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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박사의 수학로그] 제23화. 수학과 졸업하면 뭐할까?

 

오늘은 제가 아끼고 애정하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수학과 후배들의 이야기를 들려줄게요. 수학과 졸업하면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엿볼 수 있을 거예요!

 

 

Q1. 수학과에 간 이유가 궁금해요!

 

윤석 중고등학생 때 가장 좋아했던 과목이 수학과 화학이었어요. 자연스럽게 둘 중 하나로 정하려했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서점에서 대학교에서 배우는 화학책을 살펴봤는데 외울 게 많아 보이더라고요. 거기서 약간 거리감을 느꼈어요. 반대로 수학책에서는 복잡한 수식들을 다 이해한다면 정말 재밌을 것 같았어요. 이 일을 계기로 수학과로 진학을 결심했답니다!

 

정은 저는 고등학교 수학 교과서에서 ‘극한’과 같은 엄밀한 개념을 ‘한없이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두루뭉술하게 표현하는 게 이해가 안 됐어요. 엄밀하지 않은 정의와 정리가 또 다른 개념과 정리로 다시 연결되다 보니 수학에 대한 흥미가 점점 떨어졌어요. 도통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하기 어려웠거든요.

 

다행히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 선생님이 극한의 정의를 ‘매우 아름답게(분명하게)’ 설명해 주셨고, 수학이라는 학문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었어요. 그 뒤로 방과 후 수업에서 심화 수학을 공부하면서 수학의 매력에 빠져 수학과에 진학했어요.

 

Q2. 대학 가서 알게 된 수학의 새로운 모습이 있나요?

 

윤석 고등학교 수학과 대학교 수학이 너무 다르다는 거예요. 고등학교 수학 문제는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수식을 세워 문제를 풀면 됐거든요. 그런데 대학 수학 문제는 어떤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 정리부터 증명했어야 했어요. 이런 대학 수학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몰라 1학년 내내 엄청 헤맸어요. 옥스퍼드대는 입학한 뒤에 전공을 바꾸는 것이 불가능해서 억지로 버텼던 것 같아요. 하지만 3학년 정도가 되니 이런 문제가 익숙해지고 수학이 더 재밌어지더라고요!

 

Q3. 수학과 학생으로서 느끼는 즐거움이 있나요?

 

정은 지금까지 해왔던 다른 영역의 공부는 하면 할수록 ‘내 지식이 다양하게 쌓여서 풍성해진다’라는 느낌인데, 수학 공부는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의 수준이 점점 더 높아진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거기서 오는 쾌감은 말로 표현이 다 안 돼요.

 

지적 호기심이 충만하고, 문제 해결의 즐거움을 느끼는 친구들이라면 ‘수학과’는 언제나 고려 대상이라고 생각해요. 수학을 전공하면, 그다음 단계의 공부를 이어가게 될 때 무조건 ‘부스터’ 하나를 장착한 것과 같거든요. 왜냐하면 자연과학, 공학, 경제 등 어떤 영역을 선택해도 대학에서 수학을 문제를 접하고 공부하던 방식을 적용해서 더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이어갈 수 있어요.

 

저는 100번을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수학과를 갈 것 같아요. 수학으로 기초를 탄탄하게 하면 뭐든 응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제게 있는데, 그 덕을 크게 보고 있어요.

 

 

Q4. 수학 전공자로서의 장단점을 이야기해주세요.

 

윤석  수학과는 대학에서 배운 지식만으로 공부한 내용을 십분 발휘하는 직업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대학원 이상 공부해야 가능하지요. 하지만 추상적인 개념을 열심히 공부한 덕에 ‘생각하는 법’만큼은 정말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이 능력이 회사에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때 도움이 많이 됐어요.

 

저는 수학 전공과 지금 하는 개발자의 일이 꽤 많은 연결 고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친구들이 평소에도 자주 사용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안에도 꽤 많은 수학 알고리듬이 숨어 있거든요. 하루에도 몇 번씩 사용하는 유튜브 앱의 ‘추천 동영상 기능’은 모두 수학 알고리듬으로 계산한 결과를 보여주는 거예요.

 

Q5.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윤석 저는 지금 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어요. 이 일을 잘하기 위해 기회가 된다면 컴퓨터 공학을 공부하고 싶어요. 개발자가 되고 싶다면 수학과 진학을 추천해요! 논리와 구조를 다루며 훈련하기엔 수학만큼 좋은 공부가 없는 것 같아요.

 

정은 딥러닝 개념을 이해하고, 인공지능 모형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대학교에서 배웠던 수학 개념들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저는 앞으로 제 수학 역량을 총동원해서 공학계에서 지금까지 도입해 본 적 없는 새로운 방식으로 AI 모형 개발에 성공하고 싶어요. 수학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인 것 같아요! 가까이서도 멀리서도 수학을 잘 활용하는 사람이 될 거예요.

 

 

저희 셋이 뽑은 수학 관련 전공자의 가장 큰 장점은 ‘논리와 구조를 바탕으로 생각하는 힘’이 있다는 거예요. 순수 수학만으로는 직업을 선택하거나 진로를 결정할 때 어려울 수 있지만, 다른 분야로의 진출이 쉬운 것도 사실이에요! 수학이 안 쓰이는 분야는 거의 없으니까요. 오늘의 이야기가 여러분의 진로, 진학을 결정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다음 호에서는 다시 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제가 수학을 공부하면서 느낀 점들과 여러 재밌는 이야기를 소개할게요. 많이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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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수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이승재(서울대학교 기초과학연구원 사이언스펠로우)
  • 진행

    염지현 객원기자
  • 디자인

    김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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