 연구나 관리를 하기엔 분명히 한계가 있어요. 중국에서 넘어온 책이나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일본어로 된 수학서 내용을 알기 위해 일본어와 한자를 배우려고 하니 너무 어렵고, 오래된 책들은 누가 썼는지 알기도 힘들지요.

 

또 800평 가량의 산지를 사서 수학 박물관을 설립하려고 했는데 지역 주민의 반대로 무산된 적도 있었어요. 지방자치단체에 문의했지만 큰 관심이 없었고요. 그러다 보니 지금은 조금 지쳤어요.

 

 Q.어떤 바람이 있을까요?

이 책들의 가치를 알아주는 곳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예컨대 수학 박물관이 생기면 수학교육과 학생들이 언제든 와서 우리나라 수학 교육의 역사적 흐름을 알아보고, 긍지 또한 느낄 수 있으니까요.

저 혼자 연구나 관리를 하기엔 분명히 한계가 있어요. 중국에서 넘어온 책이나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일본어로 된 수학서 내용을 알기 위해 일본어와 한자를 배우려고 하니 너무 어렵고, 오래된 책들은 누가 썼는지 알기도 힘들지요.

 

또 800평 가량의 산지를 사서 수학 박물관을 설립하려고 했는데 지역 주민의 반대로 무산된 적도 있었어요. 지방자치단체에 문의했지만 큰 관심이 없었고요. 그러다 보니 지금은 조금 지쳤어요.

 

 Q. 어떤 바람이 있을까요?

이 책들의 가치를 알아주는 곳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예컨대 수학 박물관이 생기면 수학교육과 학생들이 언제든 와서 우리나라 수학 교육의 역사적 흐름을 알아보고, 긍지 또한 느낄 수 있으니까요.

 

●우리나라 어디에도 없는 소중한 수학 도서관

김부윤(부산대 수학교육과 명예교수)

김영구 씨는 조선시대 간행한 수학서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지금까지 나온 수학 교과서를 거의 다 소장하고 있어요. 소장품들은 다른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소중한 자료이자 수학 문화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이 문화유산을 다음 세대에 전해주는 것이 지금 세대가 해야 할 일이지요. 그런데 이 일은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해낼 수 없어요.

일본에는 수집, 전시, 연구까지 하는 ‘교과서 도서관’이 있어요. 물론 우리나라에도 ‘한국교과서연구재단’이 있지만, 교과서를 수정, 보완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처리하는 일만 하고 있어요. 그래서 과거 자료들을 보고 제대로 연구할 수 없는 환경입니다.

2019년 한 대학원생은 박사 논문을 쓰기 위해 서울에서 김영구 씨가 있는 의령까지 몇 차례 내려와 자료를 보고 갔을 정도로 국내 연구 환경이 열악합니다.

2023년 04월 수학동아 정보

  • 손인하 기자
  • 도움

    김부윤(부산대학교 수학교육과 명예교수)  참고 자료 <한국 근대 수학의 개척자들>
  • 사진

    백동민
  • 디자인

    최서원

🎓️ 진로 추천

  • 문화콘텐츠학
  • 역사·고고학
  • 교육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