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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스파게티 면 던지지 마세요! 면들이 서로 붙은 정도만 확인하세요~

 

여러분은 스파게티 면이 잘 익었는지 어떻게 확인하나요?

먹어서? 벽에 던져서? 최근 기계공학자들이 면끼리 얼마나 붙어있는지만 확인하면 된다고 발표했어요. 대체 어떤 방법인지 지금 바로 알아봐요.

 

2022년 3월 미국 물리학회에서 흥미로운 연구가 발표됐어요. 샘 터픽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팀이 스파게티 면이 잘 익었는지 과학적으로 확인하는 방법을 소개했거든요.

 

결과부터 이야기하면 스파게티 면 두 가닥을 포크로 일정 간격 떨어뜨려 집은 뒤 면을 삶고 두 면발이 얼마나 달라붙었는지 확인하는 거예요. 면발은 익어감에 따라 점차 연해지면서 불어나게 되고, 두 면발은 아래부터 붙기 때문에 이를 보고 익은 정도를 판단할 수 있어요. 스파게티 면은 끓는 물에 삶으면 105배까지 연해져 서로 쉽게 달라붙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100캜에서 소금을 물의 양의 0.8%만큼 넣고 10분간 조리하면 ‘알 덴테’로 면을 삶을 수 있는데, 면발 전체의 길이와 상관없이 그때 두 면발이 떨어져 있는 부분의 길이가 20.01mm라고 해요.

 

 

이 값은 물질 안에서의 물의 확산을 설명하는 방정식에 넣어 이론적으로 맞는지 검증했답니다. 확산 방정식을 풀면 물이 면의 겉에서부터 얼마나 깊게 퍼져 들어갔는지 알 수 있어요.

 

알 덴테는 스파게티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사람들이 좋아하는 면이 익은 정도로, 씹었을 때 단단함이 느껴질 정도로 설익은 상태예요. 알 덴테로 삶은 면을 잘라보면 가운데가 덜 익어 하얀 심이 보인답니다.

 

 

어떻게 스파게티 면 연구를 하게 됐을까? 

 

연구팀은 본래 물이 얇은 섬유를 얼마나 구부리는지 알아보는 ‘탄성 모세관 현상’을 연구해요. 물과 어떤 물체가 만나면 서로 끌어당기는 힘, ‘부착력’이 생겨요. 또 물은 표면을 최소화하려는 ‘표면장력’이 크기 때문에 물에 물체를 넣으면 물이 물체를 타고 중력 반대 방향으로 거슬러 올라가지요. 그래서 물이 담긴 컵에 빨대를 꽂으면 빨대를 따라 물이 올라와요. 이를 ‘모세관 현상’이라고 해요.

 

탄성 모세관 현상은 물의 표면장력에 의해 부드럽고 탄성이 있는 물질이 변형되는 거예요. 대표적인 예가 강아지를 목욕시켰을 때 털들이 뭉쳐지는 거지요. 물이 강아지 털들을 구부러뜨리고, 결국 털들을 서로 뭉치게 해요.

 

실험 결과는 방정식으로 확인!

 

 

연구팀은 스파게티면에서도 탄성 모세관 현상이 일어나는지 알아보기 위해 면발들 사이의 간격을 5mm로 고정하는 장치를 3D프린터로 만들었어요. 그리고 조리시간에 따라 면발이 얼마나 팽창하는지, 두 면발이 얼마나 붙는지 확인했어요.

 

그 결과 반지름이 1mm인 스파게티 면을 30분 동안 물에 삶으니 1.7mm까지 반지름이 늘어났어요. 4시간까지 삶아봤는데 면발은 1.96mm까지만 늘어나고 더는 불어나지 않았지요. 또 두 면발은 면이 익어감에 따라 끝에서부터 붙기 시작했는데, 떨어진 부분의 길이를 기준으로 살펴봤어요. 모세관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기 위해 측정값은 ‘모세관 현상을 설명하는 방정식’에 넣어 확인했답니다. 그랬더니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어요.

 

연구팀은 소금을 넣은 물과 안 넣은 물에서 모두 실험을 진행했는데요. 소금을 넣으면 안 넣고 삶았을 때보다 면이 100배 정도 더 단단했어요.

 

어느 정도 붙어있을 때다 익은 건지 알려줄 수 있다는 거지요. 또 섬유, 섬모(가는 털) 등 스파게티 면과 비슷하게 생긴 다양한 구조가 물에 닿으면 어떻게 변하는지 예측하는 데에도 쓸 수 있어요.

 

연구에 참여한 황종현 연구원은 “기존 연구들은 물질의 강한 정도가 일정할 때 액체에 의한 변화만을 살펴봤다”면서, “이번 연구는 시간에 따라 물질의 강도와 크기가 크게 달라질 때 액체에 의한 변화를 알아봤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고 설명했어요.

 

연구팀은 이 결과를 스파게티 면 제조사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어요. 제조사에서 제시하는 조리방법을 논문에 나온 방정식에 대입해 면발이 어느 정도 붙어있을 때다 익은 건지 알려줄 수 있다는 거지요. 또 섬유, 섬모(가는 털) 등 스파게티 면과 비슷하게 생긴 다양한 구조가 물에 닿으면 어떻게 변하는지 예측하는 데에도 쓸 수 있어요.

 

연구에 참여한 황종현 연구원은 “기존 연구들은 물질의 강한 정도가 일정할 때 액체에 의한 변화만을 살펴봤다”면서, “이번 연구는 시간에 따라 물질의 강도와 크기가 크게 달라질 때 액체에 의한 변화를 알아봤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고 설명했어요.

 

▲ 우유에 탄 도넛 모양 시리얼이 서로 모여 있는 건 모세관 현상으로 인한 ‘계면 현상’이에요. 모세관 현상으로 인해 우유가 시리얼을 타고 올라가면 시리얼과 우유 사이에 경계면(계면)이 생겨요. 그 계면에서 우유의 표면장력에 의해 시리얼들이 서로 달라붙습니다. 물에 삶은 스파게티 면이 구부러지는 것도 계면에 작용하는 힘 때문이에요.

 

“코로나19로 연구실이 폐쇠된 덕에

모두가 흥미로워하는 연구를 하게 됐어요!”

 

안녕하세요. 스파게티 면 연구를 진행한 황종현입니다. 지난 5월 일리노이대를 졸업했고, 9월부터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에서 박사과정 공부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때문에 진행하게 됐어요. 연구실이 폐쇄되면서 집에만 머물게 됐는데, 매우 심심했지요. 이참에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재밌는 연구를 해 보기로 했고, 그렇게 해서 찾은 주제가 스파게티 면이었지요. 하종현 연구원님과 샘 터픽 교수님이 아이디어를 주셨고, 탄성 모세관 현상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진행했답니다.

 

집에서 먼저 실험한 뒤 결과를 도출하고 연구실에 다시 갈 수 있게 됐을 때 제대로 실험해서 논문을 작성했어요. 연구실에서 실험한 결과와 집에서 한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았으니, 여러분도 직접 실험해 보세요.

 

저는 ‘연성물질’이라고도 부르는 부드러운 물질에 관심이 많아요. 고등학교 때 인공 근육과 소프트 로봇에 관해 연구했는데, 거기에 쓰이는 물질이 실리콘과 같은 부드러운 물질이거든요. 그때부터 연성물질에 관심을 두게 됐고 대학교에서 공부하면서 훨씬 더 연구하고 싶은 내용이 많아졌답니다. 앞으로 아주 작은 연성물질들이 액체 속에서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 연구할 계획입니다.

 

 

2022년 07월 수학동아 정보

  • 조가현 기자 편집장
  • 도움

    황종현(미국 프린스턴대학교 기계공학과 박사과정생)
  • 참고자료

    샘 터픽 외 4명 ‘Physics of Fluids 34, 042105(2022); Swelling, Softening and Elastocapillary Adhesion of Cooked Pasta’
  • 디자인

    정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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