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동~, 수학계에 크리스마스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약 70년 동안 수학자를 괴롭혔던 ‘n차원 등각선 문제’가 풀렸대요. 누가, 어떻게 n차원 등각선 문제를 풀었는지 선물을 열어볼까요?
n차원 등각선 문제
어느 두 직선을 봐도 그 사잇각이 같게 하려면
한 점에서 직선을 최대 몇 개까지 그릴 수 있을까?
n차원 등각선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가장 간단한 2차원에서부터 따져봅시다. 먼저 좌표평면처럼 두 직선이 직교하는 모습을 상상하세요. 어떤 선을 고르더라도 90를 이루기 때문에 문제의 조건을 만족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방식으로 2차원에서 그릴 수 있는 최대 직선은 몇 개일까요?
답은 3개입니다. 각 직선이 60를 이루도록 정육각형의 대각선처럼 직선을 3개 그리면 조건을 만족합니다. 직선을 4개 긋게 되면, 가장 가까운 두 직선은 45를 이루지만, 한 직선을 사이에 둔 두 직선은 90를 이뤄 사잇각이 항상 같다고 할 수 없어요.
3차원에서는 어떨까요? 1948년 등각선 문제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네덜란드 수학자 요하네스 한티어스는 직선을 최대 6개까지 그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어요. 정이십면체의 중심을 지나는 대각선들이 그 답입니다.
등각선 문제의 열쇠는 그래프 이론!
한티어스는 3차원에 이어 4차원에서도 직선을 6개까지 그릴 수 있다는 것을 밝혔어요. 그렇다면 5차원, 6차원, 아니 그보다도 더 고차원에서는 어떨까요? 이에 대한 답을 찾는 문제가 바로 70년 묵은 수학계 난제 ‘n차원 등각선 문제’입니다.
수학자들은 n차원 등각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직선이 만나는 각도를 서로 다른 방향을 나타낸 두 벡터의 ‘내적’으로 나타냈습니다. 벡터는 크기와 방향을 함께 갖는 양으로, 그림으로 나타낼 때는 선분에 화살표로 방향을 표시해요. 두 벡터가 이루는 각도는 벡터의 내적을 구하는 공식으로 구할 수 있어요.
그리고 여기에 그래프 이론을 활용하면서 n차원 등각선 문제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프 이론은 점과 선으로 수학적인 개체를 나타내는 한 방법입니다. 등각선을 나타내는 벡터를 점으로, 그리고 벡터 사이의 각도를 점을 잇는 선으로 바꿔 그래프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2차원 등각선 문제의 답을 그래프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이 정삼각형으로 나타납니다. 이처럼 그래프를 이용하면 상상하기 어려운 고차원에서의 직선과 그 각도를 비교적 간단한 수학적 구조로 나타낼 수 있지요.
이 방법을 이용해 낸 대표적인 결과가 1970년 영국 수학자 마이클 게존이 n차원에서 그릴 수 있는 등각선의 최대 개수는 n(n+1)/2보다 작거나 같다는 것을 증명한 겁니다. 이 이후부터는 주로 n이 특정 값이거나 등각선이 이루는 각도가 하나로 고정돼 있을 때처럼 특정한 조건 아래에서 등각선의 개수를 찾는 연구가 진행됐습니다.
MIT 여름 연구 프로그램 통해 문제 해결
그러던 2021년 유페이 자오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수학과 교수팀은 n차원에서 등각선이 최대로 존재하는 그래프의 구조를 찾고, 이를 이용해 등각선의 최대 개수를 구할 수 있는 방정식을 찾았습니다. 한티어스가 3차원 등각선 문제를 푼지 약 70년 뒤 였지요.
자오 교수는 2019년 대학생들을 위한 MIT 수학과 여름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해 이 문제를 소개했어요. MIT 수학과 여름 프로그램은 학부생들이 교수와 함께 연구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으로, 2006년부터 시작됐습니다. 여기서 자오 교수는 그동안 연구 결과를 설명하며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눴지요. 그런데 거기서 당시 2학년이었던 유안 야오와 1학년 쉥통 장이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제시한 거예요. 두 학생의 아이디어를 담은 논문은 검증을 거쳐 2년 만에 발표됐어요. 자오 교수는 “연구 프로그램의 가장 성공적인 결과 중 하나”라며,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엄상일 KAIST 수리과학과 교수는 이 연구를 두고 “대학생 2명이 힘을 보태 불과 2쪽짜리 증명으로, 문제를 해결했다”며, “문제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디어를 주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그래도 이번 결과는 놀랍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수학연보 온라인판 11월호에 실렸습니다. 수학연보는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와 고등연구소에서 발행하는 학술지로, 1874년부터 시작된 수학계 최고 학술지입니다. 현재는 1년에 약 50편 정도만 소개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자오 교수팀의 연구가 된 것이지요. 다음엔 또 어떤 난제가 풀려 수학계와 우리를 놀라게 할까요? 다음 크리스마스 선물이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