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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수학 | 슈테판 문제: 얼음은 어떻게 녹을까?

어떻게 해야 얼음을 빨리 녹이는지 알았으니, 이제 속도를 좀 내 볼까요? 하루 빨리 예전처럼 모래시계 모양 얼음 미끄럼틀에서 친구들과 놀고 싶습니다. 그런데 130년 넘게 해결 못한 문제를 수학자들이 풀었다면서요? 검증 과정이 남았지만, 좋은 해결책이라는 소리를 들었어요.

 

 

<;슈테판 문제>;

물컵에 들어있는 얼음을 생각해 봅시다. 상대적으로 따뜻한 물의 열이 차가운 얼음으로 이동하면서 얼음은 녹아 점점 작아지고, 반대로 물의 영역은 점점 커지죠. 1889년 저는 얼음이 녹는 이 현상을 방정식 2개로 표현했습니다. 방정식에 얼음을 녹이는 실험 결괏값을 넣어보면 잘 맞아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방정식에 따르면 특이점이 존재하는 것 같은데 얼음이 녹을 때 특이점의 모습이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왜 그런지 답을 찾지 못했지요. 이것이 제 이름을 딴 약 130년 난제, 슈테판 문제입니다.

 

녹는 얼음의 특이점, 있다 없다?!

2018년 필즈상을 수상한 알레시오 피갈리 교수가 소속된 팀이 최근 약 130년 동안 수학자, 과학자를 궁금하게 만든 슈테판 문제를 풀었다고 발표해 주목받았습니다. 특이점은 있는 걸까요?

 

슈테판 방정식이 발표된 이후, 수많은 수학자가 얼음이 녹는 과정을 수학적으로 정밀하게 알아내기 위해 머리를 싸맸어요. 녹고 있는 얼음의 표면을 보면 매끄러워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얼음이 녹아 물이 되는 경계면에서 특이점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 특이점은 톱니바퀴 끝부분처럼 뾰족한 형태일 것이라고 추측했지요.

 

상상해 볼까요? 모래시계 모양의 얼음을 녹이면 가운데 얇은 부분의 얼음 양이 적어 빠르게 녹으며 얼음이 두 조각으로 분리돼요. 이때 나눠진 부분의 얼음 끝은 뾰족하겠지요. 이런 뾰족한 특이점이 동그란 얼음, 네모난 얼음의 표면에서도 생긴다고 여겼어요. 그런데 실제 얼음에서는 관찰되지 않아 이 특이점이 존재하기는 하는 건지, 얼마나 있는 건지 알아내려고 노력했지요.

 

그러던 1977년 루이스 카파렐리 미국 텍사스대학교 수학과 교수는 특이점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특이점을 중심으로 녹은 물이 있어요.  이때 특이점의 온도가 0℃이며, 특이점에서 멀어질수록 온도가 이차함수 그래프를 그리며 상승해요. 만약 이런 특이점이 무수히 많다면 특이점은 ‘선’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어요.

 

 

특이점 있다, 보이지 않을 뿐!

 

그런데 2021년 3월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의 알레시오 피갈리 교수와 호아킴 세라 교수, 자비에 로스오톤 바르셀로나대학교 교수는 얼음이 녹을 때 표면에 생기는 특이 시간 집합의 차원이 차원 이하라는 연구 내용을 온라인 논문 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에 공개했어요.

 

 

차원이라는 말이 낯설텐데요, 수학에서는 1, 2, 3, 4처럼 자연수 차원이 아닌 유리수 차원도 정의할 수 있어요. 이를 ‘하우스도르프 차원’이라고 하며, 프랙탈을 이 차원으로 정의해요. 프랙탈은 해안선, 산처럼 일부 작은 조각이 전체와 비슷한 기하학적 형태를 말해요.

 

이번 연구에 대해 최경수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는 “특이 시간들의 집합이 차원이라는 건 3차원의 모든 시간에서 특이점이 거의 없을 수도, 반대로 무한히 많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어요. 예를 들어 시간 t가 무리수일 때 특이점을 가지지 않는다면, 거의 모든 시간에 특이점을 가지지 않습니다. 반면 시간 t가 유리수일 때는 특이점을 항상 가질 수도 있지요.

 

하지만 아직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았어요. 최 교수는 “특이 시간 집합의 차원이  이하라고 했을 뿐 정확히 몇 차원인지 밝히지 못했다”며, “정확한 차원을 찾아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고 전했답니다. 이번 연구가 맞다고 검증되면 슈테판이 가졌던 의문이 해결되는 셈입니다. 특이점은 존재하는데, 그 특이점이 발생하는 시간 집합의 차원이 1 미만이라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거지요.

 

 

슈테판 문제, 해결의 핵심은 비누 막!

연구팀은 얼음이 녹는 과정을 해결하는 데 ‘비누 막’ 연구의 도구를 사용했대요. 얼음과 비누 막,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요?

 

슈테판 문제를 푸는 데, 비누 막 연구를 활용하기 시작한 수학자는 앞서 등장한 카파렐리 교수예요. 비누 막은 이미 수학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던 연구 대상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비누 막이 표면의 면적을 항상 최소화하며, 내부와 외부를 가려내는 경계가 없는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원을 그리면 원을 이루는 선이 내부와 외부를 가르는 경계가 되지요? 그런데 비누 막은 그 경계가 없어요. 비눗방울은 동그란 구 모양이기 때문에 경계가 있지만 비눗방울을 만들기 위해 철사를 원으로 꼬아 비눗물을 묻히면, 그 안에 생기는 비누 막은 내부와 외부가 따로 구분되어 있지 않아요.

 

수학자들은 이런 비누 막에 무수한 특이점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눈으로 보기엔 매끄럽지만, 비누 막의 임의의 지점을 정해서 기하학 관점으로 보면 뾰족한 부분, 휘어진 부분 등 다양한 면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지요. 이를 통해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방정식이 정의되는 영역인 ‘자유 경계’ 개념이 나왔고, 1977년 카파렐리 교수는 얼음이 녹는 현상도 자유 경계 시각으로 연구해 특이점이 있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지요.

 

그런데 문제가 있었어요. 얼음을 녹이는 실험을 통해 살펴보면 특이점에서 멀수록 온도가 정확하게 이차함수 그래프를 그리며 올라가지 않았어요. 함숫값과 실험값이 아주 조금 차이가 났지요. 피갈리 교수가 이끄는 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비누 막 연구의 다른 도구를 도입했고, 약 130년 만에 슈테판의 궁금증을 푸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거예요.

 

 

수학자들은 자유 경계 연구가 매우 재밌고 흥미로운 일이라고 말합니다. 세상의 다양한 현상을 이해하는 데 기본이 되거든요. 암세포가 자라거나 불이 났을 때 불길이 번지는 경로를 예측할 수 있고, 주식 거래를 할 때 이득을 낼 수 있는 순간을 찾을 수 있어요. 심지어 소문이 퍼져나가는 경로도 이해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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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1월 수학동아 정보

  • 이윤선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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